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주말의 플레이엑스포, 게이머로 다녀왔습니다

기획기사 | 김수진 기자 | 댓글: 2개 |



저는 올해 플레이엑스포(PlayX4)를 조금 특별하게 즐겨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벌써 플레이엑스포를 취재한 지도 수년째, 매년 업무에 집중하느라 행사 그 자체를 게이머로서 즐겨본 적이 없었거든요.

물론 일은 해야 하니, 개막일인 목요일에는 평소와 같이 열심히 기사에 들어갈 사진도 찍고, 인디관에서 기사로 쓸 좋은 게임들을 찾아 헤매고, 부스마다 눈에 띄는 특별한 점이 있는지 체크도 하고, 그렇게 행사장을 몇 바퀴씩 돌았습니다.



▲ 입구부터 다른 느낌, 주말의 플레이엑스포

그리고 바로 일요일인 오늘, 이제 일에서 벗어나 진짜 플레이엑스포를 한 번 경험해보겠노라 결심했습니다. 기삿거리를 찾는 대신, 매의 눈으로 즐길 거리를 찾아 헤매기로요.

그렇게 플레이엑스포를 처음 경험하는 3명의 친구들과 파티를 꾸려 만남의 장소인 일산 킨텍스로 출발했습니다. 막히는 도로를 뚫고 도착한 킨텍스 주차장은 목요일 오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가 이미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아, 이게 주말의 플레이엑스포인가 하는 생각이 여기서부터 들더군요.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입한 킨텍스 1전시장, 아주 쾌적하다 못해 한산하게 느껴지던 목요일과 다르게, 이미 전시장 밖부터 수많은 게이머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목요일엔 아주 드물게 보였던 개인 코스튬 플레이어들도 정말 정말 많더라고요. 게임 행사라 그런지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가 많이 보이는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 멋진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모인 뒤, 드디어 전시장으로 입장했습니다. 혼자 매의 눈으로 열심히 비디오 게임 부스부터 빠른 발걸음으로 돌아다니던 평소와 다르게, 가장 먼저 친구들과 향한 곳은 아케이드 관이었습니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는 절대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리듬 게임들과 펌프도 드디어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엑스포의 아케이드관을 좋아하는 지 알 것 같았습니다. 비디오 게임과 다르게 누구든 조작법만 알면 몸을 움직여 쉽게 플레이할 수 있기에, 남녀노소 모두 재미를 느낄 수 있죠.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이 많았던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렇게 아케이드관 하나만 들렸는데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급할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늘의 저는 그냥 행사를 즐기러 온 한 명의 게이머였으니까요.



▲ 남녀노소 즐거운 아케이드관



▲ 정말 많은 어린이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케이드관을 나온 뒤에는 보드게임 테이블로 향했습니다. 여기 역시 목요일과 다르게 이미 테이블 전체가 꽉 차있었습니다. 여기도 아케이드관과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정말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온 가족이 함께 같은 즐거움을 공유하기엔 보드게임 만한게 없으니까요.

룰을 모르는 게임을 선택했지만, 보라색 옷을 입은 스탭들의 친절한 설명 덕에 문제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즐겁게 친구들과 보드 게임을 플레이한 뒤엔,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이야기도 하며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에 들렸어요. 물론 또 줄을 서야 했지만, 특이한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른 행사에서도 봤던 포션 모양의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가장 인기있더군요.



▲ 보드게임존도 관람객으로 가득



▲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보드게임만한 것이 없죠



▲ 이벤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던 이세계 포션

주말인 만큼, 모든 부스마다 줄은 있었습니다. 특히 대형 부스에서 이벤트를 참여하거나 게임 플레이를 해보려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어요. 그래서 전 대형부스를 피했습니다. 대신 좀 더 다양한 인디 게임들을 플레이하기로 했죠.

