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올 대작들! 新 패러다임의 시대?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7개 |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의 사색.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회가 온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행운이 아닐까? 그야말로 대작의 홍수와도 같은 2007년 MMORPG 라인업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을 브리핑받을 때 올해는 그야말로 천국일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대작들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느낀 것을 솔직히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지 절대 일(Work)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던 2007 정해년이었다.


하지만, 신은 올해도 어김없이 가혹했고, 연초부터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던 신작들은 하나같이 실망과 절망을 안겨줌과 동시에 차마 글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까지 처하게 만들었다.


왜냐고? 루팡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비난은 망하라고 씹는 것이고 비판은 잘 되라고 씹는 것'인데 잘될 가능성 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극히 일부기는 하지만 도움을 주려고 해도 비판을 받아들일 자세 또한 전혀 갖추기 못했기 때문이다. "소 귀에 경 읽기"는 듣는 소도 기분이 나쁘겠지만 말하는 입장에서도 굳이 하고 싶지가 않다.


몇몇 게임은 작년 빅3의 참패 이후에 배운 것은 '게임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정도(正道)가 아니라, 화려한 겉치레로 포장하는 노하우 뿐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기도 했다.


자칭, 타칭 대작 게임들이 줄줄이 실패를 맛보는 상황에서 과연 게임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게임 개발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할 사람들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한편으로 들기도 한다.


모든 게임들이 모두 다 흥행에 성공할 순 없지만, 그래도 흥행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는 게임들이 꾸준히 나와줘야만 비로소 후발 주자들이 그것을 사례로 삼아 지속적으로 게임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법인데, 성공하는 게임이 없다면 시장성 자체에 대한 회의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 2007년 상반기지만 아직도 기대작은 이불장에 쑤셔넣은 이부가지처럼 가득차 있고 무엇이 먼저 튀어나와 우리를 기쁘게 해줄까하는 풋풋한 기대도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다. 벌써 올해도 6월 달에 접어들었고 2007년의 반이 지나갔지만, 나머지 반은 남아있다.


아직도 큰 절반은 남아있다는 애써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면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마미의 말처럼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힌트와 재료를 얻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사실 거창한 '과거'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다. 힘겹게 상반기를 함께 보냈던 것에 대한 살풀이라고 해도 좋고 그 나머지 반을 진정으로 기대하는 마음의 표출이라고 해도 좋고, 일단은 무작정 기자의 성의없는 기억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과거로의 회상 (90년대 초~) - 롤플레잉 게임이란 어려운 것.


한창 까까머리로 터질 것 같은 교복을 입고 무지 촐랑거리던 중고등학교 시절. 그 때는 바야흐로 바로 워크맨 하나쯤은 들고 다니고 집 컴퓨터에는 옥소리 사운드카드는 꼽혀있어야 가오가 살던 1990년대 초다.


그 시절, 그렇게 긴 역사는 아니지만 열혈 매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던 롤플레잉 게임은 D&D(Dungeons and Dragons) 룰을 이용해서 컴퓨터를 기반으로 발전시킨 CRPG(Computer Roleplaying Game)가 꽃을 피웠었다.






[ ▲ D&D 룰북, 이미지 출처: http://www.bookndice.co.kr/ ]



기존 TRPG에서 DM(Dungeon Master)의 역할과 플레이어들이 탁자에 앉아 캐릭터 시트에 필기구로 기록하거나 주사위를 굴리는 행위를 컴퓨터가 모두 대신하게 되었다.


비록,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오지는 못하지만 직접 모이지 않고서도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라도 롤플레잉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CRPG의 인기는 계속 커져만 갔다.


90년대 초반을 '멘조베란잔'을 비롯한 SSI가 출시한 게임들이 길을 잘 닦아 놓았다면, 90년대 중 후반부터는 지금은 비록 유명무실해진 게임사이긴 하지만 인터플레이(Interplay)의 롤플레잉 게임 전문 스튜디오 블랙 아일(Black Isle)의 전성기였다.


'폴아웃'(Fallout) 시리즈를 시작으로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발더스 게이트', '아이스윈드 데일'까지 이어지는 D&D를 기반으로 한 '블랙 아일' 표 CRPG는 게임 계 전체에서 롤플레잉의 입지를 단단하게 하는데 크게 이바지 했다.


