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현금거래... 총대를 누가 멜까? 국회논의..

칼럼 | 장인성 기자 | 댓글: 17개 |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과 함께
온라인 게임이 각종 언론사의 집중 포격을 받게 만들었던 최고의 화제,


바로 온라인 게임에서 일어나는 현금 거래 이다.


최근에는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이 양성화 관련 입법을 제안하면서
다시 화제에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현금 거래는 판도라의 상자이다.


누군가 먼저 총대를 메고 해결해주길 바라면서도
각자가 처한 위치와 상황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









청소년 보호 및 게임의 건전성 여부에 의해 항상 여론과 언론의 타겟이 되기 쉬운
게임사나 협회의 경우, 현금 거래를 오히려 부추긴다는 역풍을 맞을까봐
기존의 반대 입장을 벗어나 쉽사리 발전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꺼려하며,


현금 거래의 한 축인 중개 사이트 역시 자신의 수익만을 추구한다는
여론의 비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쉽사리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게임 관련 매체들 역시 타겟이 되는 것을 걱정하여 현상 보도에만 머물러 있을 따름이다.


현금 거래의 실질적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게이머들 역시
현금 거래를 달가워하지 않는 다른 게이머들의 비판적 시선이 부담되며,
법적 개념을 정리해야 할 법조계는 게임 자체를 잘 모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의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현금 거래 양성화를 주장하며
몇몇 매체에 인터뷰를 하기까지 했던, 그리고 이런 공청회를 주도하기까지 했던
열린우리당의 정성호 의원의 경우 그런 시도가 상당히 과감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꼭 필요하지만 뜨거운 감자이기에 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 정성호 의원(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 11월 29일, 여의도의 국회 헌정기념관 2층에서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정준모 변호사와 양재모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최승훈
정책실장 외 6명이 토론자로 참여한 이번 공청회는 그동안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수많은 사례와 각종 법률적인 해석을 놓고 분주했던 법조계의
상황 및 입장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였지만,

한편으로는 전년도에 열렸던 세미나에 비해 발전된 이론이 제시되지 않은 자리이기도 했다.







현금거래의 양성화를 주장하는 입장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HIH 법률사무소의
정준모 변호사와 한양 사이버대학교의 양재모 교수의 의견은 아래와 같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노동이 아니라고 해도, 불법만 아니라면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현금으로 가치를 얻을 수 있으므로 게임회사가 일방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무조건 영구압류라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


▣ 게임사의 저작권은 인정하지만 저작권법 상의 권리소진원칙(최초판매의 원칙)을
예로 보아 변형하거나 복제하는 등 저작권을 해치는 행위가 아닌, 일반적인 아이템의
거래를 제한할 수는 없으며, 게임의 중독은 현금거래가 아닌 게임 자체의 문제이다.


▣ 청소년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단지 청소년의 합리적인
성장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 게임의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며, 청소년의 보호와 현금거래의 규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정준모 변호사는 "게임사들이 아이템거래를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계정의 보안 및 유지 비용 증가와 함께 게임사측의 과실로 인한 피해 보상의 문제,
사기 등의 보상과 해결 문제에 더하여 사회적인 비난과 함께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책임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라며 현재 게임사들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양재모 교수 역시,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은 남아있지만, 포괄근저당계약의 예를 들어
현금거래도 현실적으로 전면 금지할 수 없는 이상은 합리적으로 규율하여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입법방향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결론을 맺었다.


특히 정준모 변호사는 "현재 사회는 물론, 게임업계와 소비자분들까지 게임아이템의
현금거래가 불법이거나 범죄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현재 게임 내 아이템의 현금
거래는 일부 게임사의 약관으로 금지되고 있을 뿐 법적으로 불법이거나 범죄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금 거래의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 편에 선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최승훈 정책실장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홍유진 선임연구원은,


▣ 여론 조사에 의하면 여전히 대부분의 유저들은 현금 거래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이템판매상들을 통한 현금 거래들은 각종 불법적인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고, 게임사가 제한하는 부정행위이다.


