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내 사랑 못난이, 그리고 아바타.

칼럼 | 장인성 기자 | 댓글: 40개 |
세계에서 첫째, 둘째를 다투는 손재주 좋은 민족이라는 자부심때문일까?

국내에서 등장하는 각종 MMORPG의 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감탄을
금할수 없을 만큼 예쁘고 멋진 캐릭터들이 화면을 메우고,

멋진 외모와 그래픽으로 게임 내에 구현된 캐릭터들을 보자면 지금 당장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외모 지상주의에 따른 사회적 인식의 여파일지, 혹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인간 본연의 특징일런지는 몰라도,

WoW가 처음 국내에 소개될 당시만 해도 어떻게 저런 외모의 캐릭터로 국내에서
오픈베타를 시작하려는 것이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을 정도로, 국내의 게이머들은
아름답고 멋지고 화려함에 익숙해져 있었다.









가끔은 디자이너의 생각이 궁금할 정도로 사실적인 외국의 캐릭터와 비교해
현실 이상의 아름다움을 갖춘 캐릭터들이 국내외를 막론한 게이머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것이다.



그러나 그래픽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게임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 역시 규모가
점점 커져가고 있으며 국가적인 사업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말도 등장하는 최근,
오히려 한국의 게이머들은 할만한 게임이 없다는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MMORPG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힘입어 세간의 관심도 높아졌고 게임계에
세월이 더해지면서 유저들의 전체적인 수준 역시 상승했지만,

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멋진 캐릭터와 공식 홈페이지의 치밀한 세계관을
갖춰 놓고도 정작 게임속에서는 그 멋드러진 설정을 찾아볼 수 조차 없고,
유저들에게 게임의 역사와 설정을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미비한 가운데...

유저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화려한 그래픽과 규모의 마케팅, 그리고
인기를 끌었던 시스템의 답습만을 추구했던 한국의 MMORPG들은, 높아진
대한민국 게이머들의 수준을 맞출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게이머들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게임들에 대해 MMORPG가 아닌,
아바타 채팅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MMORPG를 어느 정도 경험한 게이머라면, 트롤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잊혀진 고대의 문명을 숭배하는 고도의 정신과 정글을 배회하는 사나운
야수의 흉포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종족, 트롤...


워크래프트에서 이어져 WoW를 즐기는 분이라면 위치닥터의 치유의
파도와 트롤 버서커의 투척도끼가 생각날 것이고,

EQ2를 즐겨온 분이라면 우리에서 방금 뛰쳐나온 듯한 야성을 간직한,
날카로운 이빨과 녹색 피부의 거한을 떠올릴 테지만,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게임계에서 트롤은 추악하고 못생겼으며,
단순히 사냥의 대상인 관심 밖의 몬스터에 지나지 않았다.







세부적인 형태는 디자이너 및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다르지만,

딱딱한 피부, 비정상적인 체력과 재생력, 추악한 외모와 숲을 기반으로
한 피부색, 인간의 1.5 ~ 2배에 가까운 키를 가진 괴물로 묘사된다.



험상궂은 외모로 국내의 MMOG에서는 대부분 몬스터로만 등장하거나, 아예 게임에
등장조차 하지 못했던 트롤이라는 종족을 WoW와 EQ2에서는 나름의 깜냥을 더하여
너무나도 매력적인 종족으로 재탄생시켰다.


WoW의 트롤은 거대한 어금니와 비쩍 마른 몸매, 훤칠한 키에 녹색과
파란색의 피부를 가진 종족이며, 외모만 보고는 전혀 연상할 수 없는
지혜롭고 독특한 정신 문화를 구축한 종족이다.







- 여담이지만 타우렌은 북미의 인디언, 트롤은 중남미의 잉카나 마야문명을
모태로 한 듯하며, 게임상에서 켄타우로스로 표현되는 콜카르는 중세유럽을
위협했던 스키타이나 훈족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WoW에서의 트롤은 못생기기는 했어도 섣불리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개성을 갖춘 종족이며, 나름대로 예쁘다고 주장하는 R모 기자와
같이 매니아층을 형성하기까지 이르렀다.



