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세븐'의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를 지난 7월 9일부터 사전예약을 개시하며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카오스'로 인해 멸망한 세상을 수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들을 그려낸 수집형 RPG로, 극도로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관과 로그라이크 덱빌딩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로그라이크 덱빌딩에 캐릭터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트라우마가 발현하는 '붕괴' 시스템 등 최근 간소화되고 있는 수집형 RPG와 다른 길을 제시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여기에 시즌제 운영까지 또다른 도전을 예고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과연 언제, 어떤 모습으로 유저들에게 등장하게 될까? 슈퍼크리에이티브의 김형석 대표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차별화 포인트는 로그라이크 덱빌딩과 절망의 하드코어함"
Q. 라이브 서비스 수집형 게임인데 로그라이크, 덱빌딩이라는 코어한 장르를 도입한 것이 인상깊었다.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고, 이런 방향성을 잡은 건 언제쯤부터였나?
김형석 = 개발을 처음 시작했던 때가 4년 반 전쯤이었을 거다. 지금의 모습으로 비주얼라이징을 확립한 것은 2년 반 정도 전의 일이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지금까지 왔다.
Q. 지난 7월 9일부터 사전예약을 진행했는데, 출시 일정은 언제쯤으로 잡고 있나?
김형석 = 올해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
Q. 로그라이크 덱빌딩을 주목하고 접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형석 = 앞서 말한 것처럼 로그라이크 덱빌딩은 하드코어한 장르가 맞다. 그래서 오히려 그 장르를 모바일에 맞춰 라이트하게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었던 기원을 돌이켜보자면, 개발팀 멤버들이 슬레이 더 스파이어 같은 로그라이크 덱빌딩을 3년 이상 쭉 점심 시간에 틈틈이 하더라. 콘텐츠가 빠르게 많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게 아닌데도 매번 그렇게 쭉 이어서 하는 걸 보다 보니 이 포맷이 기틀이 잘 잡히면 20년, 30년 이상 쭉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양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바일이니 접근성은 높이고, 게임의 재미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드코어한 맛을 버렸다고 하면, 그건 아니다. 실제로 그 매운맛을 적나라하게 즐길 수 있는 하드코어 모드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Q. 하드코어 모드의 그 매운맛이 어느 정도인가?
김형석 = 하드코어 모드의 지향점부터 말하자면, 로그라이크 덱빌딩, 그리고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세계관과 컨셉을 극대화한 모드다. 우선 캐릭터가 몬스터에게 당했을 때 데스 연출도 있는데, 이 연출은 하드코어 모드에서만 볼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전투에 돌입하면, 전투에서 나갈 수가 없다.
모바일 게임을 할 때 통상 스테이지가 막히면 그냥 전리품이나 행동력도 다 포기하고 나가는 옵션이 있지 않나. 그런데 하드코어 모드는 그마저도 안 된다. 몬스터가 싹 다 캐릭터들을 죽이거나, 혹은 캐릭터들이 그 몬스터들을 다 죽이고 돌파하느냐 둘 중 하나다. 물론 전투에 돌입하면 그렇다는 거고, 전투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는 해당 탐사를 중간에 포기하고 긴급귀환을 하면 그때까지 클리어했던 기록은 가져갈 수 있게끔 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 유저라면 이런 점들을 번거로워 할 테지만, 취향인 유저층은 확실하게 즐기리라 기대하고 있다.
물론 하드코어 모드에 어드밴티지는 있다. 로그라이크 플레이 이후 그때 획득한 카드나 버프 등이 세이브 데이터로 저장되어서 다른 콘텐츠에서 쓸 수 있는 것이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특징인데, 하드코어 모드로 하면 기록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증가한다. 즉 더 좋은 세이브 데이터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게 엄청 차이가 나지는 않고, 엔드 콘텐츠를 파고드는 유저들이 플러스 알파를 위해서 도전하는 요소로 보면 될 것 같다.

Q. 하드코어 모드는 안 고르면 된다지만, 캐릭터들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하는 '붕괴' 시스템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쇼케이스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공개할 때부터 눈에 띈 시스템이었는데, 이 부분까지 구현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형석 = 로그라이크 덱빌딩 방식인 카오스 모드가 콘텐츠의 핵심인 만큼, 당연히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게임플레이는 어느 정도 긴 호흡을 가져가고 있다.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재미 요소는 조금씩 빌드업하면서 강해지는 과정을 체감하는 것인데, 비교적 정적인 양상이라서 이를 단순 반복하면 비슷비슷한 느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변수, 킥, 도파민으로 넣은 것이 붕괴 시스템이다.
단순히 시스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게임 컨셉 측면에서도 처음부터 고려했던 파트이기도 하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세계관부터가 굉장히 절망적이고, 그곳에서 캐릭터들은 파괴적인 디자인의 몬스터들이 드글거리는 전장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요원들이 멀쩡하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 착안해서, 좀 더 컨셉에 맞춰서 준비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마련한 게 붕괴 시스템이다.
