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차이나조이의 첫 관문은 SIE의 플레이스테이션 부스가 차지했습니다. 2017년, 중국 콘솔 게임 개발사를 지원하기 위한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이래로 점점 중국 콘솔 게임 시장에 관심을 가졌던 SIE는 차이나조이에서도 메인 중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셈이죠. 그 후로 몇 년이 지나, 중국 패키지 게임이 이토록 성장하는데 기여한 바가 컸으니까요.
실제로 이번 차이나조이 2025의 SIE 부스는 팬텀 블레이드 제로, 검은신화 오공 등을 시연하기 위해 몰려든 유저들로 가득했습니다. 물론 중국 중소 콘솔 게임 개발사를 돕기 위한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죠. 개중에는 지난 2023년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된 '엑자일엣지'도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오픈월드 슈터처럼 보이는 '엑자일엣지'는 로그라이크 슈터 장르의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황폐해진 세계에 갑작스레 등장한 이상종과 전투를 펼치면서 세계의 운명을 밝히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되죠. 돌격소총, 샷건, 저격총 세 가지 프리셋 중 하나를 처음에 선택한 뒤 맵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적을 소탕하고 레벨업하면서 랜덤하게 등장하는 특성으로 빌드를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2종의 스킬과 파트너 소환까지 포함, 슈팅과 호쾌한 스킬 액션을 접목한 것이 '엑자일엣지'의 킥이었습니다. 보통 TPS하면 넓은 필드를 오가면서 다양한 적 사이에 엄폐물 그리고 거리를 두고 총격전을 구도 위주로 떠올리지만, '엑자일엣지'는 조금 달랐습니다. 다소 쿨이 길긴 해도 강력한 스킬과 파트너의 보조에 힘입어 적을 한 곳에 모은 뒤 일거에 소탕하는 짜릿한 묘미가 있었기 때문이죠. 또한 그런 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레벨을 올리면서 랜덤하게 등장하는 특성과 퍽을 노심초사하면서 맞추는 재미도 확실했습니다.
이전에는 넓은 월드가 펼쳐져 있어도 결국 정해진 경로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2년이 지나 다시 찾아온 '엑자일엣지'는 좀 달랐습니다. 최초 튜토리얼이 끝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다른 황야로 건너온 순간, 그 뒤로는 황야 일대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유저가 원하는 전장에서 먼저 싸울 수 있었습니다. 방문한 지역마다 워프포인트가 생성되는 만큼, 그냥 워프포인트만 찍고 원하는 전투를 먼저 처리해서 빠르게 렙업한 뒤 자잘한 일반몹을 일거에 소탕하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했죠.
'엑자일엣지'는 한창 개발 중이던 2년 전 빌드에서부터 모션과 슈팅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지금은 로그라이크 슈터로만 남겨두기에는 다소 아쉬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적의 패턴도 단순히 팔을 휘두르면서 달려오거나 투사체를 사방에서 날려대는 적만 있던 것과 달리, 중간중간 슈퍼아머로 쇄도하거나 빠르게 돌진해오는 몹 등 패턴도 훨씬 다양해졌죠.



그런 다양한 적이 구역마다 다수 포진해있는 사왕에서 이를 빠르게 소탕하기 위해서는 슈팅뿐만 아니라 근접무기, 스킬까지 골고루 활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잘 연계했을 때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핵앤슬래시 스타일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적들을 소탕하면서 적절히 레벨업을 한 뒤 고위험지대로 바로 건너가면, 또다른 난관들이 기다립니다. 한 번에 쉽게 안 죽는 거인들이 탱킹하는 사이 작고 날쌘 적들이 떼로 몰려와서 위협하는 구도가 이어졌기 때문이죠. 자고로 이럴 때는 둠 슬레이어 등 선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샷건이 약이라고요. 돌격소총에는 샷건이 없지만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스킬이 준비되어있으니, 거병 사이로 숨어있던 자잘한 적들이 가까이에서 빠르게 뭉쳐서 돌진해올 때 샷건으로 날려버리는 그 맛이 상당히 호쾌했습니다. 그렇게 남은 거인들은 느릿하게 이동하는 전기 구체로 지져준 다음, 검을 휘두르는 파트너를 소환해서 검격과 총탄의 세례를 골고루 먹여주는 맛이 있었죠.

그 뒤에 이어지는 중간보스전은 돌진기와 방패로 막으면서 역공을 하는 패턴, 빙글빙글 돌면서 시야 밖으로 빠르게 나갔다가 다시 덮치는 패턴까지 다채로웠습니다. 2년 전 최종 보스전은 각종 장판을 점프로 피하는 패턴까지 있었긴 하지만, 중간보스 수준에서 이 정도까지 구현한 걸 보면 최종 보스전까지 가는 관문은 어느 정도까지 다듬었을지 기대가 될 정도였죠. 특히 중간보스전 이후에도 다양한 파밍 지역과 점령 구역이 있던 만큼, 그 구역을 거치면서 획득한 특성 빌드를 어떻게 터뜨려야만 클리어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됐습니다. 아쉽게도 15분의 시연 시간만으로는 파밍과 중간보스, 그리고 최종 보스까지 온전히 도달하기에는 필드가 넓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죠.
엑자일엣지는 이미 여러 게임을 통해 시도된. 어떻게 보면 정형화됐다고 할 수 있는 로그라이크 액션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으나, 깔끔하고 절제된 비주얼을 통해 TPS, 또는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2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한층 더 자유도와 규모를 확장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완성해서 로그라이크 TPS의 신기원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출시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로그라이크와 TPS를 좋아한다면 '엑자일엣지' 이 작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