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베타? 게임사의 치명적인 착각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4개 |



테스트가 많은 나라, 테스트만 많은 나라


요즘 들어 게임 관련 뉴스들을 살펴보면 유난히 '테스트'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리 오픈', '프리 클베', '코어 테스트', '퓨어 테스트' 등등. 사실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테스트의 성격 자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2회에서 5회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거친 후 오픈베타 테스트가 끝나면 상용화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예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프리 클베, 프리 오픈" 테스트라는 것이 온라인 게임 런칭의 필수 과정으로 굳어지는 경향까지 나왔다. 거기다 코어, 퓨어, 웰컴 등등 다양한 테스트까지 덧붙여지기 일쑤다.


게임의 성격에 따라, 대규모 인원이 접속했을 경우의 서버의 과부화를 체크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포함된다면 게임의 정식출시 전 테스트 횟수나 종류만 근 10 회에 육박하는 게임들도 종종 등장하는 실정이다.


이름이야 어떻든 제한된 인원을 선발하여 비공개 형식으로 진행하는 테스트이기 때문에, 혹은 정식으로 선을 보이기 전에 진행하는 테스트이기 때문에 클로즈 베타 테스트라도 봐도 무방하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라는 가장 성공한 MMORPG를 개발한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도 기자회견 때 "테스트"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듯이, 물론 특히 온라인게임에서의 테스트 과정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테스트가 시작될 때마다 동시에 진행되는 화려한 광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비해 테스트 당시 게임의 완성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 상당수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오죽했으면 한 유저는 "필드에 몬스터를 뿌려놓고 칼질로 때려잡을 수 있으면 다 클로즈 베타인가?"라는 말까지 내뱉었겠는가?




착각은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


테스트의 명칭이 클로즈베타든 오픈베타든 그 무엇이든 간에 테스트는 테스터들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물론, 게임의 정식버전이 아니기에 게임 진행 상에 불편한 부분이나 구현되지 않은 요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게임을 해볼 수 없을 정도의 미완성 버전을 일반 유저들에게 테스트해달라는 것은 화면조차 나오지 않는 TV를 고객에게 테스트해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는 광고물에는 비로소 대단한 게임이 나온다는 멘트 밖에 찾을 수 없으니 유저들이 테스트 후 그처럼 당황스러워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임사가 현재의 미완성 버전을 꼭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면 사내 테스트나 '패밀리&프렌즈' 테스트 등 알파 테스트 형식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MMORPG라고 가정했을 경우 필드에 10명 남짓의 인원이 접속해도 렉 현상이 발생하고 클라이언트가 다운되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굳이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일반유저를 대상으로 제한된 인원을 게임사가 직접 테스터를 모집, 추첨한다고는 하지만 비공개 테스터 모집에 응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해당 게임에 깊은 관심이 있는 유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재적 고객을 상대로 사내 테스트도 한번 해보지 않은 듯한 게임을 테스트 하라고 하면서, 렉현상과 서버문제로 인해 그 정도의 게임 조차 즐길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한다면, 해당 테스트가 게임사의 홍보 수단일 뿐이거나 출시 일정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진행한다는 오명을 벗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이번 주도 어김없이 테스트는 계속 된다. ]





하지만,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유저들은 클로즈베타 테스트에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판단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콘솔 또는 PC 게임과는 달리 현실 속의 나 자신을 캐릭터에 투영하여 몰입하게 되는 온라인 게임에서 속히 말하는 유저들의 "찜"이라는 것은 게임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유저들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한 마리의 독수리'와도 같다. 2007년 홍수처럼 밀려오는 기대작들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임을 찾아내기 위해 게임사의 테스트를 기꺼이 해보는 것이다.


이처럼, 클로즈베타 테스트는 게임 출시를 앞둔 게임사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며, 신생 게임사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을 홍보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유저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진행해서 엄청난 프로모션 비용들을 모두 허공에 날려버리는 것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메어온다. 게임의 깊은 완성도나 사소한 버그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며, 그 정도를 클로즈 베타에서 참지 못할 유저들이 분명히 아니다.


필드에서 단순히 몬스터를 사냥만 할 수 있는 수준도 안타까운 판에 각종 치명적인 오류와 렉 현상, 서버 문제로 게임 자체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은 클로즈베타를 바라보는 바라 보는 유저와 게임사의 시각 차이 뿐만 아니라 게임사 측이 클로즈 테스트와 그 테스트에 참여하는 유저들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치명적인 착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


"(이런 저런 수식어가 붙은) 베타 테스트입니다. 그래서 완성도가 낮으니 양해를..." 이라는 멘트는 완벽하게 게임사의 입장에서 생산된 멘트다.


유저들에게는 이름이야 어떻든 클로즈베타 테스트로 인식하게 마련이고, 프리 (Pre) 와 같은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즐길만한 게임일지 냉철하게 판단할 뿐이다.


제한된 인원이 참가하는 비공개 테스트라고 하더라도 테스트가 시작되면 더 이상 비공개는 없다. 각 게임 매체에서는 해당 게임에 대한 방대한 리뷰가 쏟아져 나오고, 유저들의 냉철한 평가는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달 도구를 통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마케팅과 이벤트에 투자한들 게임을 즐기는 주체인 유저들의 관심이 떠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 것이 바로 게임사가 창의적인 테스트의 '명칭'만을 생각해 내는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클로즈베타 테스트에 대한 자신만의 착각을 버리고 최대한 그 퀄리티를 끌어올려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 베타족은, 한편으로는 미완성 게임의 테스트에 지치고 정착할 게임을 찾지 못한 게이머들의 다른 이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럴 정도의 미완성이기 때문에 클로즈 테스트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말은 개발사와 개발자의 입장일 뿐이다. 개발사와 개발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게임을 하는 게이머는 없다. 명심할 것은, 클로즈 테스트에 참여하는 유저들은 게임의 컨텐츠와 특징을 테스트하고 향후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것이지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려 접속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보기: OBT 동상이몽! 테스트냐 서비스냐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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