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의 5:5 전술 FPS, '발로란트'가 모바일 버전 출시를 앞두고 차이나조이 2025에 등장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하면서 공식화된 '발로란트 모바일'은 6월 중국에서 CBT를 진행하며 피드백을 받은 한편, 이번 차이나조이 2025에서 대대적인 시연 부스를 마련하면서 유저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발로란트 PC 버전이 지난 2023년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2024년 발로란트 챔피언스 서울에서 EDG가 우승하는 성과에 힘입어 중국 내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 이러한 기세에 발로란트와 발로란트 모바일이 포진한 텐센트 게임 존은 일찍부터 공안들이 인원 통제에 들어갔다. 심지어 그 맞은편에는 던전앤파이터와 던파 모바일, 카잔이 있는 DNF 부스라 아예 작정하고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
보통은 그러면 시연을 하기 어렵거나 일정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지만, 차이나조이에서 정말 인기를 끄는 모바일 게임은 다소 사정이 다르다. 각종 스마트폰 브랜드와 마켓들이 난립하는 중국 시장 특성상, 확실히 관객을 끌어모을 만한 인기작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부스에서도 시연할 수 있도록 세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로란트 모바일'은 발로란트 부스뿐만 아니라 각종 게이밍기어와 스마트폰 브랜드가 즐비한 스냅드래곤관, 중국 게임 플랫폼이자 퍼블리셔인 4399의 부스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가장 사람이 없는 4399부스로 가서 두어 명 정도 플레이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체험에 들어갔다. 발로란트 부스는 물론 각 스마트폰 브랜드 부스마다 거의 100% 플레이하는 인원이 있었던 만큼, 봇전이 아닌 실제 유저와의 매치가 매끄럽게 진행됐다.
그렇게 해서 접한 '발로란트 모바일'은 말 그대로 발로란트를 모바일로 옮겨담은 게임이었다. 모바일이라서 타협한 부분이라고 해봐야 라운드 시작 전 A와 B 지점 가는 길을 좀 더 친절하게 알려주거나 핑 같은 기능을 모바일에 맞춰서 빠르게 찍을 수 있도록 개선한 정도였다. 발로란트 자체가 압도적인 그래픽보다는 특유의 감성과 스타일을 앞세웠던만큼, 그래픽 퀄리티도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면 후처리나 디테일이 좀 차이가 있긴 한데, 애석하게도 그걸 살펴보는 경우는 대체로 라운드 시작하고 얼마 안 되서 드러눕게 될 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너무 많이 드러누워있어서 알고 싶지 않았던 걸 알게 된 케이스다.

'발로란트 모바일' 차이나조이 시연 버전에서는 데스매치와 폭파 미션 기반의 일반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었다. 데스매치는 팀 데스매치가 아닌 프리 포 올 방식만 가능했으며, 요원은 네온까지 미리 구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4399부스에서는 세이지, 제트, 레이나, 브림스톤, 피닉스, 소바, 요루 정도만 열려있었다. 데스매치는 PC에서도 별로였던 에임이 모바일에서는 더더욱 바닥을 긴다는 것만 확인했지만, 일반 모드에서는 다른 이유로 두려움이 앞섰다. 그나마 쭉 해온 바이퍼 외에 다른 요원에 대한 이해도가 바닥을 기는 게 문제였다. 만일 바이퍼를 들고 있어도 모바일 환경에서 독성 장판을 제대로 깔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는데, 아예 안 해본 브림스톤을 반강제로 픽했으니 그저 1킬만 어떻게든 해보자는 게 목표가 될 정도였다.


