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T, 테스트냐 서비스냐? 그 동상이몽!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22개 |



게임들이 많이 나온다. 클로즈 베타, 프리 오픈, 오픈 베타를 하는 게임들이 많다.


일단은 좋다. 게임을 좋아해서 이 직업을 택했기에 해볼 게임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일할 것이 많아진다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행복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이 행복에서 실망으로 바뀌는 감정의 변이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한숨을 넘어 안타까움마저 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게임을 내놓은 것일까 ? 무슨 강단이 있어 이 게임으로 오픈 베타를 시작한 것일까 ? 그동안 나왔다가 사그라진 무수히 많은 게임들을 보았을 텐데, 그리고 직접 해보면서 이런저런 평가들을 했을텐데, 왜 다수의 게임들이 여전히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일까?



■ 맛없는 집에 다시 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


종종 주말에 외식을 하러 나가곤 한다. 최근에 들른 곳은 바로 그날 신장개업을 한 고기집이었다.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간 음식점, 그러나 종업원들은 메뉴도 제대로 모르고 있어 두번 세번 왔다갔다 하고, 여러 번 물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메뉴를 알려주기도 했고, 중요하게는 그 집의 고기가 맛이 상당히 없었다는 것이다.


상추는 신선이나 깔끔과는 거리가 멀어 너덜너덜한 잎사귀가 대부분이었고, 맛없는 고기는 질기기까지 했으며, 에어컨도 제대로 틀어져 있지 않은 실내는 무척 더웠다. 종업원들은 많았지만 다들 우왕좌왕하면서, 불판을 교체하거나 반찬을 새로 내오는 속도도 무척 느렸다.






[ 신장개업이든 가격이든 문제가 아니다! 결론은 맛이다! (출처: 네이버 포토갤러리) ]



오늘 새로이 개업해서 그렇다느니, 할인 쿠폰을 주면서 다음에는 아주 싸게 주겠다느니, 개업기념 선물을 준다느니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간 집이었는데 고기 맛이 아주 없어 입맛만 버렸다면,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날 턱이 있겠는가!


그저 조용히 머리속 한켠에 앞으로 가지 말아야 할 집의 리스트에 한 줄 추가해놓은 뒤, 집에 와서 라면 끓여 먹었다. 도합 이삼억은 족히 넘을 그 집의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과 종업원 임금을 날리게 될 가게 주인에게 삼가 안습을 표하는 몇 초의 짧은 상념 뒤에 라면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그날의 식사를 마무리 지었다.



■ 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음식점을 선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음식점 맛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음에도, 지불을 하면서 돈 아깝다 라는 생각이 뇌리에 꽂혔음에도, 다음에는 다시 안와야지 라고 블랙 리스트에 추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처음이니 이해해 달라고 한다고 해서 다시 그 음식점에 찾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간혹 다시 찾아갈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그럴 확률은 대단히 낮다.


돈 몇 억을 날리게 될 그 가게의 주인을 생각하면 안습이 밀려온다며 일부러 찾아가 맛없는 음식을 먹어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어떤 게임을 하느냐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을 할 때에는 "내가 이 게임에서 과연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으로만 판단할 뿐이다. 그 게임을 만든 개발자가 가여워 보여서 게임을 일부러 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개발자나 회사의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아직은 오픈 베타 “테스트” 중인 게임이라고. 테스트이고 앞으로 완성시켜야 할 것들이 이렇게도 많이 남아 있으니 더 즐겨보라고.


그런데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그 게임의 완성을 위해 일부러 그 게임을 해 주어야 할 이유가 무에 있겠는가 말이다. 신장개업을 했다고 해서 맛이 없는 음식점을 인내하고 다시 찾아갈 이유가 없는 것처럼, 단지 내가 지금 게임을 하는 이 시점에 재미가 없으면 조용히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날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개발자가 불쌍해서 게임을 해 주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 오픈 베타 이후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ZerA, 최근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




■ 오픈 베타가 테스트냐 서비스냐 하는 것은 하등 상관이 없다!


