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칼럼] 평등이란 없다! 게임속의 신분제도

칼럼 | 박정환 기자 | 댓글: 3개 |
요즘 '쾌도 홍길동'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슬쩍 한편을 보았더니 어렸을 적 자주 만화에서 나오던 초립에 오동통한 동자로 상상되던 홍길동이 아니다. 신세대의 취향에 살살 맞춰 어른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아이들만 꿈이 있냐!! 어른들의 동심을 돌려다오~) 안경도 쓰고 스타일리쉬한 퓨젼 홍길동이 되어있다.





[ 오동통한 너구리...아니 홍길동을 돌려줘 ㅠ.ㅠ]



홍길동하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양반의 서자로 태어나 차별대우를 받던 홍길동이 드디어 먼 길을 떠나기 전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일화.


홍씨 아버지: 내 너에게 호부호형을 허하노라~

홍길동: 형부~


오뉴월 개 패듯이 맞고 홍길동은 착한 서자로 태어났다는 훌륭한 일화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실제와는 다릅니다.)





[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영화의 주요한 소재 ]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신분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지역을 불문하고 존재하는 여러 신분제도를 볼 수 있다.





[ 인도의 카레카스트 제도는 아직도 계속된다. ]



우리나라의 경우. 당연하게도 민주주의에서 자란 유저들이 플레이 하기에 당연히 평등사상이 정착되어야 할 게임세계에서도 엄연히 신분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 온라인에서는 게임내에 신분제도를 컨텐츠로 활용한 좋은 케이스이다. 순전히 날 백수건달 항해자로 시작해 모험을 해나가다 보면 점점 명성이 높아져 귀족이 될 수도 있는 구조를 게임 내에 구현한 것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게임은 아니지만 같은 코에이사의 삼국지의 최근 한 시리즈에는 역시 날건달로 시작해서 일단 뵈는 놈들은 무조건 두들겨 패고방랑 무사로 시작해 적들과의 싸움을 거쳐 공훈도에 따라 삼국지 시대 당시의 장군직이나 군사직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 대표작 태합입지전, 신장의 야망, 대항해 시대
신분 시스템을 자주 집어 넣다니.. 코에이는 신분제를 옹호하는 것인가!! ]




이 외에도 국내의 RF온라인을 예로 들 수 있다. 우주의 행성을 놓고 서로 싸움질을 일삼는 종족간의 암투를 그린 SF MMORPG인 RF온라인에는 각 종족마다 족장이 존재하고 투표를 통해 부 족장을 선출하는 등의 시스템적 신분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역시 노예등 신분제도 성립에 앞장선 외국에서 만든 게임에도 이런 요소는 들어가 있다. 외국에서 이미 오픈중이고 우리나라에도 서비스 예정인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에는 디드(Deed)라는 지역별 명성치를 게임에 반영해 곤도르의 수호자와 같은 귀족 삘 나는 명칭부터 타울라크의 학살자 같은 범죄자 냄새가 풍기는 명칭,, 심지어는 '##의 딸', '@#$의 엄마' 같은 극히 평민스러운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명칭도 플레이에 따라 얻을 수 있다.







신분제도를 시스템으로 구현한 경우야 어쩔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의 횡포라 게임내의 컨테츠라 치고 넘어간다 하여도 신분 제도를 시스템으로 구현하지 않은 게임에도 자연스럽게 신분제도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인던 면역 천민 도닥. 제발 데려가세요

완소 귀족 힐러님 모십니다아~오시면 바로 고고 합니다아.

저 죄송하지만 버프 좀 주시면 안될까요?

더러운 세발 트롤XX~

아아 용개짱의 영석이 되고파요(>ㅇ<;)/








바로 본질적인 태생(?)에 따른 즉 종족과 직업에 따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는 경우이다. 이런 비 시스템 지원 신분제도는 역사가 오래 되었다 할 수 있는데 초기 리니지의 귀족 힐러 계열 직업부터 시작하여 뮤의 요정. 등등을 거쳐 현재의 WOW에 이르러서는 천민, 양민 등등의 다양한 계층이 생성되고 있다.





[ 힐러가 사랑받는 이유는 생사를 가늠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 뮤의 요정은 피규어의 요정과 관계가 없다. ]



대부분 게임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의 생사를 좌우하는 힐러 계층이 주요 귀족 층을 차지해 정경분리의 원칙을 흔들고 있으며, 파티의 방패인 탱커 계층이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계열(이도 저도 아니지만, 이것 저것 찔금 찔금 다 잘하는 직업.)도 꾸준히 안정적인 신분 계층을 이루고 있으며, 소수의 게임이나 게임 내부의 지역에서는 상황에 따라 대미지를 많이 입히는 대미지 딜러 계열의 직업도 귀족으로 대우 받는 경우가 있다.





