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키보드와 마우스를 넘어서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2개 |



128 MB 에 영혼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닌텐도의 강아지 육성 게임 닌텐독스.


닌텐도는 닌텐독스의 장르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실제로 닌텐독스를 플레이해보면 이해가 된다.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에게 '앉아'라고 말하면 강아지가 자리에 앉는다.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거나 공을 던져 물어오게 할 수도 있고 목줄을 잡고 산책을 나갔다 와서는 깨끗이 비누칠을 해 씻겨줄 수도 있다.







조이패드와는 모습이 다른 입력장치를 채택한 Wii는 어떤가. TV 리모콘처럼 생긴 '위 리모트'에는 모션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손의 위치와 움직임, 방향을 읽어들일 수 있다.


Wii 로 골프게임을 할 때는 손에 골프채를 쥐고 공을 치듯이 몸을 움직이면 되고, 낚시를 할 때도 실제 낚시대를 던지는 것처럼 하면 된다. '위 리모트'로 칼을 겨누거나 휘두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이패드라면 방향을 조절하여 낚시대를 드리울 수면의 위치에 커서를 옮겨놓고 A 버튼을 눌러 낚시대를 던지는 힘을 조절하다가 B 버튼을 눌러 낚시대를 던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테니 정말 일취월장이라 할 수밖에 없다.


장단점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콘솔 게임업체에서는 기존에 통용되고 있던 조이패드라는 입력장치 외 또다른 무언가를 찾아왔고 그 열매가 최근 열려있는 셈이다. 그것도 맛있게...







그런데 PC 는?


수많은 PC 게임이 나왔지만 결국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입력장치를 주 콘트롤러로 사용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일반적이다. 키보드의 전신인 타자기가 19세기에 나왔다는 것, 마우스가 1963년 최초로 등장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유용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콘솔 게임계의 입력장치 변화를 보면서 내심 부러운 마음도 없지 않아 드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포스피드백(Force Feedback) 마우스는 진동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총에 맞거나 부딪힐 때 마우스가 떨린다. 조금 더 게임을 편리하게 하도록 '게임 전용'의 이름을 달고 나온 키보드들도 많이 있다. 부대지정 등 단축키를 많이 사용하는 스타크래프트 전용 키보드를 비롯해서 각 게임의 특성에 맞게 키판을 재배치하는 키보드 등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그렇게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한 것은 PC 가 온전히 게임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닌 한 키보드와 마우스는 범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게임 '전용' 키보드, 마우스 ]



게임성을 배가시켜주는 입력장치에 대한 수요는 그래서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제3의 장치에 대한 요구로 나타났으며 이는 콘솔 게임계에서 주류로 자리잡은 조이스틱, 조이패드를 PC 로 이식하는 작업으로 먼저 구체화되어 현재는 수많은 주변기기 제작업체에서 PC 용 조이패드를 생산하고 있다.


초창기 단순히 조이패드를 PC 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에서 시작된 PC 용 조이패드는 게임에서 조이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키보드의 각 키와 대응되는 설정을 할 수 있게끔까지 발전되었다. 키보드 대신 조이패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키보드에 대응되는 설정이 자유롭다 ]



키보드와 마우스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게임을 만드는 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가지는 범용성이 게임체험의 한계를 준다고 판단한 게임제작사들이 애초 기획 단계에서 조이패드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들고 있다. 온라인 대전 격투 게임 '권호'는 격투게임 답게 조이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했고, 액션 RPG '창천'도 키보드 보다 조이패드 조작에 더 신경 쓴 모습이다. 아예 '브리스톨탐험대'는 조이패드의 버튼이 4개라서 단축슬롯도 4개다.





[ 브리스톨탐험대. 슬롯이 4개다. ]



그러나 주변기기 제작업체와 게임사의 이같은 시도는 아직까지 성공적이라 부르긴 어렵다.


먼저 보급율의 문제. 키보드와 마우스가 없는 PC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조이패드 없는 PC 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따라서 게임이 이 같은 기타 입력장치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오히려 '없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유저의 수가 더 많아지게 된다.


'조이패드가 있으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조금만 뉘앙스를 달리하면 '조이패드가 없으니 이 게임을 할 수 없는가'하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들 게임이 주변기기를 뿌리다시피 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조이패드가 키보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특히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 몇 개의 키는 조이패드에서 소화할 수 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대화'까지 커버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두 손으로 조이패드를 잡고 게임을 하다가 채팅을 할 때 조이패드에서 손을 떼고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려 대화를 하고, 다시 조이패드로 손을 옮기고 하는 과정은 상상만으로도 번거롭다.


조이스틱의 손 맛을 키보드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대전 격투 게임 '권호'에서도 아무런 대화 없이 대전만 이어나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같은 도장원끼리 채팅으로 장난도 쳐야하고 잘 못하는 상대를 만나면 '좀 더 배우고 와라'하고 도발도 해야 했다. 온라인 게임이 가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재미라는 건 조이스틱을 외면할만큼 그렇게 크다.


