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먹다 체한다! 해외 게임의 진출에 부쳐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12개 |



밀려드는 해외 게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환영할만한 것이다!


디지털 컨텐츠에 국적을 따지는 것은 별반 의미가 없다. 인터넷을 이용함에 있어서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지 못할 까닭이 없는 것처럼. 게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지 서비스를 위해서 필요한 법규나 절차는 있을지라도, 일반 상품의 수출입처럼 무역 장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설사 특정 국가에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이 서비스의 기반인 이상 국적을 불문하고 충분히 접속이 가능하다. 이미 주위에서 북미나 일본의 게임에 직접 접속해서 즐기는 게이머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중국의 작업장처럼 사회문제화되는 것이 아니라면, 게임사나 해당 국가에서도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


북미나 일본의 게임들이 과거에는 어얼리 어답터라는,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제한적인 디지털 컨텐츠였다면, 이제 그것도 보편화되는 과정에 있고 애국심을 가지고 게임을 따지는 경향도 없다.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관심사는 재미있는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외 게임의 러시로 인해 걱정할 곳은 게임 개발사이고, 게이머들은 해외 게임과 국내 게임중 자신에게 더 맞고 더 재미있는 것만 고르면 되기에 오히려 환영을 해도 이상치 않다.






[ 4월 6일 북미 오픈 베타를 실시한 반지의제왕 온라인 ]



국내 출시를 앞둔 해외 게임들


인벤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들이 다투어 해외 게임과 관련된 소식을 전하고 있고, 기사의 빈도도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규로 출시되는 콘솔이나 패키지 게임에 대한 기사들이 다수였다면 최근에는 해외 MMORPG 관련 기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콘솔이나 패키지의 규모가 미미하고 상대적으로 온라인 게임이 크기 때문이려니와, 또 한편으로는 북미나 일본에서도 온라인 게임의 개발을 상당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애쉬론즈 콜2,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DAoC) 등의 몇몇 해외 게임들이 한국에 서비스되기도 했었고, 요 몇년간에도 여러 온라인 게임들이 출시되었었다. KOEI 의 명작 게임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바꾼 대항해시대 온라인이라든가, 에버퀘스트2, 던전앤드래곤 (DDO) 등이 모두 요 1~2년 사이에 한국에 선을 보인 게임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반지의 제왕 온라인 외에도(오픈 베타는 4월 6일 이미 시작되었고, 정식 출시 일자는 4월 24일이라고 한다), 뱅가드 온라인, 캐러비안의 해적, 베타 테스터를 모집하고 있는 에이지 오브 코난 등도 있다. 이미 프록스터 스튜디오를 통해서 한국에 서비스하기로 결정한 유럽산 게임 스펠본 연대기도 있으며, 국내 서비스 주체가 네오위즈냐 EA 냐 하는 문제로 관심이 높은 워해머 온라인도 있다. 빌로퍼가 만들고 있는 헬게이트 런던도 있고 또 미소스도 있으며, 리처드 개리엇의 타뷸라라사도 있다.






[ 베타테스터를 모집 중인 Funcom의 MMORPG 에이지오브코난 ]



일본쪽 게임을 살펴보면, 오픈 베타에 들어간 SD 건담 캡슐파이터 외에도 만화로도 이름높은 드래곤볼이 이미 MMORPG 로 개발이 되고 있으며, 겅호에서 개발한 에밀 크로니클이 그라비티를 통해 가까운 시일내 한국 오픈 베타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또한 진삼국무쌍 BB 는 이미 CJ 인터넷 넷마블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삼국지 온라인 역시 국내 출시의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기도 하다.



WoW 의 성공이 가져온 인식과 시장 환경의 전환!


현재 동시 접속자 수로는 리니지나 리니지2를 앞질러 랭킹 1위에 올랐다고 하는 WoW. 그 WoW 가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그 전에 들어온 해외 게임의 실패 때문인지 안된다고 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여러 매체들에서는 WoW 역시 에버퀘스트나 DAoC 과 같은 전철을 밟거나 별달리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던 것이다.


그 당시 이유로 들었던 것이 외산 게임의 실패 사례들, 캐릭터와 그래픽을 중시하는 한국 게이머들의 취향, 해외 컨텐츠에 대한 이질감 등이었다.


