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 턴제 RPG, 육성시뮬레이션, 방치형까지 섞은 구성

게임플레이의 코어를 두고 보면 '스타세이비어'는 턴제 RPG입니다. 대부분의 메인 콘텐츠가 4인으로 구성된 파티가 스테이지에 진입, 행동 게이지와 속도에 기반해서 턴이 정해지는 친숙한 방식이죠. 각자 턴이 오면 상황에 맞춰서 궁극기나 특수기, 일반 공격 중 하나를 골라 쓰는 것까지도 그간 여러 차례 모바일 턴제 RPG를 통해서 보아온 구성입니다.
여기에 '스타세이비어'는 킥으로 다른 두 장르를 섞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우마무스메로 친숙한 파워프로식 육성시뮬레이션이죠. 당장에 최초 튜토리얼을 마치고 10연차까지 하고 나면, 바로 그 방식으로 전개되는 '여정'의 튜토리얼로 넘어가니까요. 우마무스메를 해본 유저라면 '인자' 대신 한 번 여정을 거쳤거나 혹은 중도에 탈락해버린 동료를 편성하고, 서포트 카드는 아르카나로 대체됐다고 생각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유형을 안 해본 유저를 위해서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스타세이비어'에서 여정은 캐릭터의 장비 중 핵심인 스텔라 아카이브를 얻기 위한 콘텐츠입니다. 자신이 그간 미리 육성한 캐릭터로 웨이브 클리어 혹은 보스를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거의 0부터 시작해서 육성 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종 과제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죠. 어떤 식으로든 여정이 끝나면 그때까지 육성한 기록을 환산해 일종의 장비인 '스텔라 아카이브'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스텔라 아카이브는 타 콘텐츠에 쓰이는 각종 스탯을 높여주는 건 물론이고, 여정을 시작할 때 동료로 편성하면 대상 캐릭터의 스탯을 추가로 높여주는 축복도 있습니다. 즉 스텔라 아카이브의 등급이나 효과, 스탯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육성 루틴을 갖추려면 여정을 그만큼 잘 마칠 필요가 있는 거죠.
여정은 스탯 종목별 훈련과 해당 콘텐츠에서만 사용되는 재화인 '오래된 주화'를 얻는 의뢰, 스태미나를 회복하는 휴식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됩니다. 훈련만 너무 하면 스태미나가 바닥나서 실패 확률이 높아지니 적절히 휴식과 의뢰를 섞으면서 컨디션을 관리, 평가전에 대비해야 하죠. 육성 중간중간 랜덤 이벤트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스탯이나 컨디션에 영향이 가기도 하고, 원정과 합숙 등 훈련 보너스가 주어지는 구간도 있어서 이 부분까지도 계산해서 여정을 수행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여정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평가전'은 턴제 전투로 진행되는데, 그 전까지 여정에서 얼마나 스탯을 잘 깎았느냐에 따라 전투 난이도가 달라지죠.


아무래도 육성 시뮬레이션 자체가 설명하기 쉬운 장르가 아니라서 복잡하게 느껴지는데, 스타세이비어의 여정은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쉬움' 난이도는 권장 스탯과 연관된 아르카나를 장착하고 권장 훈련과 휴식을 적절히 스태미나 보면서 하면 어지간해서는 클리어할 수 있게끔 했으니까요.
물론 인자작이니 이런 디테일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피말리기는 하지만, 그 단계까지 가려면 메인스트림의 콘텐츠 '작전'의 스테이지를 뚫어야 합니다. 여기부터는 방치형의 요소가 결합되었다고 보면 편합니다. 스테이지를 일정 단계 이상 뚫으면 자동으로 축적되는 보상량이 늘어나고, 그때그때 해당되는 콘텐츠가 해금되는 방식이니까요.



