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이 모으는 게임, '네코아츠메'는 어떻게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을까?

인터뷰 | 김지연 기자 | 댓글: 61개 |



"게임을 꺼두어야만 게임이 진행된다?"

뭔가 다소 아이러니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이 있다. 게임을 켠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물건을 배치하고 먹이를 주는 것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다. 게임방식이 단순할 뿐만 아니라 개발 인력도 두 명이었다. 한 달 만에 완성되어 출시되었다. 그렇다 할 마케팅 비용도 없었고 홍보도 물론 자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공지하는 게 전부였다.

이런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게임을 누가 하겠나 싶겠지만, 이 타이틀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 작년 12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한 번쯤 입소문을 통해 들어본 분들도 있을 것이다. 바로 고양이 육성 게임 '네코아츠메(ねこあつめ)'이다.

'네코아츠메'는 '히트포인트'라는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으로, 제목 의미 그대로 고양이를 모으면 된다. 고양이가 찾아오게끔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난감을 여기저기에 배치하고 맛있는 사료를 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세팅을 마친 상태로 게임을 꺼 두어야 고양이들이 슬금슬금 찾아온다는 것이다.

또한, 화면 터치만 하면 되는 단순한 방식의 '클리커 게임'이라 게임의 피로도는 제로에 가깝다. 플레이에 대한 부담이 없으며, 타 플레이어와 레벨업이나 장비 강화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과금하지 않아도 매우 만족스럽게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강점 중 하나다. 금 멸치 구매가 캐시이기는 하나, 1년 동안 플레이를 해온 유저로써 느낀 바로는 돈 쓸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게임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너무나 귀엽다. 단순하지만 귀여움을 극대화한 일러스트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귀엽다고 느끼는 건 그냥 네 생각이고"라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코아츠메' IP를 활용한 캐릭터 산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별도의 팝업스토어가 열려 많은 사람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치부해버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수집욕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 중 하나이다. 게임 내 사진 기능이 있어 전체 스크린샷 촬영은 물론이며, 고양이 한 마리씩 포커스를 두고 촬영해 앨범을 제작할 수도 있다. 나아가 '네코아츠메'에는 레어 고양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요리사 고양이나 야구 선수 고양이, 등산객 고양이, 돼냥이(돼지+고양이) 등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종들이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이러한 점들로 '네코아츠메'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영어권 유저들을 위해 영어 대응이 이루어졌다. 작년 일본 개발자 컨퍼런스인 'CEDEC2015'에서는 게임 디자인 부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되어 수상하기도 했다. 고양이 관찰이라는 소재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뽑아냈으며, 기존의 게임과는 다소 다른 방식과 SNS 활용한 기능 등으로 비게이머까지 끌어들였다는 이유였다.

작년부터 '네코아츠메' 개발팀에 컨택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되지 않았다. 상당히 괜찮은 인디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결코, 사심때문이 아니다). 기회가 되어 개발사에 연락을 시도해보았고, 생각 외로 흔쾌히 인터뷰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다. 히트포인트 개발팀이 생각하는 '네코아츠메'와 고양이, 흥행할 수 있었던 비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확인해보았다.







Q. '네코아츠메'가 작년 12월에 글로벌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네코아츠메'는 '게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할 정도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략을 위해 복잡한 전략을 세울 필요도 없지요. 유저들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저 자유롭게 놀면 됩니다. 그래서 코어 게이머가 아닌 비게이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점, 이것이 '네코아츠메'를 성공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이런 콘셉트의 게임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어떤 아이디어로부터 '네코아츠메'가 탄생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기획 자체는 단순하며, 애묘가(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기획이었고, 저희 프로듀서 중 애묘가가 한 분 있었는데, 그의 아이디어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사실 제멋대로인 동물이죠. 그렇기 때문에 강아지처럼 길들인다거나 쓰다듬는다거나 하는 식의 게임 요소가 들어맞지를 않았어요. 결론적으로 멀리서 바라만 보는 그런 게임이 완성되었습니다.





Q. 개발기간과 개발비는 어느 정도가 들어갔나요?

애초에는 다른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만들었던 것이었어요. 그래서 1.0.0 버전 출시까지 얼마나 소요됐는지 명확하게 확정 지어 말하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강 견적을 잡아본다면 두 명이서 약 1개월 동안 개발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개발비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1년 이상 꾸준히 '네코아츠메' 업데이트를 반복해서 진행하고 있고요.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계속해서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Q. '네코아츠메'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시했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을 메인 타겟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의 디자인은 단순하게 가되, 그들의 행동은 가능한 실제 고양이의 몸짓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또한, 고양이들이 자주 보이는 버릇도 게임 내에 적극적으로 가미하려고 노력했죠.

게임 전체의 디자인에서는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계관을 파괴하지 않도록 광고표시 등의 부가적인 요소를 최소한으로 했습니다.


