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안준영이 보는 스타2 밸런스, 차원관문이 문제?

칼럼 | 안준영 기자 | 댓글: 55개 |


▲ 안준영 전 해설위원
e스포츠 인벤에서는 안준영 전 해설위원의 칼럼을 기고받게 되었습니다.

안준영 전 해설위원은 곰exp에서 GSL 코드S 해설을 맡았습니다. 날카롭고 직관적인 해설은 팬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GSL의 중심에는 항상 안준영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 게임의 열혈 매니아인 안준영 전 해설위원은 그만큼 깊으면서도 독특한 식견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GSL을 떠난 이후에는 ESTV에서 해설을 맡기도 하는 등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 논쟁의 중심 : 차원관문에 대하여



▲ 으랴!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된 지도 어느덧 4년이 되어간다. 자유의 날개 발매 시점 이후로 군단의 심장을 거쳐 현재까지 오면서 스타2는 항상 밸런스 논쟁을 안고 왔으며,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저들의 연구, 그리고 개발진의 밸런스 패치가 거듭됨에 따라 어느 종족이 강세이고 어느 종족이 약세인가에 대한 의견은 많이 변해왔지만, 유불리에 대한 여론의 변화와 무관하게 대다수가 한목소리로 동의하는 바가 있었으니 그것은 "테란 대 저그가 가장 재미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프로토스가 들어가면 재미가 떨어지는 것일까? 어쩌다가 프로토스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잃어갔던 것일까? 왜 프로토스는 밸런스 논쟁이 있을 때마다 적절하다는 평을 듣지 못하고 지나치게 약하거나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을 들어야만 했던 것일까?

정답은 바로 차원관문의 존재 때문이다.


■ 병력을 즉시 충원하는 차원관문, 프로토스가 올인 아니면 수비하게 되는 이유

차원관문 덕에 프로토스는 세 종족 중 유일하게 전장에 병력을 즉시 충원할 수 있다. 프로토스가 승리하는 그림의 교전에서는 차원관문의 '즉시 소환의 힘'이 가세하여 수비하는 입장에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병력이 모여버린다. 프로토스가 패배하는 그림이 되려면 차원관문의 '즉시 소환의 힘'을 고려하고도 밀어버릴 수 있는 화력이 나와야 하므로,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완승을 해야 한다.

프로토스의 공격이 막히는 양상의 경기는, 모든 충원병력을 전장에 즉시 소환으로 동원했기 때문에 예약생산 이후 본진에 모여있는 잔여 병력이 있을 수가 없고, 막히는 순간 경기 포기를 선언하게 되는 허무한 양상이 나온다.

즉. 프로토스라는 종족 자체가 아슬아슬한 반반 싸움을 유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교전이 가지는 리스크가 큰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잦은 국지전은 승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단 한 번의 대규모 교전이 승부를 가르는 양상으로 유도한 뒤, 그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최종 승리를 향한 왕도이다.

자연스레 프로토스의 플레이 패턴은 크게 두 가지로 갈 수밖에 없다. 흔히 뽕을 뽑는다고 표현되는 극단적인 초중반 올인, 그것이 아니면 버티고 버티며 후반 조합을 갖춘 뒤 한방 싸움을 노리는 수비적인 운영.

당연히 이런 양상의 경기는 보기에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정신없는 난타전과 끝없는 국지전, 팽팽한 줄다리기와 극적인 역전승 같은 것들인데, 프로토스에게는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 차원관문에 대한 대책은? 일반 관문과 차원관문을 선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부여해야

이 양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차원관문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다. 제시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형태는 다음과 같다.

① 보통의 관문은 유닛 생산 시간이 짧다.
② 차원관문은 유닛을 즉시 동력지에 소환할 수 있는 대신 재사용 대기시간은 보통 관문에서의 유닛 생산 시간보다 길다.


이렇게 차원관문 쿨타임에 대한 리스크가 있어야만 관문으로 꾸준히 빠르게 병력을 모을 것인가, 차원관문으로 즉시 소환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플레이어에 따라서 운영하는 양상이 꽤 다양해질 것이다.

어떤 프로토스 유저는 일부는 관문, 일부는 차원관문인 상태를 유지한 채, 꾸준히 병력을 생산하다가 수송을 통한 견제 플레이를 막을 때 차원관문을 활용할 것이고, 어떤 프로토스 유저는 모두 관문인 상태만을 유지하여 생산성만을 극대화하고, 집결지 설정을 통해 뛰어오는 형태로 병력 충원을 할 것이며,

어떤 프로토스 유저는 자원이 아주 많아지는 후반까지 버틴 뒤, 차원관문의 쿨타임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추가 차원관문을 잔뜩 지어서 운영할 것이고, 어떤 프로토스 유저는 모두 보통 관문인 상태로 유닛을 빠르게 생산하다가 자신의 공격을 가거나 상대가 공격을 올 때에만 관문들을 차원관문으로 전환하여 순간적으로 유닛을 2번 연속 생산한 효과를 주어 힘을 집중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 활용되건 간에,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늘어나고, 프로들 간의 관문 쿨타임 관리에서 실력 차가 가중되며, 선수 개개인의 색채가 명확해지고, 그에 따라 볼거리가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다.


■ 차원관문의 대대적인 손질, 공허의 유산에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 저그 : 자… 잠깐만요! / 프로토스 : 그런 건 없다


이는 엄청나게 큰 변화가 될 것이다. 군단의 심장 단계에서 이 패치를 강행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정도이다. 공허의 유산 개발 단계에서 논의되어야만 하는 사안이다.

관문에서의 유닛 생산 시간을 단축하면 전진 건물류의 초반 전략이 지나치게 성행할 것이니 관문은 그대로 둔 채 차원관문의 생산 대기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압박을 왔을 때 병력 공백기가 생기게 되어, 이를 메워줄 수단을 줘야 한다.

모든 관문을 차원관문으로 바꿔놓고 플레이하는 지금에 비해 견제 플레이에 취약해지므로, 수비를 강화할 수단을 마련해내야 한다. 마법 유닛의 경우 관문에서 생산된 것과 차원관문에서 생산된 것의 초기 에너지를 같게 둘지 다르게 둘지도 신중히 고민해서 결정해야 될 문제다.

차원관문이라는 시스템 자체에 리스크가 생기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시간 등의 비용적인 측면도 재조정해야 하고, 이래저래 개발진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조정해야 될 무지막지한 숙제가 생길 것이다.

관문 유닛 자체의 스펙을 재조정하는 것만 수많은 시행착오가 소요될 무거운 작업이다. 그래도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변화기 때문이다.

게임 연출이 프로토스의 본진을 잡았을 때, 조용하던 관문들이 일제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원관문으로 변화하고, 중계진은 흥분하여 "이건 칼을 뽑아들겠다는 이야기거든요!" 라며 소리치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딱 한 번의 계산된 타이밍에 전장에 병력을 즉시 소환하여 전투에 임하는 광경, 상상만 해도 그 자체로 짜릿한 광경이다. 차원관문에서 유닛이 소환만 되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예정되어있는 마지막 확장팩 공허의 유산. 거기엔 더 많은 개발진의 고민과 도전이, 실험과 땀과 노력이 담겨서 군단의 심장보다 몇 배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재설계된 차원관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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