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퀘스트2 이스트, 한글화의 맹점은?

칼럼 | 박규상 기자 | 댓글: 2개 |



에버퀘스트2 이스트, 한글화의 맹점은?


굳이 전작이었던 에버퀘스트1의 국내 서비스 종료 사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국내 유저들에게 낯설기만 한 UI와 각종 게임 시스템, 필연적으로 유저들에게
지식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난이도...







[ 너무 빠른 등장으로 한국 시장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EQ1. ]




국내의 실정을 반영한 한글화와 로컬라이제이션 소식이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에버퀘스트2(이하 이큐2)가 한국에서의 성공을 섣불리 점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것은 그다지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그리고 클로즈 베타의 신청을 받기 시작한 4월 16일, 클로즈 베타 신청 기간이
끝난 후에는 모든 예상을 뒤엎고 약 12만명의 신청자가 쇄도하여 이큐2는 약간
다른 시선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클로즈베타 신청자 폭주라는 행복한(?) 사건을 뒤로 하고 드디어 시작된 클로즈베타.
그러나 클로즈 베타 첫날부터 유저들을 당혹하게 만든 것은, 국내 배급사 감마니아가
그토록이나 강조해 마지않던 로컬라이제이션의 첫번째 선결사항인 한글화였다.



초보지역은 물론 각종 아이템과 퀘스트를 위한 대화 등이 대부분 영문이었으며
일부 NPC는 이름조차 부여되지 못하고 숫자로 된 ID를 갖고 있었고, 게임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 역시 영문이었다.








[ 필수 퀘스트들은 모두 영문. 과연 한글화의 의미는? ]





결국 유저들은 이스트버전과 북미버전의 차이점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약간 달라진
캐릭터의 외모만으로 일단 한글화에 대한 기대를 뒤로 하고 이큐2의 클로즈 베타를
시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현재, 이큐2의 이스트 버전이 한국 유저들에게 공개된지 벌써 3주일여가 흘러가고 있다.



매일 새벽 6시경에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업데이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큐2에
접속하면 각종 NPC의 이름이나 퀘스트의 내용 등에서 상당한 양의 한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다.







[ 이미 게임상에서도 많은 한글화가 이루어졌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큐2의 상황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며 한글화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 역시 그다지 호응이 높지 못하다.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던 이큐2, 그리고 한글화.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국내에 도전장을 내민 외국계열의 MMORPG 대작이라는 점에서, 한국 유저들을 위한
로컬라이제이션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야심찬
행보라는 점에서 월드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와 이큐2는 비교될 수 밖에 없는 라이벌이다.








[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두 명작. 이큐2와 WoW. ]





게임성의 비교우위를 논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결국 이큐2와 와우는 외국 기반의
MMORPG이고 여러 면에서 흡사하기 때문에 냉정한 국내 유저들의 평가를 거칠 수
밖에 없다.



와우는 현재 오픈베타를 거쳐 상용화중인 게임이다.



따라서 상용화한 게임과 클로즈 베타 중인 게임 - 이큐2 역시 북미에서는 상용화중인
게임이지만 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점에서 일반 MMORPG의 클로즈베타와 완성도를
제외하고 다를 것은 없다고 간주하여 - 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와우의
클로즈 베타 시절을 감안해 보자.



와우는 MMORPG로서 상당히 오랜 시간의 클로즈 베타를 거쳤다.



근 8개월동안 진행된 클로즈 베타 기간동안 한글화에 대한 불평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되며, 완성된 곳을 위주로 서서히 레벨 제한을 풀어나갔던 블리자드 정책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 스킬명까지 한글로 번역하는, 멋진 선례를 남긴 와우의 한글화. ]




즉, 한글화가 80%이상 완성되어 있는 공간을 위주로 하여 유저들의 레벨 제한을
서서히 풀어나갔기 때문에 유저들이 느끼기에는 언제나 80% 이상이 한글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게임의 업데이트가 약간 늦춰진다는 느낌은 받을지라도, 와우의 클로즈
베타 시절 한글화에 대한 거부감이나 게임 내의 문제점 등은 적은 편이었다.



물론 와우 역시 단기간에 한글화를 수행한 것은 아니다.



오랜기간의 클로즈 베타동안, 심지어 클로즈 베타의 마지막날까지도 한글화가
진행되지 않은 컨텐츠들은 분명 존재하였으며 유저들 역시 이를 알고 있었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기에 유저들이 느끼는 영어와 한글의
장벽은 실제로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와우의 한글화 역시 처음부터 100% 였던 것은 아니다. ]





그리고 와우의 클로즈 베타 막바지 무렵 공지를 통해 오픈베타시 게임내 모든
컨텐츠를 한글화 하겠다는 공지가 있었고 이는 실제로 적용되어 완벽에 가까운
한글화로 유저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파이어볼, 백스탭, 폴리모프, 레서힐, 차지가..
화염구, 기습, 변이, 하급치유, 돌진으로..

로그가 도적으로 워락이 흑마법사로..



게임내 스킬뿐 아니라 직업과 명칭에 이르는 세세한 부분까지 완전 한글화를
실시했을뿐 아니라 NPC의 음성지원까지 한국어 더빙을 선보였다.