그러나 WoW 는 보란 듯이 이 평가를 뒤집어 버렸다. 블리자드는 국내 게임보다 더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글화를 선보였고, 오픈베타 이후 2년 넘게 서비스를 해오면서 WoW 를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내 서비스를 담당한 블리자드 코리아를 타겟으로 유저들의 많은 불만들이 불거져 나왔지만 말이다.


결국, WoW 는 전 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예상과 달리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그것이 국내 게이머들에게 끼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내 유저들에게는 생소했던 "어그로, 레이드, 탱커, 풀링" 같은 단어들이, 이제는 나이 지긋한 유저들 뿐만 아니라 주부와 학생에 이르기까지 WoW 를 한번이라도 접해본 유저라면 입과 귀에 익숙한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는 지하철에서 어제 공략했던 던전 보스에 관한 토론을 나누는 모습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고, 공격대의 메인탱커가 혹은 메인힐러가 가정주부 혹은 60대 노인이라는 사실도 별로 놀라운 소식이 아니게 되었다. DJ.DOC 의 히트곡 가사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도 레이드해요. 후훗"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최근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을 찾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 - 스샷은 뱅가드 ]



사실, WoW 이전만 하더라도 북미나 일본식 게임 컨텐츠를 즐기는 게이머들은 분명 소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시간이 흘렀고, 와우라는 게임 자체가 해외 게임 "초보교재" 혹은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면서 국내 유저들의 게임 경험과 수용력도 대폭 상승했다.


리니지2로 인해 PC 사양이 바뀌고 Full 3D 게임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WoW 로 인해 많은 게이머들이 해외 게임에 대해 친숙해졌다. 이는 곧 해외 게임을 수용할 수 있는 시장 환경 자체가 이전보다 비할 수 없이 넓어졌다는 뜻이며, 과거 소수만이 즐기던 해외 게임 컨텐츠가 대중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셈이다.



게임의 장벽, 접속이 아닌 언어와 문화의 차이!


그러나 해외에 들어가서 직접 게임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접속과 결제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정작 장벽을 느끼는 것은 바로 언어와 문화의 차이이다. 고난이도의 외국어를 필요로 하지는 않더라도 게임 내 텍스트를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게임 내 외국인들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생판 모르고 사고방식도 사뭇 다른 사람들과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는, 편하게 말이 통하고 때로는 가끔 보면서 게임 이야기도 하고 술도 한잔 곁들일 수 있는 같은 한국 사람이 더 편한 것도 사실이다.


게임을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결제한 뒤, 해외 서버에서 플레이해도 되지만, 굳이 해외의 게임들이 한국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내 주변의 사람들과 편하게 같이 즐기고 싶다는 것이다.


WoW 로 인해 해외 게임에 대한 수요,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갈망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음에도 궁극적으로는 언어와 이질적인 문화라는 대중적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은 장벽이 존재하기에, 현지화라는 작업을 거친 한국에서의 게임 서비스를 바라는 것이다.






[ 기대작 워해머 온라인, EA 가 할지 네오위즈가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그러나 아직까지 비관론은 여전하다!


근래 게임사 관계자들 혹은 다른 매체 기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러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해외 게임은 국내의 스타일에 맞지 않고 국내는 국내 스타일이 따로 존재한다며 해외 게임의 국내 출시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을 자주 접하게 된다.


마치 밀려오는 해외 게임의 한국행 러시를 두고, WoW 진출 초기와 같은 반응이 다시 보이는 상황이다. 그간 여러 게임들의 실패(!)를 놓고 보자면, 근거가 없다고만 할 수는 없다.


대항해시대도 (손해보는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퍼블리셔사 자체적으로도 서비스에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지경이며, 에버퀘스트2는 아예 한국에서 철수하여 에버퀘스트2에 미련을 가진 게이머들은 북미에서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서비스를 실시한 던전앤드래곤 역시 원래 일정대로라면 상용화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지금은 상용화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서버 통합이 시급할 정도의 상황에 직면했다. 분류가 좀 다르긴 하지만, 중국산 항해세기 역시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WoW 이전과 WoW 이후의 해외 게임 모두, 즉 WoW 를 제외하고 모든 해외 게임이 실패라는 도장이 박힌 상태이다. (SD건담 캡슐파이터의 경우 MMORPG 가 아니라서, 성공실패 사례에서 논외로 했다)


