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레스의 스토리텔링, "실제 세계의 역사 같은 개연성 담아냈다"

게임뉴스 | 정성모 기자 | 댓글: 93개 |
2011년, 네오위즈의 대규모 신작 발표회인 'NOW2011'과 'G-Star 2011'에서 공개된 이후 꾸준히 유저들의 화제를 모았던 블레스가 드디어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대규모 전장 등 블레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 볼 만한 부분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화려한 영상과 방대한 역사관, 드라마틱한 시나리오는 특히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요소라 하겠습니다.

두 개의 진영과 10개의 종족, 제국과 연방의 충돌 등 방대한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는 세상을 바꿀 존재, '아나타바린'이 되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다소 불안한 서버 안정성 등으로 문제가 많았던 테스트 기간 중에도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보는 듯한 블레스의 배경과 스토리에 흡인력을 더하는 화려한 영상은 게임에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인벤에서는 블레스의 스토리와 시네마틱을 담당하고 있는 박후규 시나리오 기획 파트장과 김창규 시네마틱 팀장을 만나 블레스 세계관 구축에 대한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박후규 파트장(좌)과 시네마틱을 담당하는 김창규 팀장(우)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창규: 안녕하세요, 저는 블레스에서 시네마틱 팀을 맡고 있는 김창규라고 합니다.
박후규: 저는 시나리오 기획을 맡고 있는 박후규라고 합니다.


Q. 아직 블레스의 세계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블레스의 세계관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박후규: 일단 블레스는 각 진영 간의 전쟁을 중심으로 시나리오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 분들이 실제 게임에 접속해서 초반 부분에는 각 종족이 서로의 이권과 이념을 위해 진영을 구성하고 전쟁에 나서는 블레스 세계의 '현재'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후에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왜 이런 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추적하는 '과거사'의 세계로 뛰어들게 됩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우연적인 사건을 계기로 블레스의 시나리오 속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의 종족과 진영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결국에는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게 됩니다. 블레스의 세계관 자체는 정통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고,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면서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Q. 블레스를 구성하는 6개 종족과 방대한 역사에 모티브가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후규: 기본적으로 블레스 세계관의 구축에서는 '리얼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문화권이나 어족을 따라서 종족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 특정 문화권이 있는 지역에 답사도 해보고, 월드를 구성할 때도 식생이나 기후 등도 실재하는 것과 비슷하도록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블레스의 종족 숫자는 현재 10개인데, 각 종족이 모두 모티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비히츠는 게르만, 아미스타드는 라틴, 루푸스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몽골, 판테라는 아프리카, 페다인과 이블리스는 유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사용 언어 역시 이 문화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실반 엘프&아쿠아 엘프는 기존 매니아층을 감안하여 판타지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엘프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귀여움을 담당하는 마스쿠는 신규 종족으로 별도의 컨셉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렌은 아직 미정이지만 내부적으로 모티브로 삼고 있는 문화권은 있습니다. 허황된 이야기보다는 현실의 재반영을 모토로 삼고 있어서 역사와 문화권에 따라 의상과 건축물을 제작하고, 사용하는 언어 역시 구분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있는 문화권을 기반으로 세운 뒤에는 특정 종족과 매칭시키기 위한 문서 작업을 진행하는데, 현재는 이 분량이 A4로 800페이지 정도 되어서 같은 분류의 게임에 비해서는 볼륨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 각 종족은 기존 문화권의 특징을 살려 구현되었고,
엘프 종족은 판타지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Q. 방대한 블레스의 이야기 속에서 플레이어는 어떤 역할을 차지하게 되나요? 또, 그 역할이 진영과 종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건가요?

박후규: 일단 종족에 따라서 모두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르게 출발합니다. 각 종족의 시작 지점 이야기가 다른 만큼, 해당 캐릭터가 블레스의 세계로 뛰어드는 동기도 다르니까요. 이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같은 메인 시나리오를 경험하게 되는데, 같은 시나리오를 경험해도 애초에 해당 종족이 갖고 있는 '동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퀘스트라 해도 다른 시각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서, 메인 시나리오 중 '엘프 여왕'이 모종의 결심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우니온 입장에서는 그 엘프 여왕의 결심은 상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엘프 여왕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온 하이란의 입장에서 그 결심은 상당한 배신감을 불러일으키게 되죠.

