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4] 바이오쇼크의 켄 레빈 "자신을 부정하고 스토리텔링의 혁신을 논하다"

게임뉴스 | 오의덕 기자 | 댓글: 8개 |



서사적 레고(Narrative Legos). '바이오쇼크'의 디렉터 ‘켄 레빈’이 말하는 서사적 레고란 서사를 가장 작은 크기의 추상적이지 않은 조각들로 부수고, 그 조각들을 혼합해서 다시 혼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 작은 조각으로부터 거의 무한대의, 게임으로 설명하면 무한히 리플레이될 수 있는 서사 구조가 탄생할 수 있다.



[ ▲ 켄 레빈 ]
켄 레빈은 이래셔널 게임즈의 공동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2년에는 게이머들의 지지에 힘입어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 리스트의 후보에 들기도 했으며 2013년에는 마케팅 전문지 ‘Advertising Age’가 선정한 ‘창의력이 뛰어난 인물 50인’에 올랐다.

게이머와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던 '바이오쇼크' 시리즈를 창조해냈으며 미국의 게임 전문지 게임인포머로부터는 ‘우리 시대의 스토리텔러’라는 호칭을, 최근 영화 ‘퍼시픽림’으로 호평을 받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그를 ‘모든 비주얼 매체를 통틀어도 가장 훌륭한 세계 창조자 중의 하나’로 불렀다. 켄 레빈의 가장 최신작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2013월 3월 26일 출시되어 여러 매체로부터 이미 88개 이상의 상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4백 만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GDC 마지막 날 강연대에 선 켄 레빈은 자신이 참가했던 모든 게임 - '씨프', '시스템쇼크2', '프리덤 포스', '바이오쇼크' - 이 ‘한 방향, 일직선의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성취한 결과물을 부정함과 동시에 앞으로는 이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직선 서사구조는 단순히 ‘더 방대해진’ 게임 경험만 제공할 뿐 개발자와 플레이어(또는 청중) 사이에 경계선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서사는 시스템 안에 자리할 수 없습니다. 일직선 서사구조는 만드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만 각 부분이 서로 소통하지 않습니다. 분기점은 존재하지만 한정된 감정 상태와 상호작용만 있을 뿐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주도할 수 없으며 게임이 가진 고유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합니다. 멀티 엔딩이라는 것은 단지 몇 개의 고정된 플레이어 감정 상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서사구조를 만들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켄 레빈은 1) 서사 요소가 일직선이지 않고(Non-Linear) 서로가 상호 작용할 때 2) 모든 서사 요소가 플레이어의 행동에 의해 발동할 때 3) 그런 발동 유저들에게 직관적으로 인지될 때 -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서사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데스다의 '스카이림' 같은 RPG에서 잠시 아이디어를 빌려보자고 말했다. 오크, 엘프, 고블린, 드워프, 총 4종류의 마을이 있고 오크 마을에는 다섯 명의 고유한 오크 캐릭터가 있다.




“여기 다섯 명의 오크는 스타(Stars)입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항상 캐릭터가 아니라 사람을 시뮬레이팅 하려고 하지요. 스타는 감정(Passion)을 지닙니다. 이것이 완전히 복합적인 심리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루크 스카이워커가 모험적이고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있으며 그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기억하지, 채식주의자이며 이가 모두 썩었고 정식적으로 강박장애가 있다는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즉, 서사에 필요한 것은 실제 사람처럼 복합적으로 시뮬레이팅된 어떤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감정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즉, 켄 레빈이 말하는 감정이란 스타가 유저의 행동에 반응하는 매개체를 말한다. 예를 들어 프랭크라는 이름의 오크가 있다. 프랭크는 엘프를 싫어한다는 감정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가 엘프를 도와주면 프랭크의 감정선은 플레이어에게 부정적으로 흐르고, 반대로 엘프 마을에서 엘프를 학살하게 되면 프랭크의 감정성은 플레이어에게 긍정적으로 흐른다.




