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4] 48시간의 놀라운 경험! 수줍은 메두사를 개발하기까지

게임뉴스 | 장인성 기자 | 댓글: 3개 |
글로벌 게임잼에서 만난 6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48시간만에 게임을 만들었다. 팀명은 '팀 메두사', 그들이 만든 게임의 제목은 '수줍은 메두사'. 불과 이틀만에 만들어낸 게임이었지만 호평을 받았고, '팀 메두사'는 그들이 게임을 제작했던 48시간의 경험을 NDC 에서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NDC 2014의 마지막 날, 글로벌 게임잼에서 '팀 메두사'를 결성했던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와 황주은 사운드 디자이너가 강연자로 참석했다. 강연의 제목은 "48시간 만에 게임 만들기: 게임잼 '수줍은 메두사' 포스트모템과 게임 개발의 왕도'.

강연에 앞서 강연자로 나선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는 과거 '트레인시티 for kakao'의 게임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황주은 사운드 디자이너 역시 창세기전이나 아이온 등으로 게임업계에서는 유명한 인물로, '2014 글로벌 게임잼@넥슨 코리아'에서 만나 팀 메두사를 결성했다.

글로벌 게임잼은 참가자들이 발표된 주제에 따라 만들고 싶은 게임을 서로 토론 및 공유하고, 현장에서 직접 마음에 드는 팀을 모아 주어진 시간 안에 게임을 만드는 행사. 제한 시간 내에 게임을 완성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제약때문에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센스가 담긴 게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수줍은 메두사를 만든 팀 메두사의 구성원들



- 48시간의 놀라운 경험!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

강연에 선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개발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아무리 계획을 먼저 짜도 수시로 바뀌고 일정이 지연되어 게임이 완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글로벌 게임잼에서 만난 우리 6명은 처음의 스펙과 일정을 그대로 지키며 48시간에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개발 일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고 강연의 의도를 밝혔다.



▲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


강연은 글로벌 게임잼이 진행되었던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개발 일지를 소개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글로벌 게임잼은 2014년 1월 24일에 시작되었으며, 팀 메두사의 개발은 2014년 1월 24일 저녁 7시부터 26일 오후 3시까지 약 4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정확히 48시간이 아닌 이유는 발표 및 시연 시간이며, 특이사항으로 팀 메두사의 구성원들은 잠도 10시간 이상 잤다고. 결국 많은 호평을 받았던 게임 '수줍은 메두사'의 실제 개발 시간은 약 34시간 정도라고 한다.

글로벌 게임잼 행사가 시작되고, 1월 24일 19:30분에 발표된 게임잼의 주제는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본다(We don`t see things as they are, we see them as we are)". 프랑스 출신의 작가 '아나이스 린'의 유명한 말이다.



▲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본다.



처음 이 주제를 듣는 순간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의 심정은 "그래서 어쩌라고?" 였다. 어쨌거나 참가자들은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브레인스토밍이 이어졌다. 행사장 한 켠에는 포스트잇에 작성된 의견들이 붙기 시작했고, 김춘수의 꽃이나 리그오브레전드의 타워 입장이 되어보는 게임, 언론의 모습 등 다양한 주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도 다양한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편견', 게임잼의 주제를 살짝 바꾼 '눈에서 빔이 나가면 적이 내 모습으로 바뀌는 것', 그리고 눈에서 나가는 빔때문에 떠오른 '메두사'를 연결해 게임의 주제를 잡았다.