이외에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의 분량은 상당합니다. 다만, 저희는 그걸 모두 메인 시나리오에 담으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건축 양식이나 쪽지 등 게임 내 세세한 부분에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플레이어분들이 찾아서 해볼 수 있는 부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특정 이야기가 모두 메인 시나리오에 포함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들이 유저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줄 수도 있으니까요.


Q. 초기 종족별 고유 퀘스트는 실제 테스트를 진행한 유저들에게 상당히 호평을 받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이후 시나리오가 진행되면서 다시 종족별 고유의 퀘스트나 이야기를 추가하실 계획은 있으신가요?

박후규: 네, 있습니다. 각 시작 진영 마을의 경우 플레이어의 레벨이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다시 재방문하게 되는데, 이때 해당 종족으로 시작한 플레이어는 다시 자신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되고, 다른 종족이 특정 종족 마을을 방문하게 될 때엔 중의적인 관점에서 해당 종족의 이야기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OBT 버전에서는 이런 시나리오를 모두 경험하실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이 사건을 중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조금 까다로운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옆에 계신 시나리오 팀장님이 많은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종족 시작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시나리오 팀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OBT 이후에는 종족별로 다시 분기를 나눌 계획은 물론 갖고 있습니다. 일단 업데이트 분량에서는 종족별 분기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엔딩이 바뀌거나 월드가 바뀌는 경험도 준비 중입니다.






Q. 블레스의 스토리 전개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박후규: 공을 들인 것까진 아니더라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특정 종족의 이야기가 다른 종족이나 입장에서는 중의적이고 다각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장면의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특정 종족에게는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이면서, 다른 9개 종족의 시각으로 모두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하니까요.

시나리오 작업은 사실 그냥 텍스트로 이런 사실을 전달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아마 그걸 표현하는 시네마틱 팀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실제 시네마틱 작업에서 이런 중의적이고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부분들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쓰셨나요?

김창규: 각 종족이 다른 곳에서 시작했다가 하나의 분기로 모이고, 다시 각 종족의 문화로 돌아가는 그 분기들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예를 들어, 양 진영이 모두 모이는 분기에서는 같은 사건이라 해도 하이란 진영에서 겪는 관점과 우니온 진영에서 겪는 관점이 달라져야 하고, 해당 사건에서 표현되는 캐릭터의 성격도 달라져야 하니까요.

성우들이 캐릭터를 표현할 때에는 특정 캐릭터를 만나는 진영에 따라 인물들의 성격이나 말투가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해당 캐릭터가 특정 진영이나 인물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이나 전후 시나리오를 다 설명해 드리고, 그런 부분들을 성우들이 다 이해한 상황에서 표현해야 플레이어가 그 사건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 같은 퀘스트도 진영과 종족, 앞뒤의 사건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 연기를 위해
성우의 배경 이해 작업도 진행했다고..


Q. 타 RPG 게임과 비교해 블레스의 세계관이 갖는 개성을 꼽아주신다면?

박후규: 저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종족과 진영에 따라 모두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경험하고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로는 블레스의 세계관이 갖고 있는 개연성을 들고 싶습니다.

블레스에서는 보기에 멋져 보이거나 화려해 보이는 것들을 무작정 만든 것은 아니고, 실제로 역사 속에서 있었을 법한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개연성들을 모두 드러내기 위해 어떤 식생이나 문화권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이나 습성을 갖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이런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을 많이 고려했습니다.


