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의 기원, 블리자드 게임의 모티브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15개 |
※ 인벤에서 필진으로 활동 중인 saturns 님이 워해머의 기원 및 블리자드 게임과의 연관성에 대해 쓴 글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와우 같은 블리자드 게임들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매번 발표하는 게임마다 당대 최고의 게임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그들의 영업 능력과 제작 기법은 단연 업계 톱이며, 타 제작사의 모범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블리자드의 개발진들은이 어떤 게임을 좋아할까 ?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또 답을 듣기도 쉽지 않겠지만 ... 블리자드 게임의 대부분이 영국의 '게임스 워크샵'사 (http://www.games-workshop.com)의 ‘워해머(War Hammer)’ 라는 미니어쳐 게임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얻고 심지어 노골적으로 거기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으로 NHN 이 서비스하기로 합의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었고, 나오기도 전에 WoW 에 대적할 유일한 게임으로 이미 자리매김해버린, 그리고 올해 가을쯤 북미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워해머가 블리자드의 게임 디자인에 어떤 모티브를 제공했는지를 알아보자.



■ 미니어쳐 게임이란 ?


미니어처 게임은 현대의 컴퓨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RPG 게임 등의 원시적인 형태다. 쉽게 말해서 작은 모형등을 세워두고 그것을 체스 말처럼 삼아 게임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 유럽 군대의 장군들이 현대의 전쟁시뮬레이션과 흡사한 목적으로 미니어쳐로 워게임을 펼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최초의 워게임은 프러시아 등지에서 시작되었는데, 작은 인형으로 군인과 대포, 말, 지형 등을 제작해 놓고 실제 전쟁과 최대한 비슷한 룰을 만들어놓고서 두 장군이 각자 미니어쳐상의 군대를 움직여 싸움을 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룰이 너무나 복잡해서 장군들이 죄다 외우기에는 부담이 됬던 까닭에, 룰을 외우는 병사만 따로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 로마 장군과 켈트족의 전쟁을 시뮬레이션 해 보겠습니다 ... 라든가 ]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미니어쳐 게임은 비교적 고급 취미로서 남아 지금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워해머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각 유닛이 고유의 이동거리, 화살이나 칼, 창, 총, 대포 등의 무기, 방어력과 공격의 숙련도를 가진다. 이 룰에 따라 정해진 이동거리만큼 실제로 자를 대고 거리를 재서 이동하하는데, 당연히 기병같은 유닛은 좀더 빨리 이동하지만 대포같은 거대 유닛은 쉽게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서로 공격이 닿을 거리가 되면 공격을 시작한다. 이때, 실제로 공격이 언제나 100% 성공하진 않기 때문에 '확률'상의 가능성이 필요하다. 컴퓨터 게임이라면 그냥 연산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처리하겠지만, 일정 확률을 실현시켜 내려면 결국 주사위가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격 숙련도가 4로 정해져 있으면, 주사위를 굴려서 3 이상이면 명중'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룰에 따라서 희생자가 나오고, 그런 식으로 정해진 기간만큼 게임을 해보면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 D&D 같이 전략게임은 아니고, RPG 형태로 이루어지는 게임들도 있다 ]



최근에는 컴퓨터 게임이 발전했지만, 사실은 미니어쳐 게임에서 이뤄지던 전략성이나 게임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게임성을 위해 자원 개념을 넣고, 주사위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대신하며 (예를 들면 스타크래프트의 벌쳐는 공격력이 20 으로 되어있는데, 소형유닛에겐 일정확률로 공격력이 올라가고, 대형유닛에겐 공격력이 약해진다. 이 확률을 미니어쳐 게임에선 주사위를 굴렸겠지만, 컴퓨터로서는 순식간에 계산이 이루어져 스피드있는 게임 진행이 가능해진다) 유닛간의 이동속력이나 방어력, 공격력, 무기종류 같은 계산이 전부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초창기에는 기술력의 한계로 사람과 사람간의 대결이 잘 안되고 컴퓨터와만 대전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대결이 주종이 되고 있다.



