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LoL의 깊이와 재미를 지키는 법: 매튜 릉-해리슨의 개발 철학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댓글: 1개 |
2025 MSI 현장,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라이엇 게임즈의 핵심 인물과 특별한 만남이 성사되었다. 7월 11일(금) 오후 2시(현지시간), LoL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매튜 릉-해리슨과의 심층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2016년 라이엇 게임즈에 입사해 제리, 벨베스, 닐라 등 인기 챔피언 개발에 참여했다. 2022년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메타 설계도 주도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LoL'이라는 주제 아래, 게임 경험 개선을 위한 라이엇 게임즈의 노력과 미래 비전을 이야기했다.

매튜 릉-해리슨은 게임 플레이 시간의 이상향부터 신규 유저 유입, 비매너 플레이어 제재, 그리고 챔피언 밸런스 조정에 대한 깊이 있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메타 형성의 의도와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의 영향, 패치가 프로 선수들에게 미치는 공정성 문제까지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칼바람나락 랭크 게임 도입 여부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되었다.




▲ 매튜 릉-해리슨 LoL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Q. 요즘 콘텐츠는 소요 시간이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동영상은 쇼츠로 보고, 노래 길이도 2~3분 정도로 짧아졌습니다. 저는 LoL의 플레이 시간이 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LoL 플레이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희는 게임이 1시간 이내에 끝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그인부터 챔피언 선택, 그리고 장기전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죠. 이상적인 평균 플레이 시간은 28분에서 29분입니다. 현재도 이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돌격 모드, 아레나, 신속 모드, 칼바람나락 같은 다양한 모드를 통해 짧은 시간만 투자할 수 있는 유저들을 만족시키려 합니다. 유저들이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모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소환사의 협곡 플레이 시간은 더 줄일 계획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지금은 꽤 적절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획기적으로 더 줄일 계획은 없습니다. 17분에서 30분 사이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평균은 28분 정도입니다. 챌린저 티어는 더 빠르게 게임이 끝나기도 합니다. 초반 라인전, 중후반 플레이, 오브젝트 싸움 등 모든 플레이를 고려했을 때, 지금의 평균 수치에서 더 줄이면 너무 압축될 수 있습니다.


Q. 소환사의 협곡 외에 다른 모드들도 준비 중이신가요?

항상 새로운 모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환사의 협곡만 즐기는 유저 외에 다양한 유저들이 있습니다. 아레나, 돌격 모드, 칼바람나락 등 다양한 맵을 출시하며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저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모드 개발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Q. 소환사의 협곡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소환사의 협곡으로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른 노력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협곡으로 유입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소환사의 협곡은 매우 복잡한 게임 모드입니다. 신속 플레이나 돌격전 같은 모드를 통해 신규 유저들이 협곡을 플레이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습니다. 신규 유저 유입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둘째는 게임의 질을 높이는 일입니다. 게임 내 '빌런'들로 인해 게임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긴 시간을 투자한 게임이 빌런 때문에 낭비된다고 느끼지 않도록, 게임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든 유저가 이기려고 플레이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라이엇이 생각하는 '빌런'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고의적인 트롤과 실력 부족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유저의 '망한 판'과 '고의적인 트롤'을 구분하기 위해 특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의적인 트롤링은 명확한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게임을 안 하거나, 우물에서만 돌아다니거나, 정글러 캠프를 뺏고, 아이템을 다 팔거나, 승산 없는 다이브를 반복하는 행위 등입니다. 특히 마스터 이상 티어에서 이런 플레이가 반복되면 의도적인 빌런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실력이 부족해 죽는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런 구체적이고 의도적인 플레이를 파악하고 구분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빌런이 만들어지는데는 채팅이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채팅 제재 기준은 무엇일까요? 어디까지가 건전한 대화이고 어디서부터 제재 대상이 되나요?

이 부분에 대해 다양한 탐구를 진행 중입니다. 최근 언어 모델 AI 기술을 활용해 채팅의 뉘앙스를 파악하려 합니다. 각 지역 오피스와 협업하여 팩트 체크도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서버의 채팅이라면 브라질 오피스에 직접 문의해 욕설인지 장난인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유저들의 내재된 태도를 파악하려 기술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 비매너 행위에 대한 이력도 고려 중입니다. 명예 레벨이 낮고 제재 기록이 많다면, 나쁜 의도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한국 서버에는 이런 ‘빌런’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느끼고 있고,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LoL은 매우 깊이 있는 게임이라 신규 유저에게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와드 하나를 설치하는 데에도 수많은 디테일이 있을 정도입니다. 새로운 유저들이 LoL에 쉽게 적응하도록 어떤 방향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게임을 단순화할 계획은 없습니다. LoL의 깊이와 복잡성은 많은 유저가 오랫동안 플레이하는 이유입니다. 게임을 단순화하기보다는, 신규 유저들이 협곡이라는 복잡한 종착지로 향하는 여정을 돕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캐주얼 모드를 통해 유입되어 장기적으로 협곡을 즐기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고, 비매너 행위를 줄여 유저들이 이 긴 여정을 밟아 궁극적으로 LoL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방향성입니다.


