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크리에이티브의 신작 수집형 RPG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가 오늘(27일), 홍대 WDG 스튜디오에서 미디어 초청 시연회를 진행했다.
작년 말 AGF부터 로그라이크 요소와 절망적인 상황에 트라우마를 겪고 실패하는 과정까지 여과 없이 보여줬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최근 쇼케이스를 통해 로그라이크 덱빌딩, 몬스터에게 죽는 장면도 처절하게 보여주는 페이탈 시스템까지 하드코어함을 더욱 강조해왔다. 최근 점점 부담감을 낮춰나가는 수집형 RPG와는 다소 다른 방향인 만큼, 어느 정도로 그 '코어함'을 준비했을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열린 이번 시연회에서는 챕터 1까지의 분량과 전반적인 콘텐츠의 개요를 훑어볼 수 있었다. 글로벌 서버를 선택하면 일본어로, 한국어 서버로 선택하면 한국어로 시연이 가능했다. 그 설명을 듣기 전에 글로벌 서버로 시작해버려서 음성은 일본어 음성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게임에 진입하면 주인공이자 유저의 분신인 함장이 의무실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고, 의료진과 간단한 대화 이후 바로 회상과 함께 튜토리얼 스테이지로 진입한다.이 과정이 로그라이크 덱빌딩 형태로 쭉 이어지면서 튜토리얼이 전개, 기초적인 용어와 게임플레이 방법을 설명하는 과정이 짤막하게 이어진다.

얼핏 보면 평범한 모바일 수집형 RPG의 절차지만,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기본 캐릭터 스킬 카드들은 초반 단계부터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치료와 행동력 회복에 특화된 '미카’, 공격과 스트레스 감소의 밸런스형인 '레이', 추가타 카드를 활용해 서순을 잘 짜맞춰 특수 효과를 유발하는 ‘오웬’까지, 각 캐릭터마다 덱의 특성은 물론 각각의 덱을 잘 조합해서 시너지를 내는 재미까지 초반 단계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극초반 튜토리얼을 지나서 또다른 캐릭터 ‘트리사’가 합류하면서부터 그 기조는 확실해졌다. ‘트리사’는 적에게 고통 스택을 쌓아서 지속 피해를 입히거나, 혹은 그 고통 스택을 격폭시켜서 적에게 큰 피해를 주는 캐릭터다. '미카'의 행동력 회복 카드와 조합해서 고통 스택을 쌓는 카드를 최대한 많이 내고, 마지막에 결정타로 고통 스택을 터뜨리거나 고통 스택이 쌓인 만큼 피해를 주는 카드로 마무리를 하는 식의 콤보가 초반부터 이어졌다. 여기에 적 체력바 옆에 있는 약점 속성을 공략, 추가 피해로 빠르게 마무리하는 묘미도 있었다.



물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행동력 포인트와 ‘서순’도 중요했다. 스택이 부족하거나 그외 조건이 충족하지 않으면 특수 효과들이 발동하지 않고, 그 스노우볼로 콤보가 끊기면서 전투 템포가 상당히 느려졌기 때문이다. 일부 엘리트 구간에서는 상당히 위력적인 패턴들이 초반부터 보였는데, 튜토리얼 단계임에도 긴장감을 주기엔 충분한 정도였다. 다만 로그라이크 덱빌딩이 으레 그렇듯, 몬스터를 클릭하면 다음 행동과 캐릭터들에게 줄 피해, 디버프 효과를 디테일하게 볼 수 있어 이 장르에 익숙한 유저라면 비교적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체력바는 파티원 전체가 공유하며, 파티원이 전멸하지 않는 한 캐릭터는 전장에 남아있기 때문에 한두 번 방어에 실패했다고 파티가 삐걱거리는 일은 드물었다. 다만 스트레스 수치가 극도로 쌓이면 트라우마가 발현하면서 붕괴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체력 못지 않게 스트레스 수치 관리도 중요했다. 붕괴 상태에서는 트라우마 카드들이 덱에 있으며,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전투에 지장이 생긴다. 반면에 트라우마 카드를 빠르게 처리하면 일종의 각성기인 에고 스킬의 코스트가 급감, 에고 스킬을 바로 발동해서 전투를 더욱 원활히 이끌 수 있었다.