콘텐츠 자체는 모바일 게임의 루틴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각종 육성 재료를 파밍하는 던전 외에도 FGT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장비 던전, 스킬 레벨업 재화를 얻는 큐브 팰리스, 무한의 탑 같은 성간회랑 등 그간 모바일 수집형 RPG를 해왔던 유저들에겐 친숙한 것들이 조금 다른 이름으로 편성이 되어있죠. 또한 '본부'에서 캐릭터를 파견하거나 각종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서 스탯을 올리는 등, 방치형 RPG의 기본 루틴을 더해서 별의 구원자들을 이끄는 '단장'의 역할을 유저에게 각인시키는 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브레이크, 노바 버스트, 카운터 등으로 차별화한 전략성

어쨌거나 '스타세이비어'는 턴제 RPG가 코어인 만큼, 그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 게임과 다른지 훑어볼 필요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방식 자체는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공격 게이지와 속도에 따라 행동 순서가 행동 순서가 정해지고, 그 순서대로 일반 공격이나 특수기 그리고 공격기 중 하나를 쓰면서 주고 받는 일반적인 턴제의 양상이니까요.
여기에 속성별 상성 시스템까지 비슷하지만, '스타세이비어'는 강인도와 브레이크 시스템도 추가했습니다. 강인도 수치는 이를 깎아내는 특수 효과가 있는 공격 혹은 우위인 속성으로 공격할 때 깎이는 수치로, 이 수치가 0이 되면 '브레이크' 상태가 됩니다. 브레이크 상태가 되면 상태 이상 면역이어도 방어력 감소 상태가 되는 만큼, 극딜해서 잡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되죠. 그리고 브레이크를 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는데, 3개가 모이면 관측사 혹은 단장이 개입하는 특수 스킬 '브레이크 스킬'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광역딜 외에도 생명력 흡수 같은 유용한 버프도 제공하는 만큼, 적절히 사용하면 위기를 모면하는 한 수가 되기도 하죠. 추가 대미지뿐만 아니라 이런 시스템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그만큼 속성 상성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공격 혹은 스킬을 발동하거나 적에게 타격을 받으면 버스트 게이지가 충전되는데, 이 게이지가 일정 수치 이상 모이면 스킬을 강화하는 '노바버스트'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모든 스킬이 대상에 포함되지만, 각 캐릭터마다 노바버스트 효과가 잘 받는 스킬 종류는 다른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죠. 캐릭터들 대다수가 궁극기와 특수기 쿨타임이 5턴 이상인 경우가 많아서, 어느 타이밍에 이를 쓰느냐 혹은 무엇을 강화해서 쓰느냐에 따라 효율이 갈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혹은 브레이크 스킬 발동까지 한끝 모자랄 때, 일반 공격을 강화해서 강인도를 깎아버리고 브레이크 스킬을 발동하는 등 여러 가지로 응용할 수 있었습니다.
스킬 쿨이 전반적으로 긴 것 외에도 '카운터'라는 시스템도 눈에 띄었습니다. 적이 쓴 것과 동일한 유형의 스킬로 적을 공격하면 카운터 판정이 들어가서 추가 피해를 입히는 시스템이었죠. 예를 들어 적의 궁극기를 받고 난 직후 자신의 턴에서 궁극기를 쓰면 추가 피해가 들어가는 식입니다. 이는 PVE, PVP 다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스템이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적 몬스터의 공격을 더 강하게 받을 수도 있고, 혹은 더 강하게 돌려줘서 한 틱 싸움에서 확실하게 잡아버릴 수 있는 수가 되기도 했죠.


이러한 전략성을 꽤 어필하고 싶었는지, '스타세이비어'는 FGT에 이어 첫 CBT에서도 실시간 PVP를 강조했습니다. 전작 카운터사이드처럼 '건틀렛'이라는 이름을 채택한 스타세이비어의 PVP는 크게 비동기식 PVP인 전략전, 실시간 PVP인 랭크전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실시간 PVP인 랭크전은 픽밴이 있는 실시간 드래프트픽으로 진행됐죠. 즉 처음 단계에서 공통 밴을 하고 교대로 캐릭터를 각자 5명까지 선택한 뒤, 마지막으로 상대의 캐릭터 한 명을 배제해 각자 4인덱을 완성하고 대전에 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집형 RPG 중 실시간 PVP에 꽤나 공을 들인 서머너즈 워, 에픽세븐에서 많이 보이는 그런 유형이었습니다.
아직 유저들이 서로 육성이 다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확답하기는 좀 이른 상황이지만, '스타세이비어'는 속도로 선을 잡아서 쓸어버리는 구도를 상당히 경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카운터 시스템 때문에 속도 빠른 덱이 한 번에 못 잡으면 오히려 카운터 추가 피해 때문에 역으로 당할 확률이 꽤 있었죠. 원래 속덱이 선공을 실패하면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그 리스크를 한층 더 높여서 속덱 말고도 다른 덱을 다각도로 연구하게끔 시스템을 설계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아직 캐릭터풀이 다 갖춰지지도, 육성도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니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저 시연 첫 단계부터 CBT까지 실시간 PVP 지원에, PVP 스탯 보정 등 요소까지 도입하면서 턴제 RPG의 전략적인 재미를 PVP로 담아내고자 하는 개발진의 의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죠.