■ 워해머는 ?


원래, 원본 소설이 있다고 하지만 워해머 원본소설은 사실 현재에는 인기도 별로고 미니어쳐 게임에 밀려 잘 알려져 있진 않다. 하지만, 일단 그 시초는 70년대의 소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이트 메탈 (주석이나 납등으로 만든 무른 금속. 가공이 쉬워 플라스틱이 없던 시절에 모형용으로 많이 사용) 인형을 만들어 판매하던 게임스 워크샵이 ‘이 인형을 갖고 게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던 중에 워해머라는 소설을 라이센스 따고 게임을 만든 것이 시초다.


워해머는 드워프, 엘프 등이 판치던 세계에서 인간세력을 모아 제국을 건설한 칼 프릿츠의 무기이다. 당시에는 컴퓨터 게임도 없고, 보드게임이나 미니어쳐 등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워해머도 일정한 인기몰이를 하며 고객을 늘려갔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재미있던 데다가, 미니어쳐를 리얼하게 채색하고 컬렉팅 하는 요소가 포함돼 있어 어릴때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도 유닛만 갖고 있으면 게임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식으로 유닛을 모으고 부대단위로 구성하며 컬렉팅하는 요소가 강하다. 부대를 많이 모으면 심지어 한번 전투에서 수십명에 달하는 병력과 전차, 혹은 괴수들을 통솔할수도 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날수록 게이머도 많아지고, 팬층이 두터워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종족도 추가하고, 컬렉팅이 가능하게 유닛도 점점 많아지며 룰도 점점 세밀화 되는 등 점점 규모가 확대 되었다. 점차 퍼져나간 이 게임은 나중에는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도 고정 팬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판타지라는 소재가 가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과감하게 판타지 세계관을 SF화 시키면 어떨까?' 라고 누가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40000 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워해머 40000 이 등장하게 된다.


초기에는 워해머 판타지의 오마쥬겸 외전격이라, 개그성향이 좀 들어가 있었다. 판타지의 제국을 그대로 SF로 보낸 듯한 '제국'과 그 군대 스페이스 마린, 그리고 엘프를 그대로 우주로 옮긴 듯한 엘다, 심지어 우주 오크와 우주 드워프 같은 종족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쪽이 나중엔 판타지보다 장사가 더 잘되기 시작한 거다. 룰북이 개정될 때마다, 이전의 코믹한 설정들이 점차 사라지고 진지함과 멋이 추가되어, 스페이스 마린은 유전자 개조가 된 인류의 초인 전사들로, 한때 우주의 지배자 였으나 멸망과 쇠퇴의 종족이 된 엘다, 외우주에서 찾아온 포식종족 타이라니드, 오크는 그냥 우주를 떠돌던 오크 포자에서 열매처럼 열리는 괴상한 전투종족으로 변했다.


현재에는 워해머 40k (뒤의 천 단위를 줄여서 K로 표시함) 의 판매량이 판타지보다 더 높다. 때문에 40k 의 룰과 종족 특성은 점점 알기쉽게 바뀌는 대신, 판타지의 룰은 숙련자들을 위해 좀더 복잡하고 응용이 가능하게 바뀌는 추세이다.



■ 블리자드 게임들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블리자드의 초기작인 워크래프트1을 살펴보자면, 당시 인기 있던 C&C 류의 특징에 워해머에서 보여졌던 판타지의 미니어쳐 게임 이라는 요소가 들어가 있다.


워크래프트 1의 특징은 크게 이야기해서 인간과 오크의 전쟁이다. 오크 부족을 지휘해 인간들의 도시 로데론으로 쳐들어가는 오크 스토리와, 이리저리 흩어진 인간들의 힘을 합쳐 삶의 터전을 되찾고자 다시 로데론을 탈환하려 쳐들어가는 이야기가 그 핵심이다.


