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게임쇼 2025에서 그들이 선보인 '몬스타 박스'는 턴제 전투에 주사위, 콤보라는 요소를 가미한 게임이다. 게임 제목처럼 유저는 각자 고유 능력을 보유한 몬스터와 자신이 사용할 스킬 다섯 개를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게임의 룰은 여타 TCG와 다를 바 없이 턴을 주고 받으면서 상대의 HP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지만, 그 뒤에 자신의 필드에 등장한 별까지 무사히 발동해야 승리가 확정되는 것이 '몬스타 박스'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면 스킬이 왜 다섯 개 선택하는지 파악했을 것이다. '몬스타 박스'의 전투는 필드 위에서 바로 몬스터들이 투닥거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필드 위에 주사위를 놓고 MP를 써서 그 윗면에 나오는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킬은 전부 다 쓰는 것이 아니라, 일반 공격과 방어에도 할당해서 나머지 두 개는 예비용으로 편성됐다. 즉 몬스터의 고유 능력 한 면에 스킬 3면, 그리고 평소에는 일반 공격이었다가 마지막 승부 페이즈에는 별을 담는 면과 방어 면까지 주사위의 6면을 활용해서 전투를 구현한 셈이다.




주사위는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굴리기를 하듯 자신의 필드 위에서 한 칸 한 칸씩 굴리면서 자신이 사용할 스킬을 확실히 고를 수 있다. 아마 고전 게임 중 주사위를 타고 이리저리 타일을 돌아다니며 같은 숫자의 주사위를 그 수만큼 맞추고 다니는 '사이' 시리즈를 접해본 유저라면 이해하기 좀 편하겠다. 실제로 개발자도 그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으니 말이다. 다만 매 턴마다 총 7번만 움직일 수 있고, MP를 다 소모하면 해당 턴에서는 스킬을 쓰지 못한다.
이러한 제약은 TCG류나 턴제 전략 게임을 했던 유저라면 친숙하지만, 상대와 별도의 필드에서 펼쳐지는 전투 그리고 '주사위'라는 소재는 독특한 시너지를 보여줬다. 상대와 같은 필드에서 전투를 하는 전략 게임이라면 상대와의 거리나 행마를 계산하면서 대처할 수 있지만, 다른 필드라서 어떤 식으로 수를 쓸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가 자신이 피해를 입을 걱정 없이, 내 필드에만 함정을 깔아둘 수 있고, 어찌 됐든 원하는 스킬로 윗면을 내기 위해 그 함정을 무릅쓰고 수를 짜내는 외통수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했다. 그냥 상대가 스킬을 주고 받는 게 아니라, 함정 카드를 발동해둔 걸 알면서 뻔히 당해줄 수밖에 없는 게 꽤 당혹스럽다고 할까. 그 루트를 지나가지 않으면 내가 쓸 카드가 윗면에 안 나오는데, 그걸 밟자니 또 찝찝한 수는 당해봐야 그 느낌이 체감이 된다. 이는 곧 상대방에게 그런 수를 먹였을 때의 쾌감도 상당하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여기에 스킬 콤보를 위한 'MP'를 턴에서 더 충원할 수 아이템이나 코인으로 소환하는 아이템은 매번 무작위로 위치에서 등장, 그때그때 계산을 다르게 하는 묘미가 있었다. 원래대로면 불가능한 스킬 콤보가, MP를 충전해서 연계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발자에게 독 깔기-독 있는 쪽으로 밀치기- 랜덤 아이템으로 창 뽑아서 공격- 일반 공격 콤보로 들어왔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원래대로면 안 될 콤보인데, 딱 창이 나와줘서 콤보 연계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보통 HP가 0이 한 번 되는 순간 패배가 확정이지만, '몬스타 박스'는 상대가 자신의 필드에 나온 별을 획득한 뒤 그 면이 위로 나온 상태로 턴을 종료해야만 게임이 끝난다. 한 번 O이 된 상태여도 이후에 HP는 정상적으로 회복, 플레이는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셈이다. 그리고 그 말을 했던 요기 베라가 디비전 꼴찌라는 절망적 상황에서 디비전 1위까지 치고 올라왔듯,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하는 그런 게 경기의 묘미 아니던가. 앞서 설명하지 않았던 몬스터들의 특수 능력 상당 수가 이런 부분에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어느 한 면을 2턴 못 쓰게 하는 미라의 능력을 활용, 상대의 별 칸을 봉쇄한 뒤 역공으로 별을 가져와서 승리해본 경험도 있었다.
이외에도 필드에 진흙을 깔아서 상대의 기동을 봉쇄하는 플란토, 추가로 피해를 줘서 상대 체력을 쉽게 깎아버리는 치비큘라 등, 몬스터마다 역전 혹은 공격 특화로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이 달랐다. 그런 개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상대에 큰 피해를 주는 스킬 카드나 필드에 끈적이 덫을 설치하는 카드, 상대 주사위를 원하는 방향으로 한 칸 밀어버리는 카드 등 여러 스킬 카드를 조합해 콤보를 만들어가는 맛도 있었다.


3x5 사이즈의 좁은 필드에, 이동을 제약하는 수단이나 공격 수단이 많아 어떻게든 위험을 무릅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해서 게임 페이즈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그렇지만 한 방에 녹아웃되지 않고, 어떻게든 그로기 상태에서 버텨서 역전하는 수단까지 마련해둔 '몬스타 박스'는 여느 턴제 게임 못지 않게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임이었다. 물론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지는 판도 있지만, 적어도 발악은 해볼 수 있게끔 했다고 할까.
주사위라는 소재에 특수 능력과 스킬의 콤보, 그리고 역전의 묘미까지 다듬은 턴제 전략 대전 게임 '몬스타 박스'는 올해 PC, 모바일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