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SΔ 스네이크 이터', 그 후 20년이 지났다

뱀병장 '스네이크'가 온다

7
코지마 히데오와 코나미의 사가는 약 10년 전, 이 업계를 뜨겁게 달군 세기의 화두였다. 지금은 서로가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코지마 히데오와 코나미의 관계에 대한 루머가 들끓었고, 누가 먼저 잘못했냐부터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결과 중 하나는 모두가 공감했다.

"이제 메탈기어 시리즈는 끝났구나"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냈음에도 엄청난 게임성을 보여준 '팬텀 페인'의 영향 때문일까? 코지마 히데오가 자리를 비운 이후, 메탈기어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많이 하락했다. 앙꼬 없는 찐빵을 보는 기분. 도쿄 긴자에서 처음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의 시연대에 앉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출력되는 크레딧에서 참 오랜만에 코지마 히데오의 이름을 보기 전 까진 말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코나미의 개발자들은 원작의 개발진을 존중하며, 최대한 원작에 가까운 게임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요소는 3인칭 시점인 '뉴 스타일'의 추가 정도. 생명력이 끊어졌다 생각했던 메탈기어 시리즈의 맥박이 다시 뛸 수 있을지 판별할 시간이었다.

다행히, 나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오랜 팬이며, 원작인 '메탈기어 솔리드3: 스네이크 이터'또한 충분히 플레이한 경험이 있다.

※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들을 위해 서사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또한, 멀티플레이 모드인 '폭스헌트'는 리뷰 빌드에서 플레이가 어려웠던 관계로 본문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게임명: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
장르명: 전술 잠입 액션
출시일: 2025. 8. 28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
개발사: 코나미
서비스: 코나미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S5



리메이크 게임의 리뷰는 어렵다
초점은 '원작을 얼마나 잘 담아냈는가'

이것부터 말하고 싶다. 리메이크 게임의 리뷰는 무척 어렵다. 원작을 넘기 어려운 평가 점수, 기존 팬층의 높은 기대치, 기자가 겜알못인지 판별하려는 위험한 움직임까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작이 이미 분석될 대로 분석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게임을 분석해야 하는 콘텐츠가 리뷰인데, 이미 내가 할 말을 모두가 아는 상황. 결국 초점은 이 게임이 얼마나 원작을 충실하게 담아냈느냐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바라보는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는 충분히 기준치를 통과한 게임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원작과 같은 게임 감각이기에 다소 놀라울 정도였다.



▲ 오프닝 씬의 카메라 구도 하나하나 전부 다 똑같다

일단, 게임의 흐름 자체는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다. 정말 한 치의 차이도 없을 정도로 동일한 감각을 유지하며, 온갖 동식물을 우걱우걱 잡아먹는 서바이벌 시스템이나 퍼센티지로 표현되는 위장률, CQC를 통한 심문과 주파수 탐색, 전투 중 장비를 바꿀 때 느껴지는 미묘하게 느린 듯한 속도감, 주관 시점에서 조준할 때의 감각까지 모조리 같다.



▲ 무전 시스템도 완전히 동일, 원래 메탈기어 시리즈는 무전기 소통 게임이다

구조적인 부분을 제외할 때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은 '그래픽'.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만큼 본작의 그래픽은 굉장히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는데, 델타를 플레이하고 나서 원작의 그래픽을 다시 보면 더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아쉬운 점은 게임 자체가 위장을 통한 색적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보니 이 뛰어난 그래픽이 와 닿는 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반대로 말하면 과하지 않은 선에서 놀라운 디테일을 보여준다. 스네이크가 흙탕물을 헤집고 나왔을 때 신체에 묻은 진흙이 시간 흐름에 따라 말라 떨어지고 흙먼지가 되어 남는 과정, 화상이나 총상 등 피해 타입에 따라 얻은 부상과 이를 치유한 흔적,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되는 라이팅까지, 모든 면에서 '현대 게임 다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 다 죽어가는 스네이크. 치료하고 나면 흔적이 남는다

보스전이 조금 더 쉬워진 건 살짝 달라진 부분. 원작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는 지식들을 기반으로 게이머가 직접 공략을 생각하며 도전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델타에 이르러서는 이 '공략으로의 접근'이 보다 쉬워졌다. 누가 봐도 알만하게 만들어 두었다 해야 할까?



▲ 20년 전의 '더 페인'과



▲ 오늘의 '더 페인'. 얘가 좀 더 쉽다

물론, 메탈기어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이들이라면 보스전 공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기에 정해진 공략을 따르는데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시리즈를 접하지 못한 게이머들이라면 어려움 없이 돌파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메탈기어 시리즈에 입문하길 원한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담겨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 20년 전의 EVA와



▲ 지금의 EVA. 솔직히 R1 못 참는다


'뉴 스타일'의 의미
카메라가 돌 뿐인데 새로운 게임 경험


전체적으로 게임 플레이는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다 볼 수 있지만, '뉴 스타일'은 델타에 이르러 완전히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이다. 설명 상으로는 탑 뷰 시점에 가깝던 기존 시점이 3인칭 시점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사실 시점 상의 변화 폭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카메라의 위치가 고정에서 추적으로 바뀐 느낌이라 해야 할까?



