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게임 신박한데?'
카카오게임즈의 개발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좀비 서바이벌 '갓 세이브 버밍엄'에 대한 첫인상이다.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이제 막 프로토타이핑을 벗어난 알파 단계에 가까웠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 등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은 거칠기 짝이 없는 원석이라고 해야 할까. 제대로 다듬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만, 제대로만 다듬으면 제법 멋진 보석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갓 세이브 버밍엄'의 목표는 단순하다.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지만, 지옥도로 변한 마을에서 하루를 더 살아남는 것. 그게 전부다.
시연은 창고에서 눈을 뜬 플레이어를 비추면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척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상태다. 잔뜩 굶주렸을 뿐만 아니라 갈증까지 제법 있다. 일단 급한 대로 창고에 있는 날달걀을 먹으면서 어떻게든 배를 채우고자 하지만 허기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창고에 있는 건 방금 먹은 달걀이 전부. 좀비가 무섭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어봤자 굶어 죽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도 없다. 서둘러 붕대로 상처를 동여매고 문 앞에 있는 쇠스랑을 무기로 삼아 밖으로 나가 먹을 걸 찾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좀비들이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쇠스랑으로 찌르면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충분히 해치울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실전이라고. 온 힘을 다해 좀비를 찔렀건만, 당연하게도 몸통을 찔린 거로는 좀비는 죽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태로 더욱 몸을 찔러넣으며, 다가온다. 어떻게든 뿌리치고 다시 거리를 벌려서 다리를 먼저 노려서 쓰러뜨린 다음 머리를 떼어내 사실상의 확인 사살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저 느리게만 보이던 좀비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진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좀비들이 얼마나 끔찍한 괴물인지 다시 보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 그래도 배고픈데 괜히 좀비와 실랑이를 벌이느라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이제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이처럼 '갓 세이브 버밍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생존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선 먹을 것부터 체력, 건강 상태, 장비 전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갓 세이브 버밍엄'에서 좀비를 잡는 건 상책이라고 하기 힘들다. 좀비를 잡는다고 경험치를 얻는 것도 뭔가 쓸만한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어지간하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안 그래도 느려서 어지간하면 무리 없이 떼어낼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좀비가 꽤나 끈질기다는 것과 사방에 가득하다는 점이다.
시연 빌드의 경우 랜덤하게 생성되는 방식이어서 전부 처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해 줬지만, 그걸 떠나서 일일이 다 잡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다 처치해서 마을을 평화롭게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좀비 몇 마리를 잡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냥 최대한 안전하게 피해 다니면서 먹을 거나 챙겨서 살아남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갓 세이브 버밍엄'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좋은 장비를 얻는다고 해서 게임의 난이도가 낮아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대장간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운 좋게도 플레이트 갑옷 세트를 발견해서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좀비들을 참교육하려고 했으나 스탯이 낮은 상태에서는 돼지 목에 진주에 불과했다. 너무 무거워서 차라리 안 입는 것만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갑옷이 주는 로망을 포기하지 못해 어떻게든 써보려고 했으나 이렇게 척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 역시 쓰는 게 아니었다. 좀비 한 마리는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었는데 갑옷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지 금방 체력이 바닥났고 결국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었음에도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아쉽게도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장기적인 생존 요소는 담겨있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장기적인 생존 요소라고 한다면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런 걸 말한다. 허기와 갈증 등 생존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24시간 계속해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룻밤을 보내야 할 때 그저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문을 닫고 하루를 버텨야 하는지 아니면 집을 고른 후 판자로 창문을 막는 등 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없어서 못내 아쉬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주변에서 지켜보던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차현성 디렉터로부터 게임에 대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일까. 장기적인 생존 요소에 대한 질문에 차현성 디렉터는 낮에는 먹을 거나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은 후 안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하루를 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이번 시연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건 '갓 세이브 버밍엄'이 보여주고 하는 요소의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일단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저 살아남는 것. 점점 액션성이 가미되고 있는 요즘의 서바이벌 장르가 아니라 과거 서바이벌 장르가 추구했던 원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모습이다. 방향성은 나쁘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모션이라거나 신경 써야 할 많은 부분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과연 이 원석을 어떻게 갈고 닦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