[기획] 코나미는 정말 코지마 히데오를 버렸을까?

기획기사 | 김지연 기자 | 댓글: 42개 |



최근 콘솔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버지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코나미(KONAMI)를 떠난다는 소식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자료와 각종 루머가 제기되면서 코지마-코나미 결별 사실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잠입 액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하 코지마 감독)은 1986년에 코나미에 입사했다. 약 30년 동안 코나미와 함께 수 많은 메탈기어 시리즈를 개발해왔으며, 사내에서 '코지마 프로덕션'이라는 자신 만의 사단을 별도로 구성하면서 코나미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렇기에 둘 사이의 결별은 팬들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3월 19일 '메탈 기어 솔리드5' 공식 홈페이지에 코지마 히데오와 관련된 로고가 삭제되면서부터다.

이날 코지마 프로덕션의 공식 트위터가 메탈기어 트위터로 이적했으며, 코지마 프로덕션 사이트가 사라졌다. 본래 기재되어 있던 'A Hideo Kojima Game' 문구도 공식 홈페이지 내에서 모두 삭제됐다. 또한 '코지마 프로덕션 LA'가 '코나미 LA 스튜디오'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코지마 감독의 퇴사가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이에 더해 코나미는 4월 1일에 적용되는 임원 인사 이동에서 코지마 감독을 제외시켰다. 같은날 해외 게임전문지 '게임스팟'에서는 익명의 내부 관계자로부터 들은 진술을 토대로 코지마 감독과 코나미의 결별을 다뤘다.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코지마 감독은 현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12월에 계약이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4월 1일 만우절 이벤트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정황상 너무나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아가 게임스팟 단독 기사에 내부고발자 진술이 더해지면서 코지마 감독의 퇴사 루머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에 대해 코나미는 게임스팟의 보도를 전면 부정했다. 코지마 감독의 계약직 건에 대해서는 "정식 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계약직은 사실이 아니다"며, "향후 퇴직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르며, 코지마 본인도 모를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해당 멘트가 게재되었던 기사에는 현재 '제공회사 측의 사정에 의해 삭제되었다'는 문구와 함께 요약 멘트만 남겨져 있다)

'A Hideo Kojima Game' 문구가 갑작스레 삭제된 점에 대해서는 제작 방식을 변경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전하면서, 코지마 프로덕션 해체 논란에 대해 "사내 프로덕션 제도를 그만두고 본부 체재로 변경할 뿐이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로써 코나미 프로덕션은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의혹이 가시기도 전에 코나미는 메탈기어 시리즈 신작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메탈 기어 솔리드5' 이후에도 계속해서 메탈기어 시리즈의 제작과 발매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나미는 신작 제작과 관련해 주요 스텝 모집 공고를 냈다. 이 시점부터 "기존 제작 멤버들이 빠지기 때문에 인원을 충원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3월 26일에 예정되어 있던 코지마의 정규 방송 '코지마 스테이션 35화'가 취소되면서 이러한 이야기는 점점 사실로 굳어져 갔다. 하지만 코지마 감독 본인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트위터를 즐겨하던 그가 어떠한 트윗도 하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은 더해졌다.

코나미가 코지마 감독을 퇴출시킨 것인지, 코지마 감독이 스스로 코나미를 떠나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체들은 저마다의 분석과 견해를 제시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부분은 '코나미의 게임 사업 성적이 저조했다'는 것과 '메탈기어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타이틀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제작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 이었다.

'메탈 기어 솔리드2'의 판매량은 700만 장이다. 이후 3편은 350만 장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메탈 기어 솔리드4'는 440만 장으로 전작에 비해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늘어나는 제작비와 비교하면 호조를 보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코나미는 작년에 게임 매출이 30% 감소하면서 하향세를 그렸다.

게임 매출 성적이 저조한 점과 코지마 감독의 퇴사 루머로 코나미가 게임사업을 접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위닝일레븐 시리즈와 메탈기어 시리즈 등 굵직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기에, 쉽사리 게임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매출 부문 외에도 코나미와 코지마 감독 사이에는 오랜 기간 갈등이 이어져 왔다. 본래 코지마 감독은 작년 3월 25일에 발매된 '메탈 기어 솔리드5: 그라운드 제로'와 올해 출시 예정인 '메탈 기어 솔리드5: 펜텀 페인' 두 타이틀을 '메탈 기어 솔리드5' 라는 하나의 게임으로 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코나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별도의 타이틀로 분리 판매를 강행했다.

