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테크2014] “한국의 개발자들이여,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라!”

게임뉴스 | 오의덕 기자 | 댓글: 9개 |




구글, 애플, 인텔 같은 거대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IT 산업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이 몰려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첨단산업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는 19세기 ‘금광’을 찾아 미국, 유럽, 아시아 전 지역에서 광부들이 몰려들었던 ‘골드러시’가 재림한 듯 국적,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개발자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더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원하는 개발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언어와 문화의 벽 때문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실리콘밸리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

게임테크2014 강연대에 오른 베이 에어리어 K-그룹의 윤종영 공동 대표는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후 LG-EDS에서 근무하다 돌연 미국 유학 행을 결심, 미국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15년간 실리콘밸리의 크고 작업 기업에서 IT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베이 에이리어 K-그룹은 회사의 명칭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개발자들의 커뮤니티.

윤종영 대표가 내세운 실리콘밸리의 특징 세가지는 ‘기술’, ‘능력’, ‘돈’이다. 추가로 언급한 것은 1년 내내 화창한 ‘날씨’와 적절한 ‘운’. 반대로 실리콘밸리에 없는 것은 ‘차별과 편견’, ‘권위 의식’, ‘혼자만 알기’, ‘객관적 기준’을 언급했다.

“정답이 없는 사회입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기준이 없어요. 그래서 항상 ‘왜?”라는 질문이 따라다닙니다. “왜 우리는 이 일을 하나?” 그것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와 그 회사가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죠”

“정(情)도 없습니다. 삭막하죠. 일을 못 하면 잘리고 잘하면 채용됩니다. 정부도 없습니다. 정부가 실리콘밸리에 특별한 관심도 없고 규제도 없습니다. 알아서 잘 돌아가는 특수한 사회니까요.”

“실체를 알려주고 싶어 왔습니다”. 윤종영 대표는 외부에서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모습, 즉 빙산의 일각만 보고 따라 하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며 실리콘밸리 신화를 이루는 데 필요했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연구개발’, ‘기본실력’, ‘끈기’, ‘다양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통 실리콘밸리도 5년, 10년 끈기있게 투자하고 노력해서 대박이 터지는 건데 다들 대박이라는 결과만 보거든요. 그래서 실패하는 겁니다.”






과연 실리콘밸리의 조직문화는 어떨까. 한국의 권위의식, 수직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하관계가 없다. 누군가가 시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테스트해서 출시하는 구조.

“보통 오해하는 게 실리콘밸리는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일 많이 합니다. 밤새는 일도 많고, 대부분 온라인 관련 일이다 보니 새벽에도 비상사태가 터져 출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직접 개발한 프로젝트니까 ‘내 것’,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니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일을 열심히 하는 거죠.”

윤종영 대표는 실리콘밸리에는 어떻게 보면 조직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관리자, 디렉터 역할은 한국으로 비교하면 연예인 매니저와 같다는 것. 관리자는 지위가 아니라 역할이다. 관리자가 개발자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연봉이 적은 경우도 많다. 물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도 하지만 대부분의 역할이 팀원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일이다.

“일을 할 때 장애물을 제거하는 역할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개발할 때 특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하면 재무부서 가서 구입을 요청하고 개발자들이 지치지 않게, 지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잖아요?, 알아서 조퇴시켜주고 재택 근무 시켜주고. 이런 역할입니다.”

실리콘 밸리는 한국과는 다르게 대부분 수시채용으로 원하는 인재를 구한다. 중요한 차이점은 직원 추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소위 ‘인맥’과 ‘빽’을 동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은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국가이기에 이력서 가지고는 어떤 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설명. 또한, 미국에서는 면접 시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개인적인 일을 질문할 수도 없다. 결혼했는지는 물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질문할 수 없다. 나중에 그 사람이 면접에서 탈락할 경우 충분히 고소사유가 되는 것.

그래서 직원을 통해 친구나 가족을 소개받는 채용방식을 선호하며 어떤 직원이 좋은 사람을 추천해서 그 사람이 적응을 잘한 경우, 회사는 추천한 직원에게 5,000달러(한화 500만 원 가량) 정도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사례도 많다.