종종 오픈 베타 중인 게임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때, “아직은 오픈 베타 테스트 중인 게임이며 상용화를 한 것도 아니다. 테스트 중인 게임이므로 테스트가 끝나고 정식 서비스가 들어갈 때를 봐야 하지 않느냐”라는 내용의 반론이 달리곤 한다. 근래 출시되었다가 사그라진 게임들에서 게임성에 대해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이런 류의 반론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픈 베타가 단지 테스트라는 것은 그 게임의 개발자와 일부 열혈 게이머의 소박한 소망에 지나지 않는다. 오픈 베타를 테스트라고 이름을 붙이건 서비스라고 이름을 붙이건, 과연 오픈 베타 기간 동안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게임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게이머는 게임의 완성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지금 게임을 하는 이 순간에, 그 게임이 재미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뿐이다.


상용화와 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나 나중에 완성될 것이라는 약속들. 하지만 그것은 별다른 소용이 없다. 나중에 잘 되어 좋아질 게임이라면, 지금 이 순간 (재미없음을 참으면서) 그 게임을 할 이유가 무에 있는가. 나중에 재미있게 되면 그때 게임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픈 베타는 원래 테스트 아닌가' 라고 아무리 목놓아 외친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오픈 베타이고 상용화 때에 이런저런 것을 하고 나중에는 이렇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재미있어 질 것' 이라고 호소한다 해도, 다수의 게이머들은 그것을 위해 현재를 인내하지 않는다. 마케팅 차원에서 테스트가 서비스로 변질된 것이라고 외쳐도 메아리 없다. 테스트를 서비스로 인지하는 게이머들을 개탄해도 돌이키지 못한다.






[ 오픈 베타 초반의 인기가 사그라든 GE. 최근 상용화를 실시했지만 ... ]



상용화 게임과 비교하지 말라고 목놓아 외쳐보아도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게임은 즐거움이고 하나의 여가 생활이기도 하다. 월 2~3 만원의 비용 때문에, 재미없는 게임에 자신의 여가 시간을 일부러 할애할 정도로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은 없다. 차라리 월 2~3 만원의 게임비를 내더라도 검증된 게임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며, “나중에 이 게임 재미있어지면 그때 생각해볼께”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게임을 종료할 뿐이다.


오픈 베타를 통해 게이머들은 "이 게임이 내가 할만한 게임인가 아닌가, 내가 돈을 내고 할만한 가치와 재미가 있는 게임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뿐이다. 이제 막 오픈한 게임, 상용화를 하지도 않은 게임이라는 것은 판단에 있어서 하등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 오픈 베타는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테스트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픈 베타는 단지 게임상의 컨텐츠 테스트와 버그 테스트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컨텐츠 테스트와 버그 테스트, 밸런싱 등의 부분에 대한 세밀한 조정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그것은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의 총체적 오판이다.


오픈 베타는 게임을 테스트하는 시기가 아니다. 게이머들에게 테스트 당하는 시기이다. 오픈 베타 시기에 무엇을 테스트 당하는가? 바로 내가 이 게임을 지속할지, 돈을 내고 할 만한 게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오픈 베타를 게임을 완성시켜가는 하나의 과정, 그것도 전반전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곧 실패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오픈 베타 버전 그 자체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보고, 내가 이 게임을 할지 말지를 선택하려는 사람에게 '이것은 단지 테스트일 뿐'이라고 외쳐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개발자를 위해 다수의 게이머들이 인식을 바꾸고 게임의 완성을 위해 인내를 하겠는가. (비록 상용화된 게임이라 할지라도) 더 재미있는 게임들이 이미 여럿 있는데 굳이 인내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 오픈 베타 게임은 오픈 베타 게임과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게임과 비교된다 ]



오픈 베타 시기의 비교 대상은 지금 오픈 베타를 하는 게임들이 아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모든 게임들, 특히 이미 흥행에 성공한 게임들이 비교 대상이다. 오픈 베타니까 상용화 게임들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게임은 의무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내더라도 리니지2가, WoW 가 더 재미있는데, 재미가 훨씬 더 떨어지는 그 게임이 앞으로 2~3 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거쳐 현재 성공한 게임들의 수준으로 올라설 때까지 무엇하러 참아가며 플레이를 해야 한단 말인가.


