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변방의 최富者일까? 아웃사이더(?)의 한빛스타즈 인수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14개 |
현금거래 중개업체인 아이템매니아가 E-Sports 프로게임단 한빛스타즈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E-sports 협회 (KeSPA) 에서는 아이템매니아의 프로게임단 인수를 승인하지 않은 채, 위탁운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아서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구단을 매각하기로 한 한빛소프트 입장에서도 이래저래 할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게임단 운영을 빼놓고라도 E-sports 창설 초기부터 대회 운영 및 협회 운영을 위해 수십억, 수백억의 자사 돈을 들였고, 매각 추진에 있어서도 협회나 다른 회사들이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훼방만 놓고서는, 선수와 프런트의 처우개선도 없는 위탁운영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분위기입니다.


협회 역시 나름대로 내세우는 명분이 있습니다. '새로운 구단주인 이템매니아가 현금거래 중개업이라는 사업 특성상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e스포츠와 성격이 맞지 않고 건전여가문화로서의 E-sports 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것이 명분의 처음과 끝입니다.


그러나, 한빛소프트와 KeSPA 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한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아이템매니아가 최근 들어 보이는 행보입니다. 아이템매니아가 샴페인 매니아를 시작으로 게임계에 발을 담그는 노력을 계속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 ▲ 한빛스타즈의 아이템매니아 양수도 계약 체결 당시 ]



▣ 공격적인 마케팅이 생각나는 그곳,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매니아는 대단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곳입니다. 좋게 말하면 대단히 공격적인 마케팅이겠지만, 반대로 보자면 상식적 수준에서 하기 어려운 방법들을 동원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예전 P사에 있을 시절, 아이템매니아는 P사의 도메인을 흉내낸 사이트를 개설한 적이 있었습니다. 포탈 사이트에 검색 광고를 내고, 도메인 흉내를 낸 사이트가 잘 노출이 되도록 한 다음, 그 사이트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아이템매니아로 포워딩되도록 해놓았었습니다.


그 사이트를 통해 들어갔을 경우, 사실은 아이템매니아지만 주소창의 url 은 매니아가 아닌 유사 도메인이 나타나는 방식이어서, 클릭을 한 게이머들이 그곳을 정작 P 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국 명의나 저작권 등 법적인 문제를 따지는 등으로 해서 해당 사이트를 중지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절차를 밟았던 것은 한건 뿐이었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들은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있습니다. 과거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포탈 사이트나 블로그 사이트에서 인벤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검색을 할 경우, 아이템매니아의 홍보성 블로그글들과 카페글들이 주르륵 뜰때가 지금도 종종 있습니다. 블로그와 카페를 여러개 개설해놓고 인벤이라든가 게임 관련 주요 검색 태그를 담은 (사진 한장이나 단어 몇개의) 글들을 올려놓는 방식입니다.


이런 대단히 공격적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케팅도 아이템매니아 입장에서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현금거래 중개업체들이 회사의 규모를 밝히지는 않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아이템매니아가 아이템베이를 추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해외 업체에 매각되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상장이 이루어지면 아마도 재무정보의 일부분이 공개가 될 것입니다.





[ ▲ 아이템매니아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기업명을 공모하고 있다 ]



▣ 계속되는 게임업으로의 진출 시도

이렇게 대단히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마케팅을 지속해온 아이템매니아가 2008년 4월말 드디어 게임업에 진출합니다. 위버인터랙티브의 온라인 삼국지 퍼블리싱을 맡기로 하면서, 온라인 삼국지를 약간 수정한 버전을 '샴페인 매니아'로 이름짓고 6월 4일 오픈베타를 실시했습니다.


현금거래 중개업체가 직접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으나,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 당시 한빛소프트 인수, 웹젠의 인수 등 다른 빅 이슈들이 있기도 했었고, 또 게임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가벼운 사안은 아닙니다. 업계나 게이머들이 현금거래 중개업체의 직접적인 게임서비스를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첫번째 사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향후 현금거래 중개업체가 두번째, 세번째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기반이 쉽사리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이템매니아 뿐만 아니라 아이템베이도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매니아에 비해 그렇게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행보는 아니지만, 클릭게임무비라는 동영상 사이트를 오픈했었습니다.