그런데, 해외 게임에 대해 특이한 현상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처참한 실패를 겪은 게임의 실패 원인을 논하거나 앞으로 들어올 해외 게임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을 주장하는 사람일지라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게임 자체가 허접해서 실패했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의 개발사들 역시 시장을 노리고 괜찮은 게임을 먼저 선보이려 한다는 점, 한국의 퍼블리셔들 역시 허접하지 않고 쓸만하다는 판단이 드니까 돈을 주고 사온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검증이 되기에 그럴 수도 있다. 덧붙여 오랜 게임 제작 경험에서 우러나온 기획력과 개발력, 게다가 해외에서는 패키지로 판매하기 때문에 오픈 베타 클라이언트 자체를 돈을 받고 파는 완성품으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이 게임 출시 시기의 완성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한가지 원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한국에 출시되는 해외 게임들의 경우 게임 자체가 허접해서 망하는 경우는 논외로 해도 무방하다. 항해세기처럼 폼을 잡으려 했다가 대항해시대에 패배한 특수한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단지 특정 게임이 지향하는 컨텐츠가 나와 부합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며, 앞서 말했듯이 국내 시장 환경상 국내에 들어올 해외 게임을 일정 정도 즐길 수 있는 게이머층은 형성이 되어 있는 구조이다.


중요한 것은 그 게이머층을 어떻게 공략, 유지, 관리해나가느냐 하는 문제인데, 요 근래 실패한 게임들을 보면 컨텐츠와 시장 환경이라는 원래부터 실패할 운명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컨텐츠와 시장 환경의 타겟이 되어야 할 게이머층에 대한 공략, 유지, 관리의 문제에 실패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 그 이하만 보여주다 한국에서 철수한 에버퀘스트2 ]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없지만 이유는 있다!


그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가 EQ2 (에버퀘스트2) 와 DDO (던전앤드래곤) 이다. 두 게임 모두 유사한 이유도 있고 서로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두 게임의 모습이 향후 한국 퍼블리셔를 통해서 서비스될 해외 게임 한국 서비스에 대한 반면 교사로 삼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꼽는 것은 바로 한글화 부분이다. 역설적으로 WoW 가 미친 부정적인 영향중 하나는, 국내 MMORPG 들이 퀘스트를 무조건 디폴트로 넣게 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바로 외국 게임 한글화의 기준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WoW 를 맛본 국내 게이머들은 몇십만명을 훌쩍 넘는다. 동시 접속이 10만명이라면, 현재 계정을 결제하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어림잡아 30만명은 족히 된다는 이야기이며, 과거에 WoW 를 접해본 사람까지 합하면 그 배는 충분히 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게이머층이 해외 게임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요한 타겟층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WoW 의 완벽한(!) 한글화 수준을 보고 난 뒤, 다른 게임의 한글화를 어떻게 보겠는가! WoW 를 해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양자의 한글화 수준을 비교하게 마련. 그 옛날 장비의 자를 맹덕이라고 적어놓은 영걸전 오프닝 화면과 같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논외로 치더라도, 상당한 퀄리티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처참히 실패를 하고 철수한 EQ2 는 한글화에 대한 불만 자체도 상당했었는데, 그 덕분일까. 던전앤드래곤의 한국 서비스에 대해 "한글화 수준은 어떻게 되지 ? WoW 보다야 못할테고, 그래도 EQ2 보다는 잘 되었겠지 ?" 라는 류의 질문들이 클로즈 베타 초반기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번역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번역이 아닌 번안과 재창조를 통해 북미 사람들이 영어로 플레이하는 도중 느끼는 그런 정서를 한글 텍스트를 통해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EQ2, 그리고 EQ2 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던전앤드래곤의 경우, 이런 재창조의 수준은 커녕 번역 자체도 그리 깔끔하지가 않고 군데군데 오역과 어색한 말투가 숨어 있는 수준이다.


게임의 한글화는 단지 영어를 잘 아는 사람이 번역을 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 영어 전문가가 게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용어와 전문 용어가 다르고 통상적인 단어와 게임상 단어의 의미와 맥락이 서로 다르듯이, 그 게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을 해야만 한다. 전공 서적을 비전공 영어 능통자가 한다면, 분명코 전공 서적을 보는 사람들이 불만을 터트릴 수 밖에 없듯이.