식당이 맛이 없으면 다른 식당을 찾는다. 신장 개업을 해서 가격도 싸거나 저렴하게 판다고 해도, 주방장 경험이 부족해서 오픈한지 몇 년 된 옆집에 비해 음식맛이 많이 떨어진다면 그 식당에는 가지 않는다.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맛있는 집을 가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주방장 실력이 쌓일 때까지 몰모트 역할을 해줄 필요도 없고, 맛있는 옆집에서 계속 먹다가 신장개업한 그 집의 음식이 맛있어졌을 때 먹으러 가도 식사를 위해 음식점을 찾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 근거없는 자신감은 이제 그만!


종종 개발자나 마케터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완성도를 높여 클로즈 베타를 짧게 한 뒤, 곧바로 오픈 베타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그런 게임 치고 잘 된 게임이 있었던 기억이 아직 없다.


테스트 기간과 흥행 성적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수많은 버그와 문제점들이 산재할 수도 있고, 기획했던 것과는 달리 컨텐츠의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또 기획자들이 예상한 재미와 실제의 재미가 다를 수도 있고 플레이 패턴 역시 기획자들의 예상대로 따라갈 이유가 없다.


“이런 의도로 이렇게 만들었으니 이렇게 즐기면 재미있다”라는 건 단지 만든 이의 소망뿐이고, 게이머들의 플레이 패턴 및 즐기는 방법이 꼭 만든 이들의 의도에 구애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리니지2는 5차까지 클로즈 테스트를 실시했었고, WoW 는 클로즈 베타 테스트만 7개월을 진행했었다. (WoW 의 경우 클로즈 테스트 당시 '지금 당장 상용화해도 성공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많았었다)






[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상당한 성공을 거둔 WoW ]



리니지2/와우의 퀄리티나 볼륨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게임들이 오픈 베타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 외면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리니지2의 업데이트 하나는 어지간한 소규모 게임의 볼륨과 맞먹고, WoW 는 지금까지 패치한 것만 해도 확장팩 하나 구성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이 두개의 게임은 상용화 이후의 동시접속자 십만명을 오랜 기간 유지해오고 있으며, 그만큼 재미를 검증받은 게임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게임들과 자신의 게임을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할지라도, 월 2~3 만원만 내면 훨씬 더 재미있는 게임을 할 수 있는데, 게이머 입장에서는 오픈 베타라고 해서 굳이 (재미없다고 이미 판단한) 그 게임을 즐길 이유가 없는 것이며, 그 게임이 리니지2와 WoW 만큼 재미있어지면 그때 해도 늦지 않는 것이다.


와우도, 리니지2에도 한참 따라가지 못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테스트 기간도 짧게 하고 빨리 오픈 베타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대체 어떤 근거로 나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저 단순히 기능적으로 몇가지 버그만 있나 없나만 체크하고 바로 오픈 베타에 들어가는 것, 이것은 개발자와 기획자의 근거없는 자신감이다. 자기가 만든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은 게임 흥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 개발 기간의 연장을 탓하지 말자!


게임의 오픈 베타는 그래서 완성품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오픈 베타를 단지 테스트로만 인식하는 것은 그 게임의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만을 드리울 뿐이다.


신장개업을 해서 손님을 받는 음식점과 같이 게임의 오픈 베타는 제대로 평가를 받는 시간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집이 내가 돈 내고 음식을 먹을 만한 집인가를 판별하는 것처럼, 이 게임이 내가 향후 오랫동안 즐길 게임인지, 돈 내고 할만한 게임인지를 평가받는 시간인 것이다.






[ 오픈 베타를 몇개월 늦춘 SUN, 과연 앞으로의 결과는 ? ]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근래 게임들이 출시를 미루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게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억 이상의 돈과 몇 년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이미 기본이 된 시대이다.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과 인력을 들였는데, 몇 개월 빨리 출시하거나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허공에 모두 날리게 되는 것보다 차라리 몇 개월 혹은 일년이든 이년이든 출시를 연기하고 말 그대로 제대로 가다듬고 제대로 테스트해서 선을 보이는 것이 더 낫다.


주방장이 손님들에게 음식을 팔면서 요리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요리 연습을 다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음식점의 신장개업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기다리고 연장되는 기간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투정과 불평을 들을지언정, 빨리 나와 한시간만에 언인스톨 되는 비애를 맛보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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