[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야 나라가 제대로 섭니다. ]






[ 갑옷만 입었다고 다 탱커가 아니다!]



이 외에 특이한 계층 몇 개도 들어볼까 한다.


WOW에서 주로 생성된 계층으로 무분 돼지(분노 트리에 주로 투자하는 전사로 탱커 역할을 안하고 아이템을 밝힌다.), 주술 돼지(주술사는 아이템을 먹으려고만 하면 재질에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무개념 먹자 성기사(성기사도 주술사와 마찬가지.)등의 직업은 특이하게도 인간계층이 아닌 귀축 동물계의 칭호를 듣고 있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으며, 그 입지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 코스츔 플레이에도 등장할 정도로 입지가 강해졌다. 사진은 먹자로 비행기를 챙긴 붉은.. ]



동물계의 칭호와는 다르게, 경제력을 바탕으로 빠른 신분 상승을 꾀하는 계층도 있다. 리니지 시대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국내 물품을 취급하기도 하지만 주로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캐릭터 자체의 레벨보다는 천하제일의 명검이나 좋은 방어구, 회복제와 영약를 아낌없이 복용하며 급진적으로 등장하는 신진 고수진이라 할 수 있다.





[ 장사의 최고봉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



이와는 다르게 시대를 불문하고, 직업에 불문하고, 경제력을 불문하고 모든 계층 위에 서는 자도 존재한다.


이 계층에 서는 자들은 보통 타인들에게 '지존'이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불리어 지고 있으며 주로 많은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로 거대 길드의 길드를 운영하거나, 같은 캐릭터라 볼 수 없는 현란한 컨트롤, 몇 배의 적을 두고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뱃심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상의 가상인격이 아닌 현실에서의 간혹 폐인이거나 혹은 오덕후같은 이중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성격이 반영되는 계층이다.





[ 중국 스퀘어 에닉스의 지존 천하]



지존과는 반대의 의미로 계층밑에 서는 자도 있다.


능력이 없을 때에는 니마 던 좀.. 등의 짧은 단어로 이루어진 언어를 사용하며 '내 것은 내 것, 니 것은 내 것'이라는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시일이 흘러 능력이 강해지면, 닌자, 먹자, 루팅의 달인등으로 전직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도 평소에는 자신의 신분을 숨키고 있다가 결정적인 상황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을 서슴치 않기도하니 주의를 요한다.







인간에서 벗어난 계층도 있다. 처음 등장은 기나긴 단순 작업을 보조하던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사람을 대신해 모든 업무를(주로 사냥)를 처리해주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주로 게임에 장시간 게임에 접할 수 없는 직장인 유저들이 사용하기도 하나, 일부 황사를 선물로 주는 나라에서는 의도적으로 사용하며 발전시켜 이제는 거의 게임상의 프로그램만으로 잡아내기에는 힘든 지경까지 진화했다.





[ 지구를 지배 아니 게임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르니 조심. ]








처음 게임의 신분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반라의 몸을 드러내고 적의 손에 잡혀간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적에게 투창을 던져대던 '마계촌'이 온라인으로 등장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면서였다.





[ 어린시절의 마계촌의 용사. ]



하루용돈 100원, 국민학생 버스요금 60원, 10원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던 50원짜리 오락실을 기억한다면 몇 번쯤은 유혹에 넘어가 버스 안내원 누나에게 두들겨 맞고 중간에 몇 정거장을 터덜터덜 걸어야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계촌의 용사가 되어 공주를 구하고자 도전했다가 결국 갑옷도 홀랑 벗겨진 채 비참한 모습으로 몬스터들에게 둘러쌓이던 용자를 기억할 것이다.





[ 그 때는 안내양 누나가 왜그리 무서웠는지..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다.]



십 몇년이 지난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면 모진 고생끝에 공주를 구해놓으면, 더 강한 마왕이 나타나 다시 데려가 버리는 마계촌은 신분 상승을 위한 처절한 서민들의 부질 없는 몸부림이 담겨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언제나 평범한 시민들을 분노시킨다. ]



현대 사회의 귀족은 태어날 때의 신분 보다는 삶을 누리는 태도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게임을 여유있게 즐기는 당신이 최고의 귀족이다.





[ 귀족은 다른사람의 아픔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 1편 착한 방어구? 방어구의 비밀을 파헤친다.

☞ 2편 고수중에는 잘생긴 자가 없다.



iNVEN Curry- 박정환 기자
(curry@inven.co.kr)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