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와 라그2,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칼럼 | 김민영 기자 | 댓글: 12개 |



처음에 대한 추억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 대한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할것이다. 첫사랑, 첫직장, 첫여행 등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처음 접해본 게임이라는 것은 다른 게임들보다 특별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게임의 재미, 특히 MMORPG 라는 온라인 게임이 지니는 재미를 느끼게 한 게임이라면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해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기자가 처음 시작한 온라인게임은 라그나로크(이하 라그)였다.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시작하게 된 그 게임은 PC게임만 접해봤던 기자에게 정말이지 큰 새로움이었다.






[ 라그나로크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포스터 중 하나 ]



라그는 그라비티에서 개발, 서비스하는 게임으로 현재 그라나도에스파다를 개발한 IMC게임즈의 김학규대표를 인기개발자로 만들어 준 게임이기도 하다. 라그를 하는 이들에게 '김학규'라는 이름 세 글자는 정말 대단하고도 대단했었다. 실제로 그 당시 개발자였던 김학규대표가 사퇴한 후 라그 공식홈페이지에는 정말 많은 유저들이 몇날며칠을 반발의 글로 도배하기도 했었으니까.


참고삼아 말하자면, 김학규 대표의 그라비티 퇴사에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소문들이 떠돌아다녔었고, 실제로 김학규 대표 홈페이지에 김학규 대표가 2005년 하반기에 직접 이와 관련해서 글을 올린 적도 있었다. 김학규 대표가 퇴사할 당시 그라비티의 수장이었던 김정률 회장은 라그나로크의 높은 해외 매출을 바탕으로 그라비티를 나스닥에 상장시켰고, 2005년 하반기 그라비티의 일본 서비스 회사였던 겅호에 4천억원이라는 돈에 자신의 지분 52.4%를 판매했었다. 이후 그라비티를 인수한 겅호측과 김정률 회장간에 횡령 문제로 법적 분쟁이 발생했었다. 아마 게임계 소식에 정통하지 않은 게이머라도 이런 사실들은 알고 있으리라.


그런 라그의 추억 때문에 '김학규' 가 만든다는 이유만으로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고, 서버가 열리자마자 플레이를 해보았지만 기대감은 머지않아 무너져버렸다. 이건 내가 기다려왔던 그런 게임이 아니야... 라는 말만을 되뇌인 채 조용히 언인스톨했던 기억 ...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아기자기한 맛을 좋아하는 탓에 그 귀여운 캐릭터에 이끌려 약 3년간 플레이했었고, 라그의 첫 로딩화면을 본 지도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새로운 라그나로크2(이하 라그2)가 나오는 이 시점에 내 인생의 첫 온라인 게임이었던 라그에 대한 추억을 기억해보려한다.








게임안에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사회. 그 모든 것이 있다라는 말 ...
게임을 좋아하고 아끼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그 얘기 ...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노가다 일색이라고도 말할 수 있던 그 시절의 게임을 그리 오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금 생각하면 사람이 아니었을까.


서버 2개의 작은 규모였던 시절. 케이아스와 로키였던가. 처음 케이아스에서 접했던 그날 나는 궁수로 온 필드를 누비고 다녔다. 활 쏘는 캐릭터에 대한 환상이라고나 할까.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는 나의 환상을 뒷받침하기에 너무 좋은 컨셉이었고, 그 이후로도 모든 게임에서 선호도 1위는 여전히 궁수 캐릭터이다.


게임 좀 했던 이라면 궁수라 했을 때 민첩과 명중력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스탯의 개념도 몰라 무조건 체력과 힘만 올렸던 기억이 난다.






[ 사라서버에서 첫 길드의 엠블렘!! ]



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던가...


체력+힘 궁수라는 어처구니없는 캐릭터를 키우면서도 나는 즐거웠다. 자고로 게임이란 자신이 즐거우면 그 뿐.






[ 사라서버 길드의 아지트인 페이욘 ]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막 시작해서였던지 라그를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모두 여유있는 모습들이었다. 어느 사냥터를 가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사이좋게 몹을 잡던, 모자가 없는 기자에게 꽤 고가의 아이템이었던 햇을 선물로 줬던 유저들...


그런 사람냄새 나는 일련의 행동들이 라그의 아기자기함과 어울려 게임을 더 즐겁게 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 오버상인, 디스상인이 유행했었는데 (라그의 상인캐릭터는 상점에서 물건을 싸게 사고 아이템을 비싸게 팔 수 있는 스킬이 있었다) 어느 마을이건 상점앞에 진을 쳐놓고 유저들에게 아이템을 사거나 팔아서 마진을 남겼던, 렙업보다는 다른 것에 더 치중했던 기자에게 딱 맞는 시스템이었기에 ;;; 한동안 매우 열심히 장사를 하기도 했었다.






[ 이제는 주인없는 상점들만 가득.. ]



그렇게 4-5개월이 지났을까.


