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그 녀석에게 상남자의 냄새를 느꼈다. '로스트킹덤'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42개 |
남자 냄새 가득하다.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할까 싶다. 상남자를 위한, 상남자에 의한, 상남자들의 게임. 테스토스테론과 아드레날린이 아득할 정도로 뿌려져 있다. 잔기술로 현혹하려 들지 않고 우직하다.

4:33의 기대작 '로스트킹덤' 이야기다. 겉모습은 기존 모바일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짝반짝 물광 피부와 폭발하는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가 등장하는 대신 침침하고, 거친 느낌의 그래픽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의 모바일 RPG와 큰 차이를 찾기 힘들다. 물론 게임 플레이를 직접 하기 전까지만 말이다.

지스타2015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로스트킹덤' 시연 버전을 플레이했다. 지스타 광장의 아스팔트 조각만큼 많은 액션 RPG 사이에서 '로스트킹덤'은 어떤 매력으로 사용자들에게 매력을 발산할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 왔다.

[▲ 지스타 현장 체험 영상]

-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소음이나 흔들림이 있습니다.


■ 뭐가 다른거냐!- '반 오픈 필드', '커뮤니티', '탈 것'

기존의 액션 RPG를 즐기던 사람이라면 전혀 가이드가 없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좌측 가상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손으로 스킬을 사용한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자동전투를 켜놓고 감상하면 된다. 하드코어 RPG를 즐길만한 학습된 사용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방식이다. 익숙한 UI는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모바일에서 정립된 성공 공식을 그대로 옮겼다. '블레이드'와 '영웅'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4:33의 노하우가 담긴 부분이다. 그렇다면 '로스트킹덤'은 전작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작품인가? '아재 감성'을 내세워 지갑을 터는 게임인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선 필드의 제한된 개방성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상반되는 두 단어가 만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보통 모바일 액션 RPG는 평지를 일직선으로 통과하거나 구분된 구획을 차례로 돌파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로스트킹덤'은 '반(半) 오픈 필드'다. 하나의 필드로 구현되어 순서에 따라 진행해 나가는 이 디자인은 필드를 가득 메우는 몬스터를 격파해가는 느낌을 준다. 흡사 '베르세르크'의 전장 같다.

특히 공선전, 성곽 방어전과 같은 스테이지에서는 거대한 공간감을 전달한다. 전장에 흩뿌리는 '화살 공격'이 공간감의 백미다. 통상 공간감을 전달하기 위해 캐릭터를 조그마하게 표현한다거나 시야 자체를 줌 아웃 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공간감을 전달한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 적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로스트킹덤'의 마을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PC 온라인 게임은 마을에서 커뮤니티 요소가 발생하는 중요한 콘텐츠 인 것에 비해 모바일 게임은 UI로 대체했다. 이는 사실상 싱글 게임에 가까웠던 비동기화 시스템이 많았기 때문인데, '로스트킹덤'은 전격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마을을 모바일로 옮겼다.

일종의 광장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기사대장, 상인, 대장장이 등 NPC를 만날 수 있고, 사용자의 스토리 진행 상태에 따라 NPC들의 대화 내용이나 제공되는 퀘스트가 달라진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친선 PvP 대결 신청'으로 즉시 대결이 가능하며, '협동 모드 초대'를 다른 사용자로부터 받을 수 있다. 마을은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실시간 네트워크 콘텐츠의 연장선이다.

탈 것의 등장은 뜻밖에 신선했다. '로스트킹덤'의 캐릭터는 3종이다. 자칫 반복된 움직임과 스킬에 질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전장에서 구할 수 있는 탈 것에 올라타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달라지고 모션이 달라진다. 적들이 가득한 전장을 탈 것을 타고 활보하는 경험은 '삼국무쌍'의 그것과 비슷했다.



▲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재미를 찾았다.



■ 그래도 핵심은 액션- '그로기 다운'

'로스트킹덤'의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거칠다'는 쪽에 가깝다. 물광이 번들번들한 여성캐릭터의 피부도 위아래로 격하게 움직이는 바스트 모핑도 없다. 이펙트도 화려하지 않다. 절제됐다는 표현이 옳다.

'로스트킹덤'의 액션 역시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절제된 듯 명확하다. '때린다. 맞는다. 반응이 있다.'. 수많은 적이 모두 개개의 연산을 하지는 않지만 마치 하는 듯하게 연출했다. 같은 맥락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호작용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그로기 다운'이 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발동하는 이 시스템은 일종의 '즉사' 기술로서 자동전투를 즐기면서도 손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각자의 클래스에 맞게 타격의 무게감도 다르다. 거대 무기를 휘두르는 글라디에이터의 묵직함, 쌍검을 사용하는 슬레이어의 경쾌함, 광역 마법의 쾌감이 모두 다르게 구현되어 있다. 남자 같다. 그것도 상남자. 어중간한 게 없다. 자기 길을 명확히 걷는다.

대규모 적군들 사이에서 스킬과 반격, 대쉬를 사용하며 날뛰는 캐릭터는 옆집 형이 술만 마시면 하는 "형이 왕년에 17대 1로 싸웠는데…." 느낌이다. 남자들 가슴 한쪽에 있는 감성을 충족시켜준다. 그래픽도 캐릭터도 할 수 있는 행동도 남자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 캐릭터도 화려하지 않다.



■매너리즘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가 관건

분명 '로스트킹덤'은 수작이지만, 새로운 유형의 액션 RPG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따른디. 신선한 경험은 학습된 액션 RPG 위에 올려진 특징일 뿐이다. '로스트킹덤'이 성공을 거두려면 그들이 내세우는 '커뮤니티'가 본 궤도에 올라야한다. 커뮤니티 안에서 사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단 타겟은 확실하다. 상남자 냄새가 가득한 게임에서 느낄 수 있듯 30대 이상의 '아저씨'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마초적 이미지를 자극하는 광고와 게임 그래픽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모바일 게이머 그리고 '아저씨'들은 게임 내에서 전면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을 어떻게 게임 내에 포옹할지가 가장 큰 문제다.

'로스트킹덤'의 개발사 팩토리얼 게임즈 이동규 대표는 MMORPG '데카론 1, 2'를 개발한 경력이 있다. 그들의 경험과 '블레이드'와 '영웅'을 성공으로 이끈 4:33의 노하우는 액션 RPG의 새로운 돌파구로 커뮤니티를 제시했다. 이 커뮤니티가 얼마나 활성화 될지는 게임이 출시되어야 비로소 온전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모바일 액션 RPG로서의 완성도는 지금도 매우 훌륭하다. 난 '아재 감성' 이니까.



▲ 커뮤니티가 어떻게 발현될지...



▲ 장담하건데 '로스트킹덤'은 남자 냄새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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