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차이나조이 플레이스테이션 부스는 수많은 참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검은 신화: 오공'의 뒤를 이을 대작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플레이스테이션 부스를 통해 마침내 중국 참관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소니가 중국의 기대작을 발굴해 지원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포함된 게임들 역시 베일을 벗고 참관객들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부터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1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양빙의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 그리고 '엑자일엣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출품작이 매력을 뽐내는 가운데 특히 눈길이 간 게임이 있다. 바로 '탕 레전드: 사일런트 스트링스(이하 탕 레전드)'가 그 주인공이다. 1인칭 정통 암살 게임으로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는 최신 암살 게임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과거 천주 시리즈로 대표되는 진짜배기 암살을 지향해 눈길을 끌었다.
거진 십수 년 만에 등장한 1인칭 정통 암살 게임이다. 오래도록 장르의 명맥이 끊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 가운데 과연 '탕 레전드'는 그러한 명맥을 어떻게 이었을지, 그 체험 소감을 간단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최근 암살 게임이라고 한다면 잠입과 암살보다는 일단 암살을 시도하긴 하지만, 들키면 바로 일당백의 전사가 되어서 적들을 처치하는 식으로 변하곤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탕 레전드'는 암살 게임의 근본으로 회귀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최신 암살 게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주인공은 엄청난 실력의 전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1:1이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어도 2:1이면 어지간하면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탕 레전드'에서는 최대한 적들에게 들키지 않고 조용히 잠입해서 목표를 암살해야 한다.
시연은 주인공이 담에서 목표물이 위치한 건물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오른손에 쥔 검과 왼손에 암살에 도움을 주는 여러 도구를 써서 앞을 가로막는 보초들을 처치하고 때로는 떠돌려야 한다.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다. 듀얼센스를 기준으로 R3(오른쪽 스틱 클릭)를 입력하면 일종의 초음파 같은 걸 쏴서 오브젝트들의 윤곽을 볼 수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배경에 녹아든 적들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셈이다.

진행은 적들을 피하거나 아니면 처치해서 보는 눈을 없애는 식이다. 처치한다고 하니 앞서 언급한 적을 다 처치하는 암살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적을 한 방에 없애기 위해선 몰래 다가가 암살해야 한다. 적이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공격하면 한방에 적을 처치할 수 있다. 적을 처치한 후에는 주인공의 특수한 능력을 활용해 들어 올려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야 한다.
만약 시체가 들키거나 몰래 숨어들다가 들키면 보초의 경보 게이지가 차오르고 최대치가 되면 주인공에게 덤벼들게 된다. 이때의 핵심은 얼마나 패링을 잘하는지에 달렸다. 단순히 적과 한 대씩 주고받아서야 득보다 실이 크다. 적이 공격할 때의 타이밍을 맞춰서 R1을 입력하면 적의 공격을 쳐내고 빈틈을 노려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싸우다가 적이 늘어나기라도 하면 금세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방향에 있다든가 해서 암살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가 바로 왼손의 도구들을 쓸 차례다. 도구들은 원거리에서 적을 암살할 수 있는 소형 석궁, 그리고 적의 정확한 위치와 바라보는 방향을 볼 수 있는 나뭇잎, 그리고 이번 시연에서는 정확히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없었던 호리병과 과녁 4개로 이중 석궁과 나뭇잎이 특히 요긴하게 쓰였다. 특히 석궁은 원거리에서 손쉽게 암살할 수 있다는 엄청난 이점을 지닌 만큼, 화살 수가 극히 제한적이었는데 시연에서는 기본 2개, 도중에 찾은 화살 1개, 총 3발밖에 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는 자칫 잠입이라는 요소를 해칠 수 있기에 제한을 걸은 것으로 여겨졌다.
석궁의 화살이 극히 제한된 반면, 나뭇잎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R3로 오브젝트의 윤곽을 보는 것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체력바 아래에 있는 게이지를 소비해서 쓸 수 있었다. 벽 등을 뚫고 적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줄 뿐 아니라 바라보는 방향까지 알려주기에 잠입에 있어서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됐다.

암살 목표까지 가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시연 빌드에서는 다양한 루트가 존재했는데 목표가 있는 건물 입구를 지키는 보초를 피해 건물의 구석으로 이동, 난간을 뛰어넘은 후 건물에 잠입했다. 당연하게도 건물 안에도 보초가 여럿 있었는데 이들의 눈을 피하고자 서랍장을 타고 올라간 후 보초가 혼자 있다면 암살하거나 여럿이면 아예 피해서 목표만 노리는 식으로 나아갔다.
보초의 눈을 피해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어렵지 목표를 암살하는 것 자체는 쉬운 편이었다. 시연 빌드에서는 보초의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목표가 숨어 있었는데 천장을 타고 잠입한 후 공중에서 뛰어내려 깔끔하게 목표를 암살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시연 빌드의 끝을 볼 수는 없었다. 목표를 암살한 후 아마도 보고를 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어이없게도 중간에 보초를 암살하다가 암살 모션으로 인해 오브젝트에 끼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개발자 역시 다소 당황했는지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어서 그대로 시연을 끝마칠 수밖에 없었다.
'탕 레전드'의 시연 빌드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중국어여서 알 수 없는 부분이 꽤 있었지만, 그걸 고려해도 오랜만에 정통 잠입 액션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런 류의 게임을 기다려왔을 게이머들이라면 대체로 만족할 만한 그런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다. 먼저 최적화의 경우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PS5로 시연했는데 프레임 자체는 대체로 무난하게 유지됐지만, 엄청난 비주얼 퀄리티를 보여주는 그런 게임이 아니었음에도 체감상 30프레임에도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그래픽 등을 고려하면 60프레임은 반드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탕 레전드'의 출시일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어도 다음에 만났을 때는 더 발전된 모습을 만날 수 있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