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4] 인디 개발자로 회귀한 피터 몰리뉴, 악당인가? 혹은 조언자인가?

게임뉴스 | 오의덕 기자 | 댓글: 5개 |
‘왜 인디인가?’

게임업계의 거장 ‘피터 몰리뉴’의 강연은 바로 이 질문으로 시작됐다.



▲ 세계적인 개발자 '피터 몰리뉴'가 강단에 섰다



▲ 청중의 숫자가 그의 명성을 증명해준다


피터 몰리뉴는 '던전 키퍼', '파퓰러스'를 시작으로 '블랙&화이트', '페이블' 시리즈 같은 명작 및 흥행 게임을 만들어온 영국 출신 게임개발자. 물론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탓에 ‘허풍쟁이’라는 악명도 붙어 다니지만 블록버스터(AAA) 개발자로 성공한 그가 50세를 훌쩍 넘은 나이에 다시 인디 개발자로서의 회귀를 선언했다.

강연 시작 30분 전부터 빈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자리를 채운 전세계 개발자들의 팬심에 ‘FXXK’이라고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답한 피터 몰리뉴. 아무리 네임드지만 강연 전 초조함은 어쩔 수 없는지 GDC 강연장에서 전자담배까지 입에 물고 연기를 연신 뿜어냈다.

강연에 참가한 누구도 이건 예상 못 했으리라. 피터 몰리뉴는 최초 자신의 던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인 책상을 촬영한 오래된 사진을 하나씩 꺼내 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진은 게임역사에 남을 ‘파퓰러스’를 개발할 때의 책상. 쓰레기장인지 책상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CRT 모니터 주위로 온갖 서류와 개인물품이 널브러져 있다. 가장 경악한 것은 키보드 사진. 담배재로 얼룩진 그의 누런 키보드를 보는 순간 ‘꼴초’라는 말부터 생각났다.





피터 몰리뉴는 자신이 만든 게임들의 출시 순서에 따라 책상을 하나씩 소개해 갔고 책상 주위가 점점 깨끗해지더니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AA급 대작을 만들고 퇴사하기 직전의 책상을 소개했다. 그것은 검은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너무나 정리 정돈이 잘 된, 마치 백화점 판매용으로 전시된 듯한 그런 책상이었다.

“이 책상 사진들이 제가 인디로 다시 가겠다고 결정했던 이유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할 때 물거품처럼 날아가 버렸던 창조에 대한 본능이 저를 인디 개발자로 이끌었습니다.”





“제가 거대한 팀에 속해 협동작업을 하고 있을 때 저는 안전(safe)했습니다. 제 인생은 안정적이고 계속 별일 없이 무사했겠죠. 하지만 혁신과 창조가 없었기에 결국에는 망할(Fxxking) 죽음을 맞았을 겁니다.”

피터 몰리뉴는 자신이 어떤 것을 발명하고 혁신하고 창조하기 위해 22캔즈(22Cans)라는 인디 게임개발사를 설립했다고 밝히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명한 말을 인용했다.

“자연(본성)은 진공(공허함)을 꺼린다 (Nature apores a vacuum). 지금 우리는 거대하고 염병할 (Fxxking) 진공 속에 빠져있습니다.”

피터 몰리뉴는 자신이 언급한 진공’(Vacuum) 혹은 ‘공허함’은 다음 문장으로 설명했다. 1) 우리는 새로운 수백만 명의 게이머를 가지고 있지만 2) 우리는 형편없고 철학이 없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 3) 우리는 노골적이고 탐욕적인 유료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4) 우리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 5) 우리는 더 나은 게임을 위한 방법론에 대해 분석을 하지 않는다.





청중에 따라 매우 훌륭할 수도 혹은 거창하고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자신만의 ‘이유’를 쏟아낸 후, 피터 몰리뉴는 자신의 최신작 ‘고더스’(Godus)를 개발하면서 세운 단계별 계획을 발표하며 동시에 인디 개발자에게 추천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최신 기술로 다양한 실험을 해보라.

2.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삭제하는 등의) 과감한 조치를 통해서라도 건강한 유저 커뮤니티를 만들어라.

3.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비 확보는 물론 소규모 테스트를 통해 커뮤니티 지지자를 만들어라.

4. 스팀 앞서해보기(Steam’s Early Access) 서비스를 활용해라. 더 많은 개발비와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

5. 킥스타터, 스팀 앞서해보기로 유입된 유저들의 피드백을 너무 신경 쓰지 말라. 제대로 개발하고 있는지 ‘기획’을 재평가하고 이 과정을 반복해라.

6. 유저들의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지역별로 제한을 두고 출시하라.


20분의 짧은 강연이었지만 피터 몰리뉴는 자신의 명성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을 남겼다. 분명 구미가 당기는 조언이었다. 그러나 본인이 게임계에서 널리 알려진 네임드여서 쉽게 거머쥘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을 강연에 참가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그것도 욕설과 함께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포장하는 장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강연장에서 가장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게 했던 피터 몰리뉴의 대사 하나를 소개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자신의 신작 고더스가 PC, 맥, 안드로이드, iOS, 리눅스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을 완벽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던 순간이었을 듯 하다.

“분위기를 보니 여기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 피터 몰리뉴가 새로운 과대포장 약속을 하고 있구나’하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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