94년에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아레나'를 발표한 베데스다 소프트도 빼먹으면 섭섭하지만, 시리즈 사이의 공백들이 길고 엘더스크롤 시리즈 전체를 통해서 베데스다가 추구하는 일관성있는 목표는 딱히 한 시대를 잡아서 이야기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잠시 제외시키겠다. 2008년 가을 폴아웃3가 출시되거나 그 전에 인터플레이가 개발 중인 폴아웃 온라인의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다면 다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자.






[ ▲ 진정한 자유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선사해준 발더스 게이트 ]



아무튼 그 시절, 체계적인 D&D 룰과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보유한 캠페인을 내세우며 인피니티 엔진 기반의 CRPG가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일반인이 아무런 부담 없이 접할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중독성이 강한 D&D 룰이지만 습득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제대로 게임 내에서 활용하고 자신만의 전략을 짜고 재미를 느끼려면 마치 공부하듯이 연구해야 한다. 한때, 기자가 화장실 갈 때도 D&D 룰북을 꼭 가지고 가면서 책이 뚫어져라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 시절, 모 잡지의 발더스 게이트 광고에서 북미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는 멘트가 나올 정도로 나름대로의 흥행에 성공했었지만, "롤플레잉 게임은 어렵다."라는 벽을 부수기에는 미약했으며 롤플레잉 게임은 매니아 게임이라는 인식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하나도 배우기 벅찬데 아버지까지 어떻게라며 울분을 통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워크래프트2라는 전략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의외의 성공을 이루어낸 신생 게임회사 블리자드는 자신이 저지르게 될 일의 결과를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 롤플레잉 게임계의 중심에 디아블로(Diablo)라는 핵폭탄을 중심에 투하한다.



과거로의 회상 (90년대 말~) - 디아블로, 롤플레잉의 패러다임을 부수다.


디아블로라는 게임은 사실 엄청나게 단순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 두꺼운 룰북을 읽을 필요도, 키보드 조작법과 게임 시스템을 습득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는 박스에 동봉된 매뉴얼을 읽지 않아도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다.






[ ▲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왔던 디아블로 시리즈 ]



게임 상의 대부분의 동작들을 마우스를 통해 구사할 수 있었고, 10명도 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짧은 고민을 살짝 들어주는 척하다가 바로 옆 교회 지하로 들어가면 전투 준비 끝이다. 사실 게임 후반부로 치닫게 되면 마을 중앙에 서 있는 케인과 위트 그리고 마을에서 좀 떨어진 할머니(?) 정도만을 만날 뿐이지만.


기존의 롤플레잉 게임을 지배하던 턴제 방식이 아닌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스릴 있는 전투와 간편한 마우스 조작이 함께 만나 드디어 '액션 롤플레잉'이라는 타이틀을 완성할 수 있었으며, 롤플레잉 매니아는 물론 롤플레잉 게임이라면 일단은 접어두던 게이머들도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인간적으로 너무 재미있었으니까.


PC를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그 동안 나름대로 선전을 해왔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롤플레잉은 디아블로를 통해 어느새 당당히 주류로 올라서게 된다. 그 시절 "무슨 게임 좋아해?"라고 물어보면 전략시뮬(스타크래프트)이거나 롤플레잉(디아블로)이었으니 말 다한거 아닌가.


2000년에 발표된 디아블로2는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듭했고,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한 베틀넷을 기반으로 한 파티플레이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는 스타크래프트를 뛰어 넘는 PC방 폐인들을 대거 양산해냈다. 그 안에는 롤플레잉 게임은 물론, 아예 PC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중, 장년층 게이머들까지도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굳이, 여기서 PC방 아르바이트 시절에 목격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비단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디아블로가 전 세계적으로 게임 개발에 미친 영향도 간과할 수가 없다.


디아블로 이후로 복잡하고 다소 난해한 세계관과 시스템들을 과감하게 걷어버린 액션형 RPG가 수도 없이 출시되었고, '리니지'로 대표되는 국내 게임들도 기본적인 UI 시스템에서 만큼은 디아블로 시리즈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샌가 국산 게임을 대표하는 말이 되어버린 "마우스 이동"도 결국은 디아블로의 유산인 것이다.