Q. 실제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 중에서는 왜 하이란-우니온 단 2개 진영의 대립 구도를 설정했는지에 대해서 아쉬움을 나타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3곳 이상의 다중 대립이 블레스가 지향하는 정치적인 협력이나 게임 플레이와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단 두 진영의 대립으로 게임을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후규: 네, 어떤 부분을 우려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두 진영의 대립이 다소 단순하거나 단조로울 수 있다는 점은 저희도 기획 단계에서 인지했고, 실제로 양 진영의 대립과 다중 대립이 갖는 장단점도 많이 고려했습니다. 게임 전체적으로 각 담당 부서에서 고려했던 많은 이유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시나리오 파트만 국한해서 말씀드려보면 두 진영의 갈등으로 표현하는 편이 갈등을 좀 더 깊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적 협력/이해타산을 바탕으로 많은 팩션을 구성할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면 한 가지 갈등을 깊게 들여다보기는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실에서만 보더라도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이 가장 치열하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니까요. 물론 이런 부분들이 텍스트로 전달되면 다소 고리타분해질 수 있기에, 이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네마틱 팀의 공헌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창규: 말씀하신 갈등 구조에 대한 부분은 다소 표현하기 어렵긴 했지만, 특정 인물이 진영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이거나, 각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내세워서 특정 진영의 입장과 생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내기 위해
세계의 큰 갈등 구조는 하이란(상)과 우니온(하) 양 진영으로 나뉘었다.


Q. 게임의 다른 콘텐츠와 스토리의 진행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후규: 네, 질문 주신 내용은 아마도 메인 퀘스트가 주요 던전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저희도 테스트 이후 해당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는 스토리나 세계관을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도 있지만, 그 부분을 불필요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시나리오는 유저들에게 의무적인 형태로 부과하진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던전 쪽은 일반 시나리오와는 다른 고리로 설계했죠. 그렇다고 던전 쪽에 시나리오를 전혀 입히지 않았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메인 퀘스트는 아니지만, 저마다의 던전이 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따지고 보면 블레스 세계의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하이란 던전 '사피엔스의 영묘'의 경우 해당 던전을 구성하는 몬스터는 마법사와 실험체인데, 해당 던전의 몬스터들은 모두 '미켈레 루베르'라는 인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언급합니다. "미켈레 루베르가 우리를 배신하고 이곳을 떠났고, 우리는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하이란 플레이어의 경우 이 인물에 대해서 잘 모르시겠지만 우니온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테르니 지역을 방문할 때 메인 퀘스트로 만나게 되는 '미켈레 로쏘'의 본명이 미켈레 루베르라는 것을 알게 되죠.

이쪽 시나리오를 진행해보면 루베르는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고백하고, 그 수하들은 자신들이 어떤 실험실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두 이야기는 이어져 있고, 이후에 루베르 백작이 시나리오에 다시 등장할 때 이 부분은 마무리가 됩니다.

반대로 우니온에도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동레벨 대의 잠든 비늘 유적 던전의 경우 보스가 쿠아트란의 후예인데, 쿠아트란은 거짓과 위선의 군주로 리구스 족(리자드맨)의 창조신이죠. 플레이어가 잠든 비늘 유적에서 쿠아트란의 후예를 죽임으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본체인 쿠아트란을 깨우는데 일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덕분에 쿠아트란은 후에 드워프 왕국을 공격하면서 메인스토리로 다시 등장합니다.




▲ 각 던전은 고유의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다시 메인 세계관으로 연결된다.
(이미지: 사피엔스 영묘)


Q. 실제 시나리오와는 관계없을 수 있는데, 이번 FGT의 경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퀘스트가 부족한 현상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뭔가 시나리오 적으로 뒷부분이 안배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박후규: 시나리오 안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게, 이미 시나리오 작업 분량은 OBT 및 정식 서비스 이후 6차 업데이트까지 진행되어 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시나리오 쪽보다는 경험치 밸런스와 관련된 항목인데, 제가 담당이 아니라서 정확히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겠네요.


Q. MMORPG를 비롯한 최근 게임의 경향이 스토리 쪽은 다소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 유저도 스토리보다는 게임의 시스템이나 캐릭터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짙은데,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블레스 만의 장치가 있을까요?

