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루홀 이상균 PD "엑스 에이전시, 차별화만큼은 자신 있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39개 |
판타지 소설 '하얀 로냐프강' 저자.
온라인 액션 MORPG '마비노기 영웅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세를 따르기보단 새로운 재미를 찾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이상균 PD.

과거 '헌팅존'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엑스 에이전시'의 글로벌 버전 출시,
이후 7월 20일로 예약된 한국 출시 준비로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를 만났습니다.

"저희가 만들고자 한 게 '더 재밌는 게임'은 아니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것'에 가까웠죠. 솔직히 '엑스 에이전시'가 지금 나와 있는 게임들보다 더 재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차별화만큼은 엄청나게 성공한 것 같아요(울음)."

"이 게임을 한 유저들이 '어, 이 게임 신기하다' 혹은 '이 게임은 지금까지 나온 게임과 다르다'라고 생각한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유저들에게 '블루홀은 상업성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사'라는 이미지가 심어진다면, 저희가 원했던 건 다 이룬 것 같습니다. 꾸준히 서비스를 지속할 만큼의 성과만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장르에 더 도전하고 싶어요."




▲ 블루홀 이상균 PD





■ "엑스 에이전시, 시나리오와 캐릭터 강조된 개성 강한 모바일 게임"

박태학(기자) - 이상균 PD님은 '마비노기 영웅전' 시나리오 감독 출신으로 유명하세요. 그 전에 판타지소설 '하얀 로냐프강'도 쓰셨고... 뭔가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대작 만드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갑자기 모바일 게임 딱 발표하시니까... 솔직히 좀 놀랐어요.

이상균 - 일단... 딱히 이유라기보다는 사장님이 시키셨고요(웃음).이건 농담이고...

박태학 - 그전부터 모바일 게임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이상균 - 모바일 플랫폼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전 작고 신기한 것... 새로운 장르, 새로운 도전, 새로운 재미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 개발에 참여한 게임이 '마비노기 영웅전'이다보니까, 저를 고용하시는 분들은 큰 게임 만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작년에 블루홀이 MMORPG 외길인생 비전을 살짝 바꿔서, 모바일로도 영역을 확장 하고 여러 플랫폼에서 장인 이미지를 쌓겠다는 걸로 목표를 변경했어요. 저도 '뭔가 다른 게임에 도전할 기회가 되겠다' 싶어서 기획안을 냈고, 승인이 나서 만들게 됐죠.

나름대로 독창적인 장르의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은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좀 괴상한 게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 엑스 에이전시 2차 티저 영상


박태학 - 그, 개발은 얼마나 하신 거예요?

이상균 - 1년 좀 넘었어요. 좀 있으면 1년 반이네요. 작년 2월부터 시작했으니까.

박태학 - 이게 처음 등장할 때 이름이 '헌팅존'이었잖아요. 지금은 '엑스 에이전시'로 바뀌었는데 뭐랄까... 배경 중심의 제목에서 인물 중심의 제목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유가 있나요?

이상균 - 글로벌 출시가 선목표인 만큼, 외국에서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그쪽에서 '헌팅존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엽총 들고 광활한 평야에서 노루나 들소 사냥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그러더라고요. 생각했던 게임이랑 다르게 비춰질 수 있고, 별로 좋은 제목 아닌 것 같다고 해서 바꿨어요. 사업실에서 '엑스 에이전시'라는 제목 어떠냐 해서 바꿨는데 게임 콘셉트와 잘 맞는 것 같아서 바꾸게 됐어요. 주인공이 헌터가 아니라 헌터 사무소장인 만큼, 에이전시가 어울리기도 하고.

박태학 - 엑스 에이전시도 전작들처럼 스토리텔링이 강조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이상균 - 1년 만에 만들어진 작은 모바일 게임 치고는 꽤 재미있는 스토리가 들어갔고요. '엑스 에이전시'는 현대, 아니... 근미래 정도를 배경으로 하는데, 아주 고대부터 인간들 사이에 '섀도우'라고 불리는 이종족이 살고 있었다는 설정을 뒀고요. 이 섀도우가 처음 태어날 때는 딱히 지능이랄 게 없는데 식물이나 벌레를 먹으면서 지능이 조금씩 생겨나요. 그러다가 닭이나 돼지 같은 가축을 먹으면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게 돼요.

섀도우가 딱 겉으로 볼 때는 인간하고 구별이 안 돼요. 그럼 인간하고 공존하면 별 문제가 없는데, 얘네가 점점 강한 능력을 추구하다보니 나중에는 인간을 먹기 시작하거든요. 이들을 사냥하러 다니는 인간들을 '엑스 에이전시'라고 부르는 거고요.

그리고 에이전시에 소속된 헌터 한 명, 한 명마다 각자 사연이 있어요. 유저가 획득한 헌터에 따라 그만의 스토리를 보게 되는데요. 심지어 한 사건을 사이에 두고, 두 인물이 각자 자기만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이야기도 있어요.

