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디 지원, 韓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 지키는 일" - BIC 주성필 위원장

인터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1개 |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한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디 게임 행사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올해 새로 취임한 주성필 위원장은 '새로운 리더'가 아닌 '오랜 동반자'로 소개하며, 지난 1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앞으로의 10년을 그려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올해 BIC를 통해서 인디 게임의 트렌드가 크게 변화한 점도 눈에 띈다. 과거와 달리 PC플랫폼의 게임들도 매우 많아졌고, 단순히 PC only의 게임이 아닌 여러 플랫폼도 함께 들어왔다. 또한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인디게임에서의 AI 활용은 정말 두드러졌다. 주성필 위원장 역시 AI가 인디 산업에 큰 영향을 주면서 개발자와 게임이 크게 늘어나도 투자 전망도 나아질 것 같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그는 BIC의 핵심 가치인 '어워즈와 전시'의 권위를 높이는 동시에, 인디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허브'로서의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산업 트렌드 속에서 BIC를 시작한 취지를 잊지 않고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 도움이 되고, 생태계를 위해 인디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 BIC 주성필 조직위원장

Q. 조직위원장 취임 후 첫 BIC인데, 소감이 궁금하다.

주성필
=취임 후 첫 BIC라고 하지만, 사실 BIC가 처음 만들어진 11년 전부터 함께 해왔다. 그래서 첫 소감보다는 앞으로 BIC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BIC는 많은 게임업계의 도움으로 인디 게임 분야에서 사랑받는 행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만으로 괜찮을지에 대해서는 우리 역시 의문을 갖고 있다.

BIC의 주요 기능은 '어워즈'와 '전시'이다. 앞으로 이 두 부분을 강화하여 BIC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권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다. 동시에 기능적인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BIC에 참여하는 인디 개발자들은 어워즈와 전시 외에도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필요를 느끼고 있다. BIC 사무국이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연계를 통해 이러한 기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BIC X'라는 콘셉트도 구상 중이다. X의 뒤에는 보통 다른 무엇인가가 들어간다. 이는 인디 게임을 중심으로 하되, 웹3.0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인디 문화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열린 형태로 함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장르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인디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Q. 이번 BIC에서 조직위원장으로서 가장 힘쓰고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주성필
=올해 특별히 힘을 쓴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인디 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컨퍼런스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디 게임만을 위한 컨퍼런스가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예산과 노력을 들여 좋은 연사들을 모셨다. 이는 인디 개발자들의 오랜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둘째는 전시 규모의 확대다. 작년보다 더 많은 대학, 기관, 그리고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시작 외에 퍼블릭 부스를 강화하여 참여 기회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이다. BIC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지도와 브랜드 권위가 매우 중요하다. 올해는 총 41개국에서 592개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최종적으로 32개국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특히 리투아니아, 아르헨티나 등 서구권 작품들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며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메리카의 인디 개발자들도 BIC를 찾을 정도가 됐다.


Q. 컨퍼런스를 상설로 운영할 계획이 있는가? 장소는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가?

주성필
=컨퍼런스는 상설로 진행할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장소나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행사 기간 중 또는 전날으로 할 지에 대해서 미래의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참석자들의 만족도와 피드백을 받은 후 결정할 예정이다.


Q. 관람객 유치와 편의를 위한 고민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주성필
=개발자와 유저 모두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올해는 B2C 기간을 금요일부터 시작해 하루 더 늘렸다. 유저들이 더 많은 게임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대한 것이다. 또한, 편안한 관람을 위해 티켓팅 시스템에 신경 쓰고 있으며,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구글 플레이 유저들을 위한 초청권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람객 편의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 티켓팅 시스템 등 여러가지 편의성도 늘려나가겠다고 한다.

Q. 지스타처럼 철도 할인 같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 있는가?

주성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아직 지스타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여러 방안을 강구해보겠다. 다만 전용 버스 운영 등은 아직 소규모 행사라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


Q. B2C 기간을 하루 늘렸지만, 오후 1시부터 시작이라 체감상으로는 짧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주성필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재정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BIC는 부스를 판매하는 상업적 전시회가 아니라, 부스와 전시 공간, 숙박까지 지원하는 구조다. 벡스코 대관료 등 비용 문제로 최소한의 시간으로 세팅하고 운영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 행사가 더 성장하고 재정적으로 안정되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


Q. BIC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3년 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있는가?

주성필
=아직 구체적인 문서로 정리된 계획은 없다. 현재 동아시아권 네트워크는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고 생각한다. 서구권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지스타 사무국과의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라인을 통해 인디 게임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지스타 역시 인디 산업 활성화에 의지가 있어 긍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최근 인디 게임의 장르나 플랫폼 트렌드는 어떻게 보는가?

(서정국 국장 답변)
=지난 10년간의 BIC 통계 자료와 컨퍼런스 세션을 비교해보면, 특정 플랫폼이나 장르가 변한다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게임 개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과거 모바일 중심에서 PC 기반 게임으로 많이 옮겨왔다. PC 단독뿐만 아니라 PC와 핸드헬드, 콘솔을 아우르는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성필
=추가로 앞으로는 AI 활용이 인디 게임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사운드, 그래픽, 코딩 등에서 AI를 활용하면 개발의 허들이 낮아져 더 많은 개발자가 유입될 것이다. 이는 곧 개발자 풀의 확장과 작품 수의 증가로 이어져, 인디 게임 생태계 전체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 같다. 그러면 콘텐츠 생태계 자체가 더 빠르면서 투자 환경들이 더 나아질거라 보고 있다.


Q. 올해 슬로건 'Match Your Indie Spirit!'에 대한 현장 반응이 좋다. 슬로건은 어떤 과정으로 선정되었는가?

(서정국 국장 답변)
=우리는 매년 행사 3일간 개발자와 유저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 행사 종료 후 모인 의견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결을 맞춰 후보들을 추린다. 그중 '인디 스피릿'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몇 년간 논의해왔고, 올해 이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하자는 내부적인 합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Q. 꾸준히 인디게임을 지원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인디 게임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견해가 궁금하다.

주성필
=게임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 때문이다. 특정 장르나 플랫폼으로 쏠리는 현상은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한다. 인디 게임을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게임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산업 전체가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인 일이라고 확신한다.



▲ 올해 BIC는 유사한 장르끼리 부스들이 모여있었다.

Q. 작년과 달리 부스를 장르별로 그룹핑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주성필
=두 가지를 고려했다. 첫째는 개발사 간의 네트워킹이다. 비슷한 장르의 개발사들이 모여 소통할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둘째는 유저의 편의성이다. 모든 게임을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르의 게임들을 한곳에서 집중적으로 플레이해볼 수 있도록 하여 관람 편의성을 높이고자 했다.


Q. 전임 위원장은 BIC를 부산국제영화제처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주성필
=후임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말인 것 같다(웃음). 현실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만큼의 '규모'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규모가 아닌 '권위'에 있어서는 영화계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지는 위상만큼 BIC의 권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Q. 마지막으로 BIC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성필
=조직과 행사가 처음 만들어진 취지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IC는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 아래, 인디 게임을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이 초심을 잃지 않고, 개발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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