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게임들의 기세가 그야말로 매섭다. 요 몇 년간, 해외 게임쇼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중국 콘솔 게임들의 실제 플레이 트레일러를 보며 놀라 본 경험, 다들 있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오공의 성공으로 중국 액션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도 많이 높아졌다.
S-게임의 팬텀 블레이드 제로 역시 그렇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SGF 플레이데이를 통해 데모를 공개하고, TGS, 게임스컴 등 거대 게임쇼에도 참가하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둡지만 멋들어진 느낌의 그래픽, 호쾌한 쿵푸 펑크 스타일의 액션은 데모를 플레이하고, 공개되는 영상들을 볼수록 더 높은 기대치를 이끌어냈다.
그런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26일과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규모 프리뷰 행사인 S-파티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는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새로운 데모 버전을 시연할 수 있었다.
시연은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올해 초 공개된 뱀의 해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었던 보스전을 비롯해 일부 맵을 경험할 수 있다.
액션 그 자체가 최고의 특징이자 강점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액션’ 그 자체다. 쿵푸 펑크라는 말에 딱 맞게,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선보이는 액션은 정말 호쾌하고, 스타일리시하다. 모션 뿐 아니라, 전투가 주는 손맛 자체가 그렇다.
1:1 전투가 아닌, 다수의 적이 등장하고, 이를 피하고, 막고, 피하다가 순간적으로 적의 방어를 무너뜨린 뒤 빠르게 콤보 키를 입력해 몰아치는 맛이 있다.
또한 적들은 기본 공격, 붉게 빛나는 공격, 푸르게 빛나는 공격을 하는데, 각 상황에 맞춰 붉은 공격은 회피로, 푸른 공격은 막기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을 맞출 경우, 고-스텝이라는 특수 기술이 발동해 추가적인 데미지를 입히고 적의 샤치 기력을 깎을 수 있다.
추천 난이도인 보통 기준으로 준비된 데모를 클리어하는 데에는 약 1시간 10분가량이 걸렸다. 데모는 일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구간과 중간 보스, 히든 보스, 최종 보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보스 전투로 가는 시간이 긴 편이고, 심지어 중간에 스탯을 상승시켜주는 수집물을 놓쳐서 몇 번이나 헤맸음에도 나름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난이도에 따라 게임이 주는 인상이 매우 크게 달라진다. 노멀 난이도를 플레이할 경우, 언급했듯 호쾌한 액션이 눈에 띄는 ARPG에 가까운 느낌을 얻을 수 있다. 피격당하더라도 큰 부담이 없고, 두 가지 키 입력을 통해 매번 다른 콤보 공격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멋들어진 공격은 모션 하나하나가 확실히 살아있다.
실제로 평소 액션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보통 난이도 정도는 매우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적들의 기본 공격은 조금 맞더라도 주요 공격만 잘 피하면 보스전 역시 쉽게 클리어하는 게 가능했다. 키 입력 콤보도 매우 쉬운 편이라, 빠르게 누적 데미지를 쌓고, 열심히 모은 기운을 사용해 스킬 공격을 가하고, 회피했다가 다시 무기를 바꾸며 돌진하는 등 속도감 있는 조작이 가능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통 난이도에 한해서다. 어려움 난이도인 헬워커를 선택한 순간, 일반 적들을 상대하는 것조차 정말 ‘어려웠다’. 다수 적들의 공격을 거의 모두 피하면서 하나하나 처치하려다 보니, 바로 직전 난이도인 보통에 비해 체감 난이도가 확연하게 상승했다.
그리고 어려움 모드는 같은 패턴에서 그저 난이도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 보스의 경우 추가적인 패턴이 등장하고, 이에 맞춰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발동형 스킬의 최대 횟수도 1회가 늘어난다. 보통에서 2회까지 모아서 쓸 수 있던 스킬이 어려움 모드에서는 3회까지 모을 수 있다.