프랭크가 ‘엘프를 싫어한다’는 감정선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크 신의 사원을 건설하는 것을 원한다’와 ‘바바라라는 오크 처녀와 사귀고 싶어 한다’는 두 개의 감정선을 추가로 더 지니고 있다. 이 모든 개개의 감정선은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반응해서 ‘거시적 감정선’(The Macro Passion)에 총합돼 나타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대화, 전투, 퀘스트 등의 행동이 각 스타의 감정선에 작용하고 그것이 오크 마을을 넘어 다른 부족의 마을까지, 즉 게임 전체에 작용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오크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오크의 호감도는 상승하지만, 플레이어에 대한 엘프의 호감도는 떨어지는 단순한 구조의 감정선은 제로섬 게임(하나를 얻으면 자연히 하나를 잃어 총합이 0이 되는)에 머무를 수 있다.




여기서 켄 레빈은 방금의 예시에 ‘사랑’이라는 요소를 넣어 다시 살펴보자고 했다. ‘로미오’라는 엘프와 ‘줄리엣’이라는 오크가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줄리엣은 로미오를 사랑한다. 만약 플레이어가 로미오를 돕은 행동을 한다면 다른 오크들에게는 엘프를 도운 플레이어에 대한 감정선이 (-)로 이동할지라도 줄리엣이라는 오크의 감정선은 로미오를 사랑하기에 (+)로 이동하게 된다.

게임 디자이너가 각각의 스타들에게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어떤 감정선을 세팅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는 자신 행동의 결과가 초래할 상호 복합적인 형태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켄 레빈은 한 가지 예를 더 들었다. 플레이어를 사이에 두고 베티라는 여성 드워프 농부와 베로니카라는 여성 엘프 공주가 있다. 각 여성과 결혼하게 되면 전자는 제작기술에 보너스 효과를 후자는 전투 기술에 보너스 효과를 얻는다.




플레이어가 베로니카를 선택했을 경우, 플레이어는 턱시도와 예배당을 제작하고 결혼반지를 구하기 위해 던전 탐험을 해야 하는 등의 퀘스트가 발생하고 모두 달성하게 되면 즉시 플레이어는 전투 기술 보너스와 1,000 골드, 그리고 거대한 엘프족 성을 하나 보상으로 받는다. 반면, 드워프 베티는 플레이어가 베로니카와 결혼하자마자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작용으로 베티의 (+) 감정선에 의해 발생했던 모든 이로운 효과를 일제히 삭제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플레이어는 드워프 베티와 결혼하길 원할 것입니다.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퀘스트를 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해서죠. 그러나 베로니카의 성은 정말 멋지고 그 안에는 플레이어의 직업 능력과 특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들이 있습니다. 훌륭한 스토리라면 플레이어에게 물리적 보상과 감정적 충만함을 놓고 저울질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짜 동료, 배반, 친구, 화해 같은 요소들이 존재할 때 비디오 게임은 ‘왕좌의 게임’ 같은 깊이 있는 스토리와 세계관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플레이어)에 의해 모든 것이 주도되고요.”




마지막으로 켄 레빈은 실제로 리플레이를 증진하는 법에 대해 논의했다. 1) 플레이어는 어떤 다른 세력과 스타를 지원할지 선택한다. 2) 플레이어는 같은 세력과 스타 안에서 어떤 범위까지 지원할지 결정한다. 3) 새로운 감정선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무작위로 생성된다. 4) 새로운 스타, 패션, 퀘스트는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 추가한다.(추가 콘텐츠 형태로) 5. 감정선에 멀티플레이어를 도입하면 어떨까?

켄 레빈의 이번 강연은 실제 게임 개발에서의 스토리 작성 기술을 원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실망도 안겨주었지만, 누구나 간단하게 떠올릴 수 있으나 지금까지는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한편, 켄 레빈은 강연 도중 “제가 멀티플레이를 언급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에 멀티플레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단, 최근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게임 요소인 것은 맞습니다.”라고 언급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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