Q. 고양이를 디자인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했나요? 특히 '만족상'의 탄생과정이 알고 싶네요.




'네코아츠메' 내 일반 고양이들을 디자인할 때는 그들의 행동으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고양이 속성의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고양이와 흡사한 귀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이러한 디자인을 통해 유저들에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었고요.

실제 고양이들도 물론 귀엽지만, 캐릭터로서의 고양이에도 실제 생명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은 일반 고양이 캐릭터가 아닌 '레어 네코(희귀 고양이)' 캐릭터에서 표현했습니다.

질문하신 '만족상'은 다소 방해꾼 기질이 있는 캐릭터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에서는 조그마한 트러블이 있는 편이 재미가 있으니깐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움받기만 하는 고양이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죠. 트러블 캐릭터가 등장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오동통한 고양이 '만족상'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우쥬쥬'님의 작품- '만족상의 푸드파이터' (출처:pixiv)


Q. 게임 개발자분들이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나요? 혹시 키운다면 어떤 종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네코아츠메'의 디자이너분이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안타깝게도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키우지를 못해요. 하지만 저는 올해로 10살이 된 아비시니안 고양이가 있습니다.


Q. 아이템을 보면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자세하게 관찰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템은 어떠한 절차를 거쳐서 게임 내에 적용되나요?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실제 고양이가 좋아하는가?', '흥미를 가지고 있나?' 등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게임 내 도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귀여운 장면이 연출될 여지가 있는 아이템도 도입하고 있죠.

사실 실제 고양이들은 취향이 까다로워요. 장난감 5개 정도를 사줬을 때 한 개라도 만족하면 다행일 정도라니까요.








Q. 유저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어떠한 것이 있었나요? 실제로 게임에 반영된 의견도 있었는지요? 혹시 '희귀 고양이' 와 관련해 특별한 의견이 있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초반에 많이 받은 의견은 '더 많은 상품을 배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정원을 확장하는 콘텐츠를 추가했죠. 이후에는 마치 이사한 것과 같이 배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들어왔고요. 그 결과 'もようがえ(개축)'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사진촬영 범위의 확장이나 앨범 추가 등의 요소 역시 유저분들의 희망 사항이 계기가 되어 도입되었습니다. 새로운 고양이의 콘셉트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고요. 저희가 업데이트를 준비할 때 이러한 그림이나 도안을 참고해서 활용하고 있죠.





Q. '네코아츠메'가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었나요?

아니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어요. 초기에는 단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히 유행되는 정도였기에, 특별히 마케팅 조사도 하지 않았었어요. 여러 가지 행운이 겹치면서 이뤄낼 수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레어 고양이라던가 신규 아이템 등이 추가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전개해 갈 예정인가요?

앞으로도 업데이트는 계속해 갈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네코아츠메'를 즐겨주시고 있는 분들에게도 계속해서 게임을 즐겨주셨으면 하니깐요. 단순함을 유지해가면서, 콘텐츠 볼륨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요소도 가미해 나가고 싶습니다.



▲ 꾸준히 신규 고양이가 추가되고 있다.
(최근에 휴대전화를 변경해서 고양이 리스트가 많이 비어 있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Q. 작년에는 영문판 '네코아츠메'가 출시되었습니다. 북미에서의 성적은 어떤가요?

상당히 성적이 좋습니다. 현재는 북미에서의 게임 다운로드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고요. 북미뿐만 아니라 영어권 나라에서의 다운로드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Q. 최근 홍콩에서 팝업스토어가 개최되었는데요. '네코아츠메'의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다수 선보였습니다. 캐릭터 산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그리고 성적은 어떠한가요?

캐릭터 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건 2015년 6월 경부터예요. 물론 그 이전 봄부터 이러한 이야기가 나왔었고요. 저희는 유저 여러분들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팝업스토어도 상상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Q. 한국에서의 성적(다운로드수, 반응 등)은 어떤가요? 향후 한국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 있나요?

일본 외의 국가에서 네코아츠메의 다운로드가 초반에 증가했던 것은 흥미롭게도 한국에서 많은 문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영어권에서의 다운로드 증가가 크기 때문에 한국 이용자가 전체 비율적인 측면에서 많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어 대응이 되지 않는 '네코아츠메'를 많은 분이 즐겨주시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홍콩 팝업스토어는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이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행사인데요. 향후 상품 전시 등을 또다시 하게 된다면 한국에서의 팝업스토어도 열릴 가능성은 있겠지요.





Q. '네코아츠메'의 차기작을 개발할 의향은 있나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저희가 게임 제작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네코아츠메'의 콘텐츠가 부족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채워나갈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것에의 기대에도 부응할 수 있도록 전개를 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네코아츠메'를 즐기고 있는 유저 여러분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고양이들을 귀여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코아츠메'는 언제부터 시작해도, 어떤 페이스로 플레이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개발은 비교적 느긋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해갈 테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네코아츠메'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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