EQ2 의 경우 별도의 한글화 팀이 없이 GM 들이 번역을 해야 했었다. DDO 의 경우 북미에서 DDO 를 즐기는 사람들이 감수에 참여를 했고 그럭저럭 게임을 즐길만한 수준은 되었으며 또 EQ2 와 상대적으로 비교되었다는 점에서 낫긴 하지만, 솔직히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 한글화는 단순 번역이 아니다. 이미지는 EQ2 의 한 장면 ]



그 다음이 바로 서버 문제이다. 한글화든 뭐든 일단 서버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하고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EQ2 와 DDO 모두 서버 문제에서는 더할나위없이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고, 이것이 사람들이 떨어져나간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EQ2 는 서비스 시작 직후 한동안 패치가 받아지지 않았고, 600 메가가 넘는 수동 패치 파일을 알음알음 개인 플레이 방식으로 구하면서 패치를 실행시켜야 했다. 바탕화면의 EQ2 아이콘을 더블클릭해도 게임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픈 베타를 앞두고 배포용으로 뿌린 CD 는 오픈 베타 시작과 동시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별별 방법을 찾고 찾아 실행을 시켜야 하는 등 EQ2 접속 자체에 상당한 어려움이 많았었다. 오죽했으면 EQ2 최고의 퀘스트는 로그인 퀘스트라는 말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었을까.


DDO 역시 서버 문제는 EQ2 와 난형난제였다. 무한 로딩랙으로 인해 게임 자체를 정상적으로 플레이하지 못하는 기간이 오픈부터 근 한달 가까이 지속되어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했었다. 게다가 한창 오픈 베타 광고와 신규 유저 유치 광고가 지속되는데 일주일이 넘게 홈페이지에서는 회원 가입을 할 수도 없었다. 한때는 접속이 되지 않아, 접속을 위한 패치 파일을 DDO 인벤에서 게이머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었다. (덕분에 그 당시 인벤의 서버가 트래픽 폭주로 여러차례 다운되었었다) 또 업데이트 명목으로 3일간 서버를 내렸으나, 결국 업데이트는 못한 채 그대로 서버를 다시 오픈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추후 이 업데이트 실패 문제는 본사의 기술적 문제였다며 관련자의 사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EQ2 와 DDO 는 서버 문제에 관한한, 게이머들의 입에서 "우리 제발 게임하게 해주세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게이머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불안정한 서버와 미숙한 한글화가 게임 서비스 실패의 최대 사유로 꼽힌다.






[ DDO 오픈 베타 초반기, 한 게이머가 DDO 인벤에 올린 작품 ]



그 다음으로 게임에 어울리는 마케팅이나 운영 등 서비스 시스템을 구비하지 못한 것도 한가지 이유로 꼽힌다. 운영이나 서비스 등에 대해서 게이머들이 회사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지만, EQ2 와 DDO 는 어지간한 국내 게임사들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5년 하반기, WoW 를 서비스하는 블리자드 코리아가 여전히 욕을 많이 먹고 있을 무렵, EQ2 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블리자드 코리아의 운영 방식이라도 배워라! 라는 글이 간간히 올라오기도 했다)


무슨 문제가 발생하거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을 때에도 관련 공지 등록 시간은 매우 늦거나 종종 빼먹는 일도 있었고, DDO 는 3일간의 서버 점검을 하기 직전에야 관련 사실을 공지하기도 했다. 또 게이머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GM 선발에 있어서 해외 게임이나 해당 게임에 대해 높은 숙련도와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선별한 것이 아니라, 그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선발하여 입사 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알도록 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GM 업무와 게임 학습을 병행하게 되니, 해당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에 비해서 게임에 대한 적응력이나 지식이 매우 떨어지게 될 것은 뻔한 사실이고, 이런 점에서 유저보다 모르는 GM 이라는 한탄도 종종 게시판에서 흘러나왔었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EQ2 나 DDO 나 무언가 좋은 마케팅을 혹은 좋은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를 받은 기억이 없다. 해외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층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타겟 마케팅을 구사한 기억도 없다. 저걸 왜 할까 ... 라는 갸웃거리는 소리는 들려왔지만. 최근 DDO 에서 실시하고 있는 DDO 엔젤의 경우 평가도 좋고 개인적으로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것이 유일하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뜬금없는 DDO 걸이나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등은 왜 해야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 든다. 게임과는 그리 어울려 보이지 않는 각종 방법들, 심하게 비유하자면, 게임은 던전앤드래곤인데 방법은 던전앤파이터라고 해야 하나.