점차 라그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사람이 늘어가면서 서버가 추가되고 성인서버인 사라서버까지 등장하게 되었을 때 우연히 사라서버로 활동지를 옮기게 되었다.


당시 길드 시스템이 없어 마음맞는 이들끼리는 파티로 어울려야만 했었는데, 우연히 사냥터에서 알게 된 사람을 통해 처음 파티에 가입했었고 새로 복사(타 게임의 힐러로 1차 전직명을 말한다)를 키우면서 또한 새로운 라그의 재미에 빠졌었다. 그 때가 벌써 약 4-5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아직도 그 때 만들었던 팬 까페와 그 당시 몇몇 길원들과의 친목은 여전하다.






[ 그 때의 복사 캐릭터.. 일부러 K로 쓴 아이디였다 -_- ]



라그의 직업 시스템은 노비스(무직업)에서 1차 전직 후 일정 레벨이 되면 2차 전직을 하게 된다. 만레벨은 99레벨이고 99레벨을 달성하면 전승을 통해 다시 노비스부터 되풀이된다. 그리고 3차 전직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사라 서버로 옮겨서 플레이하던 당시만 해도 1차 전직밖에 나오지 않은 상태라 모두들 1차 직업을 99레벨까지 키우고 있었다.


그 때 2차 전직에 대한 개별 클로즈베타가 시작되었고 각 서버의 직업별로 상위 60위 (워낙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다^^;) 까지 선발해 2차 전직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 렙업을 하지 않았던 기자였지만, 우연히 길드원 중 한명과 함께 그 테스트에 뽑혀 2차 전직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는데, 그 때의 기쁨이란 멋진 경품에 당첨된 것과 견줄만큼 매우 큰 것이었다.






[ 2차 전직에 대한 클로즈베타 때 2차 직업과 함께 찰칵! ]



평소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했던 기자가 파티에 가입해서 얼굴도 모르는 다른 이들과 함께 사냥을 다니고 웃고 떠들고 자신의 얘기들을 하면서 그렇게 사람을 사귀게 되고, 밸런싱이 엉망일 때는 모여서 같이 패치에 대한 토론 (보다는 불만에 가까웠지만) 을 펼치고, 사냥하느라 시험 전날임에도 날 새고 시험시간에 잤던 그런 기억들...


아마 누구나 좋아하는 뭔가를 시작했을 때 느꼈던 감정들과 같은 그 것들 .. .
하나하나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밤새 이야기를 해도 끝나지 않을 사연과 추억들 ...


그렇게 20살 초반의 라그의 역사와 함께 했던 나의 소중했던 시간들이 불과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라그의 후속작이 나온다고 떠들썩하다.






[ 라그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의 라그2 ]



라그를 잠깐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말한다. 이건 그저 아바타 채팅 게임이라고.
또한, 게임을 좀 했던 사람이라면 말한다. 라그는 별반 대단한 게임은 아니라고.


어쩌면 맞는 말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자면, 라그는 흔히 대작이라 일컬어지는 외국게임이나 국내게임의 그것들과는 달리 분명 뭔가 아쉬운 게임이고, 사람간의 커뮤니티와 캐릭터의 치장을 제외하고는 그저 그런 노가다 게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게임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뀐 지금 나온다면 아마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지금은 변해버린 페이욘의 모습 ]




하지만, 그런 게임안에서 나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함께 사냥했던 그 모든 기억들을 그 시절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꼭 훌륭한 시스템과 멋진 그래픽, 방대한 스토리나 퀘스트만이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기자는 라그를 플레이하는 3년간 게임과 함께 행복했었고, 내 마음을 행복하게 했던 게임이었기에 시스템이 어찌되었고 노가다나 스토리가 어찌되었건 나는 라그를 재밌는 게임이었다라고 지금도 말한다.


그 시절 나와 같이 게임했던 지인들이나 라그를 사랑했던 이들은 아마도 나처럼 라그를 언제나 재밌었던 게임으로 기억할 것이다. 설혹 명작 게임들이 주르륵 나와서 라그가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은 이야기가 되더라도 그 추억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 3차 클로즈 테스트를 진행하는 라그2, 들리는 이야기로는 오픈 베타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도 한다. 라그2 에 접속하면 다시 그때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때와 같은 캐릭터 이름으로, 유사한 직업을 택해, 같은 순서에 놓은 서버를 택해볼까. 분명 라그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중에는 나처럼 같은 패턴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는 설레임을 안고 이번 3차 클로즈 테스트나 오픈 베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라그2가 기대감을 배반하지 않기를, 그리고 정든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서버가 열리고 사람들로 북적댈 그때를 생각하며, 과거의 추억과 새로운 기대감이 서린 라그2를 기대하고 있다.





[ 레벨 업하는 장면 찰칵! ]






[ 같이 채금당하고 한 컷;; ]











[ 방금 결혼식 했던 비운의 주인공들.. ]






[ 길드원과의 재밌었던 추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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