“실리콘밸리가 찾는 인재상?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죠. 제가 PT 자료에 써놓긴 했지만 ‘없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자리가 나왔을 때 그 자리에 맞는 기술, 지식만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취미나 부모 배경 같은 건 전혀 상관이 없죠. 실리콘밸리에서 남으려면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내가 코딩을 이렇게 잘하는데 알아서 인정해주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코딩 못 하는 사람 없거든요. 가만있는다고 절대로 알아주지 않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겸손’은 지양해야 합니다. 인재상 보다는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과물을 어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시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에 GDC가 열렸는데 그런 컨퍼런스에 참가해서 외국 개발사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취업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픈소스 개발에 참가하는 겁니다. 코드 어느 부분에 자기 이름이 들어가 있으면 웬만한 경력의 이력서 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공도 따지지 않고 확실한 포트폴리오만 있으면 채용합니다. 학위는 미국 정부에서 취업 비자를 주기 위한 조건 때문에 필요할 뿐이죠.”



지난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 GDC 2014 관련기사 모아보기(링크) =


강연이 서둘러 끝낸 윤종영 대표는 청중들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대한 Q&A 시간을 진행했다. 가장 첫 번째 질문은 ‘한국회사와 실리콘밸리 회사의 차이점’에 관한 것.

“한국에 들어와서 회사를 방문할 때가 있었습니다. 대기업, 대형 게임사, 대형 포탈업체 등등 많이 가봤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전 사람이 없는 줄 알았어요. 자기 자리에 앉아 모니터만 보면서 조용히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IT 컨설턴트다 보니 페이스북이니 인텔이니 실리콘밸리 업체에 많이 가봤는데요, 정말 시끄럽습니다. 물론 잡담은 아니죠. 잡담도 종종 있지만 (웃음). 업무에 관한 주제를 바로 옆에 직원 불러서 같이 이야기하고 그 옆에서 듣던 다른 직원이 자기 일이다 싶으면 합류해서 큰 목소리로 토론하고, 그러다 의견이 안 맞으면 싸우고.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문화가 있어요.”

“회의할 때도 엄청나게 시끄럽습니다. 한국에서 하는 공지사항 전달은 회의로 안 해요. 그런 건 이메일 돌리고 말죠. 회의는 직원들이 함께 모여 결정할 사안이 있을 때만 합니다. 회의할 때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는 사람으로 간주합니다. 실제로 회의하다 자기가 필요 없다 싶으면 그냥 도중에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뭐라고 안 해요. 회의할 때도 토론하다 많이 싸우고요. 항상 ‘이걸 왜 하는데?’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관리자가 발표할 때도 개발자가 책상에 다리 올리고 거의 누워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편안한 마음 사태에서 회의에 참가한다는 거죠. 그런 문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이슈는 해고 관련 사항이었다. 윤종영 대표는 자신이 처음 실리콘밸리에 취업할 때도 근로계약서에 ‘회사는 언제든지 너를 해고할 수 있다. 너도 언제든지 회사를 나갈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고 밝혔다.

“저도 놀랬죠. 그런데 알아보니 모든 회사가 다 그런 조항이 있는 겁니다. 아무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습니다. 실력이 달리는 경우에는 경고를 주고요, 그래도 개선이 안 되면 1~2주 안에 해고합니다. 구조조정(Layoff)은 좀 다른데 회사 실적이 안 나와서 팀이나 부서 전체를 해고하는 상황에 이르면 해고를 하더라도 참 잘해줍니다. 보통 3~6달 치 급여를 주고요. 의료보험도 다 해줍니다. 새로운 직장을 찾는 걸 같이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새 직장을 구할 때도 본인이든 새 직장 채용담당자든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이력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물론 실력이 없어서 해고된 경우는 본인이 설명을 많이 해야겠지만요.”

강연에 막바지에 이르자 역시나 최고의 화젯거리인 ‘연봉’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정해진 연봉이 없다. 직원마다 다르며 규정상 자신의 연봉을 남에게 말할 수 없게 돼 있다.

“비밀로 하지만 다들 대략은 알고 있죠. 예를 들면 링크드인(Linked in)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 회사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술학원에 다닌 후에 인턴으로 시작해서 정직원으로 채용된 사람이 있었는데 연봉이 8만 몇천 달러(한화 8천만 원 이상) 정도 받았습니다. 제일 신입이 이 정도 수준이고 정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은 10만 달러(한화 1억 원 이상)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될 겁니다. 경력이 5~6년 차에 이르면 10~15만 달러(한화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 이상) 정도 되죠. 단, 미국은 세금도 많이 내고 주거비용도 상당히 비싸서 한국의 연봉과 단순히 금액 비교는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윤종영 대표는 실리콘밸리 취업이 정답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좀 더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근무환경, 창의적인 업무구조가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도전해볼 만한 곳이라는 것.

“실리콘밸리에 한국인 개발자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실리콘밸리에 한국인 개발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 시너지도 날 겁니다. 적극성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다 보면 충분히 실리콘밸리 취업에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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