서두르지 마라, 급히 먹다 체한다!


따져보면, 부실한 서비스는 해외의 본사에도 그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 해외 게임사들의 마인드가 한국 게이머들의 일반적 성향과 부합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사고방식의 차이도 있으며, 현지 서비스에 맞도록 퍼블리셔에게 재량권을 잘 부여하지 않는 면도 있다. 감마니아에서 EQ2 의 서비스 총 책임을 맡았던 사람은, 그리 현명한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모 매체와의 만남을 통해 본사에 대한 격렬한 항의성 인터뷰를 한 뒤 곧바로 사표를 낸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여기에 덧붙여 국내에서 직접 개발, 서비스하는 게임에 비해, 컨텐츠의 이질감이라든가 수요층인 게이머들의 숙련도 등등의 측면에서라도 해외 게임의 난이도가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Q2 나 DDO 를 서비스했던 게임사들이 MMORPG 서비스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 그런 상황에서 WoW 처럼 충분한 기간을 두고 테스트를 하고 한글화를 하고 조직을 정비한 것이 아니라 (그런 WoW 도 엄청난 서비스 불만에 시달렸었다) 무엇엔가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테스트를 하고 부랴부랴 오픈베타를 진행했으니,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처럼 급하게 서두르다가 오히려 통째로 망가뜨린 결과가 되어버렸다.






[ WoW의 성공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



결과적으로 EQ2 나 DDO 가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데에는, 비관론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컨텐츠의 이질감이 문제가 핵심이 아니었다. 컨텐츠 자체는 괜찮고 또 컨텐츠를 즐길 유저들도 (WoW 만큼의 대박은 아니지만 중소박으로 일정정도 수익을 내면서 서비스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있다. 그 어려운 난관을 뚫고 접속해야 했던 EQ2 는 첫날 동시접속자가 1만이 넘었고, DDO 의 경우 오픈 며칠만에 몇만을 훌쩍 넘기는 숫자를 보여주기도 했다.


문제는 잠재 고객으로 대기하고 있는 그런 게이머들을 붙잡았느냐인데 이 붙잡음에서 한글화, 서버안정, 한국에 맞는 운영/마케팅/서비스 시스템의 부분에서 철저히 실패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게임을 한국 퍼블리셔가 서비스하는 것보다 몇배나 더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어지간한 한국 게임들, 특히 작년에 Big 3 라 불렸던 그라나도 에스파다, 썬, 제라 등이 섣부르게 오픈베타를 실시했다가 망가졌는데, 난이도가 더 높고 준비가 더 필요한 해외 게임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빨리 나오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게임의 출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 이전보다 훨씬 더 관대해졌다. 왜 늦게 나오냐고 재촉과 투정을 부리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그 게임 출시되면 할 사람이다. 빨리 나와서 빨리 망가지느니, 충분히 준비하고 나온 다음에 승부를 봐도 전혀 늦지 않다.그래서 제목을 급히먹다 체한다! 라고 정한 것이다.


EQ2 나 DDO 처럼 급히 서두르다가 결국은 좋은 반면교사로만 머무르는 사례는 충분히 접할 수 있고, 순간의 숫자에 현혹되어 얼른 손익분기점을 넘으려고 게이머들의 흐름과 동떨어진 상용화를 단행하는 실수를 범한 대항해시대의 사례도 접할 수 있다. 제발 다음에 들어오는 북미나 일본 게임은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북미나 일본의 경우 게임 전통이 한국에 비교해서 확실히 우위에 있다. 전통은 한순간에 쌓기 어렵다. 쌓기는 어렵지만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다. 기술력보다는 전통이 더 우위에 있다. 북미나 일본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게임 기획과 제작의 전통이 온라인으로 이식되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된다. 아직 그만한 기획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게임 개발 현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컨텐츠들을 더 많이 맛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기대가 된다. 서두에서 열거한 게임들 말고도 더 많은 게임들이 차례차례 한국에 선을 보일 것이다.


그런 게임들이 괜한 서두름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WoW 말고 또 다른 게임이 한국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기를 정말 고대한다. 괜찮은 해외 게임 하나 나오고 또 몇달 뒤 망가지고 그 다음에 이런 한탄조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기사를 또 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