반면 EQ2의 트롤은 사실적인 EQ2의 그래픽과 어우러져, 말그대로 방금
우리에서 탈출한 듯한 야성미 넘치는 트롤을 만들어 내었다.









육식동물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이빨, 퉁그러진 눈과 나무껍질처럼
거칠고 단단해보이는 피부, 거대한 체구와 날카로운 손톱까지...


사실 예쁜 캐릭터를 선호하는 일반적인 취향에 비한다면 EQ2의 트롤은
성인 전용의 하드코어 슬래셔 무비에 출연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캐릭터성으로, 그야말로 괴물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외모를 갖고 있다.



결국 WoW와 EQ2의 트롤 모두 화려함을 추구했던 국내의 MMORPG에서 캐릭터,
심지어는 몬스터로도 쉽게 보기 힘든 종족이며, 일반적인 의미의 선남선녀와는
거리가 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WoW와 EQ2를 즐기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트롤을 게임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캐릭터로 받아들여 기꺼이 선택하고,

그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게임을 살아간다.







클로즈 베타 서버가 닫히기 5분전, 모든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국왕에게 몰려가
충성을 서약하는 경배를 드리던 모습은 이런 몰입도의 극치를 보여주며...

이런 캐릭터성이 단지 화려한 그래픽만으로 갖추어질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캐릭터를 고를때 로망이의 취향은 첫째가 여성,
둘째가 외모, 셋째가 노출도라고 할만큼 편파적이지만 이러한 시각이
평범하지는 않더라도 특출날 것도 없는, 대한민국 게이머의 일반적인
느낌과 크게 다를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자신이 움직이는
아바타가 보다 아름답고 멋지길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바타 선택의 첫째 둘째를 다투는 요인이 될 종족을 가히 괴물에 가깝게
표현해 놓았으면서도 너무나 멋진 세계관과 설정으로 게임속에 녹아들게끔
만들어 놓은 WoW와 EQ2의 실력 혹은 배짱에는, 그래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가수 윤종신의 "내사랑 못난이"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의미심장한 말들이
등장하는데, 나름의 생각이 더해져 귓가에 들려올때 마다 희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단순회 외모만 추구하기 보다, 외모는 평범할지라도 진정 나를 위해줄 수
있는 여인과 알콩달콩 사랑을 꿈꾸겠다는 노랫말...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아바타가 반드시 아름답고 멋지고 Cool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으며, 캐릭터가 모두 선남선녀 일색일 필요도 없다.


사람의 매력을 단순히 외모 하나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충분한
설정과 세계관이 있다면, 그리고 유저들이 그것을 느낄수 있도록 만든다면
개성넘치는 종족들도 충분히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입증된 것이다.







WoW의 쓰랄 형님(?)을 추종하는 유저들이 그의 엘X스틴한 머리카락이나
미스터코리아 뺨칠법한 근육, 혹은 상대방을 압도하는 살인 미소에 반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바타의 매력 역시 그러하다.


시선을 끌기에 좋은 아바타의 외모에만 힘을 기울인 나머지, RPG에서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들을 천편일률적인 붕어빵
캐릭터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단순히 공식홈페이지에 잘 꾸며진 역사과 설정을 나열한다고 해서 캐릭터가
어느 순간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것은 아니다.

예뻐서 나쁠 것은 없지만, 예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으며, 적어도
게임의 재미가 눈에 보이는 캐릭터의 화려함만으로 충족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MMORPG 역시 근간은 아바타의 성장과 감정이입이라는 RPG의 기본 명제에
너무나도 충실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MMORPG에서 또다른 세상을 원하는 것이지, 동화처럼 아름답기만 한
복제 캐릭터 공장을 바라는 것은 아니기에....



p.s 그러나 EQ2의 트롤 여성을 고를 용기는 역시 없었다.



Inven RoMan - 장인성 기자
(roma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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