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전보다 진하고 깊은 맛,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한 달 정도 전, 미국 LA에서 진행된 SGF 당시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를 처음 플레이했다.

당시 작성한 체험기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큰 힘을 싣지 않았는데, 플레이 할 수 있었던 빌드가 무척이나 제한적인 버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개된 30분짜리 플레이 영상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분량 만큼만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바뀌는 부분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중국 상해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비교적 훨씬 제한이 해제된, 완성판에 가까운 빌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분량 상의 제한(3~4시간이 소요되는 분량)은 있었지만, 레일슈터에 가깝게 진행되던 SGF 빌드에 비하면, 오픈월드 게임인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를 보다 정밀한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에도, 플레이 이전에 걱정이 많긴 했다. '다잉 라이트' 시리즈는 '산 자들의 낮, 그리고 죽은 자들의 밤'으로 표현되는 유니크한 구조에서 재미가 만들어지는 시리즈다. 그리고, 확실한 재미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격렬한 변화를 주기 힘들다. SGF 당시 플레이 할 때의 느낌이 그랬다. 이전의 다잉 라이트에서 여러모로 좋아지긴 했을지언정, 새로운 형태의 재미를 찾긴 어려웠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목표가 정해졌다.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가, 어떤 새로운 재미를 장착했는지 찾아내는 것. 이번 시연의 숙제였다.





좀비 세상의 생존자에서, '키메라 헌터'로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넘버링'이 붙지 않았다는 점일 거다. 최초 2편의 DLC로 기획되었다가 스탠드 얼론으로 방향이 전환되었다는 것도 이유일 수 있겠으나, 3편이라 칭하기 확실한 볼륨을 지녔음에도 '더 비스트'라는 부제가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넘버링 대신 이 부제가 붙은 이유가 있다.

본작의 주인공은 '카일 크레인'. 다잉 라이트 시리즈를 플레이 해 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인데, 1편의 주인공 본인이다. 어찌어찌하다 좀비한테 물리고, 감염을 늦춰주는 면역 강화제인 '안티젠'을 찾아 하루하루를 떠도는 불쌍한 캐릭터이며, DLC인 '더 팔로잉'에서 결국 최악의 감염체인 '볼래틸'이 되어버리는 암시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지만... 어찌저찌 살아남았다.



▲ 그 드물다는 좀비 경력까지 갖춘 주인공 '카일 크레인'

물론, 그냥 살아남은 건 아니고, 흑막 조직이던 'GRE'에 생포당해 무려 13년 동안이나 생체 실험을 당했다. 1편의 배경이 2015년이고, 2편과 본작의 시대가 2036년인 걸 보면 수 년 간은 야외에서 좀비로 활동해온 독특한 커리어를 지닌 인물이다.

그 결과, 현재의 카일 크레인은 조건에 따라 인간과 좀비 감염체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이 점이 부제인 '더 비스트'가 의미하는 바이자, 본작 만의 유니크 요소인 '키메라 사냥'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다.

본작의 시작부에서, '카일 크레인'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다. 악역 보스인 '바론'에 의해 생체 실험을 당했지만,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고 계속 변이가 일어나려 한다는 설정이며, 이 때문에 게임 흐름에 따라 바론의 특제 생체 개조 감염체들인 '키메라'에게서 생물 촉매인 'GSB'를 추출해 흡수하게 된다. 과거 수많은 게임들이 보여주었던 '강대한 적을 쓰러트리고, 그 힘을 통해 성장한다'라는 기믹을 가져온 것이다.



▲ 키메라 처치 후엔 이렇게 촉매를 뽑아낼 수 있다.

때문에,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의 콘텐츠 흐름은 기존 작품들과 유사하되, 훨씬 잦고 다양한 '보스전'이 더해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핸즈온 빌드 분량(4개의 메인 미션)에서만 총 3개체의 키메라를 상대하게 되니 거의 미션 하나 당 하나 정도의 보스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처치한 보스는 곧장 생물 촉매가 되어 카일의 몸에 흡수되고, '야수 포인트'라는, 기존의 스킬 트리와는 분리된 별개의 스킬 트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 키메라 처치를 통해 성장시킬 수 있는 '야수 모드' 트리

이는 본작에서 카일 크레인이 지닌 능력인 '야수화'와 관련된 스킬 트리인데, 생명력 바 하단의 야수화 게이지가 가득 차면 '둠'의 버서크 아이템이나 옆동네 스파르탄이 쓰는 '스파르탄의 분노'처럼 무적이 됨과 동시에 두 주먹으로 좀비고 뭐고 다 패버리는, 말 그대로 짐승이 되버린다. 심지어, 충분히 강화하기 전에는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게이지가 다 차면 자동으로 켜진다. 좀비 무리를 겨우 다 처리하고 마지막 녀석을 처리하는 순간 야수화가 켜져 버리면 억울하기 이를 데가 없다.



▲ 키메라 종류는 여럿이다. 얼핏 소울라이크 느낌도 나는 부분


낮은 그냥 낮이지만, 밤은 더 두려워졌다.

한편, 다잉 라이트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산 자들의 낮, 죽은 자들의 밤'은 이전에 비해 더 강화되었다. 다잉 라이트 시리즈는 언제나 낮과 밤 개념이 존재했고, 햇볕을 받으면 파김치가 되버린다는 좀비들의 설정 때문에 낮 플레이의 긴장감은 높지 않은 편인데, 이 낮 플레이는 여전히 동일하다. 소수로 등장하는 러너 무리나 밤낮을 가리지 않는 '키메라' 등을 제외하면 주 적들은 느릿느릿 움직이는 '바이터'들 뿐이며,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뛰어서 도망치면 상황이 해결된다.

