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불똥? 무슨 이야기?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4개 |



요즘 시끄러운 것이 바로 "바다이야기"이다. 조금만 길을 걷다가 보면 간판 한두개는 보이게 마련이고, 길바닥에 파란색의 전단지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보인다.


아케이드 게임계를 완전히 평정한 바다이야기. 몇달 전에는 서울대의 비운동권 총학생회장과의 연계로 인해 한동안 떠들썩하기도 했는데, 요즘 이 "바다이야기"가 더욱 뜨거운 핫이슈가 되었다.


포탈 사이트에 가면 "바다이야기 파문"이 별도의 코너로 개설되어 있을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는데, 권력형 게이트니 대통령의 조카가 연루되었다느니 하는 등 이래저래 말이 많은 상황.


찬찬히 사건의 순서나 내막을 뜯어 보면 연루되었을 개연성 자체가 별로 높진 않은 듯 하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법이기도 하고 또 괜히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리는 것도 원치 않기에 바다이야기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논의하고 싶진 않다. (다만, 시간 순서나 사실 관계 자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달리는 상당량의 리플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이해력이 딸리거나 혹은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솟구치곤 한다. 예를 들어 우전 시스텍에 대한 벤처 자금 지원을 대통령의 조카가 게임을 개발했고 그에 따라 게임 개발을 위해 정부가 일부러 자금을 지원했다고 하는 리플들처럼)





[ 별도로 다루어지는 영등위 관련 부분 (네이버 핫이슈토론의 바다이야기 코너) ]



이와 관련되어 표적이 된 단체가 바로 영등위(영상물 등급 위원회)로 음반, 영화 및 게임물에 대해 등급 심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영등위의 바다이야기 심사와 관련하여 서명을 날조했다느니, 문화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통과를 시켰다느니, 영등위 위원 누구누구가 게임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느니, 일부 게임제작업체가 영등위에 행패를 부렸다느니 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영등위에서 게임 심의를 담당했던 조 모 위원의 경우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바가 있다)


정치권의 핫이슈로, 그리고 야당과 여당의 전면전으로 격화된 이번 사안에서는 "바다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영등위 역시 그 화살을 피해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흐지부지 유야무야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몇개월 동안 대통령과 야당의 치열한 전투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등위의 등급 심사에 관해서 말이 나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물론이려니와 게임의 실상에 맞지 않는 등급 판정을 내리기도 해서 많은 게임 업체와 게이머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이 쌓여 있기도 하다. 그래서 현재 게임산업진흥법을 통해 등급 심의 담당 단체의 구성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며, 지난 6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 공청회"가 개최된 바 있다.





[ 2006년 6월 1일 개최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공청회 ]






[ 게임산업진흥법의 상품권 발행 규정과 관련하여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



하지만, 온라인 게임 업계에 당면한 문제는 등급 심의 기관의 변화나 영등위가 정치권으로부터 유탄을 맞는 것이나 대통령과 야당/언론간의 대결이 아니다. 이 사건이 향후 게임 등급 심의에 끼치게 될 영향이다.


"바다이야기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영등위가 그 표적이 되면, 그 반작용으로 영등위가 등급 심의를 강화시킬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간 부족했던 심의 내용을 철저하게 하는 방식으로 강화되어 등급 심의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살리는 방향으로 강화된다면야 그리 큰 걱정은 없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데에 있다.


정통부와 문화부의 영역 다툼에 게임 업계가 끼어서 이중 규제를 받고 있다는 원성이 나온지도 한참. 이런 판국에 영등위가 포화를 맞음으로써 그 반작용으로 규제와 등급 심사를 더욱 강화하여 자그만한 꼬투리라도 나오기만 하면 바로 높은 등급을 팍팍 매겨버리는 상황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과거에 리니지2의 18세 등급으로 한번 시끄러운 적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어린이용 게임이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는 등 등급 판정에 따른 잡음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바가 있다.





[ 곧 심의를 받을 WoW 확장팩, 이 외에도 올 겨울에 많은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



특히 올 겨울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 불타는 성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빌로퍼의 "헬게이트 런던", 리처드 게리엇의 "타뷸라 라사" 를 위시해 프리스톤 테일2, 라그나로크2, 거상2, 창천 등 수많은 게임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게임들에게 미칠 등급 심사의 영향이 걱정되는 것이며, 또한 아직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보이는 정치인들의 입김이 강해짐으로써 엉뚱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공정성, 특히 "심의"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바라는 공정성이란, 바로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그리고 심의자에 따라 가변성이 높을수록 공정성은 반비례하게 마련이다. 과연 영등위가 그리고 앞으로 등급 심의를 담당하게 될 기관이 얼마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또 금번 바다이야기 사태로 쏟아지는 화살속에서 얼마나 자신의 기준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심의 기관을 바라보는 게임업체의 시선이 자뭇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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