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파이니는 내 딸이오!" 크루세이더퀘스트 웹툰 작가 '고릴라맨션'

인터뷰 | 이광진,박순 기자 | 댓글: 32개 |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즐기는 유저라면 한 번쯤 그의 이름을 접한 적 있을 것이다.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볼 수 있었던 크퀘툰, 그리고 코미코에서 연재되었던 크루세이더퀘스트 IF의 작가이자 진성 하슬라이퍼(하슬라 대륙 + 라이퍼). 바로 고릴라맨션이 그 주인공이다.

방대한 패러디가 가득한 웹툰으로 보는 유저를 웃음 짓게 만들었던 그의 이름은 게임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어느 날에는 결투장 상위 랭킹에 머물며 다른 랭커들과 박 터지는 랭킹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신규 용사가 등장한 날에는 자신이 직접 용사 토론에 깨알 같은 의견을 남겼기 때문이다.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웹툰 작가이자, 어떨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유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고릴라맨션. 하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어 궁금해하는 유저도 상당히 많았으리라. 기자 역시 그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찾아간 인터뷰 현장에서 고릴라맨션을 만났다. 두 눈으로 직접 본 그는 웹툰에서 볼 수 있는 재기발랄한 모습도, 유저로서 볼 수 있었던 열정적인 모습도 아니었다. 단정한 머리 모양과 나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고릴라'라기보단 순한 '양'이 더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최근 크루세이더퀘스트 IF를 마무리하고 잠시 휴가를 떠났었다는 고릴라맨션.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던 그의 정체와 궁금했던 점,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 크루세이더퀘스트 웹툰 작가 고릴라맨션.





크루세이더퀘스트 웹툰을 그리는 작가이자 진성 하슬라이퍼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로드컴플릿에서 홍보 만화를 담당하고 있는 고릴라맨션이다.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즐기고 있었던 유저였고, 지금도 계속 플레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홍보 만화를 통해서 유저와 게임사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릴라맨션'이라는, 다소 특이한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또 웹툰을 보면 자신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산타 모자(내지는 양말)처럼 보이는 물건을 쓰고 있는데, 닉네임과 캐릭터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둘 다 큰 의미는 없다. 어릴 때 만든 거라 유치한 뜻도 있어서, 공식적으로 밝히기엔 부끄럽다. 이런 질문이 있을 것 같아서 친구에게 상담했더니 친구가 정말 좋은 답변을 만들어줬다.

친구 왈, '고릴라맨션'의 뜻은 '내 안의 고릴라를 가두고 있다'는 뜻이고, 나를 표현하는 캐릭터가 쓴 양말의 의미는 '산타가 준 선물 주머니'다. 1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디어를 하나씩 넣어준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위와 같은 의미라고 밝히겠다.




▲ 머리에 쓴 건 아이디어 주머니였구나. 그랬구나.
(출처 : 크루세이더퀘스트 IF)



지난주에 휴가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주의 결투장을 들여다보니 '고릴라맨션'이란 용사단장명이 전체 랭킹 1등을 차지하고 있더라. 평소에도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인가?

처음엔 휴가를 가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에 업무를 하다 보니 결투장을 못해서 결투장 티켓이 계속 쌓였다. 티켓이 50장쯤 쌓였을 땐 "마감하고 난 뒤에 편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업무가 점점 늘어났고, 결국 마감을 다 끝내고 난 뒤에는 110장 정도가 모여있었다. 모인 티켓을 보니 "이 정도면 결투장 1등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휴가 기간에 결투장 1등을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크루세이더퀘스트 유저라면 한 번쯤 하고 싶은 게 영혼 요새에 이름을 남기는 것과 마을에 결투장 동상을 세우는 것이지 않은가.

처음에는 관계자가 결투장 랭킹에 오르면 다른 유저가 '쿠폰이나 지원을 받아서 쉽게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까 봐 결투장도 설렁설렁했었다. 그런데 막상 높은 순위에 오르니 다른 유저들 사이에서 신나게 얻어 터져나가는 걸 즐기고 있더라.

커뮤니티에서도 중계하는 느낌으로 글이 올라왔다. 좋게 봐주셔서 안심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결투장 1등이 되진 못했지만, 영혼 요새 5층에는 이름을 새겼다. 다음번에는 꼭 노력해서 1등을 노려볼 수 있도록 하겠다.



▲ 이 사람, 휴가를 하슬라로 다녀온 게 틀림없다(진지).



그렇게 게임을 많이 즐기고 있다면 당연히 아끼는 용사가 있을 것 같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용사는 누구인가?

헌터 스파이로를 가장 좋아한다. 스파이로는 황금 계약서에서 처음 나온 5성 용사였다. 처음 게임을 할 때, 레온과 수녀로 힘겹게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다가 5성 스파이로를 쓰니 너무 편하게 느껴지더라. 그 이후로 나의 애정 용사는 스파이로가 되었다.

