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오버워치 2> : 지구 반대편 개발팀이 하나 된 이야기
강연자 : 장기문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발표분야 : 프로덕션&운영, 사업&경영관리
권장 대상 : 해외 스튜디오 세팅 및 입사에 관심이 있는 분
관심태그 : #해외개발 #오버워치 #운영관리
[🚨 강연 주제] <오버워치2>의 한국 개발 스튜디오를 소개하며, 어째서 블리자드가 한국에 개발 팀을 만들었는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공유합니다. 해외 개발팀 관점의 목표화, 한국 관점의 목표가 어떤 차이를 만들었고,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드리려 합니다.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면서, 개발사가 여러 스튜디오로 나뉘는 건 꽤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 상하이', '~~~싱가포르', 등 뒤에 지역 명이 붙은 게임 스튜디오는 보통 하나의 개발사 아래 존재하는 지역 스튜디오를 일컫는 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하나의 게임에서도, 각 스튜디오가 파트 별로 나누어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싱글 플레이 캠페인, 멀티 플레이, 특정 플랫폼으로의 포팅 등이 주로 이렇게 나뉘는 기준이다. 하지만, '오버워치2'는 다르다.
블리자드의 '코리아 스튜디오'는 단순 지사가 아닌 '개발 스튜디오'로서 블리자드 최초다. 그리고, 완전히 동일한 개발 파이프라인 안에서, 어바인 본사의 개발 팀과 한 팀으로 기능한다. 16시간의 시차, 언어의 장벽과 무관하게 이 모든 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은 '오버워치2'라는 하나의 게임을 개발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지닌다.
단 10명만 함께하는 회식도 지방방송이 켜지기 마련인 현실 속에서, 이들은 어떤 계기로 '하나'가 될 수 있었는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장기문 어소시에이트 디렉터가 NDC 2025에서 입을 열었다.
■ 하나 된 도전 - 지구 반대편
판데믹 이후 자연스럽게 시행된 재택 근무 과정에서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 이후, 블리자드는 훌륭한 개발 자원들을 영입할 수 있는 해외 후보지를 찾았고, 최종적으로는 한국이 결정되었다. 판교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개발 인프라와 많은 잠재적 인재들(자국 내 개발자가 없어 개발자를 수입하는 해외 개발사는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한국 게이머들이 블리자드 게임에 보여왔던 열정과 헌신 또한 결정의 근거가 되었다.
장기문 디렉터는 블리자드 게임들이 보여주는 서사로 강연을 시작했다. 인간과 오크, 오버워치와 탈론, 그리고 테란과 저그, 프로토스. 이들은 모두 게임 내에서 대립하는 관계에 있지만, 각 구성원들은 서로 교류하기도, 화합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서사 속에서, 전혀 상상치 못하는 결과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블리자드의 한국 스튜디오 또한,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놀라운 결과라 할 수 있다. 본사가 위치안 캘리포니아의 어바인과 서울은 서로 1만 키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언어적으로 완전히 다르고, 16시간의 시차가 있으며, 개발자들의 정서와 노동 문화도 완전히 다르다.
당연히, 수많은 난항이 예상되었고, 블리자드 본사 측에서는 미리 예상되는 과제들을 리스트업해 대비했다. 동시에, 스튜디오를 준비 중인 한국에서도 해야 할(것이라고 예상되는) 과제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두 시선은 완전히 달랐다.


■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같아졌는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달랐다. 시차나 기후, 언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외에도, 한국인과 미국인이 지닌 마인드셋 자체가 달랐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들이라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 그만이겠지만, 이들은 이제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건 '개발 문화'였다. 한국 스튜디오를 런칭하기 위해 보인 이들은 대다수가 한국 내 개발사에서 업력을 쌓아온 개발자들이었는데, 그들이 해 온 일들과 블리자드의 게임 개발 과정은 굉장히 큰 차이를 보였다.

지시에 따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탑 다운 형태의 업무 지시가 아닌, 격렬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내야 하는, 소통과 논의 과정이 요구되었으며,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내면의 합리화가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퀄리티 기준을 만족시켜야 했다.
오버워치2 개발에 사용되는 '탱크 엔진'에 익숙해지는 것 또한 지난한 과제였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상용 엔진, 혹은 이전에 일했던 개발사에서 사용하던 엔진을 활용해왔던 터라 탱크 엔진은 생전 처음 보는 개발 도구였고, 완전히 새로 배우는 느낌으로 엔진을 공부해야 했다. 탱크 엔진은 오버워치2 개발에 완전히 특화된 개발 엔진이기에 수많은 툴과 api가 통합된 형태다 보니, 배우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이 좁힐 수 없을 것 같았던 '차이'는 두 그룹에게 세 가지 가치를 요구했다. '인내'와 '존중', 그리고 '교육'이다.
블리자드 코리아 스튜디오는, 지금도 수많은 교육 커리큘럼을 유지하고 있다. 신입 개발자들은 빠짐없이 심도 깊은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며, 비단 한국 스튜디오의 기존 개발자만이 아닌, 본사의 개발자들도 멘토로서 통역을 대동하고 이 교육 과정을 함께한다.

교육 과정 중 특이한 건 주된 프로젝트인 '오버워치2'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붙이는 과정도 함께한다는 것. 게임을 많이, 잘 알 수록 더 좋은 통찰력이 생기기 마련이기에, 주기적으로 사내에서 대회를 열고, 때로는 프로 해설자까지 대동해 경기를 중계하며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가 뼛속까지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한 인내와 존중 역시 마찬가지.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내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 과정이 어느 한 그룹의 우위나 주도로 흘러가지 않도록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생각을 존중하는 마인드셋이 필요했다. 기성 그룹의 하위 스튜디오로서 세팅되고 있는 한국 스튜디오 뿐만 아니라, 어바인 본사도 동일한 노력을 해야 했다.

■ 전혀 달랐던 '하나'가 만들어낸 성과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어바인에 위치한 블리자드 본사와 한국 스튜디오는 완전히 같은 파이프라인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차는 오히려 다양한 시간대에 대한 테스트를 겸할 수 있는 장점으로 거듭났으며, 처음에는 적응을 힘들어했던 한국 스튜디오의 개발자들도 본사 인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식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서로 다른 스튜디오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하가 갈리지 않냐는 질문에 장기문 디렉터는 개발 팀의 모든 이들은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없으며, 따로 구분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어차피 같은 개발 파이프라인 안에서 일하는 만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사람의 지리적 위치나 상황 등은 그다지 중요한 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 스튜디오는 블리자드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으면서도, 동시에 한국적인 색채의 게임 내 요소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팀이 되었다. 두 차례 진행하면서 좋은 호응을 받았던 '르세라핌'과의 콜라보레이션도 그 성과 중 하나이며, 최근 계속 소식을 알리는 게임 내 한국적인 요소들에도 한국 스튜디오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장기문 디렉터는 블리자드 한국 스튜디오가 블리자드라는 근간에 한국이라는 색채가 더해져 독특한 빛을 내는 스튜디오가 되었으며, 성공적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다름을 극복하기 위해 양측 모두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고, 아직도 많은 교육 과정과 언어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만큼 새로운 성과들을 더 낼 수 있었다 덧붙이며 말이다.
해외에 개발 스튜디오를 둔 개발사는 생각보다 많고, 다양한 문화권에 위치한 개발 스튜디오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이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분명 만만찮은 일이지만, 이를 통해 게임이 더 나아지고, 나아가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장기문 디렉터의 강연이, 그 텃밭을 일구기 위한 과정을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