코지마 감독의 퇴사가 거의 사실로 굳어진 것은 지난 3월 31일이다. '사일런트 힐' 홈페이지에서 코지마 프로덕션 로고가 삭제된 것이다. 로고 삭제에 이어 4월 11일에는 코지마 감독과 코나미의 결별로 신작 '사일런트 힐' 제작이 무산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신작 '사일런트 힐'은 지난 2014년 게임스컴에서 'P.T'라는 이름으로 공개됐으며, 음산한 분위기와 사운드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퍼시픽 림'과 '호빗'의 영화 감독인 '길예르모 델 토로'와 '워킹 데드'로 유명해진 배우 '노만 리더스'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개 이후 PS4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었던 '사일런트 힐'의 플레이어블 데모로 'P.T'는 PSN을 통해 무료로 배포됐다. 그러나 코나미는 4월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P.T'가 29일부로 삭제된다고 통보했다. 'P.T' 삭제에 대해 코나미는 "배포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내리는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이틀 뒤 코나미는 '길예르모 델 토로'와 '코지마 히데오'의 합작 '사일런트 힐'은 공식적으로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길예르모 델 토로와 노만 리더스를 특징으로 한 사일런트 힐즈의 프로젝트가 지속될 일은 없으며, 새로운 사일런트 힐 타이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사일런트 힐' 신작 개발은 코나미가 이어가겠지만, 코지마 감독과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합작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코나미의 발표에 따르면 코지마 감독과 길예르모 감독은 현재 사일런트 힐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IP를 계승한 정통의 '사일런트 힐'은 아니지만, 호러 장르의 신작 게임을 만들어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코지마 감독의 '사일런트 힐' 제작이 무산되면서, 열혈팬들은 코나미 게시판에 청원을 넣었다. 그 중 한명은 "호러 팬으로써 가슴 아픈 일"이라며 "돈이 더 필요한 거라면 킥스타터로 자금을 조달해주겠다"고 말하면서 타이틀의 부활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사일런트 힐' 제작 취소 발표날인 4월 28일, 코나미는 뉴욕 증권거래소 종목을 상장폐지한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유지할 근거가 없다"며 자진해서 내렸다는 것이 코나미 측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내에는 두 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주주 확보를 위한 조치이며, 두 번째는 코지마 LA 스튜디오에 대한 견제이다.

코나미게 밝힌 2014년 12월 31일과 2013년 12월 31일에 마감된 9개월 경영실적에 따르면 게임 사업이 포함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약 716억 엔(한화 약 6,470억 원)에서 680억 엔(한화 약 6,145억 원)으로 5.1%가량 감소했다. 이는 코나미 전 사업분야 중 가장 큰 하향곡선을 그렸다. 참고로 파칭코 사업의 경우 99.6% 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코나미가 향후 게임 사업을 축소하고 카지노 사업과 슬롯 머신(파칭코)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 게임 저널리스트인 '조지 와이드먼'은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를 통해 "코나미가 콘솔 게임 사업을 접고 모바일로 뛰어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은 폐지됐지만, 런던과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여전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LA에 위치했던 '코나미 LA 스튜디오(구 '코지마 프로덕션 LA')'의 입지를 흔들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여러 루머에 휩싸인 코지마 감독과 코나미, 이제는 그들이 직접 입을 열 차례다. 평소에 트위터를 즐겨하던 코지마 감독이 이번 사건 이후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 팬들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4월 28일 메탈기어 시리즈 주인공인 스네이크의 성우 '오오츠카 아키오'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지마 프로덕션은 침묵을 지키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 믿어 달라'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코지마 감독 본인이다.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전세계적으로 잠입 액션의 장르를 개척했던 그가 메탈기어 시리즈에서 손을 떼는 것인지, 코나미와의 결별이 사실이라면 이후 독자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남아있다.

수 많은 팬들과 게임업계가 그의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모든 사태가 정리된 이후에나 정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한 명의 게이머로써 코지마 감독과 코나미의 공식 멘트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