최근 밸런스 조정으로 스파이로가 새롭게 바뀌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때도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요새 스파이로를 좋아하는 비슷한 콘셉트의 유저가 생겨 경계하고 있다.


스파이로와 비슷한 스파이니가 등장했을 때, 게임 내 용사 토론을 살펴보니 '고릴라맨션'이라는 이름의 의견이 있었다. 본인이 맞는지?

의견도 내가 쓴 게 맞다. 아마 "개인적 야망이 이뤄졌다. 스파이로의 TS가 현신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스파이로는 외모만 봐도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지 않는가. 특히 신경 쓰인 게 그의 성별이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겉으로 확인할 수도 없었고, 용사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던 크리스마스 던전은 레벨이 낮아서 갈 수 없었다.

가면을 쓰고 있으면 아예 못생겼거나, 아예 미남미녀라는 속설 아닌 속설도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미소녀라 생각했다. 그러다 "스파이로가 남자인가요?"라고 직접 문의하기도 했다. 두 번 정도 했는데, 모두 남자라는 답변만 돌아와서 시무룩했다.

시간이 지나 로드컴플릿에 입사하게 되었고, 대표님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입사하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그때 말했던 것이 두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스파이로의 성별을 전환한 여성형 스파이로 용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개발 단계에서 취소되었던 흑기사 라이오넬의 부활이다.

지금 와서 보니, 결국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룬 셈이 되었다. 스파이니와 라이오넬은 내가 입김을 많이 불어넣어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그럼 두 용사의 아버지라 생각해도 되려나?

두 용사라… 글쎄. 일단 스파이니는 내 딸이다. 라이오넬은 좀 그렇다. 투구까진 어떻게 괜찮게 볼 수 있는데, 그 속은 좀…



▲ 딸 스파이니(왼쪽)와 아끼는 스파이로(오른쪽)


입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유저 출신으로 게임사에 취직한 경우라 들었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웹툰을 그리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루기엔 힘든 점이 많더라. 개인적인 역량이 부족하기도 했다. 입사 전에는 복학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꿈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접했고, 게임이 재미있다 보니 자연스레 만화도 그리고 팬아트도 그렸다.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용사 간의 배경 설정도 세세하게 잘 구성되어 있어 서로의 관계를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도트 캐릭터의 표정이나 복장을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커뮤니티에 올린 팬아트를 본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다. 입사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사실 걱정도 했지만, 그보다 흥미가 더 앞서서 즉답하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 입사하지 않았으면 악성 유저 리스트 상단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 대표님의 혜안이셨던 것 같다. '적을 품어라.' 같은. 한창 입사 직전에 크루세이더퀘스트를 까는 만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대표님은 그 만화를 보고서 "이런 감각도 필요하다." 하셨다.

많은 유저분들의 공감을 사고, 지금은 이런 인터뷰 자리도 가질 수 있는 것도 다 크루세이더퀘스트라는 게임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하다 보니 웹툰을 그리고, 또 정식 연재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고, 즐거워해 주시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를 날뛰게 놔둔 회사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표님이 매우 쿨한 성격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시원시원한 성격이시다. 물론 웹툰에서는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웹툰의 대사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공식 페이스북에서 연재했던 크퀘툰의 1화를 그릴 때, 대표님께 원하시는 내용이 있으신지 여쭤본 적이 있다. 그런데 대표님은 "그리고 싶으신 거 그려보세요. 서로 치고받고 때리고, X노답 삼 형제 같은 것도 괜찮아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1화 봉황 치킨 편이다.

처음에 다 완성하고 올리기 직전까지 '이게 올라가면 매도당하는 게 아닐까?' 싶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내가 봐도 홍보 만화치고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가고 나서도 첫 댓글 달릴 때까지 두근두근하며 걱정했다.

다들 좋게 봐주셔서 안심했다. 시대가 좋아져서 나 같은 사람도 '특이한 사람'정도로 받아들여져 정말 다행이다.



▲ 극적으로 표현했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말씀하셨다는 대표님.
(출처 : 크루세이더퀘스트 IF)



크퀘툰과 크루세이더퀘스트 IF 모두 패러디가 많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방대한 패러디로 볼 때마다 재미를 주었는데, 패러디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작품적으로만 따지면 패러디가 너무 과한 감도 없잖아 있다. 패러디 같은 경우는 내가 평소에 알고 지내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슈라든지, 유행하고 있는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웃고 떠들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머릿속에 기억해두는 편이다. 그렇게 기억해두면 스토리나 대사가 생각이 안 날 때 "날 써줘!" 하고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최대한 적절한 곳에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스스로도 '이렇게 마이너한 패러디를 써도 되나?' 싶을 때도 있다.