Q. 랭크 게임 유저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알고 있습니다. 랭크 게임 유저를 늘리기 위한 게임 외적인 동기 부여 방안은 무엇인가요? 보상 등을 키우는 방안도 고려하나요?

콘텐츠적인 접근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진짜 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만들어 유저들이 접속해 게임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특정 게임 플레이 요소를 홍보하거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주는 방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양의 한 크리에이터가 문도 관련 영상을 계속 만들자 문도 픽률이 크게 늘어난 일이 있습니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전체 유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챔피언 리워크보다는 게임 퀄리티를 높이고 비매너 행위를 줄이는 것이 유저들의 플레이 동기를 올리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Q. 16년간 꾸준히 밸런스를 조정해 오며 노하우가 쌓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챔피언 밸런스를 조정하시나요? 현재 LoL의 밸런스 상태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저는 시즌 4부터 11년째 개발에 참여하며 스스로 백과사전급 지식을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패치 조정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승률 변동, 프로/일반 유저에게 미칠 영향 등을 예측하는 좋은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발자들이 지식을 종합하여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밸런스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균형 잡힌 상태입니다. 일부 챔피언은 프로 신에 나올 수 있지만, 일반 유저 플레이에 너무 큰 영향을 주거나 게임 플레이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손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선할 점이 있다면 저희가 가진 지식을 다른 개발자들과 더 잘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기억에 남는 메타들이 많습니다. 메타는 의도치 않게 생겨나는 것인가요, 아니면 일부러 어떤 방향으로 만들기도 하나요?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이 메타를 깨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이 좋아할 방향으로 메타를 조율합니다.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시도가 LoL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개발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플레이어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최대한 많이 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도록 돕는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타릭 탑, 아이번 봇 같은 비정통적인 전략으로 챌린저에 도달하는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특정 메타가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에 합리적이지 않거나, 반격의 여지가 없거나, 직관적이지 않은 플레이 같은 핵심 디자인 철학을 훼손할 정도로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팀원 6명이 모두 지휘관의 깃발을 구매하는 상황처럼 게임플레이가 너무 왜곡될 경우에는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Q. 패치가 프로 선수나 팀들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공허유충 패치 이후로 성적이 급상승한 팀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패치로 인해 팀 성적이나 선수의 운명이 바뀌기도 하는데, 개발자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든 팀이 동일한 조건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패치는 특정 플레이어에게 더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습니다. LoL 프로 경기는 '한정된 전략을 복제하는 방식’에서 ‘변화하는 조건에 빠르게 적응하는 걸 보상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게임 출시 이래 2주마다 패치를 적용하고 시즌 시작마다 대규모 변경을 해오는 방식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최근에는 피어리스 드래프트처럼 플레이어들을 더 많이 시험하는 방식도 도입되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프로 선수들에게 다소 불편하더라도 게임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스타일을 배우고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앞으로도 LoL에서 꾸준히 보상받을 역량입니다. 프로 선수들은 소수 챔피언 숙련도뿐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 소화 능력으로 더 주목받을 것입니다. 물론, 대형 대회 전에는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겁니다. 너무 잦고 큰 변화는 프로 선수들의 적응을 어렵게 할 수 있으니까요.


Q. 칼바람나락 랭크 게임을 만들 계획이 있으신가요? 랭크 게임이 나온 게임 모드(소환사의 협곡, TFT)는 전부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랭크 게임 도입은 라이엇 게임즈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새로운 큐를 추가할 때마다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 큐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플레이어들이 왜 이것을 원하는가?'. 즉, 두 가지 경험을 원하는 플레이어가 충분히 많아서 큐 인구를 나누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칼바람나락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편안함, 캐주얼함, 실력 차이가 큰 친구들과의 부담 없는 플레이, 사교의 장 등입니다. 물론, 경쟁적으로 즐기는 일부 플레이어도 있지만 극히 소수입니다. 많은 랭크 플레이어들이 하루 랭크 게임을 마친 후 긴장을 풀기 위해 칼바람나락을 즐기며, 이때는 고강도 경쟁을 원치 않습니다.

칼바람나락은 친구들과 가볍고 편안하게 즐기는 게임으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칼바람나락 랭크 게임 도입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랭크 도입은 유저층을 과도하게 분할하고, 많은 플레이어가 칼바람나락을 즐기는 본래 목적과도 맞지 않습니다.

이전에 아레나 모드에 랭크를 도입했을 때, 너무 진지해져 실험이나 재미있는 빌드 시도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랭크를 제거하자 아레나 모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칼바람나락 격전 같은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으며, 앞으로도 경쟁을 즐기고 싶은 일부 플레이어들이 있다면 이에 대해 더 고민할 예정입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