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양심과 밥벌이 사이에서 - 게이머칼럼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8개 |




※ 사는이야기게시판에 엔씨소프트 유출사건과 관련해서 인벤가족 도미니카님께서 올려주신 글입니다.




이번 NC소프트 유출 사건으로 인해서 게임커뮤니티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업 개발자로서(게임산업관련 종사자는 아닙니다.)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최초 본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P실장의 잘 못 이다", "평소 미운 NC 안봐도 비디오다" 이런식의 의견으로 양분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수사발표로 인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개발 시방서 등을 유출한 일부 개발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에 기술은 무슨 기술이냐라고 비난하는 분도 있습니다.


기술의 고하에 대해서는 입증하기는 힘이 듭니다. 다만 서버를 개발하는 것이 기술이고, 운영하는 것도 기술이라면 국내 서버 기술만큼은 세계적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현재 저도 하고 있고 많은 유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W모 게임은 최초 PvP를 들고 나왔으나 100여명의 인원조차 감당하기 힘든 사정으로 인해 어느순간부터 컨텐츠가 PvE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초창기 W모 게임이 나올 때, 일각에서는 "PvP 가능할까? 그 베틀넷 기술로?"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었습니다.


한때 즐겼던 L2, 3섭(카인)에서 최초로 안타라스 다운을 했을 때, 해당 레이드에 참석한 인원만 "1500명이다", "1900명이다" 말이 많았습니다. (전체 서버 접속 인원이 아닌 말 그대로 레이드에 참석한 인원) 물론 몇 차례 서버다운이 반복이 되었습니다. 다만 반복된 서버다운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레이드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넥슨이 퍼블리싱했던 에닉스(현재 에닉스-스퀘어)의 뎁스판타지아의 경우도 수 많은 서버/클라이언트 문제를 넥슨의 개발자들이 해결해줬었습니다. [당시 넥슨에는 제 지인들이 몇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워들었습니다.]


게임 컨텐츠에 관해서는 그 질이 아직까지 최상위로 가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이는 사회전반에 걸친 수준이 올라야 함께 발전하는 것으로 게임업계만의 잘 못은 아닐겁니다.


어쨌거나 이런 경험적 사실들로만 봐서도 국내 게임 기업들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경쟁우위에 있습니다.


개발자가 스스로 개발한 것인데, 머리속에 있는 것까지 어떻게 제약할 수 있느냐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난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가 개발자 자신의 몫이고 어디까지가 회사가 그 소유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냐? 무척이나 애매모호한 부분입니다.


과거 모업체에서 프로젝트 리딩을 하면서 시스템 아키텍터로 업무를 수행했었습니다. 주업무 분야는 프로젝트 초기에 담당자들에게 시스템을 소개하고, 그쪽 현업에 맞추기 위한 조율작업을하고 개발업무를 진행하면서 다른 개발자들의 개발 스케쥴 관리 및 업무 분담을 지시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메니저 및 CTO와 함께 논의해서 풀어가는...


뭐 표현하기엔 좀 그렇지만 속된 말로 "노가다 십장"이었습니다.


어쨌거나 프로젝트가 거의 완료될 무렵, 고객사로부터 한가지 새로운 모듈을 요구받았고 그걸 하기 위해서는 엑셀파일을 웹으로 업로드 받은 뒤 서버가 이 파일을 분석해서 데이터를 반영하는 부분이 필요했습니다.


간단한 모듈이어서 쉽게 개발을 했는데, 자꾸 오류가 발생하더군요. 두어차례 디버깅을 해봤는데 시간은 급하고 피곤함은 누적되어서 어디가 문제인지 잘 눈에 안띄었습니다.


그 회사는 연간 3차례 무상으로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을 마이크로소프트 사와 맺었었기 때문에 MS사에 문의하여 함께 작업을 했었습니다. 마지막에 엑셀 불러들인 것을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단순히 한 가지를 누락했었더군요.


여기서, 엑셀파일을 웹이든 어디든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해당 파일을 파싱하는 부분에 대한 로직은 제가 머리 속에서 잊어버리거나, 내일 당장 기억 상실에 걸리지 않는 이상은 제 자신의 것입니다. (개발자들이 코딩 소스 자체를 외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것은 Copy & Paste를 하지만, 소스 자체를 외우기 보다는 프로그램의 흐름 자체를 익혀두는 것입니다.)


이 것은 제가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필요할 때, 다시 작성한다면 기존 회사에서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재산은 두 가지 입니다. 우선 첫째, 저 엑셀파일을 파싱하는 소스 코드 자체입니다. 만일 제가 회사를 옮긴 후 저 소스코드를 그대로 다른 곳에 붙여넣기를 하고서 컴파일 해서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히 위법입니다.


제가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면서 저 소스코드를 회사의 허락없이 그대로 쓴다면 이 또한 위법입니다. (소스코드를 그대로 쓴다는 의미자체가 사실 무척 모호합니다. 다만 프로그램 흐름 상, 상식적으로 그런식의 코드밖에는 안나오는 것은 위법이 아니지만, 이를 증명하는 것은 참 고달픕니다.)


다른 하나의 재산은 무엇일까요? 위의 예에서 들자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기술지원을 받은 내용자체 입니다. (제가 빠트린 내용을 MS사가 지적해줬으므로 그럼 소스 자체를 못 쓰냐 이런 물음은 우문입니다.) 만일 제가 기술지원을 받으면서 오고간 자료를 취합해서 영리적이든 비영리적이든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모두가 위법행위인 것입니다.


기술지원 서비스에 대해 회사는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그에 파생된 자료는 모두 회사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발표에서 P모 실장 측은 개발시방서 혹은 산출물 관련된 자료 자체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또한 누구는 서버개발 과정에서 회사(NC소프트)의 소스를 가져다가 썼다고 합니다. 이는 개인이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획득한 지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입니다.


위 조사결과가 액면그대로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일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 기밀 혹은 기술 유출과 관련해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사안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떤 경우는 명백히 회사가 때려죽일 놈일 경우도 참 많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데 왜 개발자 편을 안들고 싶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판단내리기에 참으로 곤란한 사안입니다. 위에서 예를 들어봤지만, 사실은 명확하게 선이 그어질 수 없는 것들이 더더욱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회사와 개발자 양측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목에서 밥벌이라는 걸 썼고 글 속에 기술인력들의 배고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었지만 그냥 덮어두겠습니다. 오늘 술 약속도 있고, 가뜩이나 두서없는 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어쨌거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국내 게임업계에 무슨 기술력이냐고 쉽게 내뱉지 마십시오. 꿈으로 가득찬 애들 가슴에 상처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식의 독설보단 차라리 침묵이 자신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한답니다.


☞ "리니지3 외 미공개 게임도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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