충분한 원인은 결과를 만든다,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스토리 빌드업

지금까지 수집형 턴제 RPG,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로서의 '스타세이비어'의 얼개를 살펴봤다면, 이제 서브컬쳐 게임으로서 '스타세이비어'가 어떤 느낌인지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스타세이비어의 스토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작중 캐릭터들은 공허체의 침공 그리고 이로 인해 예정된 파멸을 막기 위해 '별의 구원자'의 여정에 나선 인물입니다. 유저는 단장이 되어서 그들을 이끌어 나가게 되는, 그간 서브컬쳐 수집형 RPG를 접한 유저들에게 친숙한 구도가 이어집니다.
이 이야기를 '스타세이비어'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전개합니다. 아세라 일행이 멸망 앞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단장을 다시 찾아서 리셋, 예정된 파멸을 막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을 풀더빙이 있는 스크립트로 풀어낸 게 '메인스토리'죠. 그 다음에 있는 '작전'은 현재 곳곳에서 들이치는 공허체를 막기 위해 캐릭터들과 함께 전투에 나선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시공을 거슬러 작전에 함께 할 동료들을 만나 별의 구원자의 여정을 완료하고, 그렇게 해서 '스텔라 아카이브'를 확보해 파국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하는 '여정' 이 세 가지가 스타세이비어 스토리의 축이죠. 그 중 작전은 초반을 빼면 전투만 계속 전개되는 만큼, 큰 줄기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메인스토리'와 육성 과정에서 각 캐릭터의 과거와 배경을 알 수 있는 인연스토리 같은 '여정' 이렇게 전개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지점에서 개인적으로 개발사의 전작 '카운터사이드'에서 유저의 분신이자 주인공인 관리자의 철학이 떠올랐습니다. '충분히 쌓인 원인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세계를 거치며 처절하게 도전하고 빌드업을 쌓은 게 카운터사이드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이 구조를 메인스트림과 이벤트 스토리인 서브스트림으로 풀어왔던 것이 카운터사이드였다면, 이번 '스타세이비어'는 메인스토리와 이벤트 여기에 각 캐릭터와 유저의 유대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여정'으로 축을 보강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작 카운터사이드가 군상극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어반판타지로서 완성도는 높았지만,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유저와 캐릭터 사이의 거리감이 있었거든요.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간나쓰선' 같은 사례도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긴 했죠. 그나마 관리자가 자기 정체를 드러낼 수 없었던 이유를 시즌2에 걸쳐서 완성도 높게 풀어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각을 잡고 캐릭터 라인업을 설계한 게 눈에 띕니다. 국내에서 그간 3D로 잘 안 보여주던 체형까지 과감하게 채택한 것부터 시작해 정통파 히로인, 하라구로, 쿨뷰티에 갭모에, 엄격해보이지만 허당 등등 소위 모에 속성이라고 하는 것을 캐릭터별로 고루 잘 배치했거든요. 메인스토리와 달리 여정은 더빙을 지원하지 않지만, 각 캐릭터가 점차 유저의 분신인 단장과 가까워지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속내를 털어넣고 인연을 빌드업하는 과정이 대체로 꽤 달달한 편이었습니다. 대체로 클리셰적으로 흘러가기는 하는데, 이를 제대로 사용하면서 왜 검증된 맛이 무서운지 제대로 그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그 중에서 '갭모에'를 검증된 공식대로 확실하게, 달달하게 잘 풀어나간 게 눈에 띕니다. 쿨하고 엄격한 메이드장이 사실은 못말리는 스피드광에 폭주족 단장 출신이었다던가, 통증도 못 느껴서 감정 표현도 거의 없는 쿨뷰티 정장 미녀가 전대물 팬이었다던가, 엄근진 단장이 실은 갓 상경한 순박한 시골 소녀였다던가 등등. 어찌 보면 예상 가능한 갭인데, 그것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완급조절이 꽤나 잘 되어있었거든요.