어찌 보면 평소에 드립(?)을 치고 싶어서 환장한 성격이라, 그게 작품에도 묻어나는 것 같다.


패러디도 패러디지만,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도 말처럼 간단하지 않은 일일 것 같다. 특히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세계관을 헤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게 힘들 것 같은데?

크퀘툰을 그릴 때는 그런 고민이 없었다. 용사 간의 관계 설정이나 세계관이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 잘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사이에 내가 상상한 요소만 조금씩 더했다.

크루세이더퀘스트 IF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 크루세이더퀘스트에서 못 풀어낸 이야기를 그리거나, 아니면 프리퀄(Prequel) 형태의 이야기를 선보이자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다가 완전히 웹툰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풀어내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 공개되지 않은 오리지널 에피소드의 일부분.


그런데 정말 재미가 없더라. 보는 사람도 재미없고, 그리는 나도 재미가 없었다. 회사의 담당자분께 보여드렸더니 영혼 없는 목소리로 "재미있다. 이 정도면 되겠다."라는 말을 듣고서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다 엎어버렸다. 이후에 다시 회의를 거쳐서 겨우 첫 시작과 결말만 정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스토리를 완전히 구성했다기보단 결말만 보고 달려갔던 것 같다. 치밀하게 구성하지 못해서 매주, 매화 한 컷이 고비였다. 정말로 힘들었다.

연재하면서 시나리오 기획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랬기에 최대한 세계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존 설정과 부딪히는 부분이나 스포일러가 될 법한 것은 최대한 배제했다. 크퀘툰의 스토리가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세계관과 잘 맞물려 들어간 것도 기획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웹툰에 등장한 설정 중 자신이 만든 고유한 설정도 따로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여신의 힘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하면 근육질이 되는 부분이라든지.

웹툰에서만 등장하는 설정이 몇 가지 있다. 질문에 있었던 근육질 여신에 대한 내용도 그렇고, 또 용병 계약 시스템이나 쇼콜라 베이커리의 계급, MGF(Mechanic Girl Fight) 등이다.

웹툰을 그릴 때 크루세이더퀘스트라는 게임을 잘 드러내지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웹툰은 웹툰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한 개연성을 부여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넣은 것이 저런 설정들이다. 개인적으로 MGF는 게임 속의 미니 콘텐츠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크루세이더퀘스트 IF에 등장한 용사 중 실제 용사화하고 싶은 용사도 있을 것 같다.

딱 하나 꼽자면 수잔이다. 기본적으로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용사이긴 하지만, 성격 같은 알맹이는 내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웹툰 중에서는 후반부에서 급격히 존재감이 흐려져 버려 아쉬웠다. 원래 더 활약할 예정이었지만,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MGF 부분이 흐지부지해지는 바람에 조금 더 보여주고 싶다.

수잔이 나온다면, 매수를 통해 높은 지위로 올라가는 여신교의 타락한 사제 같은 콘셉트면 좋겠다. 도박으로 교회를 따고 승급하는 방식이라든지. 육성하는데 빵이 필요 없고 골드만 주면 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기획팀에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였다. 왠지 좀 많이 나간 것 같아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 정확하게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출처 : 크루세이더퀘스트 IF)


크루세이더퀘스트 IF의 결말 부분에는 클리셰를 파괴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부분이 의도된 것인지 궁금해하는 독자도 있었는데.

클리셰를 파괴하는 것도 모두 의도한 것이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마을 밖으로 나가서 몬스터를 잡고, 경험치를 얻어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결국 웹툰에서는 용사단이 마을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갔지 않나. 그런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계의 위기를 막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주인공이 강해졌지만 보스의 공격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그 대신 지나가던 엑스트라 바이퍼가 안 좋은 의미로 모든 것을 끝냈다. 그 와중에 악역들이 서로 힘을 모아 실루니스에게 힘을 보내는 것도 있었다.

클리셰 파괴는 더 좋은 결말을 위해 실험적으로 도전한 감도 있었는데,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판도라'라는 NPC가 있어서 정말로 고마웠다. 원래 결말은 그대로 세계가 멸망하고 끝이었다. 꿈도 희망도 없었다. 그런데 잘 마무리된 것은 판도라 덕분이다.

사실 마지막에 판도라가 계속 설명하는 장면은 그녀의 기본 설정을 조금 해치는 부분이기도 했다. 판도라는 자신이 나서서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며, 오히려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도라의 어머니' 격 기획자에게 혼났다.