유닛의 특징은 모습만 다를뿐 실제로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유닛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용도 등은이 워해머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워크래프트2에서는 그런 점이 좀더 많아져서, 자이로콥터나 스팀탱크, 모타팀 등 화약 병기를 사용하는 인간 제국이 등장하는데, 이는 워해머 판타지의 인류 제국의 모티브가 르네상스 시대의 베니스 이며, 때문에 대량의 화약병기가 등장하는 것과 많이 닮아있다.












이는 사실 블리자드가 초기에 굉장히 작은 게임회사 였고, 제작신들 상당수가 기존에 미니어쳐 게임이나 보드게임을 즐기던 인물들인데서 기원한다. 완벽히 새로운 세계관을 모험적으로 시도한다는 커다란 리스크를 가지기보단,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또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을 시도하다 보니 결국 모방과 재창조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다음에 나온 스타크래프트는 어떨까? 스타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워해머를 오마쥬 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테란 세력의 기본보병인 '마린'의 경우 워해머의 인기종족이자 기본 보병인 ‘스페이스 마린’을 모티브로 만들어져있다. 거기에 화염방사병과 탱크, 바이크 같이 워해머에 등장했던 유닛들이 비슷하게 등장하고, 건물을 클릭하면 기계장치와 컴퓨터에 연결된 사람머리가 하나 보인다.


이는 스페이스 마린 진영에서 범죄자들을 인체 개조하여 의지가 없는 기계로 만들어 사용하는 '서비터'를 차용한 것이다. 심지어, 배틀크루저 같은 경우는 워해머 40k 의 외전격 게임인 '배틀 플릿 고딕'에 등장하는 스페이스 마린의 '배틀 바지' 함선과 모양마저 흡사하다.


















[ 마지막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일리언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저그 종족은 거의 모든 것이 타이라니드와 흡사하다. 우주를 떠돌며 행성의 생명체와 에너지를 흡수해 초토화 시키곤, 흡수한 유전자로 강해진뒤 다시 또 다른 유전자를 찾아다니는 포식자 종족이며, 곤충과 맹수를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완전 판박이다!



■ 와우에 들어있는 워해머의 흔적
















■ 마치며 ...


사실, 블리자드 게임들이 유명해 지면서 게임스 워크샵도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표절이라고 하긴 뭐한 것이 어짜피 자신들의 작품도 오마쥬적인 성격이 강할 뿐더러, 블리자드의 게임들이 일종의 2차 창작 개념이면서도 PC게임과 미니어쳐 게임의 시장이 다르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PC게임이 대세가 되자 기존의 워해머 세계관을 PC게임으로 옮겨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외주 제작사에 주문을 해 만들고 자신들은 라이센스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미 블리자드 게임들이 PC게임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혁신성이 뛰어났기에, PC 게임에서 워해머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게임들이 이제 블리자드의 게임을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미, 워해머 40k 를 배경으로 만든 '워해머 : 다운 오브 워'시리즈가 PC게임으로 나왔다. 이 게임은 스토리진행 모드나 유닛간 밸런스, 적은수의 유닛 사이에서 영웅중심으로 흘러가는 전투 구조 등을 워크래프트3 에서 크게 차용했다. 그 후 윈터 어썰트, 다크 크루세이드 등의 확장판이 나오고, 가장 최근에는 드디어 '소울 스톰'이라는 확장팩이 나왔지만, 그 영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뿐인가? 현재 제작되고 있는 '워해머 온라인'의 경우 와우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라야 벗어날 수도 없다. 와우가 가장 성공적인 MMORPG 게임중 하나이기 때문이고, 또한 워해머 온라인의 개발 모델도 와우처럼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한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말은 무조건 따라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참고하여 다른 것을 만들라는 의미다. 그런 경우를 바로 블리자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벤 객원 필진 - sat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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