헌터들의 이야기 중 꼭 플레이해주셨으면 하는 게 '퀸'과 '스페이드'의 사연이에요. 옛 남자친구의 약혼녀를 쏴야만 했던 여자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박태학 - 그러면... 각자 캐릭터마다 따로 스토리가 있는거고, 그 외 다수의 캐릭터가 함께 스토리를 진행하는 내용도 들어있나요?

이상균 -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이야기를 풀어가나는 건 없고, 한 캐릭터의 이야기에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는 많이 있어요. 처음에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였다가, 중간에 협력도 하고, 나중에 사무실로 찾아오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 이상균 PD는 '퀸'과 '스페이드'의 스토리를 추천





박태학 - 주인공이라고 부를만 한 캐릭터가 누구예요?

이상균 - 음... 사무소가 구조가 어떻게 되냐면, 플레이어가 사무소장이고 그 아래 실장이 있어요. 그 밑에는 헌터도 있고 총무도 있고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사무소장과 동업자 관계인 '트리샤'가 주인공 급이예요.

박태학 - 이전에 참여하신 작품들이 주로 판타지 쪽이었는데, 이번에 근미래물을 채택하시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이상균 - 출판한 책 중 유명한 게 판타지밖에 없어서... 이쪽 전문 작가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출판 전에는 이것저것 썼어요. SF라던가 추리소설도 썼고...

처음 이 게임을 만들 때, 엄청 개성 강한 캐릭터를 넣고 싶었어요. 그런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수집하는 게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정에서 제약이 많이 없어야겠다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판타지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컬러가 있는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면 좀 더 자유도가 높거든요.



▲ "근미래 배경을 채택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커졌습니다."


■ "하얀 로냐프강의 등장인물이었던 '파스크란'도 출격합니다."

박태학 - 한국 정식 서비스 시점에서 총 몇 명의 헌터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이상균 - 총 12명의 헌터로 플레이할 수 있고요. 그 중 3명의 헌터는 처음에 게임 시작할 때부터 주어져요. 그리고 런칭 딱 시작할 때 아직 공개하지 않은 헌터 2명이 추가로 공개되고요. 하나는 내부에서 샤랄라걸이라고 부르는 4차원 버스킹 소녀 '소피아 파텔'이고... 또 하나는 마법소녀 콘셉트의 귀여운 꼬마 아가씨 '루시'입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처음 발표하는 건데요. '하얀 로냐프강'에 나오는 '파스크란'이 게임에 등장합니다. 엑스 에이전시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등장하는데, 외형은 소설에서 나온 느낌과 비슷해요. 긴 흑발에 키 크고 엄청 큰 칼 쓰고, 검은색 옷을 입고... 말투도 좀 고풍스러운 말투 쓰고.

박태학 - 혹시 '하얀 로냐프강'에 나오는 캐릭터를 더 가져오실 생각 있으세요?

이상균 - 아직은 하나면 충분할 거 같아요(웃음). 그리고 하얀 로냐프강에 등장하는 독특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아직 유저들이 못찾았어요. 소설 주인공 퀴트린에 관련된 무엇이 게임 안에 있는데... 그거 찾는 것도 재미 요소가 될 것 같아요.



▲ 새롭게 등장하는 소피아 파텔(좌), 루시(우)



▲ 하얀 로냐프강의 등장인물 '파스크란'


■ "가위바위보 전투시스템... 저희가 의도한 방식입니다."

박태학 - 시스템적인 부분도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엑스 에이전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전투잖아요. 강공격, 약공격, 가드 해서 일종의 가위바위보 개념인데... 그, 글로벌 버전을 해본 유저들 사이에서는 전투에서 운이 개입하는 요소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이상균 - 규칙이 간단한 PvP 게임이다 보니 초반에 운이 작용하는 요소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후반에는 상성과 캐릭터 성장을 기반으로 승부가 갈리도록 디자인했어요.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는데, 후반 레벨에서는 상성에서 딱 차이가 나도록 밸런스를 맞춰놨고요.

예를 들자면 '루시'가 체력이 150이거든요. 그런데 얘는 공격 한 번 무시하는 보호막을 5개 갖고 시작해요. '클레이더만'은 데미지는 별로 안 센데, 3회 연속 공격을 타타탁 넣는 스킬이 있어요. 한 마디로 루시 카운터예요.

박태학 - 초반에는 운이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전략성이 가미된다...

이상균 - 그렇죠. 또 정식 출시 이후 '연승전'이 업데이트되는데, 일종의 팀 단위 PvP거든요. 플레이어가 여러명의 헌터를 내놓으면서 싸우는 거예요. 상대가 어떤 헌터를 꺼내는지, 난 누구를 꺼낼지 생각하면서 물고 물리는 방식으로 싸우는 거죠.

하지만, 이런저런 장치를 마련했다고는 해도... 다른 게임보다 운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한데, 이게 저희가 개발 초기때부터 이렇게 만들려고 생각했던거라...

박태학 - 어느 정도 의도해서 이렇게 만든 건가요?

이상균 - 운이 많이 개입한다는 게 꼭 단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승부에서 지더라도 좀 덜 기분 나쁘고, 보다 쉬운 룰 적용하는 데도 용이하고요. 만약... 극한의 컨트롤로 승부하는 게임을 원하신다면, '테라'라는 걸출한 온라인 게임이 있으니 그것도 같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 초반에는 운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후반부에는 머리를 써야 한다고.