목요일에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할 수 없었던 네오위즈 부스의 셰이프 오브 드림과 안녕 서울 이태원 편을 생각보다 짧은 기다림 후 플레이했고, 그 뒤에는 인디 게임에 관심이 많은 친구 한 명과 인디 게임관을 돌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목요일에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한 남모, 23년 BIC에서 흥미롭게 했던 모노웨이브를 플레이했죠. 기자가 아닌 그냥 게이머로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플레이하니 더 재미있더군요.



▲ 대형 부스는 역시 대기줄이 꽤 긴 편입니다



▲ 그래도 게임은 해야죠!

그리고 주말 플레이엑스포의 핵심이자 꽃, 레트로 장터도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흥미로운 타이틀이나 굿즈가 있는지 찾기도 하고, 다른 관람객들이 많이 몰린 곳에는 뭘 파는지 흘깃 구경도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주말이라 그런지, 모든 무대 행사 역시 사람이 가득 차더군요. 펌프 대회도, 스타크래프트 대회도, 레트로 장터에서 진행된 무대들도 모두 관람객으로 객석이 꽉 찼습니다.

열심히 걷고, 사진도 찍고, 게임도 하고, 무대도 보고, 푸드 트럭에서 밥도 먹고, 로비로 나와서 또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고, 다시 입장해서 또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2025 플레이엑스포가 끝날 시간이더군요. 이렇게 알차게 게임쇼에서 놀아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플레이엑스포의 마지막 날을 열심히 즐겼습니다.



▲ 정말 수많은 관객으로 가득 찬 스타크래프트 경기



▲ 주말엔 이렇게 레트로 존에서 깜짝 대결도 진행됐습니다



▲ 레트로 마켓도 보고



▲ 무대 이벤트도 구경하고



▲ 이터널 리턴 루미나 야시장은 올해도 짜잔!

사실 기자로 게임쇼를 돌면, 항상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어떻게 즐긴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지스타의 경우 평일에도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게임 하나를 시연하려면 대기줄에 쓰여 있는 '몇 시간'을 쉽사리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게이머로,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한 명의 관람객으로 행사를 찾으니 그냥 그 자체만으로 참 즐겁더군요. 분명 많은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현장의 모든 것들이 '게임'과 관련된 즐길 거리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름의 소속감도 느껴지고, 게임이라는 취미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함께 즐기고 있다는 것에서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마 플레이엑스포가 조금 라이트한 게임쇼라서 시연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보니 더 그럴 수도 있고요.

이번 플레이엑스포가 첫 번째 게임쇼였던 제 친구들 역시 꽤 만족했습니다. 몇 년 동안 지스타로 꾈 땐 부산이라는 장벽 때문인지 영 시큰둥하더니, "다음엔 지스타도 한 번 가볼까?"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 다양한 즐길거리가 모여 있는 플레이엑스포







분명 플레이엑스포는 지스타에 비하면 화려함도, 볼 거리도, 플레이할 거리도 적은 건 맞습니다. 유명 스트리머들이 잔뜩 와서 부스마다 방송을 하는 모습도 없고, 거대하고 화려한 부스, 수십대의 시연기기가 마련된 시연존도 없죠.

하지만, 그 라이트함 덕에 오히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찍먹’하기 좋기 때문이죠. 그리고 전 행사장 곳곳에 위치한 쉴 곳들도 참 좋았습니다. 스팀덱존도, 레트로 게임존도, 네오위즈의 부스도, 카페테리아도, 바쁘게 돌아다니다 조금 편안하게 한숨 돌릴 수 있는 장소였어요. 게임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요.

아직까지 플레이엑스포를 가보지 않은 수도권 게이머라면, 내년에는 한 번 주말 나들이 겸 가볍게 들려보는 건 어떨까요. 큰 단점이던 대중교통 접근성 역시 좋아졌거든요. GTX-A 킨텍스역 개통으로 서울역에서 20분만에 갈 수 있습니다.

미리 사전등록을 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주말 역시 그 규모에 비해 생각보다 쾌적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하는 걸 추천합니다.



▲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레이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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