여기에 중간중간 확정적으로 나오는 리사나 리세트 그리고 캔들 스퀘어 메이드들의 개그 파트까지 고려해서 캐릭터별로 여정 이벤트의 개그 파트 혹은 시리어스 파트를 잘 배분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툭 튀어나온 고민이나 갈등도 있긴 한데, 그것을 차근차근 해결하면서 서로 유대감을 쌓는다는 코어는 쭉 고삐를 잡고 있어서 밀당을 지켜보는 느낌으로 두근거리며 볼 수 있게끔 했습니다.
한 가지 더, 만일 개발사의 전작 '카운터사이드'를 했던 유저라면 메인스토리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의 여정 곳곳에 숨어있는 연결고리를 보자마자 바로 파고들기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저는 이번엔 리디아 여정 스토리를 스킵 없이 풀로 진행했는데, 얘가 무기로 쓰고 있는 책이 생각보다 엄청 위험한 물건이더군요. 탐식의 책이라는 이름에 공허의 핵 같은 위험한 것도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걸 봐선 아무리 생각해도 가아그셰블라의 파편에서 따온 느낌이었거든요.
거기에 그걸 사용하고 있는 리디아 본인부터가 순진무구한 외모와 달리 음험하고 겉과 속도 다른 데다가 뭐 하나에 꽂히면 그냥 들이받고 보는 애라 무슨 사고를 칠지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런 캐릭터가 서서히 자신을 향한 진심을 알아주면서 살짝살짝 변해가는 걸 보는 게 또 각별한 별미라서, 여정이 끝나고 나서 얘가 주역 중 하나가 될 서부 탈환대 스토리는 언제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아직 부족한 편의성과 볼륨, 높은 피로도

한편으로는 이번 CBT에서 '스타세이비어'가 안고 있는 리스크도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육성 시뮬레이션 방식 자체의 피로도가 눈에 밟힐 수밖에 없었죠. 스킵을 하지 않으면 통상 한 번 도는데 5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니까요. 이를 최대한 빠르게 스킵하면 15분 안쪽으로 끝나긴 해도 여타 수집형 RPG의 핵심 콘텐츠에 비하면 꽤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한 번 클리어했던 여정을 스킵으로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자율 여정'이 있긴 한데, 수동에 비해 효율이 좀 떨어져서 현 단계에서는 세팅 시뮬레이션이나 연구 정도의 의의만 있었습니다. 여정 자체가 스텔라 아카이브 외에 다른 재화는 그리 많이 주는 편이 아니라서 스텔라 아카이브 고등급을 못 받는 순간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정'도 처음에는 괜찮지만, 하면 할수록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주인공은 세상의 법칙 때문에 동반자들이 별의 구원자의 여정을 완성해서 스텔라 아카이브를 남기는 그 순간 퇴장할 수밖에 없거든요. 최초 튜토리얼처럼 캐릭터들의 기억에서도 잊히게 되고요. 그럼에도 희미한 추억을 안고 재회를 기약하는 게 처음엔 맛나긴 한데, 결국 다 그 엔딩이라 스토리의 힘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호감도 스토리를 넣는 등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을 했지만, 엔딩 전에 각 캐릭터마다 조금 더 차이를 주는 등 디테일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 캐릭터 여정의 주요 CG를 빠르게 감으면서 회고처럼 집어넣는다거나, 혹은 별도 CG를 넣는 식으로 말이죠.