최근 PC FPS를 모바일 버전으로 낸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발로란트 모바일'도 원작 특유의 슈팅 감각을 고스란히 모바일로 옮겼다. 그 말인 즉슨, 반동을 제어하지 않으면 에임이 튀고 무빙샷 적중률도 굉장히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으레 모바일 FPS가 그렇듯 왼손은 터치패드를 잡으면서 오른손은 시야를 분주히 움직이면서 발사 버튼과 앉기버튼을 잽싸게 누를 준비를 해야 했다.
일부 유저들은 점프로 피하면서 킬을 하는 기상천외한 무빙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차이나조이 시연에서 만난 유저들 다수는 그런 무빙은 언감생심이었다. 처음에 쫄았던 것도 잠시, 원래대로였다면 마주치자마자 승패가 갈릴 근거리 공방전에서도 서로의 에임이 제멋대로 엇나가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마지막에 승리하는 구도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빠르게 에임과 반동을 잡고 순살하는 에이스들이 있지만, 일단 나는 아닌 건 확실했다.

그렇게 하향평준화(?)가 되어있던 전투라 그런지 의외로 샷건이 생각보다 후반까지 쏠쏠했다. 어차피 서로 못 맞춰서 마치 존윅의 결투마냥 서서히 교전거리가 가까워지는데, 어쨌든 맞출 수 있는 샷건이 나름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숙련된 유저의 밴달 앞에서는 그냥 허우적거리는 꼴이지만, 그래도 킬과 어시스트라도 건졌으니 이득이라고 할까. 데스 연발이라서 울적해졌던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제서야 '발로란트 모바일'의 진가가 눈에 보였다. 헤이븐 맵의 구조까지도 고스란히 구현하는 한편, 각 요원들의 스킬을 사격하고 대응하면서도 언제든 준비할 수 있게 가상키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브림스톤 연막이나 소이탄을 제대로 깔아본 적이 없어서 허둥지둥했지만, 어찌저찌 궤도일격으로 C구역에 은신해있을 적을 기어나오게 해서 기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처럼 허둥댔던 이유는, '발로란트 모바일'이 그야말로 원작을 고스란히 모바일로 옮겼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라운드가 8라운드로 줄긴 했지만, 그래도 라운드당 100초라 모바일치고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집중력을 요했다. 이를 고려해서 적에게 피격당했을 때 위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주거나 소이탄 같은 곡사 무기의 궤도와 탄착 지점을 표시하는 보조선 등으로 유저들의 부담을 줄였다. 아울러 라운드 종료 후에 크레딧 지원도 한층 강화해서 1, 2라운드를 제외하면 거진 원하는 세팅은 다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게 특성을 해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발로란트 모바일'은 원작 특유의 느낌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스킬이나 무기 반동, 위력, 맵 구조,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바일 플랫폼의 한계 때문인지, 한두 명은 들고 왔을 저격소총은 시연에서 보이지 않았다. 막판에 한 번 적당한 타협안(?)으로 마샬을 들어봤는데, 왜 다들 안 썼는지 시작 14초만에 이해하고 죽었다. 그런데 차이나조이 스냅드래곤관 발로란트 모바일 매치에서 롱에서 오퍼레이터 들고 대기해서 킬을 슥슥 따내는 장면들을 보노라면, 그저 손가락 문제였다는 걸 톡암할 수밖에 없었다. PC 버전처럼 제트가 오퍼레이터 들고 대기한 뒤 쏘고 나서 슉슉 현란하게 움직여대며 대기 포인트 잡고 다시 쏘는 단계까지는 아직 들어서진 못했지만, 아마 발로란트 모바일도 출시되고 자리 잡히면 고수들이 그런 무빙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솔직히 발로란트 모바일이 출시된 이후에 쇳덩이 등급은 거의 확정일 것 같지만, 미리 접한 입장에서 정식 출시 때 한 가지 오해는 확실히 풀고 싶은 심정이다. PC 에임은 물론 모바일 FPS 에임은 그야말로 쇳덩이 그 자체지만, 바이퍼가 있었다면 그래도 킬은 더 올렸을 거다. 이렇게 하찮게 못한 건, 브림스톤을 처음 해봐서 그렇다. 바이퍼로는 최하위권 점수는 아니었을 거라는 이 말을 정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