에고 스킬은 행동력 포인트가 아닌, 좌측에 있는 별도의 에고 포인트를 사용했다. 에고 포인트는 전투를 하면서 누적되고, 이를 활용해서 에고 스킬을 쓰거나 요원들이 장비한 일종의 아티팩트인 파트너의 스킬을 사용해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
이런 확정적인 요소 외에도 턴이 시작될 때 낮은 확률로 일부 카드에는 '번뜩임'이 부가되는데, 그 번뜩이는 카드를 사용하면 3개의 특수 강화 효과 중 하나를 골라서 카드에 적용할 수 있었다. 번뜩임 효과는 스토리 혹은 로그라이크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동안 유지되며, 종료 후에 세이브 데이터 즉 덱 세트에도 남아있었다. 그외에 장비나 획득한 카드들이 세이브 데이터에 남는 만큼, 더 좋은 세팅을 확보하기 위해 소위 인자작하듯 깎아가는 플레이 루틴을 초반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카제나는 이러한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기본기를 갖추면서도, 모바일 수집형 RPG의 기본 루틴을 잊지 않았다. 스토리와 카오스 탐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일 던전이나 전투 챕터는 각 캐릭터의 이전 세이브 데이터를 인자나 장비처럼 장착한 뒤 통상의 턴제 웨이브 클리어식으로 전개된다.
일종의 일일 던전인 '시뮬레이션'은 각종 성장 재화나 파트너, 잠재력 등 다양한 재화 던전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초반에는 성장 재화 던전만 확인할 수 있었으며, 반복 소탕 대신에 행동력을 한 번에 여러 차례 중첩 사용해서 보상을 한꺼번에 받는 식으로 번거로움을 줄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일일퀘스트는 행동력을 쓰지 않고도 스토리만 한두 번 밀어서 몬스터를 처치하면 끝날 만큼 달성 조건이 널널했다. 시연에 앞서 하루 10분 내로 숙제를 끝낼 수 있을 거라 호언장담했는데, 튜토리얼을 막 마친 단계에서도 소위 '숙제'에 대한 부담은 줄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극한의 절망'이라는 테마도 극초반부터 조금씩 드러났다. 튜토리얼에서 파티원이 한 번 전멸하거나 패퇴하는 건 모바일 게임에서도 흔한 구도지만, 카제나에서는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게 달랐다. 기껏 스트레스 수치 누적하면서 번거롭게 하는 엘리트몹 하나 잡았더니, 그 시체를 한 입에 삼키는 거인이 뒤이어 등장하는 장면을 추가해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실제로 두 턴 정도 필사적으로 공격한 뒤에는 거인이 동료 한 명을 움켜쥐자마자 바로 피를 산산이 흩뿌리며 터져버리는 연출이 여과 없이 등장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짤막하게 나오긴 했지만, 동료가 그런 식으로 허망하게 죽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건 그간 서브컬쳐 게임에서 드물었기 때문에 머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게임에서 보게 될 페이탈 연출은 그렇게 직접적인 장면 대신 SD에 맞춰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 장면을 보고 나서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게 길게 봐서는 옳은 선택이었다. 연출이 고어하다거나 그런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어떻게 정이 들었던 캐릭터가 그런 식으로 허탈하게 원형도 못 찾아볼 만큼 망가지는 꼴을 보는 게 상당히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물론 죽지는 않고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은 채로 함선에 복귀한다고 하지만, 극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연출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다소 충격이었다.
그런 경험을 해서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동료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편성해서 로그라이크 덱빌딩 콘텐츠로 들어가면 일종의 하드코어 모드인 '딥 트라우마 모드'로 게임이 전개된다. 이미 설명으로 들었을 때부터 하드코어했던 만큼, 이 부분을 혹시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유저들이 들어갈지 몰라 시작 전에 경고문을 크게 적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부분까지 확실하게 플레이하기에는 시연 시간이 부족해서 미처 확인할 수는 없었다. 스토리 모드는 스킵 버튼은 있지만 잠겨있었고, 초반 튜토리얼이 상당히 긴 편이라 나머지 부분은 훑어보는 정도로만 전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편, 시연 버전에서는 캐릭터 뽑기인 '구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금색이 4성이고 프리즘 효과가 섞인 보라색이 5성이었다. 캐릭터 뽑기 외에도 스킬 카드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더해주는 '프리즘 카드' 뽑기도 있었다. '프리즘 카드'는 마치 하스스톤의 황금 카드처럼 성능과 관계 없는 꾸미기 요소였다. 픽업 뽑기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으나, 상시뽑기에서는 70회 안에 상시 5성 중 하나를 획득하게끔 천장이 설정됐다.

이외에도 함선 내에 여러 시설이나 방주 안에 도시 설비까지 여러 콘텐츠의 이름은 볼 수 있었으나, 이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1챕터 스토리를 다 클리어한 이후에도 전투 챕터까지 클리어해야 열리는 콘텐츠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혹은 스토리 2챕터를 클리어해야만 열리기 때문에, 시연 단계에서 이를 다 확인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로그라이크 덱빌딩과 수집형 RPG의 간단한 루틴, 그리고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어찌저찌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의 맛은 확실했다. 갑자기 등장한 실눈캐 하나가 초반에 나타난 괴상한 거인을 처리했을 때는 좀 순한 맛으로 가나 했더니, 1챕터 마지막에는 제국이라는 또다른 세력이 말도 안 되는 강짜와 어거지를 부리는 장면은 혈압은 올리고 희망은 좌절로 떨구기엔 효과적이었다. 카오스라는 절대적인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도 인류의 잔존 세력들이 콩가루 저리가라 하는 꼴인 걸 여과 없이 보여줬으니, 대체 어떻게 이를 돌파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렇게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중간중간 크리티컬이 떠서 원래 못 죽일 적을 한 방에 죽여버리거나 번뜩임으로 좋은 효과를 얻었을 때 혹은 신의 축복을 얻었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배가 됐다.



처음에 게임을 접했을 때 SD 캐릭터라서 다소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카드를 쓸 때는 LD로 꼬박꼬박 나오고 카드를 휙휙휙 던질 때마다 SD 연출이 빠릿빠릿하게 화려한 효과와 함께 터져나오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다만 자동으로 돌릴 때는 카드를 비교적 느릿느릿 내는 느낌이라 조금은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한 시간의 시연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오간 만큼, 오는 9월 18일 CBT를 통해 출시 전 마지막 점검에 나서는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가 과연 그 특유의 테이스트와 템포를 어떻게 쭉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