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4] '식물vs좀비2'가 별 2개짜리? 팝캡의 파란만장 중국시장 돌파기

게임뉴스 | 오의덕 기자 | 댓글: 7개 |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레오(Leo Liu)]

중국 게임시장을 계륵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전 세계에서 가장 특수하고 위험요소가 많은 시장이지만 2,700km 길이의 만리장성만큼이나 거대한 시장을 지니고 있기에 섣불리 포기할 수는 없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리포트는 많았다. 그러나 이 강연은 북미 캐주얼 게임시장의 대명사인 팝캡이 직접 ‘식물 vs 좀비2’를 작년 중국에 출시하면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날것 그대로 전하고 있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GDC 강연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중국인 레오(Leo Liu)는 자사의 캐주얼 게임을 중국시장에 출시하는 임무를 띠고 2010년 7월 팝캡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더나인에서 뮤 온라인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성공적인 서비스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는 인물이다.

우선 레오는 중국시장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 게임시장이 모바일에서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2014년 예상되는 중국의 모바일 게임시장의 매출 규모는 30억 달러(우리돈 3조 2,142억 원). 국적이 어디든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는 회사라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레오가 말한 중국시장의 특징은 네 가지. 1) 중국시장은 다른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며 2) 여전히 급격히 성장하는 3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다. 3) 중국 현지 회사가 개발한 TCG와 액션 RPG가 시장을 거의 점령했으며 4)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전체 수익의 60%가 나온다.

iOS 유저가 더 높은 ARPU(가입자 1인당 매출)와 충성도를 보여주지만, 그 장점을 모두 희석할 정도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규모가 거대하다. 플랫폼과 마켓 파편화 현상도 심각하다. iOS가 전체 플랫폼의 33%를, 위챗이 23.2%를, 안드로이드(위챗 제외)가 43.8%를 차지하지만 안드로이드 플랫폼 내에는 360, 바이두, 91, 캐리어를 비롯해 수많은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북적대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



[▲중국 시장 플랫폼 분포도 현황]

이런 상황에서 팝캡은 큰 포부를 갖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IP의 차기작 ‘식물 vs 좀비2’를 2013년 7월 9일 전 세계에 출시했으며 한 달 정도 여유를 둔 뒤 중국시장에 iOS는 8월 1일, 안드로이드는 9월 12일 잇달아 출시했다. 그러나 가혹하게도 다른 의미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 출시 한 달 전, 글로벌 출시 2시간 만에 첫 번째 해적판이 등장했고 하루가 지난 뒤에는 크랙버전까지 나왔다. 5일이 지났을 때는 이미 불법 다운로드 횟수만 6백만을 돌파했다.



[▲출시 2시간 만에 해적판이 등장 ]

레오의 근심은 이때부터 눈더미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불법도 불법이지만 중국에서 '식물 vs 좀비'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IP에 대한 충성심은 탄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가 조사한 바로는 실제로 게임을 즐기며 결제하는 유저의 비율은 78명이 있을 때 1명꼴로 집계됐다. 인기에 대한 보상이 너무 형편없었다.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레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급격한 컨텐츠 소모까지 극복하기 위해 차근차근 현지화 준비를 해나갔다. 난이도는 상당하지만 그만큼 더 좋은 보상을 주는 별 세 개 난이도를 추가하고 수집요소를 강화해 희귀한 식물을 사용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만의 독특하고 과격한 캐시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게임 내 경제 순환을 원활하도록 유도했다.






[▲중국 시장을 위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콘텐츠까지 로컬라이징했다]

신이 레오의 기도를 들어줬을까. 2013년 8월 1일 iOS 출시를 하자마자 최고 무료게임 1위, 최고 매출게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한순간이었을 뿐. 즉시 '식물 vs 좀비2'는 유저 평점 별 다섯 개에서 두 개로 추락하게 되고 레오는 북미 본사로부터 전화까지 받는다.

“북미 본사로부터 즉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AAA급 모바일 게임이 평점 별 두 개를 받는다는 건 비극이나 다름없는 일이니까요. 본사에서는 혹시 중국 오피스를 폐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더군요.”

악몽 같은 별 두 개의 원인은 다음과 같았다. 정식 출시되기 전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유저평점란에 “절대 업데이트하지 마시오! 업데이트하면 치트가 더이상 먹히지 않습니다”라고 쓰면서 별 한 개 평점으로 도배했던 것. 레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중국에서 경쟁사들이 흔히 쓰는 수법으로 일명 ‘알바’를 고용해 경쟁작에 나쁜 평점을 매기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최고 무료게임 1위, 최고 매출게임 1위에 올라섰지만 평점은 별 2개

결국 (레오가 다른 경로로 들은 바로는) iOS 마켓의 주인인 애플이 등장해서 악플은 삭제하고 조정 과정을 진행해 평점 별 4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레오에게 iOS 출시가 레이드 공략 1단계였다면 안드로이드는 2단계나 마찬가지였다. 전작이 1년 만에, iOS 버전이 하루 만에 달성한 1백만 다운로드를 '식물 vs 좀비2' 안드로이드 버전이 단 1시간 만에 달성했다. 과연 희소식이었다.



[▲1백만 다운로드를 1시간만에 달성한 '식물 vs 좀비2' 안드로이드 버전 ]

하지만 안드로이드 파편화 현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2013년 9월 12일, 출시 시점에 이미 24개의 안드로이드 시장과 600개 이상의 설치 파일이 존재하게 됐다. 안드로이드의 왕좌를 차지한 삼성과 중국에서 신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로 급격한 성장을 하는 샤오미(XIAOMI)의 수많은 모델에 일일이 대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300개가 넘는 각기 다른 안드로이드 시장이 존재했고 50mb가 넘는 설치파일 용량과 80mb가 넘는 메모리 점유율을 가진 게임은 다운로드률이 적게는 50% 이하로 많게는 70~8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도 (파일용량, 메모리 점유율이 너무 높아서)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면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레오는 다시 독기를 품고 로그인 과정과 비밀번호 입력이 없어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단 두 번 클릭만으로 간편히 결제되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추가로 문어 다리보다 더 셀 수 없는 파편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된 APK 빌딩 및 QA 테스팅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그리고 2014년 1월 23일에는 비장의 무기 ‘식물 vs 좀비2 : 쿵푸 월드” 업데이트를 대대적으로 출시했다. 쿵푸월드는 원작에 중국 고유의 쿵푸 문화를 완전히 덧씌운 버전으로 좀비 캐릭터뿐 아니라 플레이 맵까지 완전히 중국 취향에 맞도록 새로 만들었다. 그 결과 게임을 플레이를 시작하면 처음 접하게 되는 ‘이집트’ 맵을 제외하곤 ‘쿵푸’ 맵이 제일 플레이 횟수가 많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결국, 팝캡은 '식물 vs 좀비2’의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 모두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식물 vs 좀비2 : 쿵푸 월드 영상]

레오는 그동안의 고된 작업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듯 과거를 회상하며 ‘식물 vs 좀비2’ 중국 시장 출시를 통해 정말 엄청나게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팁은 강연의 마지막을 위해 남겨뒀다.

“정작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게임)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단순히 중국이 특수하고 이상한 시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마치 한 몸처럼 단합해서 현지 시장을 좀 더 이해하려고 끝까지 노력한 우리 팀이 있었기에 저는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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