▲ 게임 시작 시 설정을 바꿀 수 있다

다만 이 모드의 진가는 자유로운 카메라 전환이다. 원작의 경우, 카메라가 비춰주는 영역 밖을 보려면 주관 시점으로 바꿔 1인칭으로 조준한 후 주변을 둘러보는 수 밖에 없었다. 잠입 액션이라는 장르 덕에 적들의 위치 파악이 무척 중요한데, 카메라가 잘 설정되어 있다고 해도 100% 원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뉴 스타일'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현 시대 게임들과 같은 호흡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게 어느 정도로 큰 체감을 일으키는지 설명하면, 팬텀 페인의 조작감으로 메탈기어 솔리드3를 플레이하는 느낌에 가깝다. 스타크래프트2처럼 한 번에 무제한의 유닛을 제어하는 스타크래프트1을 플레이하는 느낌이라 하면 적합할지 모르겠다.



▲ 숄더 뷰 조준 덕에 협박도 좀 더 그럴싸해졌다



▲ 원작은 조준 중에 이동이 안 되서 '본격 전투'가 답답했는데, 훨씬 편-안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아예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다. 원작과 본작의 시대 간극이 크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느껴지진 않았겠지만, 무려 20년 전 게임이었기에 다소 기억이 희미해졌다는 점이 영향을 주긴 했을 거다. 그럼에도 뉴 스타일을 통한 플레이는 분명 완성된 게임과 현대적 시점이라는 조합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한다는 감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힘을 더해주는 게 앞서 언급한 '놀라운 비주얼'이다. 카메라가 바뀌어도 결국 눈 안에 들어오는게 비슷비슷하다면 큰 느낌이 없을 테지만, 이 바뀐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화면이 완전히 다듬어진, 디테일한 그래픽이다. 원작 개발 당시엔 자체적으로 짜깁기한 엔진을 활용해 개발했을 테니, 이 요소들을 그대로 언리얼 엔진에 얹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무척 성공적인 전환이다.

결과적으로, 이 '뉴 스타일'의 존재가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라는 게임을 플레이할 가치를 만들어준다. 비주얼만 업그레이드되었다면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고민했겠지만, 시점의 변화가 이 게임을 '좋은 게임의 리메이크'에서 '지금도 충분히 할 만한 게임'으로 만들어준다.



▲ 내가 아니라 중력이 죽인 거다. 이런 요상한 상황들이 메탈기어 시리즈의 재미


20년의 벽을 앞둔 'MGS3'
시대를 다룬 작품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작인 '메탈기어 솔리드3: 스네이크 이터'의 주제는 '시대(SCENE)'다. 대전이 끝나고, 국제 질서가 '냉전'으로 정립되던 시기. 원작은 충성심과 정의, 그리고 이념 간 충돌을 배경으로 '더 보스'의 시대가 저물고 시리즈의 상징적 인물인 '빅 보스'의 시대가 시작되는 과정이 원작의 서사이며, 이를 너무나 훌륭히 써내려갔기에 원작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전작과 후속작들의 이야기가 빛을 볼 수 있었고 말이다.



▲ '시대'라는 주제를 다루었던 'MGS3'

아이러니한 건, 이 '시대'를 다룬 작품이 이제 또 다른 시대를 맞아 버렸다. 20년. 보는 관점에 따라 짧게 느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게임 산업에서는 두 번의 시대가 지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원작과 '메탈기어 솔리드5: 팬텀 페인'사이의 시대적 간극도 20년이니까.

그리고,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의 감성은 20년 전이다. 아무래도 현 시대의 눈높이에서 보면, 찬란할 정도로 촌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중학교 2학년도 한 수 접어줄 오셀롯부터, 이에 지지 않는 스네이크. 젠더 감수성을 소련에 두고 온 볼긴 대령이나 비키니 첩보전을 벌이는 EVA까지.



▲ 장성 포기한 대령이 막 나가면 이렇게 무섭다. 요즘 게임에선 꿈도 못 꿀 대사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의 유일한 장애물은, 이 '20년의 간극'일 것이다. 게임으로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원작의 게임 경험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만들어냈지만 그 원작의 게임 경험 자체가 20년 전의 경험이다. 20년 동안, 게임 산업은 너무나 크게 변했고, 게이머들의 눈높이는 그 이상으로 급변했다.

20년 전만 해도, 콘솔 게이머들의 선택지는 그리 넓지 않았다. 게임샵에서 아저씨가 추천해주는 게임을 가져오면,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 했다. 재미있을 줄 알고 가져왔더니 아니었거나, 반대로 아무 기대 없이 가져온 게임이 너무나 좋았던 기억은 그 시대 게이머들에게 한 번 쯤은 다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게임 기자로서의 나를 완성해준 경험이다.



▲ 원작에서 처음 봤을 때도 게임 끄고 싶을 정도로 이상한 녀석이었던 오셀롯



▲ 매 시리즈마다 한 번씩은 죽였던 것 같다...

조금 달리 말하면, 그 때는 좋든 싫든 시작한 게임은 엔딩까지 보는 것이 기본이었다. 지금처럼 5분 플레이한 후 재미가 없다고 환불할 수도, 예상보다 답답한 조작감에 적응하기 귀찮아 그냥 다른 게임을 찾을 수도 없는 시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게이머들의 선택권은 너무나 넓고, 이 까다로운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개발사들의 고민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시대니까.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도 시험대에 서 버렸다. 너무나 좋은 게임이고, 곱씹을 만한 서사와 재미를 갖춘 게임이지만, 지금처럼 단박에 게이머를 사로잡는 게임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일부 연출은 너무 옛스럽기도 하다. 시대를 주제로 다룬 게임이 이 '시대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이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의 앞날을 가르지 않을까 싶다.













  • 완벽에 가까운 원작 재현
  • '뉴 스타일'로 만들어진 새로운 게임 경험
  • 현실성을 더하는 고퀄리티 비주얼
  • 어쩔 수 없는 20년 전 감성
  • 현 시대 기준으로 다소 느린 게임 템포

리뷰 플랫폼: PS5 (1.1.1)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