이번 한빛스타즈 인수건은 아이템매니아의 게임사업 두번째 진출입니다. 첫번째 진출이 쉽사리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번 인수건도 부담감이 덜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금투자나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중소 게임 개발사들의 경우, 아이템매니아의 탄탄한 자본력은 상당한 매력 포인트입니다. 마땅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프로젝트 좌초나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인 업체들에게는 구원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마땅한 매수자가 없다면 최악의 경우 구단 해체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연봉 인상과 처우 개선, 고용승계의 조건을 받아들인 아이템매니아가 한빛소프트에게는 유일한 구세주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E-sports 의 성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빛소프트가 그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하는 비판의 칼날을 피해가기는 어렵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2008 년 내내 한빛과 현금거래 중개업체간에 제휴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아이템베이와 공동으로 진행한 에이카 클로즈 베타 테스터 모집, 역시 아이템베이와 공동으로 진행한 헬게이트: 런던 신규 가입자 레벨업 이벤트에 이어 프로게임단 매각까지 2008 년의 한빛소프트는 현금거래 중개업체와 계속 엮이고 있습니다.


이번 한빛스타즈 인수건이 만일 승인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템매니아가 이대로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샴페인매니아처럼 또 다른 게임을 찾아나서는 등, 게임 사업으로의 진출을 계속해서 시도할 것이 자명합니다.





[ ▲ 아이템매니아가 서비스하는 게임, 샴페인 매니아 ]



▣ 변방에서 주류로? 아웃사이더는 더 이상 싫다!

이유는 바로, 현금거래가 게임업계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오인하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법적으로 현금거래 중개업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현금거래의 특징 때문에 중개업체는 게임업계의 주류가 아닌 변방에 위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처럼 애매한 상태에서의 모호한 인정이 아닌 제대로 된 양성화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는 현금거래라는 것을 권장하기 위한 양성화가 아니라 여러가지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적정한 관리의 목적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현금거래 중개업체에게 주어진 하나의 숙명이자 소망입니다. 어지간한 중견게임사들 못지 않게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현금 보유량도 탄탄하지만, 단지 현금거래라는 이유로 게임업계의 이단자, 아웃사이더로 저 멀리서 눈치만 보아야 하고 이런저런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금거래 중개업이라는 사업영역이 게임업계의 주류 영역이 되기를 바라는, 즉 게임 개발이나 퍼블리싱과 같은 대접을 받는 그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햇빛 아래서 당당히 스포트 라이트를 받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혹 현금거래 중개업 자체가 주류 영역은 되지 못할지라도, 다양한 게임 사업을 펼쳐나감으로써 회사 자체가 게임업계의 정규멤버의 하나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도 직접 서비스하고 프로게임단도 인수하려는 것이고,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계속해서 할 것입니다.





[ ▲ 현금거래 시장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 ]



▣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한 상상?!

지금 업계와 게이머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현금거래 중개업체의 프로게임단 인수를 받아들일 것이냐 말것이냐를 떠나서, 현금거래 중개업체를 게임업계의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끌어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이 부분은 현금거래를 게임업계에서 공식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도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게임도 서비스하고 프로게임단도 운영하는데 현금거래는 정작 막고 있다면, 그 모양새도 이상합니다. 아이템 매니아가 샴페인 매니아를 서비스하는데도 샴페인 매니아의 서비스 약관에는 현금거래시 계정압류 조항이 있는 것처럼, 모순되고 우스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현금거래 중개업체의 게임사업 진출을 막고자 한다고 해서 강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여기가 안되면 다른 데를 찌르면 되고, 여러 군데를 찌를 자금은 가지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현금거래 중개업체의 게임사업 진출이 막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설사 막아도 새로운 법인을 세우거나 투자 형식으로 한다면, 얼마든지 진출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의 모양새는 아이템매니아의 판정승입니다. 아이템매니아의 공격적 마케팅, 아니 공격적 게임사업 진출에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나 방침이 따로 있지도 않으며, 단지 개별 사안만 이슈화될 뿐입니다.


2~3년 뒤, 혹은 5년 뒤에, 만일 아이템매니아가 과거와 같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아이템베이를 제치고 현금거래 중개업 1위로 올라선 것처럼, 공격적 게임사업 진출로 게임사업을 원활히 펼치는 상황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봅시다.


나스닥에까지 상장되어 있으니, 북미에서 개발된 기대 MMORPG 를 아이템매니아가 한국에 서비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대로 상상해서, 스타워즈 온라인이나 캐리비안의 해적 온라인 (만일 만들어 진다면) 같은 게임의 한국 서비스 사업자로 아이템매니아가 선정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만일 2~3년 뒤, 5년 뒤에 현실화된다면, 이 상황을 게임업계나 게이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 이것은 한빛스타즈 인수건을 통해 본 예측 가능한 미래의 상황이기에 단지 기우만은 아닐 것입니다.


☞ 후속기사: 한빛스타즈 매각 결렬, 아이템매니아 포기 입장 밝혀 (2008. 08. 07)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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