과거로의 회상 - MMORPG, 울티마부터 WoW까지


사실 MMORPG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저마다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텍스트 '머드' 시절부터 언급하는 사람도 있고, 결국 MMORPG 시스템의 기본을 완성시킨 울티마 온라인이 시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북미의 MMORPG가 울티마 온라인부터 시작되어 미씩이 개발한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다옥)'과 브래드 맥퀘이드의 '에버퀘스트'라는 양대 산맥으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다.


다옥은 렐름전을 기반으로한 뛰어난 전쟁시스템에 무게를 두었고, 에버퀘스트는 이름에서처럼 레이드 던전에 초점을 맞추었고 둘 다 북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예전 같았으면 크게 흥행했다고 표현했을 테지만 지금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라는 '괴물'이 있기에 자제를 해야 한다. ^^;






[ ▲ 기본 MMORPG의 요소를 만들었던 울티마 온라인 ]



울티마 온라인부터 다옥, 에버퀘스트를 비롯해서 터바인의 '애쉬론즈 콜'까지 그 이후에 등장한 MMORPG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조금씩 다르다고 할지라도 하드코어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는 한가지 공통점을 가졌다.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에는 알아야 할 것도 무지 많고, 그 가상세계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웬만한 시간투자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 당시 MMORPG는 하드코어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캐주얼 유저면서 서버 일등을 꿈꾸는 것은 로또를 구입하지도 않으면서 당첨되기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하지만, 2004년에 이미 거대 개발회사가 되어버린 블리자드는 또 하나의 핵폭탄을 MMORPG 시장에 투하한다. 다름아닌 5년이 넘는 개발기간과 함께 500억 원이 넘는 제작비용을 쏟아 부어 선배 MMORPG의 장점을 모두 흡수해버린 WoW의 등장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85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WoW의 전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일일이 읊을 필요는 없겠지만, WoW가 등장함으로 인해 대중들은 MMORPG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고, MMORPG 가 다른 어떤 장르, 플랫폼보다 가장 우위에 서게 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WoW가 예전에 디아블로가 했던 것처럼 MMORPG에 있어 전환점의 역할을 했을 수는 있으나, 이것이 WoW가 결코 MMORPG에 있어 완성형의 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WoW는 다시 정리하자면, 기존 MMORPG의 장점들을 잘 융합한 형태의 캐주얼 유저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하드코어' MMORPG라고 할 수 있다. 기자가 근 1년간을 공격대장으로 서버 1,2등을 다투며 레이드를 한 경험이 있지만 우리 공격대에는 단 한사람도 캐주얼 유저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 전 세계 유료가입자 수 850만을 기록한 WoW ]



아직까지 WOW에서 게임 내외에 팽배해 있는 유저들의 갈등은 그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며, WoW가 선배들의 장점은 물론, 결함도 그대로 가져왔기에 출시한지 만 2년이 지난 시점에 그 한계를 드러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WoW 보다 포스트 WoW 시대의 MMORPG들을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이며,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는 몇 가지 전조들이 더욱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로 돌아와서 -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는 몇 가지 전조.


작년부터 콘솔 업계의 빅3,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는 각자의 차세대 콘솔기를 차례대로 발표해 왔다.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부터 닌텐도의 Wii,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고 하드웨어의 성능도 천차만별이었다.


중요한 것은 타이틀만 차세대일 뿐이지 하드웨어 성능을 따지고 볼 때 기존 콘솔인 '게임큐브(NGC)'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에 불과한 닌텐도의 Wii가 초반부터 지금까지 셋 중에서 막강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 ▲ 닌텐도의 차세대 콘솔기, Wii ]



비단 가정용 콘솔 뿐만 아니라 휴대용 기기인 닌텐도 DS까지도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수익을 올리며 막강한 경쟁자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물리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러한 닌텐도의 저력은 단순한 판매고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비록 시대에 떨어진 그래픽에 매우 단순한 게임이지만 재치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집 안에서 혼자 외톨이처럼 플레이하던 게이머들을 가족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대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기존의 게임 시장을 형성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유저들의 유입을 뜻한다.