Q. 세계관과 스토리가 굉장히 다크할 뿐만 아니라, ‘붕괴’ 시스템 등 캐릭터들의 매운맛이 상당히 강조된 구성이다. 그런 다크한 세계관을 강조하다보면 캐릭터들이 일괄적으로 어두워질 염려가 있는데,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형석 = 실제로 세계관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개성 표현의 폭이나 자유도가 확실히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서브컬쳐에 기반을 둔 만큼, 캐릭터의 개성을 처음부터 막지 않는다는 것부터 확실히 했다.
좀 더 적나라하게 핵심을 말하자면, 각 캐릭터의 개성을 먼저 표현하되 그 캐릭터가 절망에 빠져 망가지는 과정을 그려내자는 쪽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세계관은 극도로 절망적이고 다크하다. 그 절망과 어둠을 마주하면서 자기 자신의 개성과 성격을 쭉 유지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고, 그런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자는 게 이 게임의 핵심이다.
그런 딥다크한 세계에서 캐릭터들이 개성을 유지하는 게 어찌 보면 말이 안 된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절망은 전투하고 탐사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부분이고 그 전후로 지내게 되는 함선 내부는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나름 복지를 잘 챙겨줘서 일상을 보낼 수도 있고, 또 정신적인 고통을 어떻게든 케어하면서 다시 나아갈 수 있게끔 설비들이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함선에는 캐릭터들이 얻는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그곳에서 유저들은 각 캐릭터와 대면하고 상담하게 되는데, 선택지에 따라서 그 캐릭터의 치료가 잘 되거나 혹은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그 선택지의 바리에이션 폭이 상당히 큰데, 때에 따라서는 상냥하게 하거나 혹은 정신차리라고 엄하게 꾸짖고 충격요법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아예 치료가 안 될 정도로 트라우마가 쌓였거나, 혹은 비용 때문에 '기억 소거'를 선택하게 되는 일도 있는데, 기억 소거를 하면 그간 그 캐릭터를 플레이하면서 누적되었던 세이브 데이터가 소멸된다. 그런 페널티가 있는 대신 비용이 들지 않는 방식이다.
이렇듯 인간성이 결여된 행동부터 인간적인 배려까지 유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선택의 폭이 넓은데, 이를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플레이할지 기대하고 있다.



"루틴은 짧고 간결하게, 시즌 업데이트는 9주 간격으로 준비 중"

Q. 로그라이크 덱빌딩이라는 장르 자체가 플레이타임이 좀 긴 장르인데, 실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일일 퀘스트 및 주간 퀘스트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김형석 = 잘 만든 게임은 분재로도 플레이할 수 있고, 열심히할 때 풍성하게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또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조율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루틴 플레이타임이 점점 더 짧아지는 추세인 건 분명한 것 같다. 한두 판 돌리면 끝나는 그런 수준까지 왔고, 중국 대형 오픈월드 게임마저도 일일퀘스트 등에 소요되는 플레이타임을 확실히 줄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반복되는 부분에서 시간을 늘리지 않고, 일일 퀘스트 즉 기본적인 일일 던전이나 그런 건 최근의 서브컬쳐 게임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설계했다.
그렇게 루틴을 휙휙 돌릴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인 로그라이크 덱빌딩 형태의 '카오스 모드'의 경우, 파고들기 요소를 더해서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부분도 마련하고 있다. 카오스 모드는 기본적으로 행성과 지역을 로그라이크 덱빌딩 형태로 탐색하면서 보상을 챙기고 세이브 데이터를 획득하는 콘텐츠인데, 그 랜덤성을 극도로 끌어올려서 정통파 로그라이크 덱빌딩 못지 않게 준비한 모드도 있다.
해당 모드에서는 다양한 옵션의 보상이 등장하는 건 물론, 여기서는 신의 권속 혹은 코덱스라는 것도 등장한다. 신의 영향을 받은 그 구역에서는 여러 유니크한 랜덤 이벤트가 발생한다. 미니게임에서 보상을 획득하거나 혹은 특수한 몬스터와 전투하는 등 그 랜덤함의 폭이 넓다. 이렇듯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본연에 좀 더 치중해서 파고드는 그런 맛을 살리고자 했다.
Q. 덱빌딩이라는 장르 자체가 전략적인 빌드업이 핵심인 장르인데,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만의 전략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추가했나 궁금하다.
김형석 =그보다 가장 먼저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진입 장벽 중 하나가, 텍스트를 쭉 읽어야 한다는 점 아닌가 싶다. 로그라이크라는 카테고리로 엮여있어도 탕탕특공대 캐주얼 슈팅 계열을 떠올려보면, 대강 선택해도 시각적으로 바로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식으로 적을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나.
