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자랑이 아닌 30억, 이름값에 비해서는 ?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55개 |
상용화한지 일주일만에 30억을, 그것도 정액제 게임이 달성했다고 한다면, 요즘의 게임계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수치입니다. 어느 게임사라도 자사의 게임이 상용화 일주일만에, 사전 예약 판매를 포함해서 이주일만에 30억을 달성했다고 하면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실적을 발표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게임이 '헬게이트: 런던'이라는 것입니다.


3월 5일 한빛소프트에서는 하나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헬게이트: 런던 매출이 30억을 돌파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 ㈜한빛소프트는 5일, 자사가 서비스하는 헬게이트: 런던의 매출액이 2월말을 기준으로 30억 원을 돌파했으며, PC방 가맹점이 13,00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15일 헬게이트: 런던의 예약판매가 시작 된지 2주 만에 달성한 것이며, 국내에서 근 3년 만에 시도된 월 정액제 게임이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 관련 보도자료: 헬게이트: 런던 매출 30억 돌파


게임전문웹진이기에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는 어지간하면 등록시켜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기자 이름이 아니라 자료제공 어디어디 게임사 라는 형태로 올리곤 합니다) 게이머들에게는 하나의 정보로 기능할 수 있기에 특별한 하자가 있지 않는 한 보통은 올려줍니다. 헬게이트: 런던의 매출액이 30억을 넘었다는 보도자료 또한 잘 알려진 게임의 상용화 실적에 대한 하나의 정보이기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러나 30억이라는 실적은 분명 많은 매출액임에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자평하는 문구와 3년만에 시도된 정액제 게임이라는 문구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한빛소프트가 헬게이트: 런던의 출시를 전후하여 자화자찬 성격이 농후한 보도자료를 여러번 내는 것을 보면서 '이건 좀 과한데 ...'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이번 실적 보도자료 역시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왜냐하면, 기자의 기억에는 헬게이트: 런던과 빌로퍼라는 이름이 차지했었던 위상이 들어 있었고, 또 2006년에 상용화를 했던 2개의 '정액제' 게임도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빛이 헬게이트: 런던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나름대로의 목표도 기억을 하기 때문입니다.


더듬어 보건대, 정액제 게임은 2006 년도에 두개나 성공을 했습니다. 바로 YNK 코리아의 로한과 NHN 의 R2 입니다. 로한은 2006년 3월에, R2 는 2006년 10월에 각기 상용화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상업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월매출 10억 이상은 꾸준히 달성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도자료에 언급된 '3년만에 시도된' 이라는 문구에는 기자로서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빛소프트에서야 '햇수로 3년째 (06년, 07년 그리고 08년) 이기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고 설명하지만, 아무래도 기자의 눈에는 오버한 것으로만 비춰집니다.






[ 1월 11일 런칭 페스티벌에서의 빌 로퍼와 김영만 회장 ]



그리고 로한과 R2의 상용화 첫달 실적 역시 좋았습니다. 로한은 상용화 이후 한달까지의 매출액이 45억원이었고, R2는 열흘간의 사전 예약 기간동안의 결제액만 19억원에 달했습니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가면, 2004년 10월 말에 상용화를 했던 RF 온라인의 경우, 상용화 이후 일주일까지의 기간(헬게이트: 런던과 같은 기간)동안 매출액이 32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헬게이트: 런던이 사전 예약 1주일, 상용화 1주일, 총 2주일에 30억이라고는 하지만, 로한과 R2, RF 등에 비해 뚜렷하게 우월한 성과를 보였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헬게이트: 런던이 2007년 한해동안 보여주었던 포스에 비하자면 성과는 더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헬게이트: 런던을 만든 빌로퍼가 누구입니까. 와우를 만든 그 어떤 개발자에 비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네임밸류를 가진 사람이며, 지금도 동시접속자 몇만명을 유지하고 있는 디아블로2의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빛소프트 역시 헬게이트: 런던이 자타칭 대작임을 내세웠습니다. 리니지와 리니지2, 그리고 와우에 이어 상용화 동시접속 10만을 기록하는 게임으로 내심 기대했을 것입니다. 한빛소프트가 블리자드와의 결별 이후 국내에서 뚜렷하게 성공적인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헬게이트: 런던의 성공을 통해 네오위즈나 넥슨, NC소프트, CJ 인터넷 등과 같은 급으로 올라서고 싶었던 것입니다.


헬게이트: 런던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 역시 비슷한 급이었습니다. 마치 디아블로 3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리니지3 를 기다리는 심정과 유사했다고 해야 할까요. 적어도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디아블로 3나 리니지3 급으로 바라보는 수준이었고, 게임사 관계자들이나 기자들 역시 2007 년도에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30억이라는 절대금액만 놓고 보자면, 분명 많은 금액이라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관점이 달라집니다. 헬게이트: 런던이라는 이름에 비해서는 결코 적정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는 금액입니다.


애초에 헬게이트: 런던이 로한이나 R2 혹은 완미세계 정도의 포스를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괜찮은 실적이네' 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리니지와 리니지2가 여전히 월 매출 80~100억원을 각기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와우의 동시접속자가 15만을 넘으리라 추정되는 상황에서, 결제가 한꺼번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상용화 시점의 실적이 (그것도 PC방 매출을 포함해서) 30억원이라면 솔직히 기대이하입니다.


그런 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라는 문구에도 역시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대에 못미쳤으나 나름대로 선방' 정도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에 그런 문구를 넣어서 배포하진 않겠지만 말이죠.








첫달 이정도 매출이라면, 향후 월 매출이 10억을 넘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첫달 매출에는 PC방의 유료 IP 가 있고 1개월, 3개월, 6개월 정액 등으로 모든 상용화 유저가 다 결제를 한 상태입니다. PC방의 경우 구매한 시간이 거진 소진되어야 재결제를 할 터이고, 유저들 역시 정액제 기간이 끝나면 재결제를 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두번째 달부터의 매출은 첫달에 비해 확 떨어지는 것이 정액제 게임의 상례입니다. 2주에 30억이라고 해서 4주 60억이 될리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빛소프트가 흔들릴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한빛의 경우 해외에서 꾸준히 들어오는 매출이 있고, 헬게이트: 런던 역시 해외 수출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수익적인 측면에서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나, '2008년, 헬게이트: 런던의 성공을 통한 국내 톱 클래스 게임사로의 재도약'이라는 원대한 포부가 가물가물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빛소프트도 상장사인만큼 매 분기 실적발표를 합니다. 1분기 실적발표는 4월말이나 5월초에 할 터이고 2분기 실적발표는 7월말이나 8월초쯤 할 터입니다. 1분기야 상용화 시작 분기이니 아무래도 여름에 있을 2분기 실적발표를 한번 기다려봐야겠습니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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