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아틀란티카, 재미없으면 돈으로 보상해 드립니다?

칼럼 | 오의덕 기자 | 댓글: 134개 |
말에 집에 누워 TV 채널을 돌리다 홈쇼핑 방송을 보게 되면 가끔씩 절대로 안 사면 못 배기도록 만들어 놓은 것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게장이라면 환장하는 기자에게 할아버지부터 며느리, 손자, 한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 않아 입이 째질 듯 한 미소를 지으며 게장과 흰 쌀밥의 만찬을 즐기는 장면은 학수고대 하던 신작 게임타이틀의 출시처럼 치명적이다.


이러한 시각적, 그리고 '39,900원'으로 대표되는 합리적 가격의 유혹 말고도 홈쇼핑 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또 한가지 강력한 장치가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구입한 후 만족하지 않으면 환불해드립니다."라는 무시무시한 멘트다.


그렇다. 급조된 가족이 연출하는 게장 만찬의 유혹에 항복하고 지름신을 받아들였다 한들 '내가' 먹어보고 '별로'면 냉큼 '환불 신공'을 시전 하면 되지 않는가? 사실, 귀찮음 때문에 실제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환불까지 받은 경험은 별로 없다.


각설하고, '최초의 전략 RPG' 등등, 특히나 '최초'라는 타이틀을 좋아하는 엔도어즈의 신작 '아틀란티카'도 이런 홈쇼핑 삘나는 마케팅을 도입했다. 역시나 이것도, 온라인 게임 '최초'의 재미보상 이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틀란티카, 재미없으면 보상해 드립니다.' 근데 어떻게? 깐깐한 소비자의 마음가짐으로 일단 이벤트 내용부터 자세히 알아보자.








이벤트 내용이 단번에 들어오지 않는 인벤가족들을 위해 한 줄 요약 들어간다.



첫 번째, 이미 즐기고 있는 온라인 RPG가 있어야 한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이 항목은 필수다.

두 번째, 시간을 투자해 아틀란티카 주인공 캐릭터 50레벨을 달성해야 한다. '49, 51레벨' 이런 거 어림없다.

세 번째, 50레벨을 달성한 시점에도 '본인'이 아틀란티카를 재미없다고 생각한다면, 재미보상을 신청하는 것이다. 재미없다고 통곡하다가 깜빡하고 51레벨이 되어버렸다면 이벤트는 자동 탈락이다. 50레벨만 된다. 일단, 그렇다고 가정하고 다음으로.

네 번째, 방안에 앉아 혼자 재미없다고 울부짖는 것만으로는 신청이 안 된다. 최근 60일 이내 결제한 '정액제' (부분유료화 어림없다.) MMORPG 영수증결제 내역 페이지 출력본, 그리고 본인신분증 사본입금은행 통장사본을 아틀란티카 고객센터에 우편으로 발송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한 줄 요약이라고 해놓고, 네 번째 항목 때문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그 만큼 네 번째 항목, 특히 '필요한 서류'들이 약간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단 정액제MMORPG라는 조건이 붙는다. 국내 MMORPG 중에 정액제를 하는 대표적인 게임은 리니지1, 2 형제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 R2, 로한, 대항해시대 까지며, 그 외에는 웹젠의 뮤 온라인과 같은 다소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된 MMORPG들이 몇 몇 있다. 즉,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을 최근 2개월 내에 결제한 유저만 이벤트 대상자가 된다.


그 다음은 결제 내역 페이지 출력본과 본인신분증 사본과 입금은행 통장사본이 필요하다. 결제 내역 페이지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또 한가지 안정장치인 셈이고, 나머지는 남에게서 '돈'을 받기 위한 필수 서류다.


이와 같은 다소 귀찮음을 상당히 유발하는 이벤트 내용에도 불구하고, 아틀란티카 이벤트가 홈쇼핑 방송보다 더 끌린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돈을 낼 필요도 없는 '현재 프리오픈+ 앞으로 오픈베타' 콤보로 당분간은 이어질 무료 게임인데 보상으로 즉 '돈'까지 주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아틀란티카가 목표하는 주요 타켓이 이미 '정액제로 서비스되고 있는 MMORPG 유저'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며, 해당 게임사들의 염장을 지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임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일까? 아니면 혹자의 말대로 오만일뿐일까? 그리고 과연, 리니지와 WoW 유저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쉽게 넘어갈까?