▲ 아무리 강해진 주인공이라도 레벨 1은 혼자서 보스를 잡을 수 없지!
(출처 : 크루세이더퀘스트 IF)


크퀘 웹툰 중 번외 - '기기괴괴' 편은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 웹툰을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지, 그릴 때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기기괴괴' 이슈가 터졌을 때, 물론 유저분들도 많이 힘드셨겠지만 로드컴플릿 직원도 많이 힘들어했다. 아무래도 나는 유저 출신 직원이다 보니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갔다. 그래서 괴롭고 경직된 분위기를 웹툰을 통해 웃으면서 풀어보자는 의도로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웹툰처럼 두드려 맞았던 일은 없었다. 웹툰을 올리기 위해서는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진짜로 공식 페이스북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나도 나지만 나를 데려다 쓰는 회사도 만만치 않구나' 싶더라.

[바로가기] CQ 웹툰 극장 Episode #번외편. 기기버그 잡는 만화


그렸던 크루세이더퀘스트 웹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크퀘툰과 크루세이더퀘스트 IF 하나씩 있다. 먼저 크퀘툰에서는 '레드나스의 하루' 편이다. 사실 게임을 하면서 레드나스를 볼 때마다 너무 애처로웠다.

지금이야 좋은 보상을 주는 반복 퀘스트로 찾아오지만, 과거에는 보상이 매력적이지 않아 무조건 거절했지 않았나. 그런데 레드나스는 항상 '용사단장님이 이 의뢰를 받아주시겠지?'하는 기대를 하고 다가오는데 거절해서 정말 미안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린 편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크루세이더퀘스트 IF는 아누트가 처음 등장한 2화와 머스캣이 나온 4화가 마음에 든다. 특히, 2화에서 아누트의 등을 보고 개인적으로도 '아, 이건 정말 잘 그렸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가기] CQ 웹툰 극장 Episode #8. 레드나스의 하루



※ 주의 : 게임 속에서는 이렇게 근육질이 아닙니다.
(출처 : 크루세이더퀘스트 IF)


크루세이더퀘스트 웹툰을 그리면서 선보이지 못한 에피소드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크루세이더퀘스트 IF에서 MGF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본래 12화짜리 단편 분량이었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분량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 차기작에서 나머지 못다 한 이야기도 진행할 예정이니 없는 것은 없는 대로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웹툰이 끝날 때마다 '벌써 끝나서 아쉽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다. 그 차기작은 언제 만나볼 수 있는가?

원래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연재했던 크퀘툰을 오랫동안 선보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코미코에서 연재할 웹툰을 그려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크루세이더퀘스트 IF도 마무리했으니, 다시 크퀘툰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물론 바로 시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금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크퀘툰처럼 비정기적인 주기로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서 연재할 예정이다.


혹시 차기작은 기존의 패러디 노선과 다른 엄격, 근엄, 진지한 노선인가?

두 노선을 병행할 것이다. 패러디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엄격, 근엄, 진지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내가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도 있고, 유저들이 보고 싶어하는 부분도 있으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유저로서, 웹툰 작가로서 느끼는 크루세이더퀘스트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다른 것도 다 좋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도트 캐릭터인 것 같다. 크루세이더퀘스트만의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귀여움이 가득한 모션에 끌렸다. 귀엽게 생긴 애들이 귀엽게 행동하는 것이 좋았다.

웹툰 작가로서도 2D 도트 캐릭터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게임 내 등장하는 용사들이 일러스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외모가 도트 캐릭터뿐이다. 그래서 웹툰을 그릴 때 도트 캐릭터를 바탕으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크루세이더퀘스트 웹툰을 아껴주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 작품인 크퀘툰 1화 봉황 치킨을 올리면서, '이건 욕만 안 먹으면 다행이겠다' 싶은 심정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크퀘툰과 크루세이더퀘스트 IF를 마무리 짓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 눈에만 안보였을 수도 있지만, 이때까지 그 흔한 악플 하나 남겨주지 않고 재밌게 즐겨주신 유저분들과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왜 이렇게 짧아요?", "차기작 언제 나오나요?"하는 질문도 재미있고 그만큼 아쉬워하기에 해주시는 말씀인 것 같다. 정말 감사하고, 기대에 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또한,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업데이트 직전까지 공개되는 정보가 많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업데이트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확인해보니 무궁무진한 즐길 거리와 업데이트가 남아있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교과서적인 답변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가끔 "이 작가 약 빨고 그린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제정신으로, 진지하게 일하고 있다. 술 담배도 안 하는 사람이다. 재미있어하시는 부분도 다 생각하고 계산해서 만든 거다.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더 약을 열심히…는 아니고, 조금 더 노력하겠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유저로서도 직원으로서도 게임이 더 잘되고 오래가면 좋겠다. 사실 웹툰을 그리는 것도 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이다. 웹툰을 통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또 즐기는 유저도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면 좋으니까 말이다.



▲ "크루세이더퀘스트 인벤 번창"이란 의미로 그려준 축전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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