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는 그 게임이 '헬게이트: 런던'이라는 것입니다.
3월 5일 한빛소프트에서는 하나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헬게이트: 런던 매출이 30억을 돌파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 ㈜한빛소프트는 5일, 자사가 서비스하는 헬게이트: 런던의 매출액이 2월말을 기준으로 30억 원을 돌파했으며, PC방 가맹점이 13,00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15일 헬게이트: 런던의 예약판매가 시작 된지 2주 만에 달성한 것이며, 국내에서 근 3년 만에 시도된 월 정액제 게임이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 관련 보도자료: 헬게이트: 런던 매출 30억 돌파
게임전문웹진이기에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는 어지간하면 등록시켜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기자 이름이 아니라 자료제공 어디어디 게임사 라는 형태로 올리곤 합니다) 게이머들에게는 하나의 정보로 기능할 수 있기에 특별한 하자가 있지 않는 한 보통은 올려줍니다. 헬게이트: 런던의 매출액이 30억을 넘었다는 보도자료 또한 잘 알려진 게임의 상용화 실적에 대한 하나의 정보이기에 등록을 했습니다.
![](https://img.inven.co.kr/column/jukz_pre_report/(73)20080124144627180.jpg)
그러나 30억이라는 실적은 분명 많은 매출액임에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자평하는 문구와 3년만에 시도된 정액제 게임이라는 문구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한빛소프트가 헬게이트: 런던의 출시를 전후하여 자화자찬 성격이 농후한 보도자료를 여러번 내는 것을 보면서 '이건 좀 과한데 ...'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이번 실적 보도자료 역시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왜냐하면, 기자의 기억에는 헬게이트: 런던과 빌로퍼라는 이름이 차지했었던 위상이 들어 있었고, 또 2006년에 상용화를 했던 2개의 '정액제' 게임도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빛이 헬게이트: 런던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나름대로의 목표도 기억을 하기 때문입니다.
더듬어 보건대, 정액제 게임은 2006 년도에 두개나 성공을 했습니다. 바로 YNK 코리아의 로한과 NHN 의 R2 입니다. 로한은 2006년 3월에, R2 는 2006년 10월에 각기 상용화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상업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월매출 10억 이상은 꾸준히 달성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도자료에 언급된 '3년만에 시도된' 이라는 문구에는 기자로서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빛소프트에서야 '햇수로 3년째 (06년, 07년 그리고 08년) 이기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고 설명하지만, 아무래도 기자의 눈에는 오버한 것으로만 비춰집니다.
![](https://img.inven.co.kr/column/jukz_pre_report/20080112013046015.jpg)
그리고 로한과 R2의 상용화 첫달 실적 역시 좋았습니다. 로한은 상용화 이후 한달까지의 매출액이 45억원이었고, R2는 열흘간의 사전 예약 기간동안의 결제액만 19억원에 달했습니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가면, 2004년 10월 말에 상용화를 했던 RF 온라인의 경우, 상용화 이후 일주일까지의 기간(헬게이트: 런던과 같은 기간)동안 매출액이 32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헬게이트: 런던이 사전 예약 1주일, 상용화 1주일, 총 2주일에 30억이라고는 하지만, 로한과 R2, RF 등에 비해 뚜렷하게 우월한 성과를 보였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헬게이트: 런던이 2007년 한해동안 보여주었던 포스에 비하자면 성과는 더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헬게이트: 런던을 만든 빌로퍼가 누구입니까. 와우를 만든 그 어떤 개발자에 비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네임밸류를 가진 사람이며, 지금도 동시접속자 몇만명을 유지하고 있는 디아블로2의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빛소프트 역시 헬게이트: 런던이 자타칭 대작임을 내세웠습니다. 리니지와 리니지2, 그리고 와우에 이어 상용화 동시접속 10만을 기록하는 게임으로 내심 기대했을 것입니다. 한빛소프트가 블리자드와의 결별 이후 국내에서 뚜렷하게 성공적인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헬게이트: 런던의 성공을 통해 네오위즈나 넥슨, NC소프트, CJ 인터넷 등과 같은 급으로 올라서고 싶었던 것입니다.
헬게이트: 런던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 역시 비슷한 급이었습니다. 마치 디아블로 3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리니지3 를 기다리는 심정과 유사했다고 해야 할까요. 적어도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디아블로 3나 리니지3 급으로 바라보는 수준이었고, 게임사 관계자들이나 기자들 역시 2007 년도에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30억이라는 절대금액만 놓고 보자면, 분명 많은 금액이라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관점이 달라집니다. 헬게이트: 런던이라는 이름에 비해서는 결코 적정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는 금액입니다.
애초에 헬게이트: 런던이 로한이나 R2 혹은 완미세계 정도의 포스를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괜찮은 실적이네' 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리니지와 리니지2가 여전히 월 매출 80~100억원을 각기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와우의 동시접속자가 15만을 넘으리라 추정되는 상황에서, 결제가 한꺼번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상용화 시점의 실적이 (그것도 PC방 매출을 포함해서) 30억원이라면 솔직히 기대이하입니다.
그런 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라는 문구에도 역시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대에 못미쳤으나 나름대로 선방' 정도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에 그런 문구를 넣어서 배포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https://img.inven.co.kr/column/jukz_hellgate_reporter/(68)20070730113815706.jpg)
첫달 이정도 매출이라면, 향후 월 매출이 10억을 넘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첫달 매출에는 PC방의 유료 IP 가 있고 1개월, 3개월, 6개월 정액 등으로 모든 상용화 유저가 다 결제를 한 상태입니다. PC방의 경우 구매한 시간이 거진 소진되어야 재결제를 할 터이고, 유저들 역시 정액제 기간이 끝나면 재결제를 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두번째 달부터의 매출은 첫달에 비해 확 떨어지는 것이 정액제 게임의 상례입니다. 2주에 30억이라고 해서 4주 60억이 될리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빛소프트가 흔들릴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한빛의 경우 해외에서 꾸준히 들어오는 매출이 있고, 헬게이트: 런던 역시 해외 수출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수익적인 측면에서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나, '2008년, 헬게이트: 런던의 성공을 통한 국내 톱 클래스 게임사로의 재도약'이라는 원대한 포부가 가물가물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빛소프트도 상장사인만큼 매 분기 실적발표를 합니다. 1분기 실적발표는 4월말이나 5월초에 할 터이고 2분기 실적발표는 7월말이나 8월초쯤 할 터입니다. 1분기야 상용화 시작 분기이니 아무래도 여름에 있을 2분기 실적발표를 한번 기다려봐야겠습니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