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거래 횟수에 따라, 압류약관 개정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19개 |
지난 2005 년 말에 있었던 공정위의 약관 시정 조치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현금 거래를 이유로 무조건적인 계정의 영구 압류가 가능했던 조항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조항에 대한 공정위는 현금 거래를 이유로 한 제재 자체는 문제가 아니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계정 압류는 과도한 제재라는 판단을 내렸다.


즉, 사안의 경중과 횟수를 고려하여 제재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시정을 권고했는데,
그간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공정위의 판단과는 조금 다른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는 등
여전히 게이머들에게는 현금 거래에 따른 계정 압류 조항이 뜨거운 관심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월 31일 엔씨소프트가 공정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현금 거래에 대한 계정 압류 조치에 대한 완화 방침을 밝힌 개선안을 제출했다.


엔씨소프트의 현금거래에 관한 정책은 그간 단호한 편이었다.


현금 거래 사실이 적발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성사 여부와는 무관하게 현금 거래를 시도한 경우,
나아가 현금 거래와 관련된 대화만 이루어졌어도 계정의 영구 압류였다.


그래서 압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이머들의 사연이 심심찮게 소개되기도 했고,
이를 악용해 사기를 친후 오히려 사기범이 강한 태도로 나오는 모습도 등장하곤 했다.
또한 단 한번의 일로 인해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키워온 캐릭터를 잃어버리고 나서
상당한 실망감을 나타내는 일도 꾸준히 게시판을 통해 올라오곤 했었다.


그로 인해 온라인소비자연대(대표 전현, 구 AntiNC)같은 단체의 경우
이러한 규정들이 불공정 약관에 해당된다며 법적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공정위가 최초 권고한 기한을 상당히 넘긴 지난 1월 31일,
(물론 그 전에 엔씨소프트는 기한 연장을 공정위에 신청한 바 있다)
현금 거래로 인한 계정 압류 등의 제재를 완화하는 형태의 약관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공정위에 제출한 약관 개정안의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현금 거래가 적발될 경우

ㅁ 현행: 무조건 영구 압류
개정: 1회 적발시 30일간 계정 정지, 2회 적발시부터 영구 압류


■ 현금 거래 시도가 적발될 경우 (실제 거래는 미성사)

ㅁ 현행: 무조건 영구 압류
개정: 1차 7일, 2차 30일, 3차부터 영구 압류

※ 단 직업적인 거래자(일명 작업장)로 판단될 경우, 횟수에 상관없이 영구 압류



이 외에도 채팅 열람의 경우, 게이머의 요청이 있는 경우
열람 사유와 내용을 게이머에게 고지하는 형태로 개선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엔씨소프트의 약관 개정안은 1월 31일 공정위에 제출되었고,
제출된 내용 및 일정에 따르자면, 2006년 4월 5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물론 공정위가 이 약관의 내용을 승인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공정위와의 의견 교환을 통해 어떻게 수정되느냐에 따라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고 또 적용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권고한 사항이 반영되어 약관의 개정안이 마련되었고,
게이머들에게 한두번 정도의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MMORPG 대중화의 주인공이자 리니지를 통해 게임업계 선두주자로 나선 엔씨소프트,
리니지라는 게임이 현금 거래가 대단히 활성화되고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이에 따른 청소년 문제와 사행성 문제 등 사회적인 비판 여론이 비등했고
현금 거래를 막을 방책을 내어놓으라는 사회적인 압력에 부닥치기도 했다.


심지어 모 게임사의 관계자는 "게이머들이 리니지를 하는 근본적인 동인중의 하나는
바로 이 현금거래로 인한 수입 창출의 기회"라는 내용의 공식 인터뷰를 한 적도 있었다.


RF 온라인과 같은 여타의 게임이 현금 거래시에도 2회 정도의 유예 횟수를 두어
3회 이상 적발이 되어야만 영구 압류가 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음에 비하여,
로한 같은 게임의 경우 현금 거래의 부작용과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다는 이름으로
현금 거래에 대해 상당히 융통성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음에 비하여,
엔씨소프트의 제재가 상당히 강경했던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관계자와의 통화 결과, 금번 개정 약관은 우선적으로
현금거래와 관련성이 높은 리니지와 리니지2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게임들의 적용 예정 시기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는 없지만,
두 게임에 적용되고 나면 향후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또 한가지 이슈가 되었던 소급 적용 부분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소급 적용이라 함은 개정 약관을 과거의 사례까지 적용하여
현금 거래로 인해 압류된 계정들중 일부를 풀어주는 정책.


소급 적용을 해주게 되면, 언제까지 발생한 압류건인지
어떤 계정에 적용을 시킬 것인지 등등 판단 기준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촉발될 수도 있을 뿐더러 게임에 미치는 리스크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RF 온라인의 경우 대사면령을 내려
과거에 압류되었던 계정들을 일제히 풀어주기도 했지만,
사용자의 수와 게임의 저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비교도 힘들다.


현금 거래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기란 상당히 지난하여
향후 몇년 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안이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게이머들 역시 게임에 외부적 힘이 개입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도 있고
반대로 여가 생활의 일부로 별달리 문제삼지 않는 경향도 있다.
외적으로도 현금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단체들 역시 상당하며,
반대로 금번의 개정안 역시 미흡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이머들도 있다.


현금거래에 대한 백프로 만족할만한 해답은 당분간 나오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과거보다 게이머들의 이익이 조금 더 보호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


향후 엔씨소프트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사들의 약관이,
게이머들의 요구 사항과 현금 거래에 대한 사회적 가치 판단의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귀결점을 찾아나가게 될까 ?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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