즉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악한 괴물 메두사는 편견일 뿐이고, 실제 메두사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내용.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는 '주인공은 사실은 착한 메두사, 메두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돌이 되어 혼자 살아야 하니 외로운, 귀여운 느낌의 메두사가 되는 게임'을 발표했고, 현장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 문득 눈에 들어온 세 가지




▲ 아래의 파란 점들이 참가자들의 추천(?) 마크


발표가 끝나고 9시 반 정도가 되자 현장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팀이 구성되었는데, 모이고 보니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에 사운드 디자이너 1명과 베테랑 엔지니어 2명, 학생 신분이지만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아트 2명까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황금 비율에 맞는 팀이 구성되었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게임을 구체화하고 서로 목표를 공유하는 등 협업을 위한 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온 결론은 몰래 적들을 훔쳐봐야 하는 게임. 이 과정에서 서로 게임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묻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팀 메두사가 가장 먼저 중심을 둔 부분은 게임의 완성. 전문적인 팀이 아니었기에 플랫폼 역시 엔지니어가 익숙한 윈도우 DX, 아트 담당이 익숙한 2D에 탑다운 뷰 등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에는 전날의 의견을 토대로 제작된 프로토타입을 보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팀원들이 엔지니어링의 뼈대를 잡거나 게임에 들어갈 디자인을 만들고 있을때 강임성 게임 디자이너는 뭘 하고 있었을까? 그는 개발의 과정에 따라 필요한 게임 디자인의 문서를 제작했다. 이때 종이로 제작한 디자인 문서에는 게이머의 행동이나 게임의 규칙, 맵, 잔재미를 위한 요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중요한 기점이 되는 순간도 있었다. 게임을 기획하고 구상하다보니 게임에 필요한 이상의 부분까지 생각하게 되면서 최초에 이야기된 스펙을 넘어버린 것이다. 고민하던 강임성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와 함께 의논을 시작했고 결국 구상을 포기하게 되었다. 게임의 초기 콘셉과 일정에 적합한, '필요없는 것을 빼기'에 대해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 초기 회의 때의 콘셉을 그린 노트




▲ 페이스북 그룹과 비트버켓을 통해 의견 공유 및 협업


토요일은 오전부터 프로토타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시간 단위로 이루어졌다.

게임이 개발되는 과정과 비슷한데, 최신 버전이 나오면 -> 팀원이 모여 플레이 ->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 토론 -> 다음 개발 목표를 공유 -> 2~3시간 제작 -> 다시 최신 버전... 의 순서. 사실 이론적으로 가능한 과정이지만 이론은 이론일뿐, 어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한두시간 단위로 이런 개발 작업이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도 믿기 힘들었다고 한다.

이때 나온 수정사항 들은 조작법의 튜토리얼 개선, 메두사의 상태 표시, 병사의 상태 표시 및 AI 구현, 이동속도 구분, 돌로 변했을 때의 변화 등. 게임을 다듬고 개선하는 작업은 이후 일요일까지 이어져 엔딩 및 크레디트 페이지 추가, 추가적인 재미를 위한 업적의 추가, 체력이 소모되었을때의 화면 깜박임 등 역시 게임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강임성 디자이너는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만나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줍은 메두사'라는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렇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프로세스의 낭비가 없었던 것이 가장 놀라웠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수줍은 메두사'의 프로젝트 과정이 1. 최종 비전의 공유가 잘되어 서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고, 2. 프로토타입이 빨라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으며, 3. 비전에 기반한 게임 디자인으로 낭비되는 부분이 없었고, 4. 세부 작업(밸런스/이펙트)을 위임해 디자이너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서, 5. 한두 버전 앞의 일을 미리 당겨 병목 현상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것을 좋았던 점으로 꼽았다.



▲ 게임 아이디어에 대한 마인드맵




▲ 하루만에 나온 프로토타입, 수정할 부분이 많았다고.




▲ 조금씩 개선되어가는 '수줍은 메두사'




▲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개선 중


- 우리는 왜 일할 시간이 부족할까? 황주은 사운드 디자이너

강임성 디자이너의 발표 뒤에는 함께 팀 메두사에 참여했던 황주은 사운드 디자이너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는 글로벌 게임잼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지만 사운드 디자이너 자체가 글로벌 게임잼같은 행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직업이다. 실제로 '2014 글로벌 게임잼@넥슨 코리아'에 참여한 사운드 디자이너는 황주은 디자이너 혼자였다고 한다.