다잉 라이트 시리즈에서 '밤'은 장르의 전환을 뜻하는 장치다. 낮에는 무난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좀비 액션 게임이지만, 밤이 되면 게임의 장르가 서바이벌 호러로 바뀌어 버리는데, 낮에는 일부러 어두운 곳을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악성 감염체들인 '볼래틸'이 적극적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 진짜 지겨운 노답 삼형제

물론, 볼래틸도 무적은 아닌지라 게임 후반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면 얼마든지 상대가 가능하며, 1편에서는 보다 높은 전리품과 경험치를 위해 일부러 밤에 나가 볼래틸 무리를 몰살하고 돌아다니는 플레이도 빈번히 이뤄지긴 했지만, 이는 성장이 충분히 이뤄진 후에나 가능한 일이며, 그렇지 않은 시점에서 볼래틸과의 아이컨택은 극도로 위험하다.

때문에, 이전의 다잉 라이트 시리즈는 언제나 작품 초반에 '오밤중에 볼래틸에게 쫓기는 경험' 구간을 넣어 둠으로서 도저히 이를 버티지 못 하는 플레이어들이 2시간 안에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정말 싫어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 '밤'이 더 심각해졌다. 원인은 두 가지. '역동적 날씨 시스템', 그리고 '숲을 포함한 거대한 오픈월드'다.



▲ 비오는 캐스터 우즈. 야간에 비까지 오면 스트레스가 쭉쭉 오른다

일단, '역동적 날씨 시스템'은 말 그대로 계속해서 변하는 날씨를 말한다. 맑다가도 구름이 끼는가 하면, 갑자기 폭우가 쏟아붓기도 하는 등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의 날씨는 끊임없이 변하며, 차량 운전 시 타이어가 더 쉽게 미끄러지는 등 실제 플레이에도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 날씨 효과가 중요한 이유는, 비오는 날, 우거진 숲 속, 밤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모이면서 만들어내는 대환장의 콜라보레이션에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의 주무대는 '캐스터 우즈'라는 휴양림 기반의 관광 도시다. 마스코트는 무려 비버. 그 만큼 높게 뻗은 나무들이 우거진 숲인데, 시간을 제 때 맞추지 못해 숲속에 갇힌 채 일몰을 보았을 때, 게다가 비까지 오는 날이면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 시작된다. 그래도 일단 '도시'에서 맞이하는 밤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다, 본작의 밤은 이전 작품들의 밤에 비해 훨씬 어둡게 연출되기 때문이다.



▲ 손전등을 끈 밤. 버그가 아니라 실제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좀비 액션의 이면에 있는 다잉 라이트의 장르적 특징인 '서바이벌 호러'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 '레프트 포 데드2'의 맵 중에 사탕수수밭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장대비'라는 맵이 있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밝은 톤임에도 이 미션은 상당히 압박감이 느껴졌는데, 본작은 이를 아득히 넘어선다. 솔직히 말하면, 게임 끄고 집에 가고 싶었다.


모든 면에서 더 진해진 '다잉 라이트'

SGF 당시 체험기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는 이전에 비해 모든 면에서 더 나아간 게임이다. 이전에는 그래픽이나 비주얼, 환경 연출 등이 더 명확해지고 퀄리티가 좋아졌다 말했지만, 솔직히 말해 이건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변화이니 그리 큰 의미가 있는 언급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해졌다'라는 표현은 더 '다잉 라이트스러워졌다'라는 쪽에 가까울 것 같다. 다잉 라이트를 생각하면 게이머가 기대하게 되는 게임플레이, 그리고 기대하게 되는 모습과 연출이 모두 들어 있으며, 이전보다 더 다잉 라이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걸 정확히 어떻게 표현해야 옳을지 알 수 없으나, 플레이 감각이 그렇다.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샷을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차이 정도라 해야 할까?



▲ 이런 소소한 재미도 '다잉라이트스러움'이다

눈에 잘 띄는 부분은 아니지만, 다잉 라이트라는 세계관이 조금 더 완성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확산 사태 이후 20년이 넘게 지난 만큼, 좀비 중에도 싱싱한 좀비와 뼈밖에 남지 않은 좀비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이에 따라 모든 좀비들이 조금씩 능력치가 다르다. 보통 좀비들은 세 방 정도 버틸 공격을 약한 개체들은 두 대도 견디지 못하곤 한다.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시야각(FOV)의 문제였는데, 기본 설정이 50대로 되어 있고, 가장 넓게 넓혀도 80을 못 넘어간다. 때문에 3D게임 중에서도 멀미가 굉장히 심하게 오는 게임인데, 현장에 참석한 기자 및 인플루언서 중에서도 플레이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 최대로 넓혀도 시야각이 퍽 좁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3D 게임 중 멀미를 가장 심하게 느꼈던 게임은 '데드 아일랜드' 첫 작품이었는데, 못지 않은 수준이다. 헤드보빙(움직일 때 카메라의 흔들림)도 무척 심한 편인데, 그래도 이건 조정이 된다. 안 됐다면 현장에 구토용 비닐봉지도 함께 놓았어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핸즈온 수준이었기에, 멀티플레이나 후반 콘텐츠, 서사 구조에 대한 평은 정식 출시 즈음에나 가능하겠지만, 초반 4시간 정도 분량에 대한 평가는 '기대할 만 한 주자'. 다잉 라이트는 언제나 그랬지만 대체할 수 없는 재미를 지닌 시리즈이며, 팬들이 원하는 것들은 일단 다 갖추고 있다.

물론, 전작들의 그늘을 벗어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기대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겠지만, 아직 그 지점까지 볼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정식 출시에 맞춰 한 번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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