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찾아서 #4] 언더독의 처절한 싸움, 영원한 대장군 전사 'Laintime'

기획기사 | 이명규 기자 | 댓글: 31개 |
인벤에서 새로운 코너 '전설을 찾아서'를 시작합니다. 오래 전 옛날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전설적인 게임 영상들을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드리고자, 묻혀있던 영상을 하나씩 발굴해내어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과거의 레전드 영상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추억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오리지널 전사 PVP의 집대성, 'Laintime'



처음 본 기자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할 때 고른 직업은 드루이드였습니다. 사실 'WoW'의 전사에 대한 제 첫 이미지는 그저 그랬습니다. 당시만해도 평범한 검방 캐릭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물론 육중한 중갑에 떡대를 자랑하는 '마커스 피닉스' 같은 남자가 이상형이긴 하지만, 'WoW'의 타우렌이나 오크는 어딘가 유순하게 생겨서 피하게 되더군요. 얼라이언스에는 드레나이 이전엔 제대로 된 떡대도 없었지요.

그러다 어느날 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2006년, '불타는 성전'의 발매를 1년 앞둔 그때 보게 된 영상은 바로 당시 켈타스 서버 호드에서 유명한 전사인 'Laintime'(이하 레인타임)의 오리지널 시기 마지막 PVP 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이 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드레나이 전사와 함께 '불타는 성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 그의 입대전 마지막, 오리지널 최후의 'Laintime' 영상(출처 : 인벤유투브)

화산심장부 중심에서 소름돋는 위협의 외침을 질렀던 그 남자. 레인타임은 기존에 알려진 전사의 필수 테크닉인 '히트 앤 런'을 완벽하게 구사했고, 상황에 맞추어 태세를 바꿔 기술을 사용하고, 또 기계공학을 적극 활용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투를 펼쳤습니다. 다수전에서 다음 전투를 대비해 바로 시체먹기를 하거나, 분노 수급과 군중제어 대비를 위해 지나가던 몹을 끌어들이고, 전투가 풀리지 않도록 가만히 서서도 총을 쏘고, 냉기 화살을 예측해 회전냉각식 반사기로 팅겨내는 등, 세세하게 뜯어보면 그 철저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 영상이 파란을 몰고 온 이유 중 하나는 그때까지 언제나 PVP 최하위, '아케나이트 도끼 성애자' 로 놀림감이나 되던 전사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언더독(Under Dog)' 포지션에 있었던 전사가 당시 가장 강력한 사기캐로 칭송받던, 또 지금도 가장 강력한 직업 중 하나인 '냉기 마법사'를 토륨 수류탄, 냉기 반사기, 시체 먹기, 무메론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때려잡는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게 했죠.

▲ 'Laintime 2006' 영상(출처 : 인벤유투브)

당대의 전사의 위상이나, 보통 전사라는 직업에 가지는 이미지를 생각할 때 '처절함'과 '끈질김' 그 자체를 보여주는 이 영상은 당시 수많은 '듀로타 멧돼지'들에게 일종의 바이블이 되었습니다. 전사들은 이후 새로 생겨난 기술 '주문반사'를 사용할 때마다 마음 속으로 레인타임에게 한 번 씩 기도를 드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리고 레인타임은 이 영상을 끝으로 나라의 부름을 받아 현실 FPS를 하기 위해 군대에 갔고, 수년이 흐른 후 복귀하게 되지만 이전과 같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필드쟁이 사장되고 투기장이 적극 도입되며 PVP 영상의 대중성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고, 또 전성기에 비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부족함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이 영상들이 오리지널 말기, PVP만 생각하면 암울하던 전사들에게 처절함과 냉철함을 무기로 삼아 힘겹게 승리를 따내는 모습을 통해 드라마틱한 추억을 남겨준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본 기자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사 하나만을 보고 키워오고 있고, 그 뒤론 무슨 게임이든 양손 무기를 쓰는 떡대만 골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왜 저런게 없을까, 하고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그때는 저렇게 멋졌었지, 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전설을 찾아서' 코너에서는 유저 여러분의 영상 제보를 적극 환영합니다. 일생에 한 번 나올 법한 게임 플레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게임 관련 비디오 등 '레전드' 영상을 알고 있거나 소유하고 계시다면 이메일(Sawual@inven.co.kr) 인벤 쪽지(Sawual)를 통해 제보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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