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를 원작으로 한 PC/콘솔 싱글 패키지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게임스컴 2024에 시연 출품했다. 시연 빌드는 하인마흐 지역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 모드 1개와 볼바이노, 랑거스 2개의 보스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필드 구성은 전형적인 소울라이크에 가까웠다. 화톳불로 대표되는 세이브 포인트에서 시작해 잡몹들을 상대하면서 필드를 탐험하다가 네임드 몬스터를 만나서 한 차례 위기를 겪고 뒤이어 약간의 잡몹 구간을 지나 다음 세이브 포인트로 향하는 식이다. 맵 구석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중간 보스를 처치할 수도 있는 등 여러모로 친숙한 형태였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전투 시스템은 소울라이크의 그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공격, 회피, 그리고 적의 공격을 가드 할 때 스태미나가 소비되기에 전투 중에도 치고 빠질 때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턱대고 공격만 해댔다간 금세 스태미나가 바닥나 오히려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적당히 치고 빠지던가 혹은 적의 패턴을 완벽하게 파악해 공격을 패링해야 한다.
패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패링을 할 경우 자신의 스태미나는 유지하면서 패링한 적의 스태미나를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점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게임에서 아낌없이 주는 시스템은 없다고 패링을 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반적인 소울라이크와 비교하면 다소 넉넉한 패링, 회피 판정을 지닌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지만, 그렇다고 대충 가드하면 다 패링이 되는 그런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찍 가드해서 적의 공격을 막으면 다행이지만, 스태미나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면 그로기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그냥 안정적으로 치고 빠지는 게 나아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니 효율은 물론이고 패링의 손맛 역시 포기하기 어렵다. 실제로 패링에 성공했을 때의 청아한 소리와 이팩트, 그리고 진동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섞여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여기에 더해 다소 넉넉한 판정이라는게 더해져 자신이 소울라이크를 매우 잘하는 듯한 착각을 심어줘 더더욱 패링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든다.
패링 외에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는 또 있었다. 강인도, 충격량에 대한 부분이다. 소울라이크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제법 익숙한 요소다. 강인도는 간단히 말하자면 공격을 받았을 때 버티는 능력치라고 할 수 있으며, 충격량은 이 강인도라는 보이지 않는 수치를 깎는 능력치라고 할 수 있다.
잡몹의 경우 강인도가 낮으니 약공격으로도 휘청이기 일쑤지만, 네임드 몬스터는 다르다. 강공격으로도 휘청이지 않는다. 네임드 몬스터를 휘청이게 하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스태미나를 깎는 일이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말처럼 쉽지 않다. 두 번째 방법은 네임드 몬스터의 연속 공격을 연속해서 패링하는 방법이다. 모든 몬스터가 그런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게임스컴 2024 시연 빌드에서 일부 네임드 몬스터는 연속 공격을 패링할 경우 그대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카운터에 대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스가 특수 패턴을 쓸 경우 카잔에게 문양이 떠오르는데, 이때가 바로 카운터를 날릴 순간이다. 해당 패턴은 패링할 수 없는데 이때 타이밍을 맞춰서 공격을 성공시킬 경우 카운터를 날려서 보스의 강인도를 크게 깎아 휘청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 않던가. 강력한 능력에는 그만큼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법이다. 판정이 넉넉하다고 느껴지는 패링, 회피도 실패할 때가 있는데 카운터는 말할 것도 없다. 패링과 비교하면 판정이 빡빡하게 느껴지는 건 물론이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역시 훨씬 크다. 패링의 경우 실패하더라도 가드로 이어질 확률이라도 있고 맞는다고 무조건 죽는 것도 아니지만, 카운터는 다르다.
강력할뿐더러 일반 공격과 달리 공격 중 변칙적으로 특정 패턴을 발동하기에 예측하기도 어렵다. 패링부터가 이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데 카운터는 그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성능 하나는 확실하다. 일단 손맛부터 패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일뿐더러 패링과 달리 한방에 그로기 상태로 만든다. 시연 시간만 넉넉했다면 몇 번이고 연습하고 싶을 정도로 짜릿한 손맛을 자랑했다.
다만 패링이나 카운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 반대급부로 패링의 존재감이 너무 크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초반부에 만나는 네임드 몬스터가 대표적이다. 시간을 들인다면 한 대씩 치고 빠지는 걸로도 잡을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얘기다. 그렇게 잡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정석적으로 잡는다면 패링으로 스태미나를 깎아서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 치명타를 날리는 식으로 잡아야 한다.
문제는 이 스태미나를 깎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적을 공격하거나 패링에 성공할 경우 스태미나가 깎이는데 네임드 몬스터의 경우 중간에 패링에 실패한다든가 자신의 스태미나가 아슬아슬해서 회복하려고 잠깐 거리를 벌리면 언제 깎았냐는 듯 재빠르게 스태미나가 찼기 때문이다. 약공격으로 스태미나를 깎는 건 바라지도 않고 적어도 스태미나가 회복되는 걸 막을 수라도 있게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무기는 한손검과 도끼로 구성된 쌍수 무기와 대검, 창 3개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연 빌드에서는 쌍수 무기만 쓸 수 있어서 다른 무기는 쓸 수 없었다. 추정하기로는 대검은 느리지만, 강력하고 창은 대검보다는 빠르지만, 리치가 긴 만큼, 쌍수 무기보다는 느린 그런 무기이지 않을까 싶었다.
방어구는 머리부터 갑옷, 손, 바지, 발 5부위였으며, 여기에 더해 2개의 액세서리 칸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장비마다 등급과 다양한 옵션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각각의 장비, 혹은 플레이 스타일에 특화된 빌드를 구현하는 것 역시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스전에서는 스킬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킬은 엑스박스 패드를 기준으로 LB/RB + ABXY 총 8칸이었으며, 그중 6개만 스킬이 장착된 상태였다. 다만, 모든 스킬을 쓸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대검이나 창 전용 스킬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LB + ABXY에 장착한 스킬은 쓸 수 없었다.
정통 소울라이크와 비교하면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스킬은 강력할뿐더러 활용처 역시 다양했다. 이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킬을 쓰면 전용 자원으로 스킬 포인트(가칭)가 소모된다. 얼핏 정통 소울라이크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적을 공격한다든가 하면 스킬 포인트가 회복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스킬을 쓰는 걸 아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렇게 써댔다간 오히려 보스에게 맞기 십상이지만, 잡몹을 상대한다든가 보스가 빈틈을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스킬을 난사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스킬 포인트를 소모해서 재블린을 소환해 던지는 것도 가능했다.
게임스컴 2024 현장에서 시연해 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안겨줬다. 전반적인 전투 시스템은 대체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었으며, 패링의 손맛부터 아껴 쓸 필요 없이 적극적으로 쓰도록 디자인한 스킬 시스템의 경우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 대해 개발을 총괄하는 윤명진 대표가 왜 그렇게 소울라이크가 아닌 하드코어 액션 RPG라고 하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2차례의 FGT, 그리고 게임스컴 시연 출품. 점점 유저들에게 다가오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다음에 만났을 때는 얼마나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