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주 소장 "게임 질병코드, 게임 죄악시한 이데올로기의 산물"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5개 |



콘텐츠 강국을 지향하는 한국 게임산업에 있어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가 될 예정이다. WHO가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ICD-11)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적용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게임산업계는 게임 질병코드가 국내에서 인정될 경우 사회적 인식 변화로 인해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년간 총 8조 8,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과 8만 명이 넘는 취업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게임 이용자들의 반대 역시 크다. 게임을 즐긴다는 단순한 여가 활동에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 중독에 대한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기회가 될 거라면서 찬성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게임 중독을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아 오히려 섣부른 질병코드 도입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금일(10일), 여의도에서 ‘2025년 ‘게임 질병코드’가 온다’를 주제로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둘러싼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섣부른 질병코드 도입, 제2의 셧다운제 된다



개회식에서 뉴스토마토 정광섭 이사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게임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산업에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산업 종사자와 이용자에 대한 낙인 효과도 우려된다. 과몰입에 대한 폐해가 있던 건 사실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질병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건 다른 문제다. 문제는 그럼에도 아직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가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 정도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저기서 의견이 엇갈리기만 한다"면서, "내년까지 초안을 작성하고 30년에 결정, 31년에는 시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소통의 시간을 번 셈이다. 이번 토론회가 그런 공론화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진성준 의장은 "게임산업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중독이라고 하면 위축되지 않겠나.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타격이 있을 건 분명해 보인다. 중독이라기보다는 과몰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모 아니면 도 논리로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울 수도 있다. 이번 포럼을 통해 게임산업에 지속 가능한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효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한 셧다운제가 결국 2021년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해서 폐지되지 않았나. 현장의 목소리, 국민의 기본권, 업계에 끼칠 영향력을 간과하고 도입했다가 악영향만 끼치고 사라진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두 번 실패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질병코드 도입이 산업에 끼칠 악영향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문제를 겪는 사람과 가족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면서,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반대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게임산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도울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토론과 공론의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강유정 의원, 조승래 의원, 이기헌 의원, 장종태 의원,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참석해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해 생길 게임산업 전반에 걸친 악영향과 게임 과몰입으로 고통받고 있는 당사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추후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하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장주 소장 "게임 질병코드, 게임을 죄악시하는 노동 중심 이데올로기의 산물"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 질병코드에 대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게임을 죄악시하는 노동 중심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노동의 가치가 중시되던 사회에서는 예술성을 지닌 베짱이는 그가 지닌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폄하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이러한 인식이 여전히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가 세계 1위에 해당할 정도다. 이는 곧 인간의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 이에 대해 이장주 소장은 "앞으로는 개미 자리도 줄어들 거다. 개미가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게 되는 셈"이라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날 여가 시간에 게임을 한다든가 하게 될 텐데 이걸 죄악시하는 게 맞는지 반문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 이용장애 기준 역시 여러모로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WHO의 진단 기준을 보면 일상생활보다 우선할 경우, 그리고 12개월 이상의 빈도일 경우 게임 이용장애로 진단하는데 그는 e스포츠 선수를 예로 들면서 "그들에게는 게임하고 연습하는 게 일상인데 이걸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모호하다"면서, "심지어 열성적인 게이머와 병리적인 게이머를 구분하는 것조차 어렵다"면서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살펴보기보다 해결법만 찾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단 게임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장주 소장은 과거 소설과 만화, 영화 역시 게임과 마찬가지로 예술적 요소가 아닌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콘텐츠로 취급됐음에도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이는 그것들(소설, 만화, 영화)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였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설명했다. 게임을 문화 예술로 보고 게임에 몰입한다고 하면 뭔가 열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질병 물질로 보고 중독이라고 하니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끝으로 이장주 소장은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언급했다. 디지털 치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게임 이용장애 선별도구 결과 위험군이 오히려 정상군보다 생활만족도가 높고 우울수치가 낮게 나온 사례가 있다"면서,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중독물질이라면서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었다.


정정원 센터장 "게임 이용장애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정정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게임법 정책연구센터장은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앞서 2013년 발표된 진단기준 개정안 DSM-5에서 언급한 인터넷 게이밍 디스오더(Internet Gaming Disorder)라는 진단명이 정확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이를 게임 중독으로 번역했지만, 일반적으로 중독이라고 하기 위해선 내성과 금단 2개의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 마약과 알코올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정정원 센터장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인터넷 게이밍 디스오더를 게임 중독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싶다"면서, "아무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하지 않던데 이런 부분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게임 이용장애의 기준 역시 여러모로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정정원 센터장은 "개념적으로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할 경우 게임 이용장애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일상생활보다 다른 걸 우선시할 경우 이것도 이용장애라고 해야 할까" 반문하면서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는 걸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데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는 게 무조건 게임 탓인 것도 아니라면서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WHO의 국제질병분류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가 여지없이 다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보건전문가가 아니니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산업에 끼칠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개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끝으로 정정원 센터장은 "통계청이 KCD 도입과 관련해서 여러 기관에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의료기관, 대학교, 보험사 등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설문을 왜 일부 기관만을 대상으로 했는지 의문이다"면서, "전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사항인데 몇몇 전문가들이 얘기하고 결론을 내리는 건 아닌 것 같다. ICD-11은 국내에는 KCD-9로 등재될 텐데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등재 이유와 더불어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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