조금 아쉬웠던 건, 보통과 어려움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가운데에 딱 한 스텝 정도의 단계가 더 있었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 싶었다. 보통 난이도는 너무 무난하고, 어려움은 갑자기 너무 ‘어렵다’. 보통 난이도에서는 낙사 2번을 포함해 클리어까지 총 5번 사망했는데, 어려움 난이도는 보스 전투 1페이즈에서만 도대체 몇 번을 죽었는지 모를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어려움 난이도의 경우 분명 어렵긴 하지만 게임을 못하겠다고 패드를 던져버릴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타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튀지 않는, 적절한 수준의 ‘어려운’ 난이도로 느껴졌다.
전투 스타일, 콤보, 회피까지 모두 변화하는 무기들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또 다른 특징은, 30개에 달하는 아주 다채로운 무기들이다. 물론 그냥 30개라고 하면 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무기들은 모두 개별적인 공격 스타일과 모션, 스킬을 지닌다.
게임은 두 개의 메인 무기와 두 개의 서브 무기를 착용할 수 있는데, 이 무기들을 전투 중 자유롭게 전환하며 사용할 수 있다. 메인 무기를 교체할 시 게이지를 회복할 수 있어 전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브 무기인 팬텀 엣지는 메인 무기 스킬과는 별개로 쌓이는 게이지를 사용해 발동시킬 수 있었다. 메인 무기들을 사용하는 중간 중간, 강력한 공격이 필요하거나 광역 공격, 추가적인 공격이 필요할 때 사용하면서 전투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시연에서는 8개의 메인 무기와 5개의 서브 무기가 제공됐는데, 무기는 크게 한손 무기, 양손 무기, 듀얼 무기로 구분된다. 한손 무기는 클래식한 공격을, 양손 무기는 묵직함을, 그리고 듀얼 무기는 매우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확실히 무기들의 특징이 살아있기에, 두 가지 메인 무기를 교체하며 전투를 진행할 시, 같은 적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쌍검을 이용해 빠르게 전투하다가도, 양손검으로 교체해 묵직한 한 방을 꽂아넣고, 다시 쌍검을 활용해 순식간에 연계 공격을 이어가는 식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8개 무기 중 일부는 추가 콤보가 존재하거나, 공격 방식이 완전히 변화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아예 회피나 막기가 특별한 스킬로 변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링을 사용하는 ‘심리스 데스’의 경우 특별 콤보가 존재하는데, 이를 활용할 시 순식간에 뒤로 이동하면서 원거리에서 다수의 무기를 던지며 광역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이어서 콤보를 쓰면, 다시 적에게 돌진하며 공격을 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한손 검인 ‘소프트 스네이크 소드’는 막기 키를 누른 상태에서 공격 키를 입력하면 이번 보스의 주요 공격 중 하나였던 실과 같은 무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마치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과 함께 유려하게 움직이는 칼날이 짧은 시간 모든 실 공격을 파훼하는 것이다. 특히 해당 무기는 전투 시에도 정말 뱀과 같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다른 한손 검에 비해 비주얼적으로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막기를 성공할 때마다 게이지를 쌓아 모두 충전할 시 순식간에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추가 공격이 가능한 ‘저거넛’ 역시 좋은 선택지였다. 아무래도 막기와 회피를 정말 많이 쓰게 되는 게임 특성상, 추가 스킬이 하나 더 생겨난 느낌이었달까.
이외에도 출혈 수치를 쌓는 무기, 멀리서도 처형 공격이 가능하며 콤보 공격 끝에 추가 콤보를 실행할 수 있는 쌍검 등도 존재했다.

무기의 종류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전투 스타일과 사용 스킬 등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는 것, 이 부분이 화려한 액션의 비주얼과 합쳐져 정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무기만으로도 전혀 다른 전투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하나의 맵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고, 같은 보스와 싸우더라도 정말 지루하다거나 반복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어진달까. 실제로 시연을 다 한 뒤, 다시 새로운 무기가 떠올라 빈자리에서 추가 플레이를 하고, 다시 글을 쓰던 중 또 돌아가서 새로운 무기를 사용해 보는 등 몇 번을 왔다갔다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행사장이 매우 덥고 습했음에도, 그 모든 걸 감안하고 몇 시간을 더 머무를 정도로 정도로 게임과 무기 설계, 전투 시스템이 정말 흥미로웠다.
무기가 이렇게나 다양한 것에 비해,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는 방어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실제 쿵푸 고수들이 무거운 방어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인데, 대신 개발진은 능력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다양한 외형 아이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흔히 레벨업으로 일컬어지는 전형적 스탯 중심의 성장 역시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게임은 무기, 액세서리, 스킬 트리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이번 시연에서는 스킬 트리와 액세서리는 확인할 수 없었다.