여정 외에 다른 콘텐츠를 보자면, 육성에 필요한 재화 종류도 많고 일정 수준까지 행동력 대비 파밍량이 꽤 적은 편입니다. 캐릭터 레벨업에 아르카나 레벨업, 장비 강화, 스킬 레벨업, 캐릭터 공명까지 총 다섯 분야를 신경 써야 하는데 캐릭터 공명 재료는 랜덤으로 나오죠. 그래서 원하는 캐릭터의 공명, 즉 승급을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하기가 애매합니다. 더군다나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재료 수량도 상당히 짜게 주는 편이라, 행동력 대비 효율도 떨어져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으면 상점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카운터사이드에서 카운터 적성핵이나 장비 강화 재료 없어서 빌빌거렸던 초창기가 연상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콘텐츠를 제시하는 방식도 그냥 튜토리얼 툭 내던지는 느낌이라서, 라비스타 그리고 NOA라는 이 무대가 현 단계에서 와닿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니까 콘텐츠가 해금되어 있긴 한데, 그게 메인스토리나 여정과는 큰 상관이 없게 보이거든요. 물론 전작 카운터사이드와 연결고리가 느슨하게 있어서 이 부분을 캐치하는 사람들은 뭔가 있겠거니 싶은데, 그게 아니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냥 육성을 위한 단순 숙제고, 이곳만의 킬러 콘텐츠라는 느낌을 주기엔 뭔가 2%씩 부족한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CBT 단계라 스토리 볼륨이 전반적으로 부족해서 그런 것일 텐데, 출시 혹은 다음 테스트 때는 주인공과 캐릭터들이 활약하게 될 스타세이비어의 세계관에 대해서 유기적으로 제시할 준비도 갖출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주인공과 캐릭터의 유대감이나 앞으로 세계에 닥쳐올 위기는 충분히 설명됐지만, 그에 비해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는 단서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호감도 스토리 위에 외출하기라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으니, 과연 이 부분을 어떻게 채워줄지 한 번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편의성 부분입니다. 필요한 육성 및 개조 재화 종류도 다양한데 해당 재화를 획득할 수 있는 곳으로 바로 가는 창도 없죠. 캐릭터 스탯을 볼 때나 로비 구성도 상하좌우를 무조건 다 훑어보게 하는 동선이라 알게 모르게 상당히 번거로움이 느껴집니다. 장비를 교체할 때도 각 파트마다 일일이 클릭해서 팝업창 띄우고 다른 창으로 넘어가서 교체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이라 여러 장비를 동시에 바꾸기 굉장히 불편합니다. 하다못해 일괄 장착 기능이라도 빨리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까지 더해서 신경 쓸 게 많아진 만큼, 사소한 부분에서 뭔가 불편함이 누적되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할 테니까요.


저력을 보여준 '스타세이비어', 잘 다듬은 옥이 되기를

최근 몇 년 사이 서브컬쳐 게임의 퀄리티가 괄목상대란 말이 어울릴 만큼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소위 '덕심'을 챙기기가 상당히 힘들어졌죠. 레드 오션을 넘어 블러드 오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서브컬쳐 게임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반짝 언급되고는 묻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렇게 무관심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대표가 집문서를 걸고 물벼락도 맞거나, 아니면 버튜버로 데뷔하는 등 유달리 파격을 보여주고 있는 업계이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그 라인업에 이제 들어설 '스타세이비어'의 첫 CBT는 꽤나 저력이 느껴졌습니다. 멸망이 예비되어있는 아포칼립스물이지만 이를 너무 어둡지 않게 잘 풀어낸 스토리의 톤과 캐릭터와의 유대감을 살린 콘텐츠 구성, 서브컬쳐 게임에 관심 있는 유저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까지 적절히 갖췄거든요. 여기에 적절한 떡밥이나 암시까지도 미리 깔아둔 것들도 체감되면서, 과연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든 것도 큽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스타세이비어'는 아직 미흡한 부분도 눈에 띄긴 했습니다.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방식을 선택한 것에 비해 성장 구조나 재화 설계가 완벽히 자리잡지 못했고, 스토리와 연계된 콘텐츠 외에는 킬러 콘텐츠로서 매력은 다소 떨어지긴 하죠. CBT에서 등장한 적들 대부분이 고만고만한 상대들이라서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맛은 떨어졌거든요. 다만 총력전이나 차원대충돌 비스무리하게 보스 공략 같은 콘텐츠가 CBT에서는 해금되지 않은 만큼, 정식 출시까지 잘 마련해서 선보인다면 그 파트에서 어느 정도 보완이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이외에도 아직 완벽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상 체계나 그와 간접적으로 연결된 BM도 다소 불안한 감은 있습니다. CBT 단계에서는 계정 레벨업 보상도 없고, 업적이나 여타 다른 보상도 꽤 보수적으로 잡았거든요. 지금은 CBT라 한정 보상을 주는 식으로 보완했지만, 정식 출시 전에 좀 더 전반적인 보상 체계나 BM과 연결된 부분까지도 한 번 점검하고 정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런 불안한 점들을 개선한다면, '스타세이비어'는 쟁쟁한 서브컬쳐 게임들 사이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CBT 단계임에도 이런저런 익숙한 요소들을 활용해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이제 서브컬쳐 게임은 출시 직후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업데이트 로드맵으로 유저들의 관심을 붙잡는 것도 중요해진 만큼, '스타세이비어'가 이번 CBT의 피드백을 잘 가다듬으면서 출시 그리고 이후까지의 여정을 승승장구하며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