현재의 아틀란티카를 보며 누군가 이처럼 기자에게 묻는다면 '글쎄'라고 대답하겠다. 분명, 아틀란티카는 '게임개발'이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완성도 있는 게임이며,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이다.


'거상, 군주'로 이어져 온 김태곤 이사의 전작들을 잘 융합시켜, 더 스케일크고 더 짜임새 있는 구조를 아틀란티카에 가져왔다. 댓글이나 평가 코너에게 유저들이 가장 많이 칭찬하는 부분인 클로즈베타부터 계속된 "서버안정화"도 빠질 수 없다.


게임 내의 턴제 전투나 그외 다양한 시스템들도 별다른 문제나 버그 없이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며, 방대한 게임 데이터베이스가 그대로 게임에 구현된 부분은 유저 편의 부분에서 꽤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자동 퀘스트 추적 시스템 같은 것은 '합법적 오토'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되지만, PC 게임에 익숙지 않은 유저들을 고려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장점을 등에 업고도 아틀란티카에 대한 의문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는 원인은 턴제라는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MMORPG 본질적인 요소들이다. 아틀란티카의 환경은 겉으로 보기에는 살아있는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유저와 몹'의 전투라는 개인적이면서 단절한 공간의 확장판일 뿐이다.


각 유저의 독립적인 전투가 수없이 펼쳐지고 있는 아틀란티카의 세계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패키지 게임의 횡적인 연결일 뿐, MMORPG가 지향하는 수 천명의 유저가 '함께'한다는 그 무엇이 없다. 물론, 거상, 군주에서 발전된 경제시스템과 PvP, 대회 등 그 부분을 보완하는 장치가 눈에 띄지만, 리니지 혹은 WoW에서의 광대한 세계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아틀란티카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턴제 전투의 퀄리티다. 기본적인 형태와 턴제에서 발생하는 순수한 재미는 있지만 아틀란티카 자시만의 매력은 찾기 힘들며, 대표적인 턴제 PC RPG 발더스 게이트와 HOMM 시리즈와 비교해도 모자란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종합적으로, 아틀란티카는 앞서 말한 대로 근래 국내게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완성도를 갖추고 있고, 턴제와 경제시스템 등 김태곤 군주만의 독특한 컨텐츠를 잘 융합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수많은 인원이 동시에 접속해 함께 플레이 한다는 MMORPG의 기본 지향점과는 다른 길을 감으로써, 발생하는 근본적인 단점들과 종합선물세트 특유의 '낮은 깊이'는 재미보상 이벤트가 타겟으로 하는 유저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보편성이 약하다. 쉽게 말해, 현재의 아틀란티카가 보유한 '장르적 특성'이 모든 MMORPG 유저를 아우르는데 있어 한계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단시간의 반짝 평가가 2년 이상까지 바라보는 MMORPG의 장시간 플레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개인적으로 관심이 깊다. '게임 업계 최초'의 재미 보상이벤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말이다. 별다른 흥행작 없이 또 한번의 암흑기, 2007년을 갓 지나온 이 시점에서 보기 드문 수작 아틀란티카가 제시하는 자신만만한 이벤트는 한편으로는 아틀란티카의 완성도를 바라보고, 미리 확인받는 관점에서는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섣부른 과잉 기대가 후폭풍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물론, 게임을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게이머이기에 앞으로의 아틀란티카 행보에 밝은 빛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정식 상용화 이전 잠재적인 고객인 유저를 대상으로 아직도 '테스트' 중인 아틀란티카가 '자신'과 '오만'이라는 칭찬과 의문을 동시에 받는 이벤트 보다는 유저들을 위한 최종 완성도 작업에 더 심혈을 기울였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도 지울 수 없다. 정말로 좋은 게임이라면 유저들이 먼저 나서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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