그리고 이것이 온라인 게임들이 '마이크'에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마이크를 통한 음성 입력이 가장 보편화된 것은 FPS 게임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채팅 모드를 '엔터키'로 활성화 시키는데 채팅 모드에서는 게임키들이 글자 입력에 할당되기 때문에 게임 입력의 단절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잠시의 방심이 패배로 이어지는 FPS 게임에서 이같은 게임 단절은 치명적이었고, 이를 마이크를 활용해 극복해내었다. 마이크를 통한 작전지시는 키보드보다 더 쉽고 더 빨랐다.


처음에는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음성채팅은 팀보이스, 게임보이스 같은 음성채팅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솔루션이 등장하면서 좀 더 보편화되었고, 음성채팅의 편리함과 실용성을 인지한 게임사들은 FPS 가 아닌 다른 장르임에도 속속 자체적으로 음성채팅을 지원하고 있다. 게임은 게임대로 진행하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한 장르에만 국한된 장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던전앤드래곤은 기본으로 음성채팅을 지원한다. ]



그러나 컴퓨터의 음성 관련 기술은 단순히 음성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에서 훨씬 멀리 나가있다.


최근 새로 나온 윈도우 비스타에는 음성 인식 기능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어 'open notepad' 라고 말하면 알아서 메모장이 실행된다. 인터넷을 하다가 특정 단어를 말하면 자동으로 그 단어의 위치를 찾아준고 게시판에 글을 음성으로 남길 수도 있다. 음성 인식 성공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음성 인식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텔미 네트웍스를 인수하는 등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전화번호를 안내하고 연결시켜주는 '구글음성지역검색(Google Voice Local Search)' 서비스를 무료로 테스트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구글음성지역검색 서비스로 전화를 걸어서 '피자'라고 말하면 주변의 피자가게 전화번호를 검색해 바로 피자가게로 연결해 준다. 피자가게 전화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받고 싶으면 그냥 'text message'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음성 인식 기술이 웹과 결합한 형태다.



[ 구글이 인수한 Nuance 사의 음성인식 기술 시연회 ]



성문 분석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성문은 목소리의 주파수를 스펙트럼처럼 그림 형식으로 표시한 것으로 전문용어로는 '스펙트로그래프'라 불른다. 사람마다 지문이 모두 다른 것처럼 목소리의 주파수별 에너지 분포를 나타낸 성문도 개인마다 다르다. 억양, 발음지속 시간, 스펙트럼 및 음의 세기변화 등 음성기관과 발음상의 특징을 비교해 동일인 여부를 파악하는 성문 분석 기술은 주로 범죄 수사에 이용, 1996년 폭파협박 사건에서는 용의자의 음성을 비교 분석해 동일인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런데 UCC 동영상으로 유명한 유튜브(YouTube)의 CEO 채드 헐리(Chad Hurley)는 지난 1월 세계 경제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사용자들의 컨텐츠에 대한 대금을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올라오는 컨텐츠들의 소유자를 ‘음성 지문(audio fingerprint)’을 통해 확인하고, 이들에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언급했다. 온라인 음성 기술이 기술적인 단계를 넘어서 실용화 단계에 도달했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발전해 있는 온라인 음성 관련 기술들이 게임에 적용된다면 어떨까.


'앉아, 엎드려' 라는 명령어를 알아듣는 닌텐독스처럼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런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하지 말란 법은 없다. 중세 시대 마법사인 당신은 키보드 1번이나 마우스 왼쪽 클릭이 아닌 실제 음성으로 "메테오 스트라이크!"라고 외치는 것으로 마법을 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NPC 와의 대화를 실제 음성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바드를 선택했다면 정말로 노래를 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레인저인 당신은 어디론가 사라진 펫을 찾기 위해서 휘파람을 '휘~익' 불어야 할 것이다.


성문 분석 기술은 온라인 게임의 결제 과정에서 본인 확인 절차인 공인인증서나 핸드폰 인증번호 확인을 대신할 수도 있다. 게임 내에서 오토프로그램으로 의심되는 캐릭터에게 문제를 내고 답변을 음성으로 받아 계정 소유자와 일치하는지도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제, 계정 관리 등 여러가지 분야에 성문 분석을 이용한 본인 확인 절차가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 계정 소유자의 목소리로 답을 해야 한다면... ]



가끔은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아주 먼 미래에는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도 게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리 속 상상만으로 광선검을 휘두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올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상들이 언젠가는 기술적으로 구현되고 보편화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가상현실 미연시 게임을 하는 날도 분명히!


시작은 키보드와 마우스 다음의 무언가를 찾고 활용하는 데서부터다.


조이패드나 터치패드가 결국 '손'의 지배를 받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변종에 불과한 것에 비해 마이크는 손이 아닌 '입'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 그리고 음성 인식과 성문 분석의 실용화 단계에 이르러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를 활용한 음성 기술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잇는 제 3의 게임 입력 방법으로 가장 현실적인 해답일 것이다.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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