▣ 현재 국내의 모든 게임 제작사 및 퍼블리셔들은 약관상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위의 의견처럼 과거 규제론자들이 예로 들었던 점들을 재차 언급하면서
규제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규제론의 주장 및 논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미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온라인 게임의 약관에 대하여 일부 무효 판결을 내렸고,
현재 게임사의 약관에 대한 시정명령이 시행중인 상황에서 과거와 똑같은 약관상의
문제를 들어 현금거래를 반대하는 것은 근거가 취약해 보일 수 밖에 없으며,


현금거래가 게임성을 훼손하고 게임의 미래 가치 및 수익을 빼내는 것이라는 주장 역시
게임의 인기와 현금 거래의 빈도가 실질적으로 비례하고 있는 현실에서
유저와 개발사들에게 높은 설득력을 지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금 거래의 제도적 안착화 입장에 섰던 발제자들 역시
"현금 거래를 합법화하더라도, 아이템의 손실이나 가치 하락, 게임의 종료시
개별 게이머들에게 일일이 환가를 해줄 필요는 없다"라고 하였으나,
이에 대해 "개별 게이머들에게 환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또 하나의 반대 근거로 드는 등
과거의 입장에 비해 발전적인 논의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또한 아이템의 현금 거래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며 누군가 꾸준히 소비를 하고 있다는 뜻임에도,
단순히 부정행위(Cheating)라고만 간주되는 것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의 논의에 비해 발전된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청소년 보호 단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소년위원회의 김성벽 매체환경팀장은,


▣ 현재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상당수는 청소년이고, 실질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전무한 온라인게임의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며,
규제에 앞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아이템베이를 위시한 각종 중개 사이트들은 이미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되어 있다. 당연히 19살 제한을 표시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 규제를 통해 현금거래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현재의 법부터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말로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러나 현금거래에 대한 자리였음에도 청소년 보호에 대한 문제 위주로 발표가 집중되어,
정작 주제인 현금거래의 해결책이나 대응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으며,


또한 양성화론자들 역시 아바타와 현실의 나를 구분하기가 어려운 청소년의 경우
현금 거래에 대한 규제가 행해져야 한다고 발표를 했음에도,
청소년 보호를 반대의 주된 근거로 내세우는 청소년 위원회의 주장은
역시나 논거로서의 주장을 갖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접속이 불가능한 18세 이상 성인 전용 온라인 게임의 현금 거래에 대해서는
별다른 발전적인 논의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금거래의 문제에 대해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중개 사이트의 대표격인
아이템베이의 김기범 법무팀장은,


▣ 현금거래를 양성화하는 방안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현재
각종 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개 사이트의 안전성은 높은 수준이다.

라면서 한국의 현금 거래 상황에 대한 도표 및 조사들을 통하여 토론의 이해를
쉽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아들과 함께 약 8년여 동안 리니지를 즐겨왔다는 김종휘씨는,


▣ 모든 문화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현재는 문화에 대한 이해에 앞서
너무 역기능만 강조되어 아쉽다. 이제부터라도 성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은 물론
접근을 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라며 8년여 동안의 게임 경험을 토대로 현금거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적어도 이번 공청회가 가진 의의라고 하면 주최측에서 찾을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상황때문에 누군가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속에서
입법기관 그 자체이기도 한 국회의원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공청회를 주최했다는 것은,
양성화와 반대의 입장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이전의 논의에 비해 발전된 이론 제시가 없었다는 점이다.


2004년 12월에 열린 공청회에서는 윤웅기 판사에 의해 새로운 이론,
즉 게임사와는 무관하게 유저들간에 자율적으로 형성된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는
상가의 권리금과 유사한 아이템의 권리금 이론이 제기되어 새로운 논의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이번 공청회에서는 기존의 입장만이 되풀이 되었다는 것이다.


2년 혹은 3년이나 변하지 않고 되풀이 되고 있는 논거들,
특히 아이템 현금 거래 반대 입장의 근거와 이론들은
이미 작년의 세미나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간의 토론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 반박이 행해지기도 한 상태이다.







[ 개발사가 아이템을 중개하는 북미 서버의 EverQuest 2.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박에 대한 새로운 대응 논리가 없이
여전히 과거의 주장만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대안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양성화론자들의 주장은
현금 거래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미 반론을 제기한 상태.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반대를 한다면 아무런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공청회 자료집의 말미에 실려 있단 말마따나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현금거래는 더이상 낯선 상황도 아니고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미 거래 대금이 1조원이 넘는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진 상황.
북미에서는 산업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고,
중국과 일본 역시 현금거래량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론과 양성화론의 양자 모두 현금거래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할 시간이 아닐까한다.



Inven - 서명종, 장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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