그런데 덱빌딩은 텍스트를 읽고 해석해서 사용을 해봐야 하는, 즉 시각적으로 바로바로 볼 수 없는 난제가 있다. 게임 이해도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그런 텍스트들을 읽고 맞춰서 플레이해야 한다면 너무 어렵지 않나 싶다. 그래서 처음에는 번뜩임이라고 해서 아이디어 형태로 갑자기 스킬을 획득하는 식으로 빠르게 기본적인 사항을 빌드업하게 된다. 그 뒤에 조금 더 나아가면 유저가 익숙하게 사용했던 카드가 업그레이드되는 분기점들이 등장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제시하는 형태로 준비했다. 아무래도 완전히 새로운 카드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주로 쓰던 것이 어떻게 업그레이드되는지 읽었을 때 유저들이 더 쉽게 이해할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여기에 앞서 말했던 '코덱스'도 포인트다. 게임 플레이하다가 코덱스에 돌입했을 때 신의 능력이 카드에 입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엘리트급 이상 몬스터를 처치하면 일정 확률로 그 몬스터의 스킬을 습득할 수도 있다. 이렇듯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기본에 다양한 요소를 보완해서 유저들이 차근차근 재미를 알아가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Q. 지난 쇼케이스에서 소개된 캐릭터 중에 전작 ‘에픽세븐’을 플레이한 유저에겐 굉장히 낯익은 얼굴도 보였는데, 전작의 캐릭터와 동일 인물인가? 또 에픽세븐과 세계관이 이어지거나 혹은 관련성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형석 = 연관성은 없다. 다른 서브컬쳐 작품에서도 세계관이 다른데 동일한 디자인과 이름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례가 있지 않나. 그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보면 되겠다.
여담이고 또 시일이 지나서 하는 말이지만, 에픽세븐 출시 초에 메인스토리 중간중간에 '이계의 틈'이라는 곳이 있지 않았나. 그 틈을 지나면 이상한 폐허로 가는데, 그 폐허가 멸망한 지구였다 이런 이스터에그적인 설정도 있었다. 실제로 배경을 자세히 빅벤 잔해 등, 여러 가지 단서를 넣기도 했었으니까. 그렇게 지구를 비롯해 멸망한 세계들을 탐사하는 그런 것들이 그때도 있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이런 건 에픽세븐 개발 초 그리고 출시 초에 생각했던 방향이었고, 이런저런 일과 업데이트를 겪은 지금 에픽세븐의 방향성은 상당히 달라진 상태다. 다시 돌아와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캐릭터나 세계관에 대해 말하자면, 에픽세븐과 밀접한 연관성은 없다. 다만 에픽세븐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로망을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런 차원에서 이런 요소들이 등장한 거라고 봐주면 되겠다.
Q. 전작 얘기가 나온 김에 묻자면, '에픽세븐'은 PVP 비중이 높은 게임이지 않았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어떤가?
김형석 = PVP는 없다. PVE 중심이다.
Q. 시즌제 운영을 예고했는데, 캐릭터 외에 그 캐릭터의 덱을 완성할 스킬 카드, 장비는 어떻게 획득하고 또 어떤 식으로 시즌이 운영이 될지 궁금하다. 또한 시즌의 간격은 어느 정도로 잡고 있나도 묻고 싶다.
김형석 = 한 시즌의 간격은 기본적으로 9주 단위로 설계하고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신규 스킬 카드 및 몬스터 카드, 그리고 '운명' 빌드도 새롭게 제시되며, 시즌 전용 파워 등 메타를 전반적으로 바꾸기 위한 업데이트가 진행된다. 아울러 매 시즌 단위별로 그 시즌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단순히 신규 캐릭터를 선보이는 정도를 넘어서 이처럼 큰 변화를 주는 만큼, 시즌 간격은 통상보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설계했다.
9주 단위긴 하지만, 실제로 3주 단위로 세 번씩 나눠서 보여주는 식이다. 보스나 도전 콘텐츠들이 3주 단위로 운영되고, 또한 메인 시나리오도 3주마다 1장씩 추가된다. 1장을 화로 따지면 8~10화 정도 분량이며, 메인 스토리 외에 서브 스토리까지 포함하면 15화 정도 분량이다. 그리고 메인스토리는 풀더빙으로 준비하고 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핵심은 극한의 절망을 딛고 피는 사랑"

