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하게 맛있는 2D 액션, '시노비: 복수의 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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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 시리즈. 연식이 좀 된 게이머들은 모를 수가 없는 게임이다.

무려 40여 년 전. 1987년 첫 출시를 시작으로 꾸준히 신작을 내놓으며 '닌자용검전', '닌자 가이덴' 등과 함께 앞을 막는 모든 적을 없애버리며 '목격자 없는 암살' 지향의 닌자 이미지를 굳혔고, 2002년 출시된 PS2 버전의 '시노비'는 특유의 살진 시스템으로 스타일리시 액션 장르가 난무하던 당시 시장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2011년 닌텐도 3DS 용 타이틀 이후 15년 가까이 신작이 없었고, 슬슬 그 명맥이 다했다고 여겨지던 2025년. 뜬금 없이 '시노비'의 신작 소식이 들려왔다. 이른바 '시노비: 복수의 참격'. 설정만 가져다 쓰고 근본 없는 새 주인공들을 내세우던 과거 작품들과 달리 시리즈 첫 작품의 주인공인 '조 무사시'까지 다시 돌아왔다. 심지어, 장르까지 구작에 가까운 횡스크롤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이쯤 되니,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바가 궁금하다. 요즘 트렌드를 따르자면, 적당히 소울라이크 한 스푼 탄 어두침침한 액션 게임이 나와야 옳을진데, 레트로 느낌 꾹꾹 눌러담은 플랫포머 액션에, 90년대 초에나 볼법한 독특한 아트 스타일까지. 짧은 빌드지만, 직접 플레이 해본 후 감상을 정리해 보았다.


2D, 근본으로 돌아온 '시노비'
그리고, 살아 있는 '액션'감

아는 이들은 알겠지만, 시노비 시리즈의 초반 시놉시스는 대부분 비슷하다. 대충 닌자들의 둥지 역할을 하는 '오보로 마을'이 미상의 침략으로 박살나고, 그 배후가 되는 어둠의 조직(대충 군산 복합 테러리스트)을 오보로 출신의 슈퍼 닌자가 역으로 분쇄해버리는 과정이 시노비 시리즈의 근간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 만삭 아내 앞에서도 두건을 고집하는 상닌자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못된 악의 세력을 박살내는 과정이 얼마나 '닌자 다운가'이다. 시노비 시리즈에서 닌자의 이미지는 첩자나 스파이에 가까운 전통적인 느낌이 아닌, 인술로 불을 뿜고 무자비하게 적들을 썰어버리는 엘리트 전사 집단에 가까운데, 그 뜻은 곧 '액션'의 무게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유인 즉, '시노비: 복수의 참격'은 2D 플랫포머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최근 액션 게임의 대세라 할 수 있는 3인칭 액션 게임도, 1인칭 슈터도 아니다. 2D 게임은 카메라의 위치라는 필연적인 약점을 벗어날 수 없기에 3D에 비해 만족할 만한 액션 감각을 구현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부터 이 부분을 기대하는 한편 걱정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걱정할 것은 전혀 없었다.


'시노비: 복수의 참격'은 총 세 가지 요소로 액션감을 구현했다. 하나는 역경직을 통한 중량감, 다른 하나는 아트 스타일과 색감을 통한 시각적 화려함, 마지막은 격투게임 못지 않게 다양한 조작을 통해 만들어지는 유려한 연계다.

먼저, 주인공인 '조 무사시'의 공격은 대부분 역경직을 동반한다. 말 그대로 타격하는 순간 상대 뿐만 아니라 조작하는 캐릭터의 움직임도 짧은 시간 동안 멈추는데, 프레임 단위로 수싸움을 하는 격투 게임이나, 다수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PVP 게임에서는 굉장히 모험적인 시스템이지만 싱글 플레이 액션 게임에서는 이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강렬한 액션 감각을 준다. 여기에 카메라의 순간적인 흔들림이나, 효과음을 더하면 '타격감'이 만들어지는데, 이번 작품의 타격감은 상당하다. 아주 만족스러울 만큼 말이다.



▲ 반격 인법 성공 시 이펙트, 모를 수가 없다,

여기에, 고전적인 아트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색감이 한 몫을 더한다. 약공격과 강공격, 인술과 처형에 이르기까지 공격이 강렬할수록 이펙트가 원색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적들의 공격 시인성도 매우 훌륭한 편이다. 적의 공격과 내 공격이 놓칠 수 없을 정도의 직관성을 보여주는 것 부터가 이 게임의 액션성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시노비: 복수의 참격'의 조작 체계 또한 액션성이 돋보이게 짜여 있다. 초기에는 공격 수단이나 액션이 제한적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꾸준히 새로운 액션을 해금하게 되는데, 이 '새로운 기술'들은 단순히 어떤 버튼 조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 보다 '연계'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적의 공격을 회피한 후 버튼을 누르면 쿠나이를 던지게 된다거나, 라이더 킥 이후 파생 공격이 생긴다던가 하는 식이다.