박후규: 이 부분은 스토리의 몰입도에 대한 부분인 것 같은데, 여기에는 시네마틱 팀의 역할이 크기에 답변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김창규: 감사합니다. (웃음) 스토리의 몰입에서는 유저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는 환경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게임 내 캐릭터들이 대화할 때 입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작업을 최근 추가했던 점이나, 캐릭터에 '/춤'을 입력하면 종족별로 다른 춤을 추게 되는데, 이 부분 역시 실제 그 종족의 문화권에서 추는 춤을 기반으로 만든 것입니다.

배경으로 움직이는 NPC들의 움직임도 단조롭지 않도록 여러 가지 패턴을 입혔습니다. 또, 저희 시네마틱은 같은 영상이라도 재생될 때의 시간을 실제로 반영해서, 플레이어가 해당 시네마틱을 보고 있는 시간이 낮이라면 시네마틱도 낮이고, 밤이라면 시네마틱에서도 밤이 됩니다. 이처럼 플레이어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고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구성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 시네마틱은 유저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세한 작업이 들어갔다.


박후규: 그리고 블레스 팀에서는 플레이어의 요구 수준에 따라서 스토리 전달의 깊이 또한 달라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플레이어의 구분은 크게는 4가지인데, 첫째로 '시나리오에 큰 관심이 있어서 게임 내외로 모든 텍스트를 다 찾아보는' 분들은 3% 이내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인게임에서 접한 것 이외에도 추가 정보를 찾아보는 분들이죠. 두 번째 분류로는 '인게임에 구현된 것들은 챙겨보는' 분들입니다. 세 번째로는 '글은 읽지 않지만 영상 정도는 보는' 분들. 마지막으로 플레이어 분류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나리오에 관심없고, 영상 또한 스킵하고 게임만 플레이'하는 분들입니다.

저희는 각 고객층에 따라서 시나리오의 전달 목표를 다르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하이란 수도 히에라콘에서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면, 네 번째에 해당하는 고객에게는 황궁에 잠입하거나 황제의 부하들과 전투하고 황제를 피해 도망가는 플레이를 제공하는데, 여기에서 저희가 원하는 것은 해당 플레이어가 어떤 정보가 없이도 '내가 황제와 싸우고 있구나'를 인지하는 겁니다. 세 번째에 해당하는 고객에게는 컷씬을 통해 마티아스와 그 연인 레오니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까지 전달합니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고객에게는 다이얼로그를 통해 인물들이 어째서 황제와 싸우고 있는지까지 전달하고, 이 부분에서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 성우 음성을 입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에 해당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시나리오에 대한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정리된 저널(아나타바린의 서)을 제공합니다.






Q. 스토리를 시네마틱으로 구현할 때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을 텐데,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김창규: 실제 시네마틱 구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시네마틱이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상은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영상이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건 아닌지 많은 고민을 하는 편이죠. 영상이 너무 길지는 않은지 제작 전 논의과정에서 내용과 대사를 최대한 줄이고, 앞뒤 퀘스트 연결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작은 사물 하나하나까지 살핍니다.

같은 맥락에서 영상을 스킵하는 분들이 게임 진행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 전개에서도 영상은 단서만 제공할 뿐, 핵심 내용은 인게임에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시네마틱 영상에서 마치 실제했었던 듯한 배경이 인상적이었는데, 배경 제작에 모티브를 얻은 부분이 있다면?

김창규: 게임 내에서도 실제로 개연성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역사적인 건축물과 유사한 구조물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니온의 수도인 '스페치아'의 여러 구조물들은 '베네치아'와 닮아 있습니다. 건물을 자세히 보시면 건물의 문양이나 균열감까지 닮아있을 거에요. 이 밖에도 콜로세움이나 신전 같은 부분들도 실재했던 건축물들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하비히츠 같은 경우에도 모자이크가 있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 많고요. 사실 이런 부분들은 배경팀이나 기획팀에서 거의 다 제작하기 때문에, 저희는 그걸 받아서 감사히 쓸 뿐이죠. (웃음)




▲ 스페치아는 실제 베네치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Q. 이외에도 종족이나 배경 등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영상 작업으로는 어떤 점들이 있었나요?