두꺼운 공략집을 얼싸 안고 화려한 그래픽과 뛰어난 스토리에 혼자서 울고 웃고 하는 시대는 가고 할아버지가 닌텐도 Wii와 위모트를 통해 골프 게임을 즐기고,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테니스를 치는 시대가 비로소 도래한 것이다. 지하철에서 대머리 아저씨가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웃음을 삼키면서 즐겁게 하고 있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바로 그 시대 말이다.


콘솔 계의 이와 같은 유행과는 별도로, MMORPG에서도 매우 직접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WoW 이후의 기대작 MMORPG 중에 올해 가장 먼저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뱅가드가 바로 그 것.






[ ▲ 하드코어를 표방했던 MMORPG 뱅가드: 사가 오브 히어로즈 ]



개발 초창기부터 철저한 하드코어를 표방하고, 에버퀘스트의 아버지라는 브래드 맥퀘이드가 직접 설립한 개발사인 시질 게임즈에서 완성했으나, 그 결과는 MMORPG 시장에서의 참패로 이어졌다. 현재는 배급사인 SOE(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뱅가드를 아예 사들여서 새로운 반전을 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것도 그렇게 여의치가 않는 모양이다.


물론, 게임 완성도가 떨어지고 버그와 최적화 실패 등 다양한 문제점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지만 원래 뱅가드가 예상하고 있던 흥행에도 못 미쳤다는 것은 기존 MMORPG로의 회귀는 이제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였다.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데,


90년대 초반부터 중반 이후까지 발더스 게이트로 대표되는 D&D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들은 방대한 세계관과 시스템, 깊이있는 스토리로 대중화를 선도했지만, 대중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벽을 미쳐 다 부수지는 못했다.


하지만, 디아블로라는 그 당시 혁명적인 롤플레잉 게임이 등장하면서 그 시절 롤플레잉 게임의 표준을 싸그리 바꾸어버렸고, 그 여파는 이후 롤플레잉 게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침과 동시에 지금까지도 일부 MMORPG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롤플레잉은 MMORPG로 발전해 왔고, 울티마 온라인부터 다옥, 에버퀘스트에 이르까지 명작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MMORPG의 기본을 닦아놓았지만 하드코어라는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고, 수용하는 유저도 한정되어 있었다.


이 때, 블리자드는 기존의 장점을 살리고 라이트 유저들에게 입맛에도 대충 맞아들어가는 WoW라는 두 번째 핵폭탄을 터트리면서 MMORPG는 급속도로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WoW도 완벽하지는 않았고 결국 무수한 장점 뒤에 숨겨진 한계를 하나 둘씩 드러내고 있는 중이며, 와우 이후에 잇따라 출시된 MMORPG도 참패를 거듭하거나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결국 WoW가 쌓은 두터운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 ▲ 북유럽 개발사 펀컴이 개발 중인 에이지오브코난 ]



지금까지의 지루한 내용들을 비교적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MMORPG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까?"


최근, 에이지오브코난을 개발 중인 펀컴(Funcom)의 PD, Erling Ellingsen은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개발자들에게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깨고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라고 열변했다. WoW 복사판 게임을 만드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며, 차별성이 없으면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차세대 콘솔기에서의 닌텐도의 우위와 하드코어를 표방한 MMORPG 뱅가드의 악전고투는 현 시대가 원하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 대략적이나마 말해주고 있다. 기존의 방법과 논리로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통하지가 않는다는 것.


90년 대 말, 디아블로가 그 당시 롤플레잉에 관한 표준을 뒤로 한 채, 롤플레잉 전체를 거대하게 팽창시킨 핵폭탄이 된 것처럼 MMORPG에서도 침체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 나갈 진정한 새로운 핵폭탄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게임이 될지, 그리고 어떤 시스템과 특징을 지니고 있을지는 감히 짐작하지 못하겠다. 새로운 표준, 새로운 패러다임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다가올지도 짐작하지 못한다.


연이은 흥행 실패속에서, 한편으로는 위기론이 솔솔 대두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상황을 반전시켜줄 무언가에 대한 어렴풋한, 그러나 강렬한 기대감.


앞으로 남은 절반의 시간, 헬게이트: 런던를 비롯해서 아이온, 타뷸라라사, 에이지오브코난 그리고 워해머 온라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신작들이 포진해 있다. 이 들 중에서 바로 그 역할을 해줄 게임이 하나라도 있기를 바라고 또 간절히 바랄 뿐이다.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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