▲ 조건만 맞으면 화면 모든 적을 일격에 없애는 처형, PS2 시절의 '살진'과 비슷한 느낌


메트로배니아 한 스푼, 짙지 않고 은은하게
딱 향만 나는 수준으로

액션만큼이나, 이 게임에서 언급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스테이지' 디자인이다. 앞서 게임 장르를 플랫포머 액션이라 말했는데, 실제로는 메트로배니아적 요소들이 스리슬쩍 더해져 있다. 다만, 메인은 어디까지나 '액션'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그 농도가 그리 짙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메트로배니아 게임들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 이곳은 지금 오는 곳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지점이 있다. 게임을 더 진행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해금해야 돌파할 수 있거나, 지름길로 활용하는 구간이 이런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숨은 공간들을 다수 배치해 회차 플레이를 유도하거나, 탐험의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메트로배니아의 매력이다.



▲ 숨은 지역은 맵 상에서 보라색으로 표기된다

'시노비: 복수의 참격'또한 이런 요소가 분명 존재한다. 갈고리나 발톱 같은 '인기(닌자 도구)'를 활용해야 돌파할 수 있거나, 특정 기술이 있어야만 파쇄할 수 있는 벽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사실 그 농도가 짙은 편은 아니다. 본 작품은 모든 맵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스테이지 형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각 스테이지의 회차 플레이를 유도하는 정도이다.

게다가 각 스테이지마다 달성률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숨겨진 공간 또한 맵 채색이 구분되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자체로 대단한 게임적 장치가 되진 않는다. '향 첨가' 정도로 한 스푼 더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



▲ 경우에 따라 적 웨이브를 상대하는 숨은 요소도 있다.

이렇듯,'과하지 않은 숨김'은 '시노비: 복수의 참격'이라는 게임과 퍽 잘 어울린다. 이 게임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전투와 액션이고, 특정 지점에 이르면 적을 모두 소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레나 전투'의 속성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전투 시스템의 무게감이 비슷한 장르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훨씬 무거운 편이다. 다른 시스템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버리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시노비: 복수의 참격'에서 탐험은 어디까지나 보조이자 조미료로서 기능할 뿐이다. 게임의 핵심 재미는 싸움과 연출에서 나오지만, 맵 상의 숨겨진 장치들을 찾아내면서 성취감과 함께 더 강해지는 캐릭터를 보는 것 또한 만만찮은 재미기 때문이다.



▲ 어쨌거나 핵심은 액션, 인술 폼 미쳤다


하나만으로 든든한 맛있는 일품 게임
시리즈 이름값엔 충분하다


준비된 시연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분량으로 치면 전체의 10~15% 정도에 해당할까? 그럼에도 별도의 콘텐츠 제한 없이 준비된 분량 안에서는 모든 것을 해 볼 수 있었기에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정리된 '시노비: 복수의 참격'의 감상은 '일품 요리'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 이후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출시되는 타이틀이기에 심적 연결 고리도 약한 편이고, 장르와 스타일이 바뀌면서 사실상 세계관과 컨셉만 유지되는 상황이지만, 그게 아쉬움으로 남지는 않는다.



▲ 토모에의 아트 스타일을 보는 순간 게임의 느낌이 딱 온다. 허리가 어떻게...

그만큼, '시노비: 복수의 참격'은 그 자체로 훌륭하면서, 동시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게임이다. 매우 오래된 시리즈이고, 요즘 게이머들의 인지도에서는 상당히 멀어진 시리즈인 만큼 아예 리부트하는 느낌으로 다가서는게 오히려 낫다는 계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존 시리즈를 아예 모르거나, 겉햝기 수준으로만 알아도 플레이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전작을 해야 하는 의무감도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스테이지 구성 등에는 첫 작품의 재해석이 함께 들어가 있으니 올드 게이머와 신규 게이머를 모두 고려한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시 빌드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짧은 기간 내이지만 바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만큼 8월에 출시될 본작을 꼭 사서 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짧으나마 플레이해본 시연 빌드는 충분히 즐거운 액션 게임이면서, 시노비라는 시리즈의 이름값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게임으로 느껴졌다. 요즘 많이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시노비: 복수의 참격'은 상당히 맛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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