김창규: 깃발이나 복색 같은 부분들이 그런 쪽에서 신경을 쓴 부분인데, 사실 영상에 등장하는 게임 내의 종족 외형이나 배경 등은 모두 배경 팀이나 기획 팀에서 주는 부분들이 많아서 특별히 시네마틱 팀이 신경 쓰거나 하는 부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박후규: 시네마틱 팀장님이 딱히 별로 신경 쓰거나 하는 부분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실제로 어떤 원안을 가져가도 '이게 판테라랑 어울리는 컨셉일까요?' 하시면서 상당히 꼼꼼히 따져보셨거든요. (웃음) 기획 단계에 다소 일반적인 사항들도 해당 종족이나 캐릭터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시네마틱 팀에서 구현할 때 다소 조정을 많이 해주세요. 예를 들면, 판테라는 매우 호전적인 종족이어서 그쪽 지역의 영상들은 상당히 잔인하거나 무서운 영상으로 구현되어 있어요.

김창규: 마침 말씀하시니까 생각이 난 에피소드가 있는데, 아미스타드족 오프닝 시네마틱이 실제 그쪽 문화권의 성격을 반영하려다 보니 원래 상당히 잔인한 장면들이 많았어요. 이 장면이 꽤 충격적이어서 기획팀 쪽에서 수정을 요청했고, 지금은 수정되어서 본래 영상은 약간 B컷 같은 느낌으로 갖고 있네요.




▲ 아미스타드 종족의 초반 영상 중 삭제된 장면
실제 잔인한 장면들은 대다수 온건한 정도의 영상으로 대체되었다.


Q. 2014년 블레스의 시네마틱 메이킹 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2015년에 들어서 블레스의 시네마틱/영상에는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나요?

김창규: 새로운 종족(마스쿠)과 후반부 스토리에 대한 부분이 추가됐습니다. 현재까지 약 140여 편이 제작되었으며,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픈 이후 공개될 신규 종족과 1부 시나리오의 엔딩에 해당하는 부분도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Q. 시네마틱 중에서 유저들이 꼭 봐주었으면 하는 요소가 있을까요? 아니면, 블레스 내에서 꼭 영상으로 만들어봤으면 하는 장면이 있을까요?

김창규: 사실 유저분들에게 바라는 것은 게임 내에서 나오는 모든 영상을 고루 봐주셨으면 하는 거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으니까요. (웃음) 굳이 생각해보면, 각 종족 시작 마을에서 하나로 모이기 전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제작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부분은 이후 시나리오 전개에도 상당히 중요한 만큼 모든 유저분들이 꼭 봐주셨으면 합니다. 여력이 된다면 더 찍어보고 싶은 영상으로는 앞서 말씀드렸던 던전 같은 '사이드 스토리' 쪽도 영상을 찍어서 넣어보고 싶네요.


Q. 차후 스토리 관련 업데이트 방향이나 주기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후 스토리 전개에 따라 시네마틱 영상도 지속적으로 추가 제작이 되는지?

김창규: 업데이트 주기에 대한 건 지금 단계에서는 언급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될 예정이며, 내부적으로는 시나리오는 6차 업데이트, 시네마틱은 2차 업데이트 분량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추가 제작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블레스를 기다리는 게이머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창규: 많은 분들이 블레스를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고, 기사나 프로모션에서의 영상은 많이 봐주시는데, 게임 내에서는 스킵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웃음) 게임 내에서 컷씬들도 드라마를 본다는 생각으로 한 번씩 봐주셨으면 합니다.

박후규: 저도 많은 분들이 블레스 즐겨주셨으면 하고, 사실 블레스 전 스탭들이 게임 이곳 저곳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게임 내에서 잠깐 지나가는 종이쪽지 하나에도 주요 NPC들의 연애담이나 삽화가 다 실려 있거든요. 유저분들에게 이런 부분들을 일일히 언급드리지는 않지만, 이런 소소한 시나리오를 찾아가면서 게임을 즐겨주시면 더 뿌듯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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