박태학 - 전투도 그렇지만, 말씀하신대로 캐릭터가 워낙 많은 게임이다보니... 각 캐릭터 별로 밸런스 잡는 데도 신경을 많이 쓰셨을 거 같아요.

이상균 - 저희가 '엑스 에이전시'로 시도한 게 되게 많아요. 기술적으로 예를 들면... 글로벌에 서버를 둔 상태에서 서버 무점검 패치 시스템을 적용했고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들어갔는데, 그 중 하나가 캐릭터 밸런스와 관련한 거예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툴을 내부팀이 갖고 있거든요. 이걸 통해서 의도한 밸런스가 남을 때까지 세세하게 조정해가는 작업을 내부에서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런스 딱 맞추는 건 대단히 어려워요. 플레이어들끼리 싸우는 데 포커스를 잡으면 또 섀도우랑 싸우는 밸런스가 무너지고 그러거든요. 또 이걸 맞추면 다른데가 어그러지고, 많이 힘든 작업이었는데 '엑스 에이전시'가 꾸준히 서비스될 수 있다면 이와 관련해서 별도의 강연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 "중반 이후 콘텐츠 부족... 저희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박태학 - 글로벌 서버 유저들 반응을 보면, 꾸준하게 성장하는 재미가 조금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중반 이후의 콘텐츠랄까요.

이상균 - 맞습니다. 콘텐츠가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아직 많이 못 만들었어요. 이건 개발팀 내에서도 인지하고 있고, 정식 서비스 이후에 보다 강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현재 게임 내 도시가 2개 밖에 없는데, 이 도시를 총 4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고요. 각 도시 별로 새로운 승리 규칙이라던가, 특정 도시에 특정 아이템을 배치하는 것도 준비 중입니다. 또, 헌터도 한 달에 한 명씩 꾸준히 업데이트될 거예요.

좀 더 장기적으로는... 일단 앞서 말씀드린 '연승전'을 먼저 개발하고, 그 다음에 중간 보스 느낌이 나는 '블랙슈트'를 잡는 협력전 모드 개발에 착수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콘텐츠가 많지 않아서 개발진 내부에서도 걱정이 많아요.

박태학 - 글로벌 서버와 한국 서버 간의 차이가 있나요?

이상균 - 한국 서버를 따로 두지는 않고요. 글로벌 서버에서 다 같이 하는 방향으로 정했어요. 원래는 서비스를 분리하는 게 좋겠지만, 게임 특성상 유저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가 커지는 구조거든요. 그래서 한국 유저들도 글로벌 서버에 접속하게 해서 보다 풍부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한데, 이렇게 하면 글로벌 서버에서 이미 게임을 즐기고 있던 유저들에게 좀 유리할 수 있거든요. 밸런스라던가. 그걸 대비해 사업팀에서 정식서비스 사전 예약 특전을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그러니 늦게 시작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엑스 에이전시' 사전예약 페이지 바로가기





■ "게임의 다양성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

박태학 - '엑스 에이전시'도 워낙 다른 유형의 게임이잖아요. 개발팀의 철학이 강하게 들어간 게임이고. 현재 게임시장을 분석한 뒤 다른 노선을 걷고자 해서 나온건데...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을 어떻게 분석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이상균 - 비슷한 게임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개발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중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넥슨의 '듀랑고'정도인 것 같고요. 저는 다양성이... 게임을 포함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라프 코스터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재미의 본질을 패턴 학습에 기인하며, 더이상 학습할 패턴이 없을 때 게임은 끝난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이걸 가까운 관점에서 본다면, 게임의 콘텐츠를 말하는 거겠죠. 하지만, 이걸 좀 멀리서 본다면 장르 자체의 소비 문제거든요. 지금 MMORPG 나온다고 '새롭다', '신기하다'라고 말하는 유저는 아무도 없어요. 왜냐면 이미 소비된 장르니까. 더 이상 소비할 장르가 없으면, 유저는 '게임'이라는 장르를 떠날 수도 있다고 봐요.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생존을 하려면, 누군가는 새 장르에 도전을 해야 해요. 이렇게 말하면 저희 사장님이 그러시죠, '그래, 다 인정하고 좋은 말인데 그게 왜 꼭 너냐'고(웃음).

박태학 - 새 장르 만드는 거 자체는 좋죠. 한데, 쉽게 도전하기가 어려우니까...

이상균 - 보통 게임을 만들 때 익숙함 7, 새로움 3으로 해요. 그래야 유저들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이게 일종의 불문율인데 '엑스 에이전시'는 그 비율이 완전히 전복되어 있어요. 새로움이 7이고 익숙함이 3정도.

전투 규칙부터 캐릭터 성장까지 기존 모바일 게임과는 많이 다르죠. 솔직히 너무 다르게 만들어서 후회한 면도 없잖아 있는데... 기회가 두 주어진다면 이 방향의 재미를 끝까지 유지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 "블루홀의 도전을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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