▲ 황주은 사운드 디자이너


황주은 사운드 디자이너는 "보통 우리 직종은 일할 시간이 부족하고 바쁜데, 남들과는 바쁘다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사운드는 디자인과 코딩, 비주얼이 끝나고 나서 시작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애초에 주어지는 시간 자체가 촉박하다."는 말로 왜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만약 일반적인 게임 개발의 과정을 적용해볼때, 48시간의 제작 기간에 사운드가 차지하는 것은 몇시간이나 될까? 특히 게임잼같은 경우 팀 자체가 즉흥적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운드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고.

황주은 사운드 디자이너는 현재 게임이 포스트프로덕션, 즉 완성된 결과물에 소리를 입히는 형태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지만,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개발이 가능하다면 게임이 완성되기 전부터 사운드 역시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반적인 게임의 스케쥴. 사운드가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그는 이번 게임잼에서 만든 '수줍은 메두사'가 원활히 개발될 수 있었던 이유로, 먼저 팀원의 밸런스가 좋았고 기획 자체도 명료했으며 프로토타입이 굉장히 빨리 나와 사운드에 대해 먼저 고민해볼 수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단계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가 굉장히 잘 진행되었다는 점을 꼽았다.

즉 일반적인 게임의 개발 과정에서는 후반부터 사운드 작업이 진행되지만, '수줍은 메두사'를 개발할 때는 0.5 버전이 나올때 쯤 이미 사운드 역시 다듬기(폴리싱)작업에 들어갔을 정도로 진행이 빨랐다고 한다.

결국 신전이나 야외의 느낌이 강했던 초기 배경음악과 달리 게임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좀 더 동굴과 던전의 느낌을 주는 긴박한 사운드로 수정되었고 효과음 역시 더욱 게임의 분위기에 맞게 수정될 수 있었다.

황주은 디자이너는 직접 게임 화면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현재 게임이 어떤 상황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에 밀접한 사운드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수줍은 메두사'에서도 처음부터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병사가 돌이 되는 순간이나 방향에 따라 소리가 달라 리듬감있는 이동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고.



▲ 사운드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가 잘 된 개발 스케쥴은 대략 이런 모습이라고.




▲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은 석화될 때의 독특한 소리


그는 "48시간이 굉장히 짧은 시간이지만 처음부터 게임 자체의 방향성이 갖춰지고 구성 요소들이 명료해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묻어갈 부분은 묻어갈 수 있었다. 결국 초기에 원했던 것처럼 효과음만 들어도 게임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이온에서 혼자 모든 스킬 효과음을 제작했던 사례에 대해 언급한 그는, "결국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을 찾거나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만 게임의 흐름을 예측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게임의 계획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합리적으로 짜게 되면 초반부터 후반의 흐름을 준비할 수 있고, 여러 제약 속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주은 디자이너는 "온라인 게임은 개발 뒤에도 라이브 서비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을 완성하고 결실을 맺었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게임잼도 48시간에 쫓긴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제약과 시간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행사"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 게임 개발에 왕도는 있을까?

강연의 마지막은 강임성 디자이너의 결론. 그는 게임을 잘 완성하는 비결에 대해 "완성된 비전을 일치시키고, 일정을 고유한 팀원들이,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어서, 계속 개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제의 개발 과정에서 이런 프로세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강임성 디자이너는 "비법이 아니라 이런 기본적인 점이야말로 게임 개발의 왕도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 게임 개발의 왕도는?
























▲ 마무리는 엔딩과 프롤로그, 크레디트 등




▲ 마지막 날을 불태우게 만들었던 업적




▲ 게임잼에 소개된 수줍은 메두사. 직접 즐겨볼 수도 있다.



▶ 바로가기: 팀 메두사가 제작한 게임 "수줍은 메두사"의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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