각 성장 요소는 스토리와 세계관에 맞게 설계되어 있고, 단순 DPS 증가보다는 다채로운 전투 경험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한다. 액세서리의 경우, 무기 교체 쿨다운을 줄이거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더 빠르게 획득하게 해주는 등 부가적인 효과를 지닌다.
다만, 맵 이곳저곳에 체력이나 공격력, 샤치라고 불리는 기력 수치를 올려주는 수집형 오브젝트들은 존재했다. 이번에는 맵 하나만을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이렇게 상승시킨 수치들이 해당 맵에서만 단발적으로 유지되는지, 아니면 영구적 성장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반복되는 도전이 두렵지 않은 흥미로운 전투
전투 상황에서 눈에 띄는 건, 다수의 적과 마주하는 경우가 매우 자주, 아니 거의 항상 발생한다는 점이다. 궁수들의 화살이 떨어지는 와중에 말을 탄 적이 나타난다거나, 적들을 치유하고 플레이어를 결박하는 주술사와 근접 공격을 하는 적들이 함께 무리를 짓거나 하는 식이다.
이 경우 무작정 다수의 적이라고 범위 공격이나 다중 공격을 하는 대신, 우선순위를 정해서 적을 빠르게 하나하나 처치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했다.
가장 놀라운 건 보스전에서도 이런 다수를 상대하는 전투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번 시연에서 마주한 보스가 바로 이런 다대일 전투를 제공하는 경우였다.

1페이즈에서는 무려 7명의 적을 마주하며, 2페이즈에서도 이전 지역에서 히든 보스 처치 여부에 따라 1명 혹은 2명의 적을 상대하게 된다. 다수의 적이 등장하는 보스전이라니, 절대 쉽지 않다. 메인 보스의 공격만 피하기도 어려운데, 추가적인 공격들이 들어오다 보니, 잠깐의 방심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이런 다대일 전투에서도 스릴과 호쾌함을 잊지 않았다. 타이밍을 꼬아내서 무작정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도록 액션성을 포함시켰다고 보면 된다.
7명의 적이 동시에 공격하는 순간을 찾아 고-스텝이라는 완벽한 회피를 하면 순간적으로 적들의 칼 위로 가볍게 뛰어오를 수 있고, 두 명의 강력한 적 역시 빈틈을 찾아 순식간에 공격을 몰아쳐 하나를 처리할 수 있다.
적의 체력이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발생하는 처형 연출도 큰 역할을 한다. 처형 연출은 보스 전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다가 처형 버튼이 뜨는 순간, 그 짜릿함은 그야말로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처형 연출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특정 적의 경우 고유 연출이 존재하기도 한다.

게임이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진 건, 맵이 리셋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플레이어의 피로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인지, 같은 맵 내에서는 아무리 쉬어가거나 이동해도 한 번 처치한 적들은 리스폰되지 않는다.
덕분에 중간에 오브젝트를 놓쳤거나, 길을 잃었더라도 아무런 부담 없이 맵 내를 이동할 수 있다. 오브젝트들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체력을 올려주거나, 공격력을 상승시키는 등 추가 효과를 지니기에 반드시 챙겨야 할 요소다.
심지어 보스마저도 페이즈가 넘어가면 아무리 죽어도 그 넘어간 페이즈에서 다시 전투를 시작할 수 있다. 1페이즈를 넘긴 뒤라면, 그 뒤로는 계속해서 2페이즈 상태의 보스에게 도전할 수 있다.
덕분에 일반 적들이 등장하는 구간도, 보스전도, 계속된 도전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적의 패턴을 학습하거나 회피 및 막기 타이밍을 익히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마지막 페이즈 후반부에서 사망한 뒤, ‘아 언제 다시 1페이즈부터 깨냐’라는 막막함, 패드를 저 멀리 두고 싶은 허탈함 등은 느낄 수 없다.

개발진은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소울라이크가 아닌, ARPG와 핵 앤 슬래시의 중간쯤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게임이 공개된 초반부터 항상 그들이 이야기해온 것과 같다.
그리고 시연을 통해 경험한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확실히, 잘 만들어진 액션 게임이다. 소울라이크보다는 가볍고, 호쾌하며, 플레이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부담도 적다.
또한 조작감이나 그래픽, 사운드, 시인성 등도 매우 뛰어났다. 분명 액션이 화려함에도, 절제된 파티클이나 효과, 전체적으로 낮은 채도 덕에 적들의 모션도 아주 확실히 보였고, 3시간의 플레이에도 피로한 느낌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최적화 역시 만족스러웠다. 데모 버전임에도 전혀 아무런 문제 없이 몰입해서 플레이하는 게 가능했다.
홍콩 무협 영화를 비롯해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쿵푸 스타일이 살아 있는 전투 모션과 게임의 이미지 등도 인상적이다. 주인공 소울의 비주얼이나 움직임도 아주 미려하고, 다채로운 무기의 특징도 잘 살아있다.
물론, 게임은 항상 완성되어봐야 그 정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연을 통해 마주한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충분히 기대할만한 게임이라는 인상을 줬다. 3시간이라는 긴 시연 시간을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S-게임이 개발 중인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2025년 내로 출시일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