Q. 플레이 화면에서 인게임 캐릭터 스프라이트는 SD로, 스킬 연출은 LD와 애니메이션 연출을 더하는 등 이원적인 구조가 눈에 띄었다. 이러한 연출 구조를 통해 어떤 효과를 얻고자 했나 궁금하다.
김형석 = 우선 게임플레이 화면에서 SD를 선택한 이유부터 설명해보겠다. 로그라이크 덱빌딩은 카드를 어느 정도 빌딩이 완성된 순간부터는 순식간에 여러 장을 내고 순환하면서 각종 효과 혹은 조건을 발동해 적을 빠르게 처리해나가는 속도감과 타격감이 생명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LD 캐릭터로 풀어내려니까 빠른 템포를 만족스럽게 보여주기가 어렵더라. 카드를 빠르게 내고 효과 발동할 때의 그 템포대로 움직임을 구현하니까 촐싹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퀄리티에 집중하자니 게임플레이나 템포가 죽어버릴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카드 게임 플레이 템포에 맞춘 연출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기본은 SD로 잡았다. 그렇지만 SD만으로는 강력한 기술의 박력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는 LD 연출을 넣어서 강조했으며, 더 나아가 초필살기나 각성은 애니메이션으로 그 위력과 박력을 한층 더 강조하는 식으로 톤앤매너를 설계했다.
SD, LD에 대해서만 얘기했는데 실제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에서 한 캐릭터에 투입되는 리소스는 훨씬 더 방대하고 디테일하다. 대화씬에 쓰이는 포트레이트 이미지는 물론이고 스킬 연출용으로 따로 여러 포트레이트가 구비되어 있다. 앞서 트라우마에 걸린 캐릭터의 심리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때 쓰이는 캐릭터의 정면 일러스트가 별도로 제작되어있다. 물론 감정과 심리에 따라 표정 변화도 다 구비해뒀다. 그외에도 캐릭터와 호감도가 높아지면 생기는 특전 일러스트는 물론, 붕괴 상태일 때의 포트레이트에 캐릭터 스토리인 '트라우마 코드'에서 배드 엔딩 이미지까지 그 리소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담이지만 '트라우마 코드'의 배드 엔딩은 상당히 처절하다. 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다만 아무래도 어두운 스토리에 거부감이 있는 유저층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긴 하다.



Q. 서브컬쳐 게임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어필하느냐도 중요한 포인트인데,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형석 =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그간 서브컬쳐 게임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키워드, 고통, 상실, 결함 등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전황, 기억을 소거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서 격하게 느끼는 감정 등등. 그 상황에서 유저가 그 캐릭터를 더 사랑하고 아끼면서 극복해나갈지, 아니면 기억도 소거하고 차갑게 승리만을 위해 나아가야 할지 고뇌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격동적인 감정의 낙폭이나 표현이 그간 모바일 게임 IP에서는 상당히 적은 느낌인데 이 부분에서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유저들이 직접 체험해보길 바라고, 좋은 시선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런 유형이 어설프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두운 이야기 자체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데, 단순히 꿈도 희망도 없이 절망만 반복되면 더더욱 보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어둠과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 이를 통해서 일어나는 인간찬가 그런 것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 캐릭터들이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다 같이 희망을 노래하는 등, 그 절망을 딛고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들을 중간중간 조명하고자 한다.
Q. 한편으로 배경에도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효과가 바로 체감이 안 되는 부분까지도 방망이 깎듯 깎은 정성이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의도로 그렇게까지 한 건지 궁금해진다.
김형석 = 일단 배경부터 먼저 말하자면, 2D라는 제약 속에서 좀 더 몰입감 있는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능동적인 광원 및 그림자 처리, 빛 반사, 물 비침이나 환경 요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를 포착하는 등등 다양한 부분에서 R&D를 거쳐서 캐릭터와 배경이 이질감 없이 녹아들면서 좀 더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구도를 연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게 된 건, 그간 여러 서브컬쳐 2D 게임 레퍼런스를 찾아보는 동안 환경과 캐릭터의 구분감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배경은 잘 만들게 되면 대체로 실사풍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서브컬쳐 게임에서는 그 디테일을 살리면 살릴수록 캐릭터와의 이질감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보통은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하거나 아니면 구분감을 감수하는 편인데, 우리는 도전해서 더 몰입감 있는 구도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소소한 부분까지 공을 들이며 리소스나 디테일을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단순히 다른 게임에도 있으니까 나도 한다 이런 건 아니다. 3D는 원소스 멀티 유즈가 되지만, 2D는 그걸 다 하나하나 마련해야 하는 방식 아닌가. 멋진 포인트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면, 그 하나하나를 다 마련하면서도 소소한 것까지 집요하게 놓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요즘 서브컬쳐 게임이 전반적으로 퀄리티도 올라갔고, 유저의 니즈 또한 높아지지 않았나. 그 니즈를 충족하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면 꼭 필요하다고 보았다.





Q.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그리고 유저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지 그 핵심을 꼽자면?
김형석 = 캐릭터들과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랑을 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김형석 = 말 그대로 영혼을 다해서 만들었다.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