[ 와우저라면 잊을 수 없는 한마디. "우와~ 키 정말 크시다~~" ]





오픈베타 시절 각종 퀘스트나 대화 등의 매끄러운 번역은 물론, 한글에 잘 어울리는
폰트와 각종 스킬명의 한글화를 너무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와우의 한글화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자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역시 칭찬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즉, 한글화라는 측면으로 국한한다면 와우의 한글화는 90점 이상을 줄 수 있는
컨텐츠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심지어 국내 개발사들의 MMORPG들마저 스킬명을 영어로 표기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와우의 한글화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큐2의 한글화에 대한 1차 클로즈 베타 유저들의 반응은 무척 냉담하다.



심지어 북미 버전을 이미 경험해 본 일부 유저들의 경우는 이큐2의 UI 설정을 담당하는
eq2.ini 파일에 /japanese 명령어를 삽입하여 이스트버전의 한글화가 제거된 북미서버의
해외 버전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형편이다.



과연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글화의 전체적인 퍼센트로 볼 때, 현재 이큐2의 한글화는 약 30% 정도로 감안할 수
있다. 이것은 와우의 클로즈 베타 시절을 감안하더라도 이큐2의 전체 텍스트들을
생각해 본다면 상당히 놀라운 분량이다.



즉, 번역해야 하는 텍스트의 양만으로 따진다면 이미 이큐2의 한글화는 와우의
클로즈 베타 시절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 이큐2 역시 멋진 한글화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





"누르기", "얼려버려!" 등으로 번역되어 있는 일부 스킬명이나 퀘스트 내용의 번역,
그리고 각종 한글화 아이템 등 이미 번역되어 있는 텍스트들을 살펴본다면

이큐2 이스트의 한글화는 절대 나쁜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방대한 양의 텍스트와 데이터베이스를 한글로 옮기는 작업속도와 현재
게임속에 구현되어 있는 각종 컨텐츠들을 감안한다면 역시 기대할만한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왜 한글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까?

이 문제의 해답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하여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게임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유저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첫째가 NPC, 둘째가 바로 아이템과 스킬이다.



게임을 번역함에 있어 가장 먼저 감안해야 할 것은 바로 몬스터를 포함한 NPC의
고유명사, 위치 표시, 아이템의 이름과 구조, 스킬명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DB를
구축하는 것이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숫자로 등장한 이 NPC는, 게임 내의 일부 직업의 전직을 담당한다. ]





설사 텍스트의 양이 너무 많다고 하더라도 유저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지역의
기초적인 DB들은 가장 먼저 한글화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쉽게 예를 들어,

이큐2를 즐기는 유저가 퀘스트 하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NPC의
위치와 요구하는 몹이나 아이템의 이름, 보상 아이템이지 퀘스트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게임을 먼저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클로즈 베타 유저들에게 퀘스트의
줄거리보다는 정보가 훨씬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이큐2의 한글화는
양적인 면에서 와우와 절대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한글화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게임에서 준비해 놓은 각종 컨텐츠들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연 클로즈 베타 기간인 현재, NPC에게 받은 퀘스트의 내용을 반드시
한글로 읽어서 이해하고 그 스토리에 빠져드는 유저의 수가 얼마나 될까?



한글화라는 것은 단지 게임 내의 텍스트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글로 게임을 즐기는 것에 아무런 무리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 이큐2 한글화의 완성도가 와우와 비교하여 뒤떨어진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번역에 있어서 한글화의 우선순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큐2의 한글화 완성도는 양적인 측면에서 거의 최대한에 가까운 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컨텐츠들을 소비하는 유저들에게 이큐2의 한글화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 퀘스트의 설명이 가르쳐주는 NPC의 말대로는 절대 퀘스트를 해결할 수 없다. ]




가장 기초적인 정보들이 영문인 상태에서 현재 한글화되어 있는 항목들조차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영문인 북미버전보다 오히려 퀘스트를 해결하기 힘든 아이러니한
상황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 퀘스트는 영어, 몬스터는 한글. 과연 드넓은 필드, 어느 몹을 잡아야 할까? ]





클로즈베타를 시작한지 3주일의 시점에서..
유저들에게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오픈베타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며,
현재까지의 번역 역시 양적인 측면에서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한글화의 예처럼 유저들이 즐기는 컨텐츠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번역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클로즈 베타 유저들은 이큐2가 자랑하는 수많은
컨텐츠들을 즐기는 것 자체를 포기해야만 한다.







[ 한글화는 번역이 아니다. 이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이미 국내에는 "이것이 한글화다!"라는 점을 멋지게 보여준 선례가 존재한다.








물론 하드코어 유저들에게 한글화는 선호의 대상일 뿐,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게임의 대부분을 지탱하는 라이트유저들에게, 한글화의 완성도는 게임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며 게임 자체를 선택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버 퀘스트 2가 한국의 유저들에게 체계적이고 매끄러운 한글화로 다가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국의 유저들이 끝나지 않는 모험의 세계, 에버퀘스트의 방대한 컨텐츠들을
단순한 번역이 아닌, 국내의 실정에 걸맞는 멋진 한글화와 함께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저말고 유저들에게...
장인성 기자 (roma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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