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피어리스 드래프트, 정규 시즌 도입되나? 라이엇, 확대 적용 '논의중'

기획기사 | 김병호 기자 | 댓글: 26개 |



올해 처음 도입된 2025 LoL 챔피언스 컵(LCK 컵)이 뜨거운 열기 속에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이스포츠 시청자 수 집계 사이트 이스포츠 차트(https://escharts.com/)에 따르면, 2025 LCK 컵은 피크 시청자 수 1,907,634명을 기록하며 LCK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 피크 시청자 수 기록은 2024 LCK 스프링으로, 260만 명을 돌파했다.)

해외 리그와 비교했을 때, LCK 컵의 흥행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5 LCK 컵은 올해 진행된 다른 지역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LCK 컵의 최고 시청률은 LCK 다음으로 인기 있는 LEC 리그 윈터 2025보다 약 3.5배 높았으며, 경기당 평균 시청률도 30%가량 높았다.

정규 시즌이 아닌 이벤트 컵 매치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번 대회에 새롭게 도입된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한 세트에서 사용한 챔피언을 다음 세트에서 재사용 금지하는 규칙이다. 팀들은 매 경기 새로운 챔피언 조합을 짜야 하므로, 전략 다양성이 극대화되고 예측 불가능한 경기가 펼쳐진다. 특히, 경기 수가 많은 5판 3선제 경기일 때,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전략은 더욱 복잡해진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처음으로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이 적용된 대회였던 만큼,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챔피언들이 등장하며 LCK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회 진행 중에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팀과 선수들이 등장하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대회 후반부에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 안에서 불리한 레드 진영에서 나오는 다양한 조커 카드와 블루/레드 진영 간의 승률 차이 등으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효과를 톡톡히 본 라이엇 게임즈는 앞으로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을 다른 대회에도 점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5년 4월에 개최되는 정규 시즌에도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오는 3월 열리는 국제대회 더 퍼스트 스탠드도 피어리스 드래프트 룰로 진행된다.

먼저,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 아래서 블루 진영과 레드 진영의 승률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24년 LCK 서머 정규 리그의 블루 진영 승률은 50.2%, 서머 플레이오프 승률은 54.8%였다. 보통 메타가 안정화되고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팀만 남은 플레이오프 시즌에는 블루 진영의 승률이 소폭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LCK 컵에서 블루 진영의 승률은 그룹과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평균 61.5%를 기록했다.

블루와 레드 진영의 승률 차이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에서 유독 두 진영의 승률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블루 진영이 레드 진영에 비해 유리한 이유에 대하여 LCK 고수진 해설은 세트 수가 많아질수록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 수가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블루 진영이 먼저 챔피언 조합을 완성하면, 레드 진영에서 이를 카운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챔피언 간의 상성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게임이다. A라는 챔피언이 등장하면 B라는 챔피언으로 카운터를 치고, C 챔피언 조합에는 D 챔피언 조합으로 대응하며 승률을 맞추게 된다. 그러나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 안에서는 A 챔피언의 카운터 챔피언이 이미 금지되어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른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지만, 원래 선택하려 했던 챔피언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거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규칙 아래 5세트까지 경기가 진행될 경우, 전체 챔피언 중 약 ⅓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남은 챔피언 중에도 성능이 좋은 챔피언과 그렇지 않은 챔피언이 나뉘고, 이 와중에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좋지 않은 챔피언들이 존재한다. 여기서 블루 진영이 먼저 선택권을 가지므로 레드 진영의 불리함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LCK 컵의 흥행을 이끌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블루/레드 진영 간의 승률 불균형, 챔피언 밸런스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드러났다. 라이엇 게임즈는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개선을 이어 나가야 한다. 해결 방안으로는 제도 개선을 통한 레드 진영의 어드밴티지 부여, 챔피언 밸런스 조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역대급 흥행을 이끈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이른 시간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다만, 이전보다는 보완된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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