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 갑옷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운영의 묘!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4개 |
1차 테스트때부터 초기화 없음을 내세우며 기세 좋게 내달리던 R2 가
2차 테스트를 맞아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요즘 버그 사건으로 시끄럽다.


비록 사건의 처리 과정 및 해결 방안을 제시한 공지사항이 올라왔지만,
아직까지 게시판에는 이번 가고일 사슬갑옷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 사건의 개요 및 흐름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파장의 비해 사건의 실 내용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여느 클로즈 테스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클로즈 테스트 시기에 몬스터 리젠 오류로 아이템이 대량으로 풀린 것이다.


즉, 고급 아이템들을 드랍하는 보스 몬스터 가고일에 오류가 발생해서
화염의 탑 5층 등 두 군데의 장소에서 (기획된 것보다) 빠른 속도로 리스폰되기 시작했는데,
이를 인지한 일부 길드 및 게이머들이 가고일 사냥을 통해 고급 장비와 주문서들을 다량 획득했고
이 사실이 게시판을 통해 슬슬 알려지면서 작금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 화염의 탑 5층 가고일이 출현하던 곳 ]



☞ 인벤 닉네임 "패션" 유저의 사슬갑옷 대량 드랍 첫 신고글



처음 게이머들의 제보 및 항의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적정 개수의 아이템이라며 리스폰이 빠르게 되는 부분만 수정하였지만,


다수의 게이머들이 진상 규명과 버그 악용자 처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결국 게임사측에서는 6월 15일 저녁에 "조사 결과 보고 공지"를 올리게 된다.


☞ 금번 사태에 대한 게임사의 조사 결과 보고 공지


이번 사건에 대한 게임사측의 해결 방안을 담고 있는 공지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ㅁ 몬스터가 빠르게 리스폰 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ㅁ 이는 상식적으로 버그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사안이다.

ㅁ 조사를 위해 모든 사슬 갑옷을 일단 압류시켰으며,
ㅁ 역시 드랍된 다른 아이템들의 거래 및 교환, 이동을 자제해주기 바란다.

ㅁ 비정상 리스폰으로 획득한 아이템에 대해서는 모두 삭제 조치하고
ㅁ 정상 획득한 아이템에 대해서는 압류를 해제할 것이며,
ㅁ 관련자는 클베임을 감안하여, 이번 클베 기간 동안만 게임 이용이 제한될 것이다.






[ 화두로 떠오른 사슬갑옷 ]




■ 클로즈 테스트? 그러나 관심높은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 말했듯이 클로즈 테스트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버그의 하나이다.
그리고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R2 가 그리 버그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 사건에 게이머들은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일까 ?
다른 게임이라면 별로 문제가 안될 터인데, 왜 그렇게 R2 에서는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


그것은 R2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의 내용이 다른 게임들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들에서야 어차피 며칠 지나면 없어질 터이니
이런 사건이 일어나도 파장이 적고 "다음에는 고쳐서 나오셈" 하며 넘어간다.
그리고 게임 밸런싱 상으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클로즈 테스트가 끝나고 다음차 테스트 기간 동안에 수정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R2 는 이것이 안된다. 왜냐하면 초기화가 없기 때문이다.


초기화가 없다는 것은 현재의 데이터가 오픈베타, 상용화까지 쭉 이어진다는 것이다.


리니지나 리니지2를 해본 게이머들이라면 알 것이다.
서버의 패권을 다투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초반에 안정권을 형성한 세력이 가지는 장점을,
그리고 그런 세력을 몰아내고 신진 세력이 패권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게임 시작 초반에 일찍 자리를 잡아 터를 마련해놓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지를.


리니지의 3D 버전이라고도 불리는 R2.
지난 1차 클로즈 테스트와 이번 2차 클로즈 테스트 기간에
많은 게이머들이 밤을 새워가며 R2를 하는 것에는 별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싶은 것이다.
말했듯이 초기화가 없어 현재의 데이터가 그대로 오픈베타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클로즈 테스트가 진행되는 몇주의 기간 동안 잠깐만 고생하면
몇달(심지어 몇년이 될 수도 있는)의 시간을 훨씬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는가 말이다.



■ 형식은 클로즈, 그러나 실제 모습은 오픈 베타이다!


MMORPG 게임에서 게이머들이 게임사에 분노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회의 평등이 상실되었을 때이다.


다른 사람이 컨트롤이 더 좋거나 더 많은 노하우를 알고 있거나 더 많이 플레이를 해서
나보다 우위에 선 것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방법을 통해 나보다 우위에 서 있다면,
상대보다 딸리는 내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클로즈 베타였다면, 금번 사건은 기회의 평등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초기화 없이 쭉 이어지는 클로즈 테스트이기에
확실하게 처리가 되지 않으면, 기회의 평등에 위배된다고 유저들은 인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R2 는, 비록 클로즈 베타 테스트 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게임의 내용상 그리고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심리상 오픈 베타와 동일하다.


어떤 게임인지 한번 알아보려는 마음도,
재미있고 할만한 게임인지 알아보려는 마음도 있지만,
훗날의 오픈베타와 상용화를 대비하여 미리 터를 잡으려는 마음도 있고,
이런 마음은 오픈 베타 초반에 열렙과 득템을 노리는 심리와 동일하다.


지금 R2 의 게이머들은 클로즈 테스트라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 베타 초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게임의 운영, 클로즈가 아니라 오픈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사측에서도 계정에 대한 제재를 걸었을 것이며,
계정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한 것도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게이머들의 기대수준이다.


이미 오픈 베타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게임을 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운영의 모습도 적어도 오픈 베타 이상이기를 바란다.


이번의 모습을 놓고 보자면, 클로즈 베타 수준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오픈 베타 수준을 놓고 보자면 사건 자체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고
게임사에 대한 게이머들의 신뢰도를 꽤 낮출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이다)


비근한 예로 지난 2월달에 오픈 베타를 했던 제라(ZerA)에서 이와 유사한 경우가 있었고,
이 파장으로 인해 오픈 베타 초반기의 기세가 주춤하면서 계속적인 하향세를 겪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보기: 기로에 선 제라,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수가 아닌 실패!





[ 초반 밸런싱 및 육성과 관련된 큰 버그 사건을 겪었던 ZerA, 당시 게시판의 모습 ]



세력간의 경쟁이 중심이 되는 게임, 그리고 초기화가 없는 게임.
그래서 게이머들이 오픈베타처럼 생각하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임.
그래서 클로즈 테스트에서의 이런 버그 사건에 타 게임의 오픈 베타 수준처럼 반응하는 게임.


그러하기에 R2 의 운영은 클로즈 테스트에 맞춘 운영이 아니라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오픈 베타라고 상정한 운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초기화 없음"이라는 것이 초반에 게이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양날의 검처럼 게이머들의 의식은 오픈 베타에 맞추어지게 되어,
따라서 게이머들의 의식 수준에 걸맞는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가 갖추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클로즈 테스트도 아닌, 오픈 베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운영과 명칭은 클로즈이지만 내용과 게이머들은 오픈 베타인 상태...


오픈 베타 일정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번과 같은 사건이 다시 한번 발생한다면 그땐 정말 치명적이다.


역으로 생각해서, 클로즈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지금 시기에
이런 사건을 겪은 것이 R2 에서는 하나의 예방약이 되었기를 바랄 뿐이며,
현재의 R2 에 대한 게이머들의 의식 수준이 클로즈 테스트가 아니라
(타 게임의) 오픈 베